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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INI SPECIAL] <쇼 머스트 고 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다 [No.204]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20-09-02 3,460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다


 

한국 뮤지컬을 이끌어온 대표 뮤지컬 프로듀서가 한자리에 모였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고자 마련한 2020 뮤지컬 갈라 <쇼 머스트 고 온> 기자 간담회를 위해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2006년 뮤지컬협회 출범 이후 이렇게 많은 프로듀서가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는 듯하다.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를 놓칠 수 없어 프로듀서들의 다양한 업계 현안들을 듣고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쇼 머스트 고 온>에는 총 여덟 명이 참여하지만 이번 기자 간담회에는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장우재 프로듀서가 사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인터뷰는 기자 간담회 전후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이 기사는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주제별로 편집한 것이다.

 

* 이 인터뷰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발효되기 이전에 이루어졌다. 

 

 

코로나19 시대의 공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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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정도인가?

박명성˚ 위기감 정도가 아니라 폐업에 들어갈 수준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후배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월세는 물론이고 통신비도 내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미래 예술가를 꿈꾸는 친구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게 선배들의 역할이다. 제작 시스템부터 큰 혁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켜야 한다. 이번 8개 프로덕션의 모임이 콘서트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콘서트가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신춘수˚ 이렇게 외부적인 요인으로 공연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경험은 처음이다. 아직까지 정비가 안 된 상태다. 불안정한 시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정리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설도권˚ 코로나19가 끝나면 공연 관람 욕구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의 공연 관람은 오랫동안 쌓아온 습관으로 성장한 것인데 그 습관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언제 복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공연계에 산재된 문제들이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많은 숙제를 내려놓고 당면한 문제에 급급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우리가 먼저 앞장서서 함께 살아가야 할 배우나 스태프와 함께 동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엄홍현˚ 대극장 공연은 일반 관객이 와야 하는데 다 끊겼다. 상대적으로 마니아 관객이 많이 찾는 소극장 공연의 경우 사정이 나은 것 같지만 예년에 비하면 관객 수가 절반에 못 미친다. 재관람률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봐야 한다. 

송승환˚ 올해 어린이 뮤지컬을 완성도 높여서 선보이려고 했는데 두 개 다 취소됐다. 하나는 <언더 더 씨>이고, 하나는 <정글북>이다. 어린이 공연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배우들은 대형 뮤지컬 출연 배우보다 수입이 열악한데 그 기회마저 잃었다. <난타> 같은 경우는 관객의 80~90%가 외국인이다. 8개 팀이 운영되다 보니 배우가 30명이 넘고 워낙 장기 공연을 하다 보니까 무대감독, 조명감독까지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6개월째 일을 못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굉장히 미흡하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업계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공연 시장 예산은 턱없이 적다. 정부에서 지원을 크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엄홍현˚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부유층이라고 생각해서 지원에 인색한 것 같다. 

설도권˚ 부산의 드림씨어터 재산세가 샤롯데씨어터보다 높다. 드림씨어터는 샤롯데 땅값에 비하면 5분의 1도 안 된다. 그런데도 재산세가 더 높은 이유는 서울에서는 조례를 통해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부산에는 아직 그런 감면 혜택이 없다. 시의회와 논의해서 조례를 만들려고 했는데 세수 담당자가 반대를 했다. <라이온 킹> 티켓 많이 팔고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았냐는 것이다. 공연을 부유층이 즐기는 고급 취미 생활이라 여기고 굉장한 수익을 내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송승환˚ 성공한 사례만 이야기되고 실패한 것은 이야기되지 않아서 그렇다.

엄홍현˚ 공연 투자 회사들이 없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메이저 회사를 제외하고는 작품을 만들지 못할 상황이다. 투자 심의에 들어갔는데 공연의 손익분기점 자체가 너무 높다. 영화가 더 높긴 하지만 영화는 수익이 났을 때 굉장히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공연은 그렇지가 않다. 투자사가 다시 돌아올까 걱정된다. 

 

 

코로나 시대 변화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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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송승환˚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코로나19 이후에도 이 시장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연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에 두 사람만 남아도 연극은 존속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다만 시장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그 이후의 시장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8개의 제작사가 모인 것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당장의 위기 극복도 중요하지만 길게 보면 앞으로의 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예주열˚ 급작스럽게 라이브 공연을 영상 매체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프리 프로덕션을 준비할 때 그에 맞게 배우와 스태프의 계약에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시장엔 아직 러닝 코스트의 개념이 없다. 이제는 준비하다가도 언제 멈출지 모르니까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처럼 프리 프로덕션과 러닝 코스트를 나누어서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좌석 거리 두기가 지속된다면 전체적인 제작비도 낮춰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100회 공연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예상했다면 이제는 횟수를 늘려 계획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윤홍선˚ 에이콤에서 주력으로 고민하는 것은 비대면 방식으로 공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다. 기존 영상 플랫폼과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다. 공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적 재산권을 활용한 부가 수익 창출도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에이콤은 창작뮤지컬 개발에 노력해 왔다. 지적 재산권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로 공연계에 변화가 있다면?

박명성˚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졌다. 대형 라이선스 작품은 주로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들이 들어와 우리 스태프와 공동으로 오디션과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외 팀들이 들어오기 굉장히 어려워졌다. 1~2주 오디션이나 6주 정도의 리허설을 위해 한국에 입국하려면 2주간 격리를 해야 한다. 경제인들은 증상이 없고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격리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문체부나 외교부와 협의하고 풀어 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관객과 배우, 스태프의 안전을 위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여러 가지 절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이 바로 그것이다.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잘 따라주고 있다. 이처럼 제작사와 극장이 유기적으로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엄홍현˚ 좌석 거리 두기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리 두기를 하면 공연을 해도 적자이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 대극장은 공연을 중단하면 여기 참여하는 250여 명이 실직자가 된다. 보통 두 달 전에 연습에 들어간다. 그때 명확한 지시를 주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수 있다. 연습하고 티켓을 팔고 있는데 무대 셋업 직전에 하지 말라는 것은 제작사에게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라는 것이다. 

