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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걸어온 10년 [No.192]

글 |박병성 사진 |김지현 2019-09-29 7,999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걸어온 10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대세인 시기에 체코와 비엔나 뮤지컬을 소개하며 업계에 진출했던 EMK뮤지컬컴퍼니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비주류였던 유럽 뮤지컬을 주류로 이끌고  2016년 이후 거의 매해 한 편씩 대형 창작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는 EMK뮤지컬컴퍼니는 현재 한국 뮤지컬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작사이다. 엄홍현 대표에게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10년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앞으로 100년에 관한 것이었다.


 

10년, 당당히 업계 선두에 서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0년을 되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해 달라.  2008년인가 <햄릿> 준비하면서 숙명여대 지하 공간에서 남의 사무실 공간을 빌려 쓸 때, 김지원 대표랑 김현희 팀장, 나 셋이 큰 테이블 하나 놓고 생활하던 장면이 많이 생각난다. 그때 만난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 다들 너무 유명해졌다. 그리고 <모차르트!> 초연 연습 중에 조성모 배우가 부상당해 망연자실했는데, ‘황금별’에 나오는 노래처럼 신이 김준수라는 사람을 선물했다. <모차르트!> 첫 공연을 보는데 김준수가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그때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첫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를 준비하던 시절, 수면제에 우울증 약까지 먹게 돼서 병원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할 정도였다. 
 

10주년을 맞은 감회는 어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가 10주년인지 몰랐다. 올해가 10주년이라니 마음이 이상하더라.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드라큘라> 끝내고 무언가 보여주고 끝내겠다는 마음이었다. 조금만 하고 그만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믿기지 않는다. 작품 하나하나 할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한 것 같다. 얼마 전 일본 토호 극단 사람을 만났는데 10주년을 축하해 주었다. 그래서 토호는 얼마나 됐냐고 했더니 96년이라고 하더라. 4년 후면 100년이다. 얼굴이 뜨거웠다. 토호를 만나고 난 후 나보다 더 회사를 잘 이끌 사람이 대표가 되어 다음 세대에도 EMK가 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대세인 시기에 유럽 뮤지컬을 시장에 소개해 성공시켰다.  나라고 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하고 싶지 않았겠나. 당시 EMK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관심 밖이었다. 노크를 했는데도 대답이 없으니까 나름대로 찾았던 것이 제3의 지역 작품이었다. 음악과 대본을 우리 식으로 수정해서 선보인다면 우리 스태프들의 입장에서나, 앞으로 창작을 할 때 더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선택이 대형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팬텀> 이후로 브로드웨이 작품은 안 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에 갔는데 많은 제작사에서 제안을 해서 놀랐다. 브로드웨이는 풀 라이선스 형식을 주로 제안한다. 우리는 재창작이 가능한 라이선스를 원한다. 그런 권리를 주는 제작사와 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창작을 하면 된다. 새로운 라이선스 뮤지컬로 몇몇 군데와 접촉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하면 로컬라이징이라든가, 화려한 비주얼이 떠오른다. 이런 작품의 색깔은 프로듀서의 생각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영화는 가면 갈수록 더 많은 것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은 객석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하기 어렵다. 브로드웨이도 대관료나 인건비가 많이 상승해서 예전처럼 비주얼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프로듀서의 역할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 되어 버렸다. 전체 수익 대비 사용 가능 비용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스테이지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은행원 출신이라고 들었다. 이젠 빠른 숫자 계산이 프로듀서의 능력인 것이다. 나는 역으로 갔다. 14~15만 원 하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찾는 관객들에게 EMK의 뮤지컬은 영화보다 더 멋진 비주얼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작하면서 이 비용 안에서 해결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것은 디자이너와 스태프의 재능을 막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신작은 창작만 선보이고 있다.  라이선스도 계속하겠지만 창작을 하겠다는 원칙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로열티를 주는 게 너무 아깝다. 내년에도 중극장 규모의 영화 원작 뮤지컬 <미스 홍당무>를 올리고, 후년에는 베토벤을 소재로 한 창작을 준비 중이다. 매년 창작뮤지컬 한 편씩 올리는 셈이다. 한국의 배우나 스태프의 실력이 뛰어나다. 우리도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너무 빨리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들도 있는데, 준비는 미리 4~5년부터 시작한다. 3~4년 이후에 올릴 작품의 회의를 지금하고 있다. 내후년에 올릴 <베토벤>(가제)만 해도 이미 11곡이 나왔다. 
 

