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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Man Of The Year 2023, 올해의 배우 최재림 [No.220]

글 |배경희 사진 |김참 Stylist | 윤인영 Hair | 조은혜 Make-up | 제롬 2023-01-26 2,320

Man Of The Year 2023 
올해의 배우 최재림 

 

최재림은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어떤 역할이 자신을 찾아와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어떤 역할이든 해낼 자신이 있다면서. <킹키부츠>의 개성 만점 드래그 퀸 롤라, <마틸다>의 무서운 악당 트런치불, <아이다>의 로맨틱한 장군 라다메스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작품과 캐릭터를 언제나 자기식대로 요리하는 남자. 그는 새해에 또 어떤 멋진 요리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제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고 싶었어요.”

 

새해 첫 호에 올해의 배우로 선정됐어요. 이미 몇 년 전부터 대세 배우로 떠올랐지만, 올해 보여줄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커서요. 인터뷰 제안을 받고 어땠나요?
굉장히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부담됐어요. 왜냐면 2023년에는 다작하지 않고 쉬엄쉬엄 공연하려고 했거든요. 지난 3년간 일 년에 서너 작품씩 쉬지 않고 공연했다 보니 스스로 이제 조금 지치는 게 느껴져서요. 근데 올해의 배우라고 하니까, 쉼 없이 더 바쁘게 활동해야 할 것 같단 말이죠. (웃음) 하여간 지금 하고 있는 <마틸다>를 마치면 새 작품에 들어가기까지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려고요.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면서 푹 쉴 생각이에요.

 

바쁘게 활동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죠? 출연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다거나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거나.
바쁜 활동의 시작점이 된 작품이 2020년 <렌트>예요. 그때 <렌트>가 끝나갈 때쯤 <킹키부츠>를 시작했죠. 그다음 해엔 <하데스타운>이랑 <썸씽로튼>을 병행하면서 처음으로 겹치기 출연을 했고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제 자신을 한번 끝까지 소모시켜 보고 싶었거든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스스로의 한계를 알아보고 싶었달까. 막말로 몸을 바쁘게 굴려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무리한 스케줄을 해낼수록 더 바쁘게 몰아붙였어요. 

 

그런데 펑크 없이 모든 공연을 소화했으니 ‘어? 이게 되네?’ 이런 느낌이었겠군요. (웃음) 보통 한 번 참여한 작품은 다음 시즌에도 다시 출연하는 편인데, 이런 결정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최근에 두 번 이상 참여한 작품은 <킹키부츠> <마틸다> <아이다>인데, 세 작품 다 한 번만 하고 말기엔 너무 아쉬운 작품들이에요. 그리고 제작사에서 재공연을 다시 같이하자고 하는 건, 제가 그 이전 공연을 잘했다는 뜻이잖아요? 그럼 제 공연을 전보다 더 발전시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저를 다시 떠올려주신 게 감사하기도 하고요. 반대로 재공연 때 연락이 안 오면, ‘내 해석이 별로였나? 내가 공연을 못 했나?’ 스스로 돌아보게 되죠. (웃음) 

 

신작과 재연 사이에서 뭘 할지 고민은 없나요? 지난해는 <하데스타운>과 <썸씽로튼>을 제외하면 전부 기존에 출연했던 작품에 참여했는데,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잖아요.
올해 제가 14년 차 배우가 됐더라고요. 활동 경력이 늘어난 만큼 참여한 작품도 많아졌죠.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한 작품에 여러 번 반복 출연하면 그만큼 새로운 작품을 만날 기회를 잃거든요. 저의 최근 출연작들은 어느 하나 다 놓치기 싫은 작품들이라 요즘 작품 선택에서 고민이 많아요. 경력이 쌓일수록 주위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돼서 굉장히 뿌듯하지만, 어떤 방향성과 행보를 가져가는 게 제 자신을 안 멈추게 할까, 어떤 작품 선택이 좀 더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될까, 그런 고민에 머리가 복잡하죠. 물론 행복하고 감사한 고민이죠. 

