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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곤 투모로우> 영상 디자인 [No.158]

글 |안세영 사진제공 |조수현(영상디자이너) 2016-11-21 3,707


한 편의 누아르 영화처럼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화파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암살한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곤 투모로우>. ‘조선판 누아르’를 표방한 이 작품에서 흑백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수묵화풍의 영상은 작품의 지향점을 효과적으로 가시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영상을 디자인한 건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 오리지널 공연과 다른 새로운 영상으로, <알타보이즈>에서 음악방송 느낌의 5면 LED 영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조수현 영상디자이너. 그가 꼽은 <곤 투모로우> 속 다섯 장면을 통해 영상 디자인 포인트를 알아보았다.




“공연 영상을 디자인할 때는 ‘다이제틱(diegetic) 영상’과 ‘논-다이제틱(non-diegetic) 영상’을 적절히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원래 음향 용어로 ‘다이제틱 사운드’는 극 중 인물에게도 들리고 관객에게도 들리는 소리를, ‘논-다이제틱 사운드’는 극 중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에게만 들리는 소리를 뜻한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주인공이 듣고 있는 라디오 소리는 ‘다이제틱 사운드’,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는 배경 음악은 ‘논-다이제틱 사운드’에 해당한다. 이 개념을 영상에 적용하면, 인물이 서 있는 장소 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은 ‘다이제틱 영상’, 인물의 내면 풍경을 표현하는 영상은 ‘논-다이제틱 영상’으로 나눌 수 있다. <곤 투모로우>에서도 이 둘 사이를 오가며 영상의 표현 범위를 확장하려고 노력했다.”- 조수현 (영상디자이너 )             




① 도라지             

‘도라지’는 이 작품의 원작인 오태석 작가의 희곡 제목이기도 할 만큼 중요한 상징물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혁명을 일으켰으나 결국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맞은 김옥균. 그의 시신은 여덟 조각으로 찢겨 전국 팔도에 버려진다. 하지만 흩어진 그의 몸, 그의 꿈은 온 나라에 뿌리를 박고 잠들어 있던 민초를 일깨운다. 도라지는 바로 그러한 민초의 상징이다. 그래서 ‘도라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꼭 도라지꽃이 만개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차원적인 접근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김옥균이 아름다운 인물로 그려지기 위해서는 그가 싹 틔운 순박한 민초들이 부각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② 진정사               

김옥균의 유해가 묻혀 있는 일본 사당 ‘진정사’. 실재하는 ‘진정사’를 그대로 그려 넣을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김옥균이 가 있는 저세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길을 택했다. 극 중 김옥균이 이곳에서 혼백으로 등장해 살아 있는 홍종우와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한 혁명가의 꿈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인데, 나는 여기서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요단강’을 떠올렸다. 그래서 강을 사이에 두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표현했다. 일본적인 느낌을 가미하긴 했지만 초현실적인 공간이다. 관객들도 물 위에 떠 있는 김옥균을 보는 순간 이곳이 저세상이라는 걸 직감하리라 짐작했다.




③ 바다                

바다를 보여주는 다이제틱 영상이지만 여기에도 논-다이제틱 요소를 가미했다. 물결의 움직임에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여 감정이 치솟으면 물결도 치솟고, 감정이 잦아들면 물결도 잦아들게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거친 물살이 장엄한 누아르 느낌을 살리다가 김옥균과 홍종우가 춤을 추면 물살이 잔잔해진다. 또한 김옥균에게 마지막 희망의 장소인 상해 앞바다에 이르면 바다가 밝아지며 멀리서 불빛들이 반짝이고, 김옥균이 죽기 직전에는  서늘한 푸른색 바다로 변한다.



④ 플래시백           

홍종우가 김옥균에게 총을 겨누는 시점에서 3개월 전, 고종에게 암살을 명받는 시점으로 돌아가는 플래시백 장면. 처음에는 홍종우의 기억과 감정을 되짚는 데 초점을 맞추고 영상을 만들었지만, 연출님이 보시고는 ‘시간의 역행’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아예 영화적인 연출로 시간의 역행을 강조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홍종우가 손에 쥔 총구가 클로즈업되면서 앞에 나온 이미지가 되감기듯 역순으로 지나가는 지금의 영상이 탄생했다. 홍종우의 기억이 아닌 공연의 기억을 되감으면서, 관객에게 우리가 봤던 걸 거슬러 올라가 보자고 제안하는 방식이다.




⑤ 파리            

프랑스 장면에만 컬러를 사용한 이유는 동서양의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서양의 침탈을 겪는 동시에 서로 치고받기 바쁜 한중일 삼국은 암울하고 희망 없는 흑백 세상이다. 그나마 일본과 중국에는 약간의 색이 있지만, 조선에는 전혀 없다. 이와 반대로 프랑스는 밝고 아름다운 총천연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홍종우로서는 난생처음 보는 세상이다. 원래는 이 부분에 에펠탑 말고도 성당과 거리를 그린 컬러 장면이 더 있었는데 수정 과정에서 대폭 삭제됐다. 영상이 짧아지면서 컬러를 사용한 의도를 알아차리기 힘들어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재공연을 한다면 보완하고픈 부분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8호 2016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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