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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앤ANNE> 송영미, ​모두가 사랑에 빠지는 마법 [No.183]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8-12-23 4,127

<앤ANNE> 송영미, 모두가 사랑에 빠지는 마법 

 


 

‘누구든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마법의 소녀.’ <앤ANNE>을 관람한 한 관객의 SNS에서 이러한 문장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건 주인공 빨강 머리 앤에 대한 수식어이자 그 앤을 연기한 배우 송영미를 향한 찬사였다. 이 문장을 기억하고 있는 건, 나 또한 극장에서 그 마법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앤ANNE>에서 가장 어린 시절 앤인 ‘앤1’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주인공 프란체스카의 철부지 딸 ‘캐롤린’으로 무대에 오른 송영미는 작은 체구와 앳된 얼굴, 하지만 ‘깡다구’가 느껴지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이목을 끌었다. 시끄럽고 제멋대로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두 소녀를 완벽하게 체화한 그를 보며, 나는 마치 앤에게 홀린 매슈처럼 저 배우는 누굴까 하는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송영미가 부리는 마법의 비밀을 완전히 파악할 순 없지만, 인터뷰에서 느낀 그의 남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잘 보이기 위한 빤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배우를 간절하게 꿈꿔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배우로만 살고 싶진 않다는 그의 서슴없는 고백은 우리가 흔히 신인에게서 기대하는 충성 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빤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그의 이력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공연에 임해 왔는지를 증명한다. 여느 뮤지컬 배우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다른 생각을 지닌 배우, 송영미가 내뿜는 신선한 아우라는 여기서 비롯한 건지도 모르겠다. 

 

배우를 꿈꾸게 만든 작품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엄마를 따라 공연을 보긴 했지만 배우를 꿈꾸지는 않았다. 난 키도 작고 특별히 예쁜 얼굴도 아니니까. 고등학생 때 밴드부와 연극부에서 활동했지만 그때도 ‘연기 재밌네’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스무 살에 극단 걸판의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을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공연이 끝나고 오세혁 연출님께 인사를 드렸다. 내가 안산에 산다고 하자 연출님이 우리 극단도 안산에 있으니 밥 먹으러 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밥 먹으러 갔다가 극단에서 활동해 보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좋아요’ 하고 입단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오디션에 도전한 이유는? 

극단 걸판은 마당극 전문 극단인데, 박기태 작곡가님이 합류하시면서 뮤지컬로 영역을 넓혔다. 초기에는 노래하는 단원이 거의 없어서 뜻하지 않게 내가 작곡가님의 뮤즈가 됐다. 첫 뮤지컬이 <나무 위의 고래>였는데, 그때 만난 이현정 안무가님께서 내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오디션을 권하셨다. 솔직히 대극장 뮤지컬이 욕심났다기보다 ‘옥주현 배우 딸 역할’이라는 말에 혹했다. 옥주현 선배 얼굴이라도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장에 갔다가 운 좋게 붙었다. 내 생애 첫 오디션이었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성량과 딕션이 독보적이다. 

같이 공연하는 선배들에게 ‘목에 스피커 달고 왔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무래도 마당극을 오래 해서 그런가 보다. 야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면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해야 하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잘 들리게 말하는 것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 그게 내 자부심이다.
 

대극장 뮤지컬에 출연할 때와 극단에서 활동할 때의 차이점은? 

배우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대극장 뮤지컬의 제작 환경이 내겐 낯설었다. 극단에서는 의상을 구하는 것도, 분장을 하는 것도, 무대를 만들고 설치하는 것도 다 단원들이 직접 하기 때문이다. <앤ANNE>에서도 내가 직접 주근깨를 그리고 머리를 땋는다. 빨강머리 염색도 집에서 셀프로 했다. 신경 쓸 게 많으니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극단 작품에 대한 애정도 크다.
 

<앤ANNE>의 앤1을 연기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은? 

앤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앤1은 세 명의 앤 가운데 가장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사나 대사만 보면 은근히 슬픈 내용이 많다. 첫 곡인 ‘내가 앤이야’만 해도 외톨이 앤이 상상 속에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과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하지만 난 절대 슬프게 연기하지 않는다. 공연을 준비하며 원작 소설과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어떤 상황에도 기죽지 않는 앤의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누가 자길 지적하면 움츠러드는 게 아니라 ‘으아! 어쩌라고!’ 하고 더 세게 나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모습을 무대에서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뮤지컬 배우 중 9할은 못 해봤을 경험이 있다면? 

밀양에서 <늙은 소년들의 왕국>을 공연했을 때 일이다.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데 그날따라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파라솔이 쳐진 객석에는 백여 명의 관객이 기다리고 있었고, 연극 정신으로 똘똘 뭉친 우리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공연을 강행했다. 비 때문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고래고래 노래하는 내 모습이 지금도 영상으로 남아 있다. 얼굴에 흐르는 게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더라.
 

자신의 이미지와 실제 성격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흔히들 내가 밖으로 쏘다니는 걸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나는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내 취미는 미싱과 독서다. 옷을 대부분 구제로 사서 수선해 입는다. 책은 무조건 매일 읽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해서 그의 소설은 전부 읽었다. 
 

다른 배우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배우가 아니라면 어떤 직업을 택할지 궁금하다. 배우 일은 평생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나는 만약 배우를 그만둔다면, 자원봉사센터에서 장애인 돕는 일을 하고 싶다. 최근 안산에서 올라간 <헬렌 그리고 나>라는 공연에서 헬렌 켈러를 연기했는데, 덕분에 수화를 공부할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수화에 대한 책과 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독학했다. 여유가 생기면 제대로 자격증도 따고 싶다. 
 

당신에게 완벽한 행복이란? 

매일 자기 전에 그날의 행복한 일 세 가지를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집에서 전기장판 깔고 TV 보면서 귤을 까먹는데 너무 만족스러워! 그럼 그게 그날의 행복인 거다. 구제 옷을 사서 미싱으로 패치를 달았는데 너무 예뻐! 그럼 또 그게 행복인 거고. 완벽한 행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루하루 행복했던 순간들이 나한테는 완벽한 행복처럼 느껴진다.
 

<앤ANNE>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마디? 

삶에서 피하고픈 길모퉁이를 만났을 때, 이 작품을 보러 오시면 우리가 손을 잡고 함께 모퉁이를 돌아드릴 거다. 저 길모퉁이를 돌면 분명 좋은 일이 펼쳐질 테니까. 많이들 오셔서 행복한 에너지를 받아 가시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3호 2018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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