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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제이미> 조권·제이미 캠벨 , 우리는 아름다운 우리를 사랑해 [No.203]

글 |배경희 interpreter | 김수빈 번역가 2020-08-31 3,191

<제이미> 조권·제이미 캠벨 
우리는 아름다운 우리를 사랑해


한국에 이제 막 상륙한 <제이미>는 십 대 소년이 드래그 퀸이라는 자신의 꿈을 세상에 알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흥미로운 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 제이미라는 인생캐를 만났다는 조권과 그 인생캐의 출발점인 제이미 캠벨이 나눈 솔직하고도 재미있는 대화를 여기에 옮긴다.



특별한 교집함   

조권_ 만나서 반가워! 나는 코리아 넘버원 제이미야. 하하.
제이미_ 안녕, 넘버원~ 하하.
조권_ 거긴 아침이지? 여긴 오후 다섯 시 반이라 이제 몇 시간 후면 난 무대에 있을 거야.<제이미>를 공연하기 전에 ‘제이미’랑 영상 인터뷰를 한다니. 이거 너무 떨린다!
제이미_ 나도 긴장돼. 난 공연은 안 하지만. (웃음)
조권_ 지난달이었나? <제이미> 서울 공연 개막 전에 인스타그램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준 적이 있잖아? 그때 진짜 놀랐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제이미 배우들까지 다들 엄청 감동받았어.
제이미_ 힘이 됐다니 기쁜걸. 내가 더 고마워. <제이미> 서울 공연은 여기 영국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정말 특별해. 영국은 코로나 때문에 모든 공연이 취소됐거든. 한국에서 <제이미>가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줘.
조권_ 코로나 시대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이미>를 공연할 수 있어서 나도 영광이야. 더욱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제이미_ 한국이 코로나에 얼마나 잘 대처하고 있는지는 여기 뉴스를 통해서도 알 수 있어. 우린 아직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처럼 잘 헤쳐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조권_ 내가 ‘제이미 캠벨’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흥미로웠던 부분은 성장 과정에서 나랑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거야. 네가 방송국에 다큐멘터리 사연을 보냈던 것처럼 나도 열세 살 때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거든. 그 일로 내 인생에 많은 변화들이 생겼고.
제이미_ 나 그 이야기 알아! 이번 인터뷰 전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그 기사를 읽자마자 너무나 ‘제이미’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 네 어린 시절이 어땠을지 성장 스토리가 궁금해지더라.
조권_ 나에 대해 찾아봐 줬다니 고마워.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다면, 방송국에 사연을 보낸 이유가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드레스를 입고 가기 위해서였다며? 진짜 대단하다. 방송이 뮤지컬로 만들어질 줄 알았어?
제이미_ 전혀! 뮤지컬은 아예 생각도 못한 일이야.
조권_ 이젠 영화로도 제작 중이라고 하던데? 다큐멘터리부터 뮤지컬, 영화까지, 네가 방송국에 보낸 사연에서 시작된 놀라운 일들 가운데 가장 믿기지 않은 사건은 뭐야?  
제이미_ 아무래도, 엄마랑 함께 올리비에 어워드에 참석했던 거?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시상식 레드 카펫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거든. 올리비에 어워드가 열리는 로열 알버트홀은 런던에 있는 큰 공연장인데, 실제로 가보니까 정말이지 엄청, 엄청, 규모가 컸어. 많은 셀럽들 사이에서 엄마랑 둘이 ‘우와, 우와, 우와아아!’ 이 소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 (웃음)
조권_ 나도 그 시상식 사진 봤어. 너무 아름답더라!
제이미_ 오 마이 갓! 진짜? 고마워. 참, 내가 옷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 조만간 패션 레이블을 발표할 예정인데, 네가 나중에 그 옷을 입어주면 진짜 기쁠 거야. 
조권_ 나? 내가? 완전 좋지! 안 봐도 나랑 완전 잘 어울릴 것 같아. 
제이미_ 내가 생각해도 그래. (웃음)
조권_ 어떤 스타일의 옷이야? 
제이미_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젠더 프리 패션이야. 레저 스포츠 웨어를 기반으로 하는데, 입기엔 편해도 촌스럽진 않은 옷을 만들고 싶어. 트랙 슈트를 만들더라도 거기에 재미있는 디자인 요소를 담는 식으로. 내가 몇 가지 디자인을 보내줄게.
조권_ 벌써 마음에 드는데? 하하. 나도 패션에 관심이 많아. 그중에서도 특히 신발. 예전에 ‘애니멀’이라는 첫 솔로곡을 준비할 때, 19센치 힐을 신고 뮤비를 찍은 적도 있어.
제이미_ 오, 궁금하다.
조권_ 근데 옷은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한 거야?
제이미_ 내가 어렸을 때 우리 할머니는 커튼 가게를 하셨어. 집에 커튼 샘플이 많다 보니 엄마가 그걸로 내 옷을 만들어주곤 하셨는데, 어느 날 나도 엄마처럼 옷을 만들어 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겠다고 했지. 그게 이렇게 발전하게 될 줄은 몰랐어.
조권_ 혹시 <제이미> 영국 팀 배우들 얼굴이 들어간 드레스도 직접 만든 거야? 난 그 드레스를 보면서 ‘저기 내 얼굴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했어. 하하. <제이미>가 전 세계에서 공연돼서 각국 제이미 배우들의 얼굴이 들어간 드레스가 만들어지면 멋지겠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조권_ 네 다큐멘터리가 관심을 모았던 이유 중 하나는 열여섯 살이란 어린 나이에 드래그 퀸이 되고 싶다고 밝혔기 때문이잖아? 넌 언제부터 그런 꿈을 갖게 됐어?
제이미_ 난 어려서부터 꾸미는 걸 좋아했어. 어렸을 때 자주 엄마 옷을 입고 놀았는데, 그러다 이렇게 깨달았어. 아, 이게 내가 원하는 일이구나. 내가 나를 꾸미는 방식을 통해 내 자신을 표현할 때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사람들은 보통 ‘드래그 퀸’이라고 하면 ‘대체 뭘 하는 거지?’ 하고 반응하겠지만, 난 나한테 이 일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결국엔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 기뻐!
