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 공연계 직업 탐구, 알앤디웍스 조성환 PD [No.198]

글 |배경희 사진제공 |알앤디웍스 2020-04-03 1,994

공연계 직업 탐구 

공연 프로듀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로 해외 팀과 작업하는 연출부는 무슨 일을 하나요? 홍보마케팅 팀의 업무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요? 공연계 입문을 희망하는 예비 공연인들의 단골 질문 리스트를 뽑아보자면 이렇다. 궁금증을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이들을 직접 만나보는 것 아닐까. 각각의 영역에서 오랜 시간 노하우를 쌓아온 3인방에게 공연계에서 프로로 살아남는 법을 들어본다. 

 

알앤디웍스 조성환 PD 

신뢰라는 강력한 무기

 

알앤디웍스의 조성환 PD는 대학 졸업 후 에이콤의 제작연출 팀 소속이 되면서 공연계에 입문했다. 2013년, 알앤디웍스가 제작 대행을 맡았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PD 타이틀을 달게 됐고, 이듬해 초연한 창작뮤지컬 <더 데빌>의 개발 과정부터 참여해 작품을 이끌었다. 현재는 알앤디웍스의 신작 <검은 사제들>을 맡아 작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PD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우선 용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프로듀서는 각각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프로듀서, 책임 프로듀서, 협력 프로듀서, 보조 프로듀서, 공동 프로듀서 등으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협력 프로듀서나 보조 프로듀서를 제작PD라 부른다. 프로듀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공연을 흥행으로 이끄는 것이라면, 제작PD는 배우와 창작자, 스태프 등 공연에 참여하는 여러 파트의 사람들이 협력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중간에서 관리자 역할을 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각의 파트 사람들이 각자 맡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연출가의 역할은 연출가를 보조하는 것인데 연습실에서 무대감독이나 컴퍼니 매니저가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있다면 자기가 맡은 바를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다.   
 

알앤디웍스는 다른 제작사들과 달리 컴퍼니 매니저가 소속되어 있다. 그 이유는 뭔가.  프리랜스 컴퍼니 매니저가 우리 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서로 손발을 맞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과거 다른 제작사하고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공연을 안 하는 기간에도 웬만하면 컴퍼니 매니저를 두려고 하는데, 정직원 채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한 명의 프리랜스와 장기 계약을 맺는다.


 

지금까지의 참여작 가운데 PD로서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작품은 무엇인가.  2013년에 올라간 <위키드> 한국어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로는 드물게 샤롯데씨어터에서 일 년 가까이 공연한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그 공연을 통해 많은 해외 스태프들과 작업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공연 준비 당시 작곡가와 연출가뿐 아니라 주요 디자이너들까지 전부 내한했으니까. 해외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그들의 작업 시스템을 따라야 했는데, 개인적으론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이 전체 연습 일정에 참여해야 하는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원 캐스트로 공연을 진행하는 해외 팀 상식에서는 계약상 약속된 기간에 이뤄지는 연습인 이상 그날 연습에 자기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든 없든 진행 과정을 보기 위해서라도 연습실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배역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말이다. 멀티 캐스팅이 일반화되어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던 터라, 배우들을 설득하기까지 몇 번의 충돌이 있었다. 양쪽의 공연 문화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맞다고 할 순 없지만, 철저하게 창작진과 스태프 입장에서 보자면 해외 팀의 방식이 연습 진행에 훨씬 효율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PD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작품이 지닌 잠재적 가능성을 판단하는 능력 아닐까 싶다. 가령, 초연에서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더라도 수정을 거친 후 재공연부터 빛을 보는 경우가 있지 않나.  <더 데빌>이 딱 그런 경우다. 2014년 초연 당시 드라마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우디 박과 이지혜 작곡가가 공동 작곡한 뮤지컬 넘버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2017년에 극장의 규모를 줄여 재공연을 올린 이유다. 소극장에서 공연하다 보니 라이브 밴드가 아닌 MR을 사용해야 했지만, 그때부터 <더 데빌>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한 해에 올라가는 작품 수가 많아진 탓에 흥행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고충이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티켓 매출액을 예상해서 그에 맞는 제작비를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흥행을 예측하기가 부쩍 어려워졌다. 우리가 제작하는 작품들은 보통의 경우 티켓 판매율이 60~70퍼센트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데, 어떤 때는 제작비를 줄이고 줄여서 손익분기점을 그 이하로 낮춰도 매출액이 그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역할에 세 명 이상이 캐스팅되는 멀티 캐스팅이 일반화되고, 배우들이 공연 기간이 비슷한 두세 작품에 겹치기로 출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이러한 현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만약 관객의 입장에서 A라는 배우의 공연을 보고 싶은데 딱 한 작품만 관람해야 한다면, 그 배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그렇다고 배우에게 무작정 겹치기 출연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요즘 같은 때에 한 번에 한 작품만 하면 일주일에 2~3번꼴로 무대에 설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해서는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연계 제작사들이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제작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제작PD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성실함, 책임감, 그리고 위기 대처 능력. 매일 밤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의 특성상, 한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크고 작은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지난 2월에 막을 내린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공연이 끝나갈 무렵에 상주 스태프 3명이 A형 독감에 걸려 격리 조치된 적이 있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작PD는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공연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지 않나. 더욱이 제작PD는 배우와 창작자, 홍보 담당자 등 다양한 파트의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PD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공연 제작사나 홍보사, 국공립 단체를 잘 찾아보면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우리 회사에도 재학 중 인턴으로 들어왔다가 졸업 후에 정식 채용된 직원이 있다. 아직 학업을 마치지 않았더라도 취업을 희망하는 곳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를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는 게 업무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당부하는 것은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해서 막연히 공연계에 뛰어들 생각이라면 다시 한 번 재고해 보는 게 좋다. 공연 관람을 취미로 좋아하는 것과 공연 제작 일을 하고 싶은 것은 별개의 문제다. 처음부터 작품 제작을 맡는 시작하는 PD는 거의 없기 때문에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들어와야 금세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 제작 일을 하는 데 플러스로 작용하는 신념이 있나.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는 게 내 신념이다. 배우든, 스태프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으면 그 관계는 무너지기 쉽다. 최근 공연계에 좋지 않은 일이 많았는데, 대부분 임금 미지급 같은 돈과 관련된 문제이지 않았나. 개런티 지급처럼 기본적인 약속을 어기면 과연 누가 그 제작사를 신용할 수 있을까. 또한 무에서 유로 공연을 만들려면 서로 간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 정해진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에 많은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처음 보는 나이 어린 스태프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역시 작품의 구성원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8호 2020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