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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제3회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 꿈과 환상을 스크린에 펼치다 [No.179]

글 |김효정 영화 평론가 사진제공 |충무로뮤지컬영화제 2018-08-23 3,741

뮤지컬 영화의 탄생과 현재, 그리고 제3회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
꿈과 환상을 스크린에 펼치다



 

무성영화의 전성기에도 사실상 영화는 침묵한 적이 없었다. 피아노 연주나 간단한 노래 공연을 곁들이기도 했던 초기의 무성영화들은 이미 뮤지컬의 형태를 따르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타폰 사운드 시스템으로 제작된 첫 유성 영화인 도로시 아즈너 감독의 <재즈 싱어>가 1927년에 개봉해 큰 흥행을 거두면서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음악을 접목한 영화를 경쟁하듯 제작했다. 
 

192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제작된 이 영화들은 음악이 포함된 유성영화 수준에 머물렀지만, 본격적인 ‘뮤지컬 장르’로서 영화를 탄생시킨 장본인은 브로드웨이 안무가 출신의 버스비 버클리(Busby Berkeley)다. 안무와 연출을 겸했던 버클리의 영화들은 큰 스케일의 화려한 무대가 특징이었다. 그의 영화들은 1930년대 전 세계의 박스오피스를 점령했고, 동시대에 활약했던 프레드 아스테어 같은 뮤지컬 영화 전문 배우들의 부상과 함께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를 주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맞으며 주춤했던 뮤지컬 영화는 1960년대에 들어와 개봉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리 포핀스> 등의 할리우드 영화들, 그리고 <쉘부르의 우산>, <롤라> 등의 프랑스 영화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60여 년이 흐른 지금, 현재도 뮤지컬 영화는 꾸준히 제작된다. 그러나 영화 산업의 출발 이래 한결같이 뮤지컬 영화가 주류로 여겨진 ‘발리우드’를 제외하면 1930년대나 1960년대만큼의 아성을 되찾지는 못했다. 비주류 장르 중에서도 니치 분야로 인식되는 뮤지컬 영화에 대해 <헬로 어게인>의 감독 톰 구스타프슨은 “할리우드 같은 메이저 영화 산업 시장마저도 아직은 뮤지컬 영화가 1년에 1~2편 정도의 대작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6년에 개봉한 <라라랜드>의 엄청난 흥행 성공 이후로 뮤지컬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졌으나,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 특히 주류 영화로의 제작은 거의 전무하거나 관객층이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3회를 맞이한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전 세계에서 제작된 완성도 높은 뮤지컬 영화를 조명하고 한국의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해 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열린 포럼, ‘한국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다’에서 영화제의 예술감독인 김홍준 감독은 “한국 뮤지컬 영화 가운데 성공작은 없었으나 제작 가능성 자체는 꾸준히 희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의 패널로 참여한 송승환 조직위원은 한국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에 있어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들의 의지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영화가 나오려면 이를 만들려는 감독과 제작진 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과거 1980~1990년대의 시장보다 현재는 인적 자원 같은 인프라는 풍부하다. 뮤지컬 영화 제작을 원하는 제작자의 의지 자체가 없거나 약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뮤지컬 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포럼의 주제이기도 한 ‘한국 뮤지컬 영화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장유정 감독은 “뮤지컬 영화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일반 관객이 뮤지컬 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에서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뮤지컬 영화와 주류 영화 관객들과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접점으로 활약해 왔다. 지난 7월 6일에 개막한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서는 고전과 신작을 포함해 총 서른다섯 편의 뮤지컬 영화가 상영되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피니안의 무지개>와 미이케 다카시의 <카타쿠리스가의 행복> 등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는 거장들의 뮤지컬 영화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특히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지난 2017년의 신작 뮤지컬 영화 <헬로 어게인>과 <새터데이 처치>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열 개의 미학적 에로틱 테일

에로틱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냈다고도 할 수 있는 <헬로 어게인>은 토니상 후보로 올랐던 마이클 존 라키우사(국내 관객들에게는 <씨왓아이워너씨>로 잘 알려진 작곡가)의 동명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뮤지컬의 원안은 아서 슈니츨러의 희곡 <라 롱드(La Ronde)>를 영화로 각색한 막스 오퓰스 감독의 1950년 작품 <라 롱드>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헬로 어게인>은 1901년부터 현재를 넘나드는 열 개의 에피소드를 담는다. 모든 이야기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도시의 역사를 머금고 있다. 각 에피소드의 주요 인물과 사건, 그리고 관련한 소품은 한 이야기에서 다음 이야기로 꼬리를 물고 연결된다. 열 개의 이야기 안에서 펼쳐지는 각기 다른 커플의 사랑, 혹은 섹스 이야기는 시공간과 캐릭터를 막론하고 미학적인 풍미가 가득한 엑스터시와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낸다. 파격적인 구성과 형식을 뛰어넘는 인물들과 그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고 있노라면 두 시간여의 물랑루즈 쇼를 관람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기적과도 같은 가창력으로 토니상을 여섯 차례나 거머쥔 뮤지컬 배우 오드라 맥도날드가 부르는 피날레 곡 ‘비욘 더 문(Beyond The Moon)’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다. 

 

연대와 사랑이 가득한 로드무비

뉴욕의 브롱크스에 살고 있는 14세의 흑인 소년 율리시스는 이래저래 인생이 괴롭기만 하다. 가장 가까웠던 아버지를 잃은 것도 슬프고,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증오하는 이모 로즈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모에게 일러바치는 동생, 그리고 하루하루 심해지는 학교 아이들의 따돌림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나마 자신을 이해한다고 믿었던 엄마와 다투게 되면서 율리시스는 무작정 집을 나온다. 가진 돈도 없이 무작정 향한 곳은 게이바가 몰려 있는 이스트 빌리지. 코스튬과 가발 가게가 즐비한 거리를 방황하던 율리시스는 트랜스젠더인 디종과 에보니, 헤븐 그리고 게이인 레이먼드와 친구가 된다. 그들은 마음 둘 곳이 없는 율리시스를 LGBTQ 교회, ‘새터데이 처치’로 안내하고, 그곳에서 율리시스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처음으로 속박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새터데이 처치>는 지난 2015년에 개봉한 <매기스 플랜>의 프로듀서인 데이먼 카다시스의 연출 데뷔작이며, 실제 뉴욕에서 세터데이 처치를 운영하고 있는 목사의 어머니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실제 트렌스젠더 배우들로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새터데이 처치>는 율리시스의 성장 드라마이자, 우정과 연대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적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오딧세이 신화 속 율리시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겪는 산전수전만큼이나 절절한 고난을 인내하는 율리시스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들은 그래서 더욱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마침내 커밍아웃을 한 율리시스가 아껴두었던 하이힐과 코스튬을 입고 처음으로 보그 나이트 무대에 서는 피날레 공연은 감동적이면서도 인상적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9호 2018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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