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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LINE-UP] 2023 웨스트엔드 라인업 [No.220]

글 |조연경(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 2023-01-26 1,089

2023 웨스트엔드 라인업

 

코로나를 물리치기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익숙해져 가는 요즘. 웨스트엔드도 그간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다시 달릴 준비에 바쁘다. 영국에서 공연된 적 없는 유명 작품이 드디어 런던에 당도하고, 친숙한 고전은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관객과 만난다. 2023년 웨스트엔드에 발을 디딜 공연들 가운데 관객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작품은 무엇이 될까?

 

<실비아> ©Manuel Harlan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다


올드빅 시어터는 1월부터 신작 <실비아Sylvia>를 선보인다.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주도한 ‘서프러제트’ 실비아 팽크허스트의 이야기다. 서프러제트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아닌 그의 딸 실비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 작품은 개발 과정에서 2018년 9월 약 한 달간 시범 공연을 올린 바 있다. 대사가 거의 없고 힙합, 펑크, 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호평에 힘입어 웨스트엔드 진출을 앞둔 공연들도 눈에 띈다. 2월부터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올리비에 시어터에서 공연하는 <하늘 끄트머리에 서서Standing at the Sky’s Edge>는 2019년 셰필드 크루서블 시어터에서 첫선을 보인 후 이듬해 웨스트엔드에 진출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공연이 연기된 바 있다. 1961년부터 현재까지 60여 년에 걸쳐 셰필드에 있는 아파트 ‘파크 힐’에서 살아가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셰필드라는 지역을 향한 러브레터이자 ‘집’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영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다양한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작품이다.


2019년부터 인기리에 공연되어 온 코미디 극단 ‘스핏립SpitLip’의 대표작 <민스미트 작전Operation Mincemeat>도 웨스트엔드 포춘 시어터에 자리 잡고 3월부터 7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이 전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가짜로 꾸며낸 영국군 시체와 극비 서류를 이용해 독일군을 착각에 빠트리는데, 단 다섯 명의 배우가 십수 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해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중독성 강한 음악 또한 인기 요인이다.


위의 세 작품이 영국 역사에서 소재를 찾았다면, <더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 뮤지컬>은 영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요리 경연 프로그램 ‘더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를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실제 방송처럼 다양한 직업을 지닌 아마추어 베이커들이 모여 서로 경쟁하면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린다. 이 작품은 2022년 첼트넘에서 약 2주간 짧게 공연한 뒤 바로 웨스트엔드행을 결정했다. 2월 노엘 코워드 시어터에서 개막하며,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 역으로 유명한 배우 존 오웬 존스가 출연한다.

 

미국에서 건너온 신작


미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첫선을 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에인트 투 프라우드Ain’t Too Proud>는 3월부터 프린스 에드워드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의 R&B 보컬 그룹 ‘템테이션스’의 이야기로, 영국 록 그룹 킹크스의 노래로 만든 <써니 애프터눈>, 미국 로큰롤 그룹 포시즌스의 노래로 만든 <저지 보이스>처럼 해당 그룹의 일대기를 담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템테이션스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벌들의 비밀 생활> ©Ahron R. Foster


4월 알메이다 시어터에서 개막하는 <벌들의 비밀 생활The Secret Life of Bees>은 수 몽크 키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64년 미국을 배경으로,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소녀 릴리가 흑인 참정권을 위해 투쟁하는 가정부 로잘린과 함께 도망쳐 보트라이트 자매의 꿀벌 농장에 몸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9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올렸으며, <스프링 어웨이크닝> <아메리칸 사이코>의 작곡가 던컨 셰이크와 연극 <스웨트>로 퓰리처상을 받은 극작가 린 노티지가 참여했다.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넥스트 투 노멀>은 아직까지 한 번도 영국에서 공연된 적이 없는데, 십여 년의 기다림 끝에 비로소 올해 런던에 입성한다. 8월 돈마 웨어하우스에서 개막할 예정이며, 극장의 예술감독 마이클 롱허스트가 연출을 맡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3층 구조의 세트가 들어서기 어려운 극장이라 어떤 모습으로 공연될지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202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최신작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5월 셰프츠버리 시어터에서,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대표작인 오스트리아 빈 뮤지컬 <레베카>가 9월 채링 크로스 시어터에서 개막한다. 2022년 아츠 시어터에서 웨스트엔드 초연을 올린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보니 앤 클라이드>는 인기에 힘입어 더 큰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반가운 귀환


