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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중국 시장에 나서는 박용호 프로듀서[NO.171]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17-12-27 4,554

중국에서의 새로운 도전


<스위니 토드>, <넥스트 투 노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국내 초연 공연을 올린 박용호 프로듀서가 지난 8월부터 중국 공연 전문 회사 AC 오렌지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에서 현실적인 소재와 마니아 성향이 강한 작품을 선보였던 그가 중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펼친다. 위기 상황인 한국 뮤지컬 업계는 무한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국 시장에서 해결의 돌파구를 찾고 싶어 한다. 이런 국내 공연계의 생각에 대해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박용호 프로듀서에게 중국에서의 작업과 중국 시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중국 프로듀서로 새로운 출발


지난 8월부터 중국의 AC 오렌지에서 일하고 있다. AC 오렌지는 어떤 회사인가?
2007년에 처음 설립한 회사이다. 심천에 본사를 둔 공연 전문 회사로 티켓 판매를 비롯 공연장 운영, 음반, 콘서트, 어린이 공연, 경극 등 다양한 공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2015년에 AC 오렌지 뮤지컬을 설립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투자하고 중국 내에서 제작하는 등 뮤지컬 투자 및 제작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헬로, 돌리!>, <웨이트리스>, <선셋 블러버드> 등 16개 이상의 작품에 투자했고, 중국 내에서 투어 및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했다. AC 오렌지는 중국 35개 도시에 대형과 중형 이하 극장을 포함해서 65개 극장을 임대나 위탁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올 연말까지는 더 확장할 예정이다. 중국 상해와 북경의 메이저 공연 회사들은 공산당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준국가기업이다. AC 오렌지는 순수 민간 자본이 운영하는 공연 회사 중에서 가장 큰 회사이다.


어떻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으며, 그곳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중국과는 2012년부터 <김종욱찾기>나 2014년 <쓰릴 미> 중국어 공연을 통해 인연을 맺어왔다. 2007년부터 <워호스>의 한국 공연을 열망해 왔다. 2015년 가을 영국 내셔널 시어터(NT)와 합작으로 <워호스>를 아시아 최초로 만든 곳이 중국이다. 그해 가을부터 2016년까지 한중영 합작으로 <워호스 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악화일때여서 취소되었지만 이때 중국과 여러 방면으로 네트워크를 쌓았고, 그런 인연이 있어 스카우트 제안도 가능했던 것 같다. 공식적으로는 AC 오렌지 뮤지컬의 제작인(制作人-Producer)으로서  제작 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이다. 


중국행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10년 동안 이름을 걸고 제작자로 일했다. 공연 경력이 20년이 넘는데 기획자 중심이었던 공연계가 급격하게 배우 매니지먼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작품보다는 스타 배우를 보러 가는 이벤트성 소비 시장으로 변해 가는 데 회의를 많이 느꼈다. 그러던 차에 중국에서 제안이 왔는데 생소하지만 새로운 에너지와 도전 정신이 발동했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다.


지난 8월 말 일을 시작해서 세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동안 어떤 일을 했나?
창작을 비롯 라이선스 작품 중에 당장 내년부터 시작해서 2~3년 뒤까지 중국에서 올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영국의 라이선스 공연뿐만 아니라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도 많다. 내년 계획은 마무리지었고 내후년 계획을 짜고 있다. 그동안 내년 작품을 위해 일부 핵심 한국 스태프를 초청하는 일이나 라이선스 협의, 미국이나 영국 제작사와 계약을 하는 등의 일을 진행했다. 내년 5월 초에 논레플리카 공연으로 <키다리 아저씨>를 상해, 북경, 광주를 필두로 중소도시까지 투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중국에서의 첫 작품이 <키다리 아저씨>인 셈인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라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중국 측에서 선택했다. 중국은 아직 상업적인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서 무작정 대형 작품을 올리는 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에 우호적인 마니아를 형성할 수 있는 소극장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하긴 했다. 회사 직원들은 한국 공연을 직접 찾아와서 보기도 했다. 중국 관객들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독립적인 여성이 주인공이고, 아름다운 음악과 신파적인 감동이 있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도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중국의 뮤지컬 문화


중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작품 성향이 있는가? 어떤 작품들이 주로 흥행하나?
그간의 짧은 판단으로는 중국 관객들은 밝은 극을 선호한다. 코미디, 가족, 우정, 현대물을 선호하는 것 같다. 아주 고전적이거나 어두운 작품은 인기가 덜하다. 연극이 오히려 강세인데 삶을 즐기는 작품이 잘되더라. 그러나 중국은 워낙 커서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시장이다. 상해와 북경을 고속철도로 이동하면 서울에서 부산 가는 시간의 두 배가 더 걸린다. 두 도시의 성격도 매우 다르다. 상해가 중국에서 가장 서구화된 문화 수도라면, 북경은 보수적이고 권력층 부자가 많이 사는 정치 수도다. 광주는 상해, 북경과는 언어부터도 다르다. 북경과 상해는 만다린어를 쓰지만 광주는 광둥어를 쓴다.