설도권˚ 정책은 모든 것을 아울러서 집행해야 하는 거니까 특정 분야만 예외를 두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공연계는 철저한 방역으로 아직까지 극장 내 관객 전파 사례는 없다.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엄홍현˚ 서울시의 허락을 구했는데, 구에서 반대하기도 한다. 지자체마다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것도 문제다. 

설도권˚ 대구에서도 똑같은 경험을 겪고 있다. 서울에서 공연이 내려온다고 항의 전화가 많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데 아무런 계획 없이 공연을 멈추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송승환˚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을 잘했다고 칭찬받고 있다. 정부가 잘한 것도 있지만 국민들이 힘든 가운데도 정부의 지침을 잘 따라서다. 전 세계적으로 공연이 멈췄지만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관객 수준이 높고 극장도 방역을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모범 사례다. 사고 없이 공연을 이어간다는 걸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설도권˚ <오페라의 유령> 방역 과정이 BBC에 소개되었다. 영국은 공연을 재개하기 위해 한국 사례를 선례로 삼는다. 현재 미국 다큐 팀이 내한해서 한국의 공연이 유지되는 상황을 취재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배우, 스태프가 모여서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공연을 안전하게 만들지 논의하고 있는데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함께 풀어 나가야 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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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프로듀서가 함께 논의하고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엄홍현˚ 대형 뮤지컬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75%까지 높아졌다. 관객이 많이 들어도 수익률이 10% 정도이다. 투자사가 투자할 이유가 없다. 주연 배우들의 개런티가 높아지면서 조연들도 동반 상승해서 지금은 제작비 중 배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 정도 된다. 손익분기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홍선˚ 얼마 전 투자사를 만났는데 내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없어서 투자가 어려울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왔던 것들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 자본금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공연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설도권˚ 공공 기관에서 공연을 멈추니까 공연 시장의 절반이 멈췄다.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큰 주제로 떠올랐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부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부가세 징수율은 75% 정도밖에 안 된다. 현재는 창작뮤지컬에만 한정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까지 한시적으로라도 면세해 주면 열악한 배우와 스태프 처우를 위한 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작사가 면세 받은 비용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종사자들이 수혜받은 만큼 일정 부분 출연한다면 기금을 만들 수 있다. 또 하나는 공연마다 보험료가 2천~3천만 원씩 들어간다. 배우나 스태프가 소속된 기관에서 고용 보험과 재해 보험에 같이 가입하면, 제작사의 보험료 중 일부를 고용 보험 기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박명성˚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 런던에서는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매출 부가세를 유예해 줬다. 이제는 제작 환경이 달라져야 한다. 제작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과 변화 없이는 작품을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 제작 시스템의 거품은 없는지, 거품이 있다면 어떻게 걷어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연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고, 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금 프로듀서들의 모임이 대단히 중요하다. 

엄홍현˚ 대극장 작품에 주로 출연하는 배우는 소극장 공연에 잘 출연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 분계선이 있는데, 소극장이나 대극장 공연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신춘수˚ 기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충분한 제작비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공연을 감행해서 생기는 문제를 지적했다. 신용을 잃어도 공연을 하고 펀드레이징이 안 된 상태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문제다. 충분한 제작비를 마련해야 공연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높인다면 결국 몇몇 대형 제작사에게만 유리한 조치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기자가 질문했던 개런티 미지급 병폐를 막는 수단이 될 것이다. 충분한 투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취소를 해야 하는데 관행적으로 공연을 강행해 왔다. 극장과 대화를 하면서 진입 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설도권˚ 공공의 영역이 너무 크다. 제작사도 공연장도 민간 영역에서 선도 집단이 생겨야 한다. 그게 브로드웨이잖나. 지난 20년 동안 박명성 대표님 등이 노력해서 지원금을 많이 늘려 놓았다. 발전한 부분도 있지만 진입 장벽이 낮아져서 시장 질서가 흐려지기도 했다. 민간 제작사나 창작자 등 강력한 선도 집단이 나와서 국가나 공공 기관에 요청하면서 시장을 선도해 가야 한다. 

엄홍현˚ 배우 겹치기 출연도 문제다. 겹치기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적어도 한 공연이 끝나고 다른 공연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지금은 두세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타 제작사와 상의하면서 출연 스케줄을 조정해 보았는데 합의를 통해 피해를 줄였다. 이런 논의는 우리끼리라도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신춘수˚ 이번 코로나19 때도 제작사마다 대응 방식이 다 달랐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꼭 필요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표준계약서를 제시해야 한다. 브로드웨이 시스템은 오랜 시간 투쟁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우리는 빠르게 발전해 오다 보니까 안정된 시스템을 갖출 여유가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몇 차례 모여서 공통의 고민을 나누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콘서트 이후에도 좀 더 모여 공통의 현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기금 마련 2020 뮤지컬 갈라 <쇼 머스트 고 온>은 8월 19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도권 지역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강화되면서 잠정 연기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연계는 전 관객 문진표 작성, 발열 체크, 관람 중 마스크 착용 등을 철저히 지키며 방역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몇몇 공연장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지만 공연장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만큼 공연장을 안전하게 운영해 왔다. 공연계는 국가의 방침을 따르면서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지혜로운 생각을 모아야 할 때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4호 2020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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