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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VIEW] <베르나르다 알바>, 한 스페인 가족의 비극 [No.181]

글 |박병성 사진제공 |프로스랩 2018-10-20 3,245

 

<베르나르다 알바>, 한 스페인 가족의 비극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베르나르다 알바>가 10월 24일부터 11월 12일까지 우란2경에서 공연된다. 국내에서는 <씨왓아이워너씨>로 잘 알려진 마이클 존 라키우사는 브로드웨이에서 늘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문제적 인물로 작가 겸 작사·작곡가이다. <베르나르다 알바> 역시 보통의 뮤지컬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르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각색한 뮤지컬로 스페인 시골 마을에서 자유로운 본능을 억압하려고 드는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는 열 명의 여자 배우만 출연한다. 좀처럼 보기 힘든 성비의 작품이다. 이 뮤지컬의 제작사는 우란문화재단이다. 작가와 작품 발굴에 기여해 온 우란문화재단은 동빙고동 시대를 접고 성수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개관 프로그램 중 하나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선택했다. 
 

 

원작자인 페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세르반테스 다음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그는 사회에서 소외받았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당시의 사회상을 담아냈다. 그가 말년에 쓴 농촌 여인을 다룬 3부작 <피의 결혼>, <예르마>,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당시 사회가 가난한 여성들을 억압하고 규범화하는 사회상을 담아낸 그의 대표작이다. 특히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로르카는 스페인 내란이 발발하고 한 달 만에 프랑코 지지자들에게 총살당하고 만다. 마이클 존 라키우사는 혼자 대본, 작사, 작곡을 맡아 로르카의 어둡고 시적인 상징이 강한 대사를 20곡의 노래가 중심이 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로 만들었다. 이 뮤지컬은 2006년 뉴욕 링컨센터 내 밋지 뉴하우스에서 초연하여 루실 로테 어워즈와 외부비평가협회상에 작품상과 안무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농가를 배경으로 한다. 남편을 여읜 베르나르다 알바는 집안의 가장으로 노모와 다섯 명의 딸들(혼기가 지난 큰 딸들과 이제 혼기에 접어든 어린 딸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며 관리한다. 전 남편의 딸이자 유일하게 유산을 물려받은 첫째에게 열 살 넘게 어린 페페가 청혼을 하면서 강압적으로 억눌러왔던 딸들의 욕망이 분출하게 되고 결국은 비극적인 사단이 일어나게 된다. 
 

이 뮤지컬은 출연 배우 열 명이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흔치 않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나르다 알바>를 지배하고 있는 힘은 남성 중심적 권력이다. 남성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 권력이 알바를 비롯한 딸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억압한다. 두 명의 남편을 잃은 다섯 딸의 어머니이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모를 보호하며 집안을 이끌어가는 베르나르다 알바가 가부장적 권력을 인계받으면서 억압적인 가장의 역할을 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부재에도 가부장적 권력이 지배한 가정을 보여주는 것이 원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의 매력이다. 라키우사의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원작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베르나르다 알바의 전사와 내면 심리를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모는 사랑을 예찬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의 중심 갈등은 노모와 베르나르다 알바의 갈등, 즉 자유의지의 추구와 통제의 갈등이다. 로르카의 원작은 프랑코 정권에 대한 사회정치적인 은유로 읽을 수도 있고, 좀 더 사적인 본능과 억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라키우사의 대본은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다. 단지 로르카의 희곡에서는 하녀들의 대사로 두 번째 남편이 집안의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한다는 내용이 간접적으로 밝혀지지만, 뮤지컬에서는 두 번째 남편이 배다른 첫째 딸을 성폭행하는 설정을 두었다. 그리고 뮤지컬답게 베르나르다 알바의 심리를 노래를 빌려 직접적으로 토로해 그녀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도록 했다. 


 

스토리는 원작과 다르지 않지만 라키우사는 노래가 극을 이끌어가도록 매우 디테일하게 구성했다. 유모 폰치아가 부르는 프롤로그는 베르나르다 알바와 집안의 사연을 스페인 민요풍의 노래로 들려준다. 종마가 마구간을 뛰쳐나가 격정적으로 욕정을 풀어내는 ‘종마’라는 뮤지컬 넘버는 종마의 행위를 딸들의 입으로 묘사하며 노래하게 해, 그녀들의 욕망을 전달한다. 시인이기도 한 로르카의 은유적이고 암시적인 대사는 라키우사의 치밀하게 계획된 음악으로 태어나 뮤지컬만의 재미를 준다. 
 

이번 프로덕션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스페인적인 정서이다.  작품의 배경인 1930년대 스페인의 시골 지방 안달루시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라키우사는 집시풍의 구음을 길게 뽑는 노래나 플라멩코와 스페인 음악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음악을 선보인다. 이러한 라키우사의 뮤지컬이 지닌 특징을 더욱 잘 드러나기 위해 의상의 레이스나 색감 하나까지 디테일을 더했고, 춤에서도 플라멩코의 손뼉 치는 동작 하나에서부터 스페인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배우들이 춤 연습을 해왔다. 연출가이자 안무가이기도 한 구스타보 자작(그는 창작뮤지컬 <파리의 연인>, <살짜기 옵서예>, 라이선스 뮤지컬 <시라노> 국내 공연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이 연출과 안무를 맡는다. 춤의 극적 역할은 구스타보 자작이 고민하겠지만 안무가 들어오기 오래 전부터 플라멩코 아티스트 이혜정이 협력안무로 참여해 플라멩코의 디테일한 느낌을 살리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무대 디자인은 최근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번지점프를 하다>의 세트를 담당한 최영은 디자이너가 맡았다. 빈 무대에 스페인 농가의 느낌을 전달하면서도 집 안의 폐쇄성을 강조한 굳게 닫힌 문을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줄 것이다. 성수동의 우란2경은 프로젝트 시야와 같은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으로 시야보다는 조금 더 큰 장방형 형태이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삼면에 객석을 두는 형태로 무대가 마련된다. 이 작품에는 정영주, 황석정, 이영미, 정인지, 오소연, 전성민 등 열 명의 배우가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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