중국 공연 문화계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준다면?
공연 일을 막 시작한 젊은이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서 인상적이었다. 한 자녀 영향도 클 것이다. 부모들의 교육열은 한국 이상이다. 영국이나 미국 유학생들이 수두룩하다. 중국은 공연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을 하는 인구의 중심이 청년이다. 한국과 비교해서 상하 관계가 수평적이고 회의를 굉장히 많이 한다. 회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전국에 분포한 관계자들과 올리려는 공연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챗을 켜놓고 다채널 음성 회의를 열어서 각 지역에서 원하는 공연의 정보도 듣고 조건을 협의한다. 기획 단계부터 이런 회의를 자주한다. 중국에서는 위챗으로 많은 일을 한다. 작품이나 기업체 홍보도 하고 티켓 판매도 가능하다. 개인과 법인이 페이스북이나 홈피 등의 SNS로 활용을 많이 한다. 그리고 이곳 VIP 좌석은 우리만큼 비싸지만 R석 이하의 좌석은 생각보다 싸다. 일부 대형 공연은 티켓에 차등 가격을 매기는데 첫 공연이 더 비싸기도 한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어느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가?
중국 시장은 아직 흥행 시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20년 전 시장이라고 단순히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문화가 뒤떨어졌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시아에서 뮤지컬 시장이 크게 형성된 나라는 GDP에 관계없이 일본과 한국뿐이다. 유럽에서도 뮤지컬이 공연의 중심에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상해연극센터의 공연만 봐도 연극은 이미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작품이 시도되고 있다. 그저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한국보다 적을 뿐이다. 지금 중국은 국가가 정책으로 문화 역량을 키우려 하고 있고 각 지역 대표 공연장이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흥행만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중국어판 <워호스> 주말 투어도 지역 대표 극장이 직접 초청하고, 뉴욕 이머시브 공연의 대표작 <슬립 노 모어>가 상해 시내 한복판의 건물을 임대해 장기 공연 중이다. 개인이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문화 이벤트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반면에 상해나 북경의 뮤지컬 공연은 아직은 2~3주 시장이다. 아무리 유명한 작품도 4주 공연은 버겁다. 한국과는 제작비라든가 흥행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창작뮤지컬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제법 많이 만들어진다. 그중 몇몇 단체는 굉장히 영향력이 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어떤 단계인가?
공연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연을 만들어도 보러 오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제작비를 많이 들여 만들면 손해를 보기 쉽다. 그러다 보니 중국 뮤지컬은 비주얼적인 요소는 화려하지 않다. 제작비를 적게 들여서 한국의 90년대 초반처럼 만드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수준 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공연장의 일반 관객층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노약자 동반 가족도 제법 눈에 띈다. 우리처럼 젊은 여성 관객으로만 집중되어 있지는 않다. 소극장 공연은 많지는 않아도 <쓰릴  미>를 통해 마니아는 분명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쓰릴 미>를 오픈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작품 수는 월등히 증가했다.


배우나 스태프의 수준은 어떤가?
배우들은 일단 젊고 순진하다. 잠재력으로 말하면 노래나 외모 면에서 한국 이상으로 뛰어나다. 상해, 북경은 영국, 미국 등과 제휴해서 교육 혜택의 기회가 많다. 근성만 더 키운다면 미래가 밝다. 피지컬 프로덕션에 신경을 덜 쓰는 환경이다 보니 스태프의 실력은 아직 차이가 나는 편이다. 하지만 행사가 워낙 많고 외국 투어 팀의 교류는 한국보다 더 많아지고 있어 기술적인 평준화는 시간 문제다.


시장 차이 때문에 중국에서 작품을 선정하는 데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것 같다.
한국은 대학로를 받쳐주는 마니아 관객이 존재한다. 그리고 기업체와 유행에 민감한 팬층의 단관 시장이 있다. 한국에서 대형 공연들은 단관 없이는 수익을 올릴 수 없다. 중국은 아직 마니아도 적고 단관이 구조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5월, 10월 비수기에 크리스마스 시즌도 약하다. 결국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너무 개성이 강하거나 음악이 세련됐지만 어려운 작품은 피해야 한다. 아직은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고 즐겁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적합하다. 한국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선보였다면, 중국은 AC 오렌지의 니즈에 부합하고 일반 관객층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할 생각이다.




한국과 중국의 뮤지컬 교류


한국 뮤지컬 시장이 어렵다. 그래서 중국 뮤지컬 시장에서 기회를 보려고 한다.
아이돌, 드라마가 주도하는 K컬처와 공연을 같은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 자가당착이고 자만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영어를 쓰는 영미권이었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자는 생각이 일리가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우리 문화가 통할 거라는 생각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 문화 진출이라는 거창한 접근보다는 중국인의 시각에서 함께 만들고 뿌리를 내리게 해야 한다. 공연은 문화다. 엔터나 제조업이 아니다.


사드 영향에도 올해 세 편의 창작뮤지컬이 라이선스 형태로 중국에서 공연됐고, CJ E&M 역시 오랫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많은 공연 교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큼 공연이 잘되기는 쉽지 않다. CJ차이나는 오랫동안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고 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큰 역할을 해왔다. 중국판 <김종욱찾기>, <쓰릴 미>, <총각네 야채가게>, 그리고 최근의 <지킬 앤 하이드>까지 CJ차이나여서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중국은 분명 세계 최대의 인구와 시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뮤지컬이 흥행하기 힘든 시장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식도락, 쇼핑, 영화, 콘서트가 더 우선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준국가공연회사들은 흥행을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나 외국에서 진출한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과 중국의 뮤지컬 교류는 어떻게 되리라 전망하는가?
하고자 하는 사람의 목표가 무엇이든 방향성과 노력 여하에 따라 교류의 성과는 달라질 것이다. 문화 예술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력 교류를 통해 이미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과 교류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동양인이 상업 시장에서 예술 사업을 하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은 시장의 규모와 성격이 너무 다르지만 문화 역사적으로 분명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다른 동질감을 느낀다. 중국 공연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를 볼 때, 한국은 짧은 기간 많은 경험을 축적한 곳으로서 반면교사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과 중국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공동의 콘텐츠 개발을 통해 협력하면서 시장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진심으로 바라건대 영리와 비영리 각 공연계의 인재들이 긴 안목으로 헤쳐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7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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