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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도전으로 빚어낸 무대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임규형 [No.222]

글 |이솔희 사진 |포트레이트262 2023-04-05 2,329

도전으로 빚어낸 무대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임규형 

 

도전으로 가득 찬 지난 시간들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던 임규형에게 삶의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행복하고, 재미있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그에게 더욱 가치 있는 것은 도전에 뒤따르는 성공이 아닌, 도전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성장과 행복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임규형의 끝없는 도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규형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글자는 바로 도전이다. 그의 도전의 역사는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규형은 어려서부터 가수를 꿈꿨지만 현실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대학교에 진학하고 적당한 때에 입대하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 입대 후에도 군악대에 지원하고 군 뮤지컬 오디션에 참여하는 등 노래를 향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지만 가수는 여전히 너무나 먼 꿈이었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 그가 제대한 후, 대학교 후배가 한 SNS 채널에 그의 노래 영상을 업로드한 것이다. 영상이 누리꾼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임규형의 마음 속에는 점차 자신감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은 컸지만, 가수가 되리라는 확신은 없었어요.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그 영상에 달린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제대로 시도도 안 해보고 두려워하지 말자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자고.” 

 

대학교 3학년 1학기, 취업 준비를 위해 영어 공부를 하던 임규형은 무작정 토익 학원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곧장 노래와 연기를 배울 수 있는 대학 입시 학원으로 향했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 말이다. “학원 등록 전, 허락을 받기 위해 집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그동안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만 있던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는 사실에 울컥했던 것 같아요. 대학교에 다시 가겠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은 단번에 반대하셨지만, 딱 1년만 미친 듯이 해보겠다고, 그러고도 안 되면 ‘내 길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포기하겠다고 다짐하고 허락을 받았어요.” 대학 입시까지 남은 기간은 단 두 달. 입시 곡으로 당시 공연 중이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겟세마네’를 선택한 그는 공연을 관람한 후 손바닥이 빨개질 정도로 손뼉을 치며 또 한 번 눈물을 펑펑 흘렸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마치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없이 흘린 땀방울에 대한 격려와 응원으로 느껴져 마음이 벅찼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언젠가 나도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박수를 받고 싶다”는 작지만 간절한 꿈은 대학 합격의 기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꿈은 2019년 데뷔작인 <아랑가> 무대로 그를 안내했다. 무대 위에서 그토록 꿈꾸던 박수를 받게 되었지만 임규형은 만족할 수 없었다. 배우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후 <섬: 1933~2019> <썸씽로튼> 등 뮤지컬 무대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며 자신을 담금질하던 그는 2021년 <위키드>를 통해 비로소 무대 위를 자유롭게 누비는 법을 배웠다. “<위키드> 때는 원 캐스트로 150회 정도 공연했어요. 한 역할을 오랫동안 연기하다 보니까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항상 무대 위에서 뭔가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위키드>가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재미를 알려줬어요.” 그의 도전은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에서 계속된다. 한순간의 거짓말이 세기의 사기극으로 비화하는 이야기로, 임규형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이 쓴 희곡을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으로 둔갑시키는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 역을 맡았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인물의 마음에 집중한다. “헨리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이예요. 자신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만큼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이 부분에 집중해서 연기를 하면 관객을 잘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시작한 거짓말은 결국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헨리에게 안겨준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공존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누구든 헨리의 이야기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 경험을 통해 얻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임규형이 치열한 도전을 거듭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저는 저를 믿어요. 타인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도 있고요. 이전에는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고는 했지만, 이제는 저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면서 나아가고 있어요. 언제 다시 흔들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제가 타고 있는 배는 순항 중이라는 걸 확신해요.” 자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 덕분일까. 그는 성공이 아닌 성장에 시선을 둔다. “대단한 성공을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도전하는 과정에 충실하려고 해요. 저는 그냥 저로서 살고 싶어요. 그 어떤 수식어보다 그냥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죠.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 그거면 충분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2호 2023년 3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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