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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렌트> 장지후, 이유 있는 패기 [No.201]

글 |배경희 사진 |오충석 2020-06-17 3,915

<렌트> 장지후 
이유 있는 패기




“설마? 진짜? 처음엔 오디션 합격 소식이 믿기지 않았어요. 그러다 점점 실감나기 시작하면서 짧은 순간 여러 감정들이 마음속에 떠올랐어요.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가 갑자기 공연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 왔죠. 하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했어요. 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은 뮤지컬배우로서 큰 영광이잖아요.” 9년 만에 재공연 소식을 알린 <렌트>에서 당당히 로저 역을 거머쥔 장지후는 여전히 흥분 가득한 목소리로 이 공연의 일원이 된 소감에 대해 말했다. 대학 시절에 학교 실습 공연으로 <렌트>를 경험해 본 이후 언젠가 꼭 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역할로 오래 기다려온 그 무대에 서게 됐으니 그가 지금 느끼는 설렘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1차 오디션이 끝난 후에 심사위원분들이 다음번에는 로저를 준비해올 수 있겠냐고 했어요. 나한테 까칠하고 멋있어 보여야 하는 록커의 느낌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열심히 준비해서 끝까지 가보자 싶었죠. 그래도 하나 다행이었던 건, 학교 공연 때의 기억 때문에 단기간에 로저가 부르는 노래를 익히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거예요.”

죽음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가난한 청춘 예술가들의 이야기이기에 젊은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특권 같은 작품인 <렌트>에서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저는 지금까지 로저가 부르는 ‘원 송 글로리’가 슬픈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노래를 자꾸 듣다 보니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로저가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데는 한국 공연에 처음 참여하는 연출가 앤디 셰뇨르 주니어의 영향이 큰단다. “앤디는 <렌트>의 오리지널 창작자인 조나단 라슨과 직접 작업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에요. 본인이 엔젤 역으로 공연에 출연한 적도 있고요. <렌트>라는 작품이 세상에 나온 이유와 그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배우들이 다른 무엇이 아닌 이 작품에 담긴 정신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해주시죠.”

세상에 부딪쳐 자기 인생의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스무 살, 무대 제작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배우의 꿈을 품고 반 년 만에 입시를 준비해 새로운 인생 설계에 들어갔다는 장지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연’이 가져온 ‘필연’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저한테 배우는 TV에 나오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었어요. 어렸을 때 제가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죠.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연 무대 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저를 이전에는 꿈꿔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어요. 무대에서 들리는 대사를 따라하는데, 제 안에 어떤 감정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꿈을 조금씩 키워나간 게 아니라,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한 번에 싹을 틔워서 그 길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연기 학원을 찾아 갔어요. 그리고 반 년 후에 공연영화학부에 들어가게 됐으니 운이 좋았죠.”

장지후의 이야기를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그가 걸어온 길을 ‘운’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테지만, 그가 진짜 자신의 무대에 서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군대에서 군 뮤지컬 <생명의 항해>로 데뷔한 후 먼 길을 돌아 그의 뮤지컬 인생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된 2017년 <꽃보다 남자>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특히 이듬해 공연한 2인극 소극장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그를 단 번에 주목받게 한다. “바로 이전 작품이었던 <벤허>에서는 앙상블로 하모니를 이루는 게 중요했으니까, 관객들에게 제 목소리를 온전히 들려주는 게 처음에는 무척 어렵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소극장에서는 관객들이 정말 코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마마, 돈 크라이!>는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인 만큼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관객들에게는 제가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한 배우나 다름없었을 텐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더니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내가 재능이 아주 없진 않구나’ 용기를 얻었죠.” 지난 3년간 뒤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온 탓에 문득 바쁘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얼떨떨할 때가 있다는 장지후. 그가 지금 바라는 것은 무리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다. “저는 어렸을 때 제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어요. 늘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웠죠. 그래서 이제는 제가 제 편이 되어주고 싶어요.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무리한 욕심을 부리는 데 마음과 시간을 쓰는 대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1호 202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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