 

 

“인생은 누군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에 출연한 작품 중에서는 <아이다>가 가장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어요. 처음 출연했을 때 패기 넘치는 쾌남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두 번째 시즌에서는 로맨틱한 면이 한층 살아났더라고요. 
제가 처음 <아이다>에 출연했을 때는 키이스 배튼이 연출을 맡았는데, 키이스는 나약함과는 거리가 먼 강인한 사람들이 사랑을 위해 세상과 싸우는 법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그럼 라다메스란 인물의 강인함이 어디서 나오느냐, 저는 그게 자유와 모험을 추구하고 어디든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강조하다 보니 행동과 태도가 시원시원한 쾌남처럼 보인 것 같아요. 반면 다음 시즌에서는 그동안 협력 안무를 맡아왔던 트레이시 코리아가 연출을 맡아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강조하고자 했죠. 이 작품의 메시지는 오프닝곡에 나오듯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결국 사랑 이야기’라면서요. 그때 트레이시가 요구한 건,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듀엣 장면에서 진짜 연인 같은 친밀감이 표현되는 거였어요. 내가 가진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는 사랑에 빠진 거라면, 둘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모습들이 나와야 한다고요. 그러니 전보다 로맨틱해질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만약 연출가의 방향에 동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요?
연출가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면, 저는 일단 따라가려고 해요. 연출님이 생각한 그림을 최대한 표현해 보고,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그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죠. 그런데도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다? 그럼 그때부터 토론의 장이 벌어지는 거예요. (웃음) 연습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을 미루어 봤을 때, 보통 작품의 선장인 연출님의 뜻을 따르게 돼요. 한 장면, 한 장면을 따로 보면 배우 개개인의 생각이 맞을지 몰라도, 작품 전체를 펼쳐놓고 생각하면 연출님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설령 이해되지 않더라도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게 배우의 몫이고요.

 

 

지금 출연 중인 <마틸다>는 2018년 초연 당시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에요. 수상을 예상하지 못해 소감을 짧게 말했다고 했는데, 나중에 집에 가서 ‘아,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후회하진 않았어요?
아뇨,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웃음) 배우는 작품에 출연하는 개인이잖아요. 혼자 힘으로 상을 받는 게 아니라, 작품을 통해 상을 받는 거니까, 수상 소감으론 작품을 함께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작사 관계자들과 스태프, 배우들은 물론 제 주변에서 그 작품의 역사를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요. 저는 언젠가 다시 상을 받는다고 해도 비슷하게 말할 것 같아요. 감사해야 하는 사람에게 간단히 감사를 전하겠죠.

 

최재림의 <마틸다>를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공연을 즐기는 정도가 남달라 보인다는 거예요. 트런치불이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인다고 하는데, 동의해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맡았던 다른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 트런치불을 특별히 더 아낀다고 할 순 없어요. 저는 어떤 역할을 맡든 비슷한 크기의 애정을 갖거든요. 모두 다 똑같이 사랑하죠. 다만, 악당 트런치불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 연기하는 재미가 있고, 바로 그 점에서 관객분들의 눈에 제가 즐거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요. 보통 주인공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중심이 돼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틀을 깨고 나갈 수 없는데, 트런치불 같은 캐릭터는 그 정반대로 어떤 행동을 할지 도통 예측할 수 없거든요. <킹키부츠>의 롤라도 그렇고요. 

 

트런치불과 롤라의 또 다른 공통점이라면, 두 캐릭터 다 분장이 독특하다는 거죠. 특히 트런치불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괴상한 모습을 하고 나오는데, 재림 씨는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에 설 때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원래 사람은 얼굴을 가리면 용감해져요. 생각해 보세요, 메이크업 없이 제 얼굴 그대로 나왔던 <렌트>의 콜린은 무대에서 수줍음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하하. 가면을 쓰거나 특수분장을 해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면 자신감이 커져요. 무대에서 제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하든 최재림 개인으로서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거든요. 근데 트런치불이나 롤라가 하는 분장은 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니까 정해진 연출 범위 안에서 더 과감하게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그게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되면 연기하는 입장에서 만족감과 희열감이 높아지고요.

