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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김준영, 좋은 배우로 향하는 길 [No.202]

글 |박보라 사진 |황혜정 2020-07-28 2,606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김준영
좋은 배우로 향하는 길


 

최근 대학로에서 떠오르는 신예 중 김준영은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외모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잘생긴 배우’라는 수식어로 기억하기엔 아쉽다. 김준영은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치열하게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사랑은 비를 타고>로 데뷔한 그는 <더 픽션>, <정글라이프>, <세종, 1446>까지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올해는 가속도를 밟으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알렉산더>에 주역으로 출연했고, 7월에 개막하는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에도 캐스팅됐다. 
 

어쩌면 누군가는 연기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절망적인 말을 건넬 수 있는 스물아홉에 뮤지컬 무대로 뛰어든 이유는 남들보다 늦은 대학 입학으로 자연스럽게 늦어진 군 입대 때문이다. 김준영에겐 9년 전 그의 첫 무대였던 학교 공연과 인생의 첫 커튼콜이 여전히 소름 돋는 기억이다. 반년 넘게 홀로 미래를 고민하던 김준영은 그 짜릿한 느낌을 잊지 못하고 결국 무대에 인생을 걸었다. 그렇게 만난 작품은 데뷔작 <사랑은 비를 타고>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어요. 또 무대에 오르는 마음가짐을 다시금 다잡게 된 계기였고요. 뮤지컬배우의 삶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고 노력해야만 해요. 지금도 그렇고요. 저는 지금도 뮤지컬배우가 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어요.”
 

올해만 해도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알렉산더>를 연이어 공연한 김준영의 다음 계획은 휴식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 <루드윅>을 만난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단다. <루드윅>은 천재적인 작곡가 베토벤을 다룬 이야기다. 자신의 한계점을 인지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청년기와 자신의 분신인 조카 카를과 트러블로 마음고생하는 노년기까지 인간적인 베토벤의 모습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김준영은 때로는 청년 베토벤으로, 때로는 베토벤의 조카 카를로 무대에 오른다. “지금은 카를을 어떻게 표현해 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연출님의 의견을 살짝 말씀드리자면, 지난 시즌의 카를이 소년 같았다면 이번 시즌의 카를은 조금 더 성숙한 청년의 모습으로 강조하려 하신대요. 저도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중이에요. 또 청년과 카를을 동시에 연기하는데, 굳이 두 인물의 차별성을 강조할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청년과 카를은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이거든요. 제가 정확하게 이들의 이야기에 모든 걸 던져서 연기하면, 보시는 분들도 청년과 카를이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단번에 느끼실 거예요.” 
 

초연과 재연을 거듭한 <루드윅>은 배우들의 감정 소모가 심한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김준영도 에너지를 많이 쏟아내는 중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가장 큰 이유는 청년으로 젊은 시절의 베토벤 이야기를 풀어낸 이후 카를로 등장하는 1인 2역을 맡았기 때문일 테다. 게다가 청년과 카를의 에피소드는 <루드윅>을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를 전한다. “얼마 전 청년으로 등장하는 장면 연습을 끝내자마자 저도 모르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이 생각했어요. 무의식 속에 이미 격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인정해 버리고 과하게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때 무언가 확 깨달았어요. 공연 개막까지 가장 큰 숙제는 제가 연기하는 청년과 카를이 어느 정도의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에요. 그래야 두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1인2역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 않았을까. 그는 불과 얼마 전 막을 내린 <알렉산더>에서도 경주마 알렉산더이자 경마장 운영단장 대니로 동시에 두 캐릭터를 연기했다. “1인2역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두 인물을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즐겁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계속 무대에 등장할 때 느껴지는 재미가 있어요. 한 작품에서 다양한 매력을 전달할 수 있어서 특별해요.” 
 

김준영은 <루드윅>의 대본을 고민하며 작품이 지닌 매력을 느꼈단다. 그가 가장 흥미를 느낀 지점은 청년을 찾아온 여성 마리와의 에피소드다. “그 장면의 대본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내게 물어봤어요. 왜 청년은 마리에게 이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사실 그 질문에 정해진 답이 없거든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이 장면에서 청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지더라고요. 질문의 답은 단번에 떠오르지 않잖아요. 궁금한 부분에 질문을 건네고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루드윅>에 더 빠지게 됐어요.”


 

베토벤의 운명이 음악이었다면, 김준영의 운명은 무대다. “무대에 서 있는 순간에는 스스로 확신하려 해요. 특히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에는 ‘나’를 믿죠. 한 작품을 준비하면서 혹은 공연을 마치면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고, 반성해야 할 점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불안하거나 걱정되는 마음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면 정말 나를 잃게 되더라고요. 무대에 있는 순간에는 내가 해야 하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쏟아내자. 대신 반성과 비판은 무대 아래에서 하자. 그렇게 다짐했어요.” 그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은 이거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누구에게나 좋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리고 김준영은 열심히 노력해서 진지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로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2호 2020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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