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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광염 소나타> 오사카 공연, 먼 곳에서 울린 슬픈 소나타 [No.183]

글 |배경희 사진제공 |신스웨이브 2018-12-22 2,802

<광염 소나타> 오사카 공연, 먼 곳에서 울린 슬픈 소나타 

 

지난 11월 15일, 오사카에 있는 산케이홀 브리즈에 창작뮤지컬 <광염 소나타>가 올랐다. 2017년 초연된 후 제작사 사정으로 향후 공연 여부가 불투명해진 작품을 일본 무대에 올린 것은 일본을 주 무대로 삼고 있는 국내 제작사 신스웨이브다. 2014년 출발 이래 쉼 없이 일본 시장에 문 두드리고 있는 신스웨이브의 창작뮤지컬들이 일본 무대에 어떻게 소개되고 있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 봤다. 

 

 

아시아 마켓을 타깃으로 

2014년에 시작을 알린 신스웨이브는 일명 ‘K-뮤지컬’ 전문 제작사다. 창작뮤지컬이 아닌 ‘K-뮤지컬’이라는 말이 다소 낯설지만, 그들 스스로 이러한 명칭을 쓰는 이유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국내 배우들과 함께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첫 타깃으로 삼은 마켓은 일본이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일본 공연 시장에서 인맥 없이 사업을 추진하기란 쉽지 않았고, 3년가량의 준비 끝에 현지 프로모터를 만나 2014년 6월, 도쿄 고탄다 유포트홀에 <온 에어-야간비행>을 올리는 데 성공한다. 이후 이듬해 2월 <온 에어-야간비행>을 도쿄 제프블루시어터에 다시 올린 후 그해 6월에는 두 번째 작품 <런투유>로 도쿄를 찾으면서 일본 공연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지난 4년 동안 신스웨이브가 일본 시장에 올린 공연은 지금까지 모두 여덟 편. <카페인>, <알타보이즈>, <아이 러브 유>, <광염 소나타> 등이 그 작품들이다. 그중에서도 2016년 <인터뷰> 교토 공연 당시 80년 전통을 지닌 교토 극장에 공연을 올린 것이나 2017년 봄, 바로 한 해 전의 최고 화제작이었던 <어쩌면 해피엔딩>을 빠르게 일본에 소개한 것은 눈에 띄는 성과였다.
 

일본 정서에 맞는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작품. 당연하지만, 신스웨이브가 일본에 진출시킬 작품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조건은 ‘일본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이다. 또한 현지화를 위해 국내에서 공연된 버전을 그대로 공연하는 것이 아닌, 대본과 음악을 가지고 현지에 맞춰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공연을 올린다. 따라서 세트와 조명, 의상 같은 비주얼적인 면에서 국내 공연과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일주일 미만으로 공연되는 프로덕션의 운용 문제에 따라 국내의 소극장 작품을 중극장 규모 이상의 극장에 올리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공연의 성패에서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는 것은 아이돌 캐스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이돌을 내세운 한류 뮤지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신스웨이브의 신정화 대표는 만약 오직 상업적 성공만 좇는다면 팬미팅이나 단발성 이벤트를 택했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국내의 좋은 창작뮤지컬을 일본 관객에게 알리는 보람을 강조한다.



 

<광염 소나타>의 일본 초연

지난 5월 가나가와와 오사카 무대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을 시작으로, 같은 달 같은 도시에서 올라간 <아이 러브 유> 공연, 8월 <알타보이즈> 치바 공연, 10월 <인터뷰> 도쿄 공연까지, 다섯 달 동안 모두 네 편의 공연을 선보이며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친 신스웨이브가 한 해를 마무리할 마지막 라인업으로 선택한 작품은 <광염 소나타>다. 2017년 초연된 창작뮤지컬 <광염 소나타>가 일본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지금은 고인이 된 아시아컨텐츠브릿지의 최진 대표와 일본 공연화를 이야기한 것이 계기가 돼 이번 공연을 추진했다.
 