조권_ 나도 어렸을 때 엄마 옷 꺼내 입고 놀았는데. 내 핸드폰에 그때 찍은 사진도 있어. 잠깐만 기다려, 사진 찾아서 보여줄게.
제이미_ 오 마이 갓. 너무 귀엽다. 하하.
조권_ 인터뷰 기사에서 읽었는데 넌 열네 살에 커밍아웃을 했잖아?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어?
제이미_ 영문학 수업 시간에 게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거야. 애들끼리 말싸움이 될 정도로 무섭게 토론을 벌이는데,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그랬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게이가 있고, 게이가 아닌 사람들도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 그건 이상한 게 아니야.” 그랬더니 애들이 “제이미, 너, 게이야?” 그러더라고. 그래서 맞다고 했지. 난 학교 다닐 때 ‘남자답지’ 않은 행동 때문에 항상 괴롭힘을 당했어. 그날 그 사건 이후에 애들의 괴롭힘이 멈춘 건 아니지만, 대신 그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 같아. 만약 학교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 학교라는 작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너를 정의할 수 없고, 그 작은 세계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거기에 갇히지 말고 네가 네 인생을 선택하면 된다고.
조권_ 와,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하라니, 너무 공감되는 멋진 말이다. 남들과 다른 게 틀린 건 아닌데, 그걸 왜 잘못된 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제이미>에 네가 살면서 겪어온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런지, 엔딩 장면에서 흰 색 드레스를 입고 졸업 파티에 나타난 제이미가 ‘이게 진짜 내 모습이야’라고 할 때 진짜 감동적이야.
제이미_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때?
조권_ 우리나라는 아직 보수적인 면이 있는 사회라, 드래그 퀸과 게이를 조금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그런데 <제이미>를 보러 온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닫혀 있는 마음도 활짝 열고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 커튼콜에서 관객들의 행복한 표정을 볼 때 정말 뿌듯해.
제이미_ 사람들한테 종종 <제이미>가 어느 나라나 도시에서 공연되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거든? 그럼 난 세상 모든 곳에서 공연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왜냐면 네가 말한 것처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공연이니까. 전 세계 모든 나라 크고 작은 도시에서 공연돼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 당장은 지구 반대편에서 공연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지만.
조권_네가 처음 이 공연을 봤을 때는 기분이 어땠어? 무대 위에서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되게 신기할 것 같아.
제이미_ 기분이 진짜 묘했어.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이 개막하기 전에 대본을 미리 보내줬는데, 차마 못 읽겠더라고.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랑 같이 공연을 보러 간 거야. 공연을 보면서 둘 다 얼마나 울었는지. 하하.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엄마랑 나를 무대 위로 불렀는데, 그때도 우리가 무대에서 계속 울고 있었대. (웃음) 내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정말 놀라운 일이야.
조권_ 우리 엄마도 내 첫 공연을 보면서 펑펑 우셨대.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제이미가 드래그 퀸 ‘나나나’로 변신하고 커튼 뒤로 멋지게 퇴장하잖아? 엄마는 그게 세상이란 험한 전쟁터로 나서는 모습처럼 보여서 너무 슬프셨대. 
제이미_ 감동적인 이야기다. 아들을 이렇게 지지해주시는 거 보면 너희 어머니도 분명 멋진 분이실 것 같아.
조권_ 뮤지컬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뭐야? 네 마음을 100퍼센트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곡이 있어?
제이미_ 이 질문은 너무 어렵다. 좋아하는 곡은 언제나 항상 달라지거든. 
조권_ 나랑 똑같다! 사실 나도 그래. (웃음)
제이미_ 그래도 한 곡을 골라보자면, 제이미랑 엄마랑 같이 부르는 ‘My Man, Your Boy’가 좋아. 그게 딱 엄마랑 내 모습이거든. 우리 엄마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든지 항상 지지해주셨어. 엄마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 거야.
조권_ 난 이제 슬슬 공연 준비를 하러 가야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어?
제이미_ 너한테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이야기하면서 네가 <제이미>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거든. 너의 멋진 재능을 내 이야기에 빌려줘서 고마워. 
조권_ 나야말로 고마워. <제이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로서 너무나 큰 영감을 받았거든. 사람들은 그렇게 높은 구두를 신고 춤추면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전혀! 하나도 힘들지 않고, 이 공연을 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  
제이미_ 멋지다! 우리 모두 <제이미>처럼 진실한 삶을 살 수 있길. 안녕!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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