 

<마틸다> 초연 때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세월이 길어졌다는 걸 실감하고 서글펐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대표곡 ‘어른이 되면’을 가져와서 질문해 보면, 어린 시절에 나중에 크면 뭘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렸을 때 ‘어른 되면 뭘 하고 싶다, 또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다’ 하고 바란 게 없었어요. 대신 나중에 크면 난 술, 담배 안 해야지 이런 생각을 했죠. 저희 아버지가 군인이셨는데, 회식 때마다 술을 많이 드셨거든요. 자의보단 타의로요. 아빠가 술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서, ‘아, 나는 어른이 되면 술은 안 마셔야지’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그리고 어릴 땐 크면 결혼도 일찍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둘 다 전혀 지키지 못했고, 문제는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거. (웃음)

 

 

결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되면 아이는 잘 돌보지 않을까요? <마틸다> 아역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던 걸요. 작년 가을에 『더뮤지컬』 콘서트를 준비할 때도 대본을 받고 마틸다 친구들 등장 장면을 먼저 챙겼고요.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어른도 있나요? 아, 물론 있겠죠. 나쁜 사람들! 일단, 저는 큰 몸집을 가진 남성이기 때문에 저로 인해 다칠 수 있는 작은 존재를 대할 때는 조심하게 돼요. 아이들도 그렇고,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도 그렇고. 그리고 <마틸다>는 이번이 두 번째 참여하는 거라, 아이들을 챙기는 게 익숙해졌어요. 

 

<마틸다>는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이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주기로 하면서 끝을 맺잖아요.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찾아냈습니다”라고 말하는 마틸다의 마지막 대사가 재림 씨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저는 인생이란 누군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사람은 항상 진실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존재를 찾잖아요. 내가 어떤 모습이든 온전히 기댈 수 있고, 상대도 나에게 기대어주길 바라는 그런 존재요. 평생 모르고 살아왔던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이 서로를 찾아내서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이야기는 그래서 감동을 준다고 생각해요. 특히 마틸다와 허니 선생님이 두 손을 잡고 세상으로 걸어나가는 엔딩 신은 정말 아름답죠. 마틸다의 마지막 대사도 감동적이고요. 저도 제 인생에서 그런 존재를 계속 찾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오길 계속 기다렸어요”

 

새해의 첫 출연작 <오페라의 유령>은 여러 인터뷰에서 언젠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던 작품이에요. 어떤 이유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꿈의 작품으로 꼽았던 걸까요? 
신인 뮤지컬배우 인터뷰의 단골 질문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는 거잖아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대답하는 쪽에서도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작품이 있다는 거예요. 제 생각엔 그 배우가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나 배우 활동을 시작한 시기에 따라 꿈의 작품들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2000년대 후반에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2000년대의 대표작으로 꼽혔던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환상이 있었죠. 우리나라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단지 음악이 뛰어나거나 이야기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어떤 상징성을 가진 작품이잖아요.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고 시대를 뛰어넘어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고요. 제가 처음 본 <오페라의 유령>은 2009년 한국어 공연이었는데, 언젠가 저에게 기회가 오길 계속 기다렸어요.

 

<레미제라블>도 <오페라의 유령>과 더불어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항상 언급했죠. 서른한 살에 장발장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떨어졌다고 했는데, 당시 장발장을 맡기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았잖아요? 그래도 붙을 거란 마음으로 오디션을 본 거였겠죠? 
어쩌면 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전혀 안 했다면 거짓말이죠. 근데 오디션에 붙겠다는 마음보다는, 오디션을 통해 저라는 배우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지금 당장 이 역을 맡기엔 부족하겠지만, 언젠가 꼭 해낼 테니 저를 기억하고 지켜봐 주세요.” 그 자리에 있는 스태프들에게 이런 인사를 하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 제가 오디션장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준다면, 다른 작품에서 배우를 찾을 때 저를 떠올릴 수도 있잖아요. 오디션을 볼 때 저는 항상 그런 마음으로 갔어요. 

