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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비더슈탄트> 황순종, 성장과 행복의 균형 찾기 [No.214]

글 |이솔희 사진 |맹민화 2022-10-11 959

<비더슈탄트> 황순종
성장과 행복의 균형 찾기

 

“항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지면 여유를 잃고, 너무 여유로워지면 열정을 잃게 되니까요.” 데뷔의 설렘을 되새길 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3년. 황순종은 ‘배우’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지는 시점에 가장 중요한 진리를 깨달았다. 성장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서 현명하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대와 삶을 분리하는 자신만의 온오프 스위치를 조작하는 방법을 깨우친 그는 이제 한층 더 단단한 배우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학창 시절 내내 황순종의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 칸은 배우라는 두 글자가 차지했다. 배우를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다양한 삶의 모습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그를 배우의 길로 안내했다. 막연하게 품고 있던 꿈은 2019년, 신인 배우를 대거 발탁해 화제를 모은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만나 현실이 됐다. 군대를 다녀온 후 처음으로 도전한 오디션에서 당당히 배역을 따낸 것이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다수의 의견에 편승하는 우유부단한 인물인 샌더슨이다.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낸 그는 자연스럽게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순조로운 첫 발걸음을 뗀 후 <전설의 리틀 농구단>부터 <차미> <썸씽로튼>까지, 지난 3년간 황순종은 쉼 없이 무대에서 활약했다. “전 이제야 배우의 ‘ㅂ’ 정도까지 온 것 같아요. (웃음)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솔직하게 말하자면, 배우를 꿈꿀 때까지만 해도 무대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공연을 본 경험도 많지 않았고요. 그런데 <어나더 컨트리> 때 무대에 서보고 나서야 알았죠. 이 쾌감 때문에 배우들이 무대에 서고, 관객분들이 무대를 사랑하는 거구나. 그때부터 저에게도 무대는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었어요.”

 

황순종이 배우로서 맞은 네 번째 여름을 한층 더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작품은 초연 창작뮤지컬 <비더슈탄트>다. 1930년대 독일 엘리트 스포츠 학교를 배경으로, 펜싱 선수를 꿈꾸는 소년들이 학교 권력에 저항하며 성장해 나가는 작품이다. 황순종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주인공 매그너스 볼커로 출연한다. 그동안 부드러운 캐릭터를 소화해 온 것과 달리 반항심이 강하고 충동적이면서도 고민이 많은 십대를 연기하게 됐다. 황순종이 그려낼 치기 어린 소년은 어떤 모습일까.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가 17세예요. 어른들에게는 비논리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자기 나름대로는 논리를 가지고 행동하는 시기죠. 그래서 ‘17세라면 어떻게 행동할까?’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하고 있어요. 제 학창 시절의 모습도 담길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모습을 보면 반항하는 정의의 사도였거든요. (웃음)”

 

<비더슈탄트>를 통해 그동안 만난 적 없는 새로운 매력의 인물을 소화하게 되었듯이, 무대 위에서 매번 다른 면모를 지닌 인물과 호흡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이 배우로서의 성장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연습 과정에서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을 넘어서고, 무대 위에서 제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때 성장했다고 느껴요.” 최근 마무리한 <빈센트 반 고흐>도 또 한 번의 성장을 마주한 작품이었다. “감정의 최대 범위를 경험한 작품이었어요. 공연 중 연기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눈물이 났던 날이 있거든요. 분명히 평소와 다름없이 연기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유독 엄청나게 복잡한 감정이 마음속에 들어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제가 느낀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때 이후로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신보다 대본 속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많아질 때, 종종 삶의 방향성을 잃는다. 그럴 때마다 황순종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가 찾아낸 답은 명쾌했다. 배우로서의 성장과 평범한 일상의 행복 사이에서 현명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물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계속 타인으로서 존재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자신을 잃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무대에 설 때는 최선을 다하되, 내가 온전히 나로서 있을 때는 사소한 고민들을 최대한 덜어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삶의 균형을 잘 잡아서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싶어요. 저는 성장하는 제 모습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거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4호 2022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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