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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풀 하우스> 곽선영 [NO.127]

글 |송준호 사진 |김수홍 장소협찬 | KAARE KLINT (1599-4797) 2014-04-23 7,421
모범생 배우가 사는 법



인터뷰 전 곽선영이 <풀 하우스>의 티저 영상 촬영을 하고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극 중 ‘한지은’의 이미지를 떠올렸기 때문일까. 당연히 그 앳된 얼굴이 어울리는 캐주얼한 복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잠시 후 카페 문을 열고 나타난 곽선영은 <글루미데이>의 무대에서 방금 내려온 듯, 올 블랙 시스루 차림이었다. 오랫동안 <빨래>의 ‘나영이’ 같은 이미지에 머물렀던 그가 이처럼 분위기 있는 여인과도 잘 어울리게 된 건 확실히 ‘윤심덕’의 공일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맡은 윤심덕은 곽선영의 배우 경력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하다. 착하고 어여쁜 캐릭터만 맡아왔던 그에게 윤심덕은 지금도 한눈에 들어오는 옷은 아니다. 곽선영 역시 “모두가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리고 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라며 맞장구를 친다. 소위 ‘자유연애주의자’라고 설명되고 있는 윤심덕은 모던의 시대에 출현한 포스트모던한 존재다. 김우진이라는 연인이 있음에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내의 적극적인 육탄공세를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곽선영은 윤심덕을 ‘자유연애주의자’라고 보는 시선에 반대한다. “어쨌든 김우진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해서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거니까 오히려 일편단심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요.” 캐릭터에 대한 연구와 해석의 과정을 거쳐 그의 윤심덕은 초연에 비해 훨씬 뚜렷하고 명확해졌다. “당시엔 대략의 윤곽만 그린 스케치였다면 이번엔 색깔을 입혀보는 게 목표였거든요.”

파격적인 변신이 서서히 성과를 보일 때쯤 곽선영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도전은 <풀 하우스>다. <위대한 캣츠비>, <궁> 이후 세 번째로 만난 만화 원작의 창작뮤지컬이다. 그가 맡은 한지은은 거듭된 해프닝을 통해 청춘 스타 ‘이영재’와 사랑을 이룬다. 물론 이런 알콩달콩한 연애 판타지는 그의 프로필에선 안전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위대한 캣츠비> 때 처음 만화책을 접했을 정도로 곽선영과 만화적 세계는 기본적으로 거리가 멀다. 또 이미 동명의 드라마로 내용이 잘 알려져 있는데다 아이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사실도 곽선영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전형적인 내용과 캐릭터를 어떻게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살릴 것인가도 그에게 부과된 짐이다.



무엇보다 만화 원작 작품이나 로맨스물 등 대체로 젊은 여성 취향의 작품들이 주가 되는 그의 프로필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창작뮤지컬의 단골 주연이긴 해도 비슷한 역만 맡는다면 결국 캐릭터 소화 영역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곽선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연기에 대한 내공이 쌓이다 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에서다. “다행히 <글루미데이>에서 다른 역도 해봤고, 지금은 <빨래>에서 나영이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희정 엄마’도 할 계획이거든요. 연출님이 나중에 그 역을 맡겨주시기로 약속도 하셨어요.”

동안 외모와 별개로 곽선영도 어느덧 30대의 9년차 배우가 됐다. 막연한 목표가 아닌 구체적인 연기관이 확립될 시점이기도 하다.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또 한번 연륜과 내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양은 평범하게도 ‘공부’다. 그건 ‘경험’ 같은 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학교에서 하는 바로 그 공부를 가리킨다. “결국 공부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연습 때부터 깊이 있게 분석하고 해석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거든요.”

공부에 대한 그의 열망은 이미 몇 년째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학원(공연예술학과)을 다니며 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지금은 논문만 남겨둔 상태다. 이렇게 연기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나중에는 연기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만약 데뷔작인 <달고나>의 오디션에 떨어졌다면 바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직을 택했을 거예요”라는 고백에선 학구파다운 진지한 자세가 그대로 묻어났다. 

인터뷰가 이뤄진 이날은 공연도 연습도 없는 날이었다. 마침 햇살도 따사롭게 내리쬐던 전형적인 봄 날씨였지만, 곽선영은 오랜만에 서점에 간다고 들떠 있었다. 모처럼 산책도 하고 바람도 쐬라고 권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쉴 때도 집에서 책 쌓아놓고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서점은 늘 가고 싶은 곳이에요. 저 재미없죠?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7호 2014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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