<광염 소나타> 일본 공연의 두드러진 변화는 한눈에 봐도 달라진 세트다. 오사카와 도쿄 투어 가운데 먼저 막을 올린 오사카의 산케이홀 브리즈는 800~900석 규모의 극장으로, 소극장에서 큰 세트 없이 올라간 작품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일본 공연만의 새로운 세트를 만든 것이다. ‘폐허가 되어버린 예배당’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검게 타버린 듯한 세트는 예술을 향한 열망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는 J의 비극성을 나타낸다. “살인이라는 반종교적 행위를 함으로써 예술의 절정에 다다르고 싶었던 예술가의 이야기인 만큼 세트에 비극적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는 것”이 작품의 지휘를 맡은 김지호 연출의 설명. 이러한 세트의 비극성이 가장 잘 살아난 장면은 2막 후반 주인공 J가 피아노에 불을 지르고 그 속에서 고통스러운 듯 행복한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불이 타오르는 듯한 조명 효과와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스모그로 피아노가 불타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김지호 연출과 호흡을 맞춘 이은경 무대디자이너, 마선영 조명디자이너, 도연 의상디자이너는 전작 <어쩌면 해피엔딩> 일본 공연을 선보인 팀이어서 짧은 셋업 기간에 순조로운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게 스태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박지훈 음악감독이 편곡을 맡은 음악적 변화도 눈에 띄었다. 기존 한국 공연의 악기가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됐다면, 일본 공연은 비올라를 추가해 4중주로 재편성됐다. 공연 끝 조용히 울려 퍼지는 다미로 작곡가의 최진 대표 추모곡 ‘Credit For You’도 일본 공연에서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여배우 없이 남자만 등장하는 작품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는데, 긴장감 있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그려져 만족스러웠다”, “간결한 무대 세트로 드라마를 잘 전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한국 뮤지컬을 많이 관람했다는 관람객들은 <광염 소나타>를 이렇게 평가했다. 특히 일본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칭찬해 마지않은 부분은 작곡가의 이야기라는 극 중 설정에 맞게 배우들이 실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었다. 일본에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광염 소나타>가 앞으로 어떤 공연 기록을 만들어갈지 궁금해진다. 

 

 

|       J · 려욱       |

 

제대 후 첫 뮤지컬을 준비하는 기분이 어땠나요? 

앞으로 뮤지컬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군대에 있을 때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특히 불안했던 순간은 내가 무대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였어요. 공연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닌데, 군대에서 보내는 2년이란 시간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이번에 작품하면서 다시 힘을 얻은 것 같아요. 
 

<광염 소나타> 대본을 읽었을 땐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은 결국 음악에 대한 열망으로 파멸에 이르는 작곡가의 이야기잖아요. 주인공 J란 인물은 사회적 기준에서는 비상식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죠.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제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제일 중요하게 봐요. 그래야 관객분들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광염 소나타>는 처음에 그런 판단이 잘 안 됐어요. 그러다 J가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는 뭐예요?

‘빛바래지지 않게’랑 ‘죽음의 얼굴’이요. 처음 들었을 때는 같은 노래인가 싶을 만큼 두 곡이 서로 닮아 있어서 놀랐어요. 그 외에 다른 곡들도 마치 전곡이 하나로 연결된 듯 잘 흘러가요. 어느 한 곡 튀지 않고 잘 이어져서 한 작품을 위해 쓰인 노래라는 생각이 들죠. 아, ‘너의 존재’나 ‘너는 나의 음악’도 좋아요. 그런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J가 부르는 노래는 정말 다 좋은 것 같아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어떤 고민들을 했어요? 

S와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가장 고민됐어요. J와 S의 관계는 순수한 우정일까. 만약 우정 이상이라면, 좋아하는 마음의 정도는 어디까지일까. 이런 고민까지 파고들었던 것 같아요. J의 살인을 표현할 때 도움이 되어준 작품은 <지킬 앤 하이드>예요. 연출님께서 살인을 저지른 J에게 지킬과 하이드의 모습이 동시에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30초 남짓한 짧은 순간에 살인에서 영감을 얻는 J의 복합적인 감정이 표정에서 드러나길 원하셨죠.
 

