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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킹키부츠>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 [No.217]

글 |안세영 사진 | 2022-10-17 600

<킹키부츠>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

 

 

아버지, 보고 계세요? 오늘 공장 간판을 바꿔 달았어요. ‘프라이스 앤 선’이 있던 자리에 ‘프라이스 앤 사이먼’이라는 간판이 달리고 그 옆에 새빨간 킹키부츠가 자리 잡았답니다. 프라이스 가문의 영광스러운 간판을 바꿔 달았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진 않으시길 바라요. 롤라는 제게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롤라는 새 간판 앞에서 사진을 잔뜩 찍고는 공연을 위해 서둘러 떠났어요. 돈이 곧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데 디자이너가 저렇게 나돌아 다녀도 되냐며 성화예요. 하지만 롤라가 어디 제 잔소리를 귀담아듣던가요. 참, 돈 기억하세요? 학창 시절 제가 피해 다녔던 애요. 돈과 제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알면 깜짝 놀라실 걸요. 저희 둘 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보고,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주는 법을 배웠거든요. 


결혼식 날 저와 로렌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웨딩 슈즈를 신기겠다며 롤라와 돈이 야단법석을 떨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요. 하하! 어린 시절, 제 눈에 비친 공장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어요. 아버지는 제게 “네 구두가 향하는 곳이 결국 이곳이 되리라 믿는다”라고 말씀하셨죠. 저는 그게 언젠가 제가 가업을 잇기를 바라서 하시는 말씀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아요. 아버지 말씀에 더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는 걸. 저는 단지 몸만 이곳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마음까지 모두와 함께했던 그 그립고 행복한 시절로 돌아온 거예요.아버지, 저 돌아왔어요.

 

(!) <킹키부츠>는 망해가는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 퀸 롤라의 도움을 받아 색다른 하이힐 부츠를 개발하는이야기다. 이 글은 찰리 역 신재범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밀라노 패션쇼에서 신제품을 선보인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7호 2022년 10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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