올드빅 시어터가 <실비아>에 이어 선보이는 또 다른 뮤지컬은 2016년 초연 이후 7년 만에 돌아오는 <그라운드호그 데이>다.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버린 기상 캐스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마틸다>의 작사·작곡가 팀 민친이 참여했다. 5월 개막하는 이번 공연에는 초연 당시 주인공 필 코너스 역을 훌륭히 소화한 앤디 칼이 다시 한번 캐스팅되었다.

 


고전 뮤지컬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관객과 만난다. 2월에는 <아가씨와 건달들>이 브릿지 시어터에서 이머시브 형식으로 공연을 올린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예술감독으로 잘 알려진 니콜라스 하이트너가 연출을 맡는다. 1989년 초연한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사랑의 여러 양상Aspects of Love>은 30년 만에 다시 런던을 찾는다. 5월 리릭 시어터에서 개막하며, 초연 당시 주인공 알렉스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던 마이클 볼이 알렉스의 삼촌 조지 역으로 돌아온다. 2022년 연이은 매진을 기록한 <오클라호마!><그리스>도 웨스트엔드 극장가에서 계속 관객과 만날 전망이다. <라카지오폴>은 야외 극장 리젠트 파크 오픈 에어 시어터에서 여름밤의 낭만을 수놓는다. 

 

주목할 만한 연극

 

<레몬 레몬 레몬 레몬 레몬>

해롤드 핀터 시어터에서 1월부터 공연하는 <레몬 레몬 레몬 레몬 레몬>은 극작가 샘 스타이너의 로맨틱 코미디다. 정부에 의해 하루에 쓸 수 있는 단어 수가 140개로 제한된 세상을 배경으로, 민주주의와 발화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국자들>
<애국자들Patriots>은 러시아 옐친 대통령 재임기에 신흥 재벌로 떠올랐으나 영국으로 망명 후 석연찮은 죽음에 이른 실존 인물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이야기다. 드라마 <더 크라운> 등 역사극으로 명성을 쌓은 작가 피터 모건의 작품이다. 5월부터 노엘 키워드 시어터에서 공연하며, 톰 홀랜더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를 연기한다.

 

<언프렌드>
1월 크라이티어리언 시어터에서 개막하는 <언프렌드>는 인기 드라마 <셜록>의 작가 스티븐 모팻의 연극 데뷔작이다. 별 생각 없이 “연락하고 지내자”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눴던 낯선 이가 진짜로 집에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코믹하고 섬뜩한 소동을 그린다. 낯선 손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예의 있는 분투가 펼쳐진다. 

 

 

<모티브와 큐>
연출가 샘 멘데스는 <리먼 트릴로지> 재공연과 함께 신작을 들고 돌아온다. 신작 <모티브와 큐>는 영국의 전설적인 배우 리처드 버튼이 이전 세대 최고의 햄릿인 배우 존 길구드의 지도 아래 <햄릿>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1964년 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 승승장구하며, 세기의 미인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결혼까지 했던 리처드 버튼은 왜 실험적인 연극 <햄릿>에 출연하기로 결심했을까?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렛 미 인>의 작가 잭 손이 그 답을 찾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한다. 4월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리텔턴 시어터에서 개막한다.

 

<필로우 맨>
작가 마틴 맥도너의 대표작 <필로우 맨>이 처음으로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른다. <필로우 맨>은 2003년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코테슬러 시어터(현 도프먼 시어터)에서 초연한 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으나 웨스트엔드에서는 한 번도 공연되지 않았다. 올해 여름 듀크 오브 요크 시어터에서 개막하며, 2021년 <2:22 - A Ghost Story>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 여성 팝스타 릴리 알렌이 그동안 남성 배우들이 연기해 온 작가 카투리안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0호 2023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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