 

막연히 생각해 보면,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오디션 결과에 초연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오디션은 기본적으론 역할을 따낼 거란 생각으로 보지만, 그때마다의 상황에 따라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떨어지면 떨어진 거지, 그게 뭐 어때요?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고 해도 모든 역할에 어울릴 순 없고, 오디션은 제가 아무리 잘 봐도 저보다 더 잘한 배우가 있으면 어쩔 도리가 없어요. 2018년에 출연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예로 들면, 사실 그 공연에 참여하기까지 여러 시즌 오디션에서 떨어졌어요. <레미제라블>도 재연뿐 아니라 초연 때도 오디션을 봤는데, 두 번 다 떨어졌고요. 하지만 그런 결과에 좌절하지 않아요. 기회가 올 때까지 계속 도전하면 되니까. 

 

하지만 요즘의 기세라면 못 해낼 작품이 있을까요. 2018년에 <킹키부츠>와 <마틸다>를 연달아 해내면서 배우로서의 입지가 달라졌는데, 스스로도 그런 변화를 느껴요?
저는 배우는 자신이 하는 작품하고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엔 저 자신을 발전시키려고 꾸준히 노력했고, 운 좋게 노력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났고요. <킹키부츠>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2015)가, 또 그 전에는 <넥스트 투 노멀>(2011)이 저한테 좋은 기회를 줬잖아요. 그 두 작품은 관객들에게 제가 좋은 배우로 성장할 거란 기대감을 심어줬죠. 그런데 인지도가 올라가고 팬덤이 생겨도 제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아요. 어떤 작품을 하게 되든 열심히 해서 최고를 보여주자,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걸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장점을 키우자. 늘 이런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공연할 땐 무엇보다 동료 배우, 스태프들 하고 잘 지내려고 하고요. 같이 공연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야 공연하러 가는 길이 즐겁고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올해도 제 자신이 지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배우 최재림을 말할 때는 자신감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자신감 넘치는 사람 특유의 여유 있는 태도가 특히 요즘 M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타인에게 매력을 느끼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태도도 매력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하건, 어떤 위치에 있건,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매력적이잖아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기 일에 자신감이 있는데, 자만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죠. 다만, 요즘 젊은 세대는 물질 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느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가 힘든 것 같아요.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죠. 

 

그런데 정말 배우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이 항상 충만했어요?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이?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면, 저는 뮤지컬을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잘할 자신이 있으니까 배우가 되기로 했고, 배우가 되고 나서도 제 가능성을 의심해 본 적은 없어요. 물론 어떤 작품을 만나서 그 작품의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에요. 한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단지 대본을 외우고 익히면 되는 게 아니라, 작품에 저를 맞춰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창작진과 의견을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가는 노력, 함께하는 스태프들을 알아가는 노력 등등. 그런 면에서는 매 작품이 다 쉽지 않죠. 

 

좀 일상적인 질문을 해보자면, 가장 최근에 느낀 소소한 행복은 뭐였어요?
요즘 제 소소한 행복은 집에 가면 저를 반겨주는 울피가 있다는 거예요. 울피는 제 첫 반려견이거든요. 어릴 때 집에서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긴 하지만, 독립한 후로 집에 반려동물을 들인 건 처음이에요. 작년 겨울에 동네를 계속 떠돌아다니길래 제가 데려오게 됐는데, 저희는 뭐랄까,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좀 통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웃음) 울피한테 어떤 습관이 있는지, 고쳐야 할 버릇은 뭔지, 요즘도 여전히 울피를 알아가는 중이에요. 그리고 아마 울피도 저를 계속 파악해 가고 있겠죠? 처음엔 제가 개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울피가 생각보다 우리 집에 잘 적응해 줘서 고마워요. 

 

얼마 전에 <마틸다> 홍보 차 뉴스에 나와서 앞으로 영화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장르의 영화를 찍고 싶어요?
글쎄요. 지금 막 생각해 보자면, 코미디나 누아르가 저랑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론 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영화를 좋아해요.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가니까요. 인간의 특성인 인정과 성공에 대한 갈망도 관계 맺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고요. 만약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인정이나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전 관계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 좋아요.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요. 

 

새해에 스스로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에 출연하게 됐으니, 나중에 올해를 돌아봤을 때 저의 배우 인생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건, 올해도 제 자신이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한 해를 보내는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0호 2023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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