음악을 위해 비극으로 치닫는 J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물론 곡을 쓰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J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질투라는 감정은 저도 잘 아는 마음이죠. 쟤는 잘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마음에 너무 공감이 됐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저도 제 활동에 J처럼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연애도 안 하니까, 이 정도면 집착 아닐까요. (웃음) 
 

일본 공연이라는 점에서 기대한 부분이 있을까요?

제대 후 일본 팬분들과 만나고 싶었는데, 어떤 자리를 통해 인사드리는 게 좋을까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뮤지컬로 관객들과 만나게 돼서 기뻤죠. 2014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일본 공연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뮤지컬로 일본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근데 어제  첫 공연을 해보니 다양한 관객분들이 와주신 것 같더라고요. 어르신 관객 분들도 눈에 띄고. 이분들은 한국에 오시기 힘들 텐데, 일본에 와서 공연하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어떤 뮤지컬 활동을 계획 중이에요?

아직 정해진 작품은 없어요. 제 바람이라면, 제가 잘할 수 있는 저랑 잘 맞는 작품으로 관객분들과 만나는 거예요. 뮤지컬이나 연극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느끼거든요. 돈이나 벌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결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죠. 다른 욕심 없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       S · 켄       |

 

어제 첫 공연을 끝내고 많이 울었죠. 어떤 의미의 눈물이었을까요?

그만큼 공연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J는 S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 그 소중한 친구를 잃은 거잖아요.  J가 죽은 이유가 음악 때문이었다는 것도 슬펐고요.  아마 첫 공연을 실수 없이 끝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이렇게 세 명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작품은 처음이라 부담을 좀 느꼈거든요. 
 

2015년에 첫 뮤지컬을 하고 나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잖아요.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뭐예요? 

무대 위에서 배우들하고, 또 관객들하고 실시간으로 호흡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두 시간 반 동안 생방송을 하는 거잖아요.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무대가 주는 엄청난 희열이 있어요. 아직 노래나 연기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선배님들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선배님들이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실 때 정말 감사해요.  
 

동시에 두 작품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에 따른 부담은 없었어요?

<아이언 마스크>를 하고 있을 때 회사에서 <광염 소나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우선 대본을 읽어보겠다고 했죠. 처음부터 S로 제안을 받았는데, 저한테는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이 작품을 하고 나면 실력이 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성격의 캐릭터는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근데 두 작품을 병행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처음엔 그 점에서 걱정이 좀 됐어요. 게다가 두 작품은 분위기가 극과 극이잖아요.  두 팀한테 폐를 끼치기지 싫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특히 피아노 연습! 피아노도 처음 쳐보는 거라, 어딜 가나 자리에만 앉으면 건반 치는 시늉을 했어요. 결국 모든 건 연습량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연습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일단 피아노 연습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리고 제가 화를 잘 못 내요. 평소에도 화가 나면 친구들하고 게임하면서 풀지, 화를 밖으로 잘 표출 안 해요. 그러다 보니 화내는 연기를 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근데 공교롭게도 <아이언 마스크>에서도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처음엔 크게 소리 내는 게 좀 낯설었는데, 연출님이나 선배님들이 조언해 주시는 대로 하니까 점점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작품에서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는 뭐예요?

‘빛바래지지 않게’요. 무척 슬픈 노래인데, 제일 좋아요. J랑 같이 연주하면서 노래한다는 점도 좋고요. 
 

이번 공연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처음 뮤지컬을 해봤어요. 다른 멤버들 없이 혼자 일본 활동을 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그래서 좀 설렜죠. 한국어 공연이니까 관객들이 오실지 좀 걱정됐는데, 관객 분들도 많이 와주시고 첫 공연을 집중해서 잘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혹시라도 자막하고 다르게 대사할까봐 걱정했거든요. 그리고 일본에서 공연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저한테는 어디서든 <광염 소나타>라는 작품을 했다는 사실이 가장 의미 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해보고 싶은 작품은 있어요. <인터뷰>요. 저희 팀 엔 형이 출연한 적 있는데, 형한테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세 명만 등장하는 작품을 처음 하면서 등장인물이 적은 작품에 재미를 느꼈어요. 뮤지컬뿐 아니라 연극도 해보고 싶고, 앞으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3호 2018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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