중극장 규모의 작품은 그동안 안 했다. 수익성이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가? 수익성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뮤지컬로 성공한 분들은 대극장 작품을 만든 분보다 소극장 쪽이 더 많다. 오히려 소극장이 수익을 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중극장 작품으로 <춘우>를 개발하다가 맘에 들지 않아서 내놓지 않았다. <엑스칼리버>도 만족하지 못해서 한 번 엎고 이번에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 중극장 규모의 <미스 홍당무>를 올리는데 눈을 행복하게 해주는 EMK의 기술을 보태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창작자들과 함께 제작하려고 한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다

 

EMK는 창작뮤지컬을 만들 때 중요한 스태프는 해외 창작진을 기용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작품을 창작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작품의 소재 때문인 것 같다. 창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타하리>나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까지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왔다. 그 소재에 익숙한 창작자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또 하나는 전 세계에 진출해야 하는데 세계 시장에서 우리 회사의 인지도가 약하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세계 시장으로 나갈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다. 
 

많은 제작자들이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꾼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2013년에 창작뮤지컬을 개발하기 시작할 때부터 해외 시장을 고려했다. 이것은 EMK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아시아 시장 진출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EMK뮤지컬컴퍼니는 미국이나 영국, 독일어권까지 그 존재를 알렸다고 생각한다. 내년 정도에는 외국에 나가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기존 제작사가 하던 방식하고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EMK뮤지컬컴퍼니 작품의 힘으로 시도하려고 한다. 첫발을 잘 딛어야 다음 진출도 힘을 받기 때문에 다양한 제안이 오고 있지만 원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계속 협의하는 단계다. 
 

프로듀서로서 궁극적인 꿈이 무엇인가? 제작자라면 누구나 다 비슷할 것이다. 한국 작품으로 토니상을 받고 싶다. <엑스칼리버>를 올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전까지는 열심히 해서 전 세계에 한국 뮤지컬로 태극기를 꽂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우리 회사를 나보다 더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넘겨주고 싶다. 2~3년 안에 찾는 게 목표다. 그렇지 않으면 100년이 가는 회사가 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듀서는 배우, 스태프, 직원과 소통하고, 아티스트의 생각을 끌어내고 모아서 실천하는 사람이다. 나의 전성기는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베토벤>에 쏟아붓고 나면 내리막으로 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계속하겠지만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프로듀서를 찾아내야 한다. 
 

프로듀서의 자질에 조율과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면 오히려 경험과 연륜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난 반대라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정서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제작자 뿐만 아니라 스태프도 ‘내꺼’라는 생각이 강하다.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한 작품을 만들 때 대략 200명이 모인다. 누구 한 명의 책임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내 것이 아니지 않나. 각자 책임을 다하면서 그 책임의 덩어리로 일이 되는 것이다. 한국 프로듀서들은 권위적인 요소가 많다. 작품을 만들 때 목소리를 크게 내는 편인데 이제는 그것이 아티스트들에게 권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노땅이 되어 진상을 부리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10년 이후의 EMK뮤지컬컴퍼니의 행보는 어떨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일단 한국에서만 작품을 만들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미국 배우로 작품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몬테크리스토>는 라이선스지만 영어 제작 판권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형태의 라이선스 작품이나 창작 작품으로 전 세계 투어를 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주년에는 20년을 이끌고 갈 새로운 프로듀서가 인터뷰하고 있지 않을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2호 2019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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