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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최종윤 작곡가의 <곤 투모로우> [No.158]

사진제공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정리 | 나윤정 2016-11-21 2,915


<곤 투모로우>는 오태석 선생님의 <도라지>가 원작이란 것이 가장 큰 힘이 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선생님의 작품이 워낙 함축적이고 연극적이어서, 대본만으론 이해하지 못할 장면이 많았거든요. 한국뿐 아니라 일본 공연까지, <도라지>에 대한 해석과 반응을 볼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구해 본 것이 제일 큰 작업이었죠. 어쩌다 보니 제가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는 작품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죽음을 다루는 예술의 태도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셜록홈즈> 시리즈의 경우 의문의 죽음이나 연쇄 살인을 다루었지만, <곤 투모로우>는 국가와 역사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탱하며 죽어야 했던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그런 부분을 캐릭터 안, 넘버에 녹여 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갈 수 없는 나라’
이 곡은 과연 즐거운 곡인가, 슬픈 곡인가? 연습실에서 제일 많이 나왔던 질문이에요. ‘무엇이 그 빛을 꺾었나’ 이 부분에서 홍종우는 만나지 못한 김옥균에 대한 기대와 아직 다다르지 못한 나라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어요. 아직은 희망이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 곡이 어둡게만 들려선 안 될 것 같아요. 옥균과 종우가 만나서 부르는 ‘갈 수 없는 나라 리프라이즈’에서도 그들의 희망은 아직도 살아 있어서 그다음 행동으로 그들을 인도하죠. 하지만 ‘갈수 없는 나라’ 테마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때는 결국 이들이 그 나라에 갈 수 없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돼요. 한국적인 느낌이 담겨 있는 음악의 큰 특징이 ‘한’이잖아요. 이루지 못함, 다다르지 못함에 대한 한국인만의 정서가 옅지만 깊게 배어 있는 곡이에요.



‘내가 너를 어여삐 여겼다’
극 중 김옥균의 효시 신에서 고종의 마음이 드러나게 돼요. “어여삐 여기다”라는 말은 사실 중의적인 표현이죠. 고종은 김옥균을 사랑했을까, 아니면 불쌍히 여겼을까, 아니면 그 모든 감정이 뒤엉켜 자신도 모르는 감정으로 변해 갔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에요. 여기서 또 재미있는 건 고종 역 세 배우들의 표현이에요. 어떤 배우는 김옥균에 대한 변질된 연민을, 또 다른 배우는 김옥균에 대한 분노와 증오까지 담아서 표현하더라고요. 저도 들을 때마다 이런 다양한 색깔이 표현될 수 있어서 재미있는 넘버라고 생각해요. 음악적으로는 앞뒤에서 공포스러운 효시 장면을 연출하고 있지만, 중간 부분에 절절한 테마가 흐르고 있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진실이네요. (웃음)



‘저 바다에 날’
이 곡은 가장 먼저 쓴 곡이면서 가장 많이 고친 곡이기도 해요. 결국 이 곡의 위치는 맨 마지막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창작진의 결론이었고, 그렇다면 과연 누가 불러야 하는지 한참 고민했어요. 홍종우의 경우 극의 맨 끝에서 부를 자격이 있었고, 이전 버전의 대본에서도 종우가 이 곡을 가져가야 하는 이유가 더 컸어요. 그런데 지금의 대본으로 정리되면서 김옥균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선상에서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많은 궁금증이 생겨버린 옥균, 그리고 종우로 하여금 역사의 다음 페이지를 책임지게 만든 인물 옥균이 자신의 의지를 마지막으로 고백하게 하는 노래가 되어야 한다는 게 최종 결론이었죠.



‘나를 버린 내 그림자’
베토벤의 ‘월광’을 모티프로 쓴 곡이에요. 워낙 유명한 모티프이긴 하지만, ‘달빛’이라는 이미지가 이 곡에 잘 담기길 원해서 피아노 부분에 차용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이 극에 등장하는 고종을 좋아하지 않아요. 많은 역사적인 결정과 판단 가운데 한 국가의 통치자로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이런 고종에게도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있었을 것이고, 그 순간들은 절대 공개되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달빛의 고요함만이 고종을 노래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8호 2016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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