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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헤드윅> 조승우 [No.129]

글 |박병성 사진 |김호근 네일아티스트 | 김다예나 | 헤어&메이크업 | 정샘물 인스피레이션(헤어 황순영, 메이크업 고연정) 2014-07-08 4,043
그 누구도 아닌 조승우의 ‘헤드윅’

조승우는 말을 참 잘하는 배우다. 적절한 예를 제시할 줄 알고, 질문의 요지를 잘 이해하고 질문보다 더 좋은 대답을 내어놓는다. 그가 말을 잘하는 것은 생각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헤드윅’이라는 주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결코 짧지 않은 인터뷰였는데 그는 어떤 질문에도 막히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그만큼 <헤드윅>에 빠져 있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리라. 2005년 조승우 신드롬이 한창일 때 <헤드윅>을 선택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그는 이번이 네 번째 출연하는 <헤드윅>이지만 이번에도 또 다른 <헤드윅>을 내어놓았다. 10년의 시간이 지나서 만난 조승우의 헤드윅은 덜 도발적이었고 더 인간적이었다.



배우가 다시 쓰는 ‘헤드윅’

2005년 <지킬 앤 하이드> 공연 티켓을 오픈한 후 바로 매진되는 등 조승우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길 때였다. 다음 작품을 다들 궁금해했는데 선택한 작품이 <헤드윅>이었다. 관계자들은 의외의 선택이라고 봤는데 본인은 이 작품을 선택할 때 망설임이 없었나?
많았다.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더 고정관념이 많고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트랜스젠더가 뭔지도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캐릭터에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연히 음악이 좋아서 하게 됐다. 록이 뭔지도 모를 때였다. 커트 코베인이 누군지, 너바나가 누군지 몰랐다. 록 음악이 센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Wicked Little Town’이나 ‘The Origin of Love’를 들어보니 음악이 매력적이었다. 젊을 때 패기로 안 하면 언제 해보냐 싶었다. 뭔지 모를 것에 끌려서 하게 됐다.

이제는 본인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초연 멤버가 잘 모였다. 그때 엄청 공을 들였다. 이지나 선생님과 스태프, 배우들이 다 같이 회의해서 우리 식의 대본을 만들었다. <헤드윅>의 첫 내비게이션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만큼 아주 특별한 공연이다. 이지나 선생님은 독특한 공연을 많이 했던 분이라 아주 과감하게 속도감 있게 편집했다. 밴드는 배우들에게 록 음악을 알려주려고 애썼고, 우리는 가사랑 대사 외우느라 바빴다. 초연 때는 어색한 뮤지컬 한 편을 했던 것 같다. 

2013년 <헤드윅>은 이전 공연들과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올해는 그것의 연장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공연은 또 다르더라. 
네 시즌을 하면서 같았던 적은 없었다. 배우에게 맡기는 면이 큰 공연이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이 뮤지컬 형식은 아니잖나. 미국에서도 다 다르다고 하더라. 여배우가 헤드윅을 한 적도 있는데 지금까지 가장 차분한 헤드윅이었다고 한다. 이지나 선생님이 배우들에게 많이 맡겨주셨다. 10주년이고 마지막 공연이기도 하니까 그동안 <헤드윅> 하면서 느낀 것들,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헤드윅들이 원하는 대로 하기를 바라셨다. 만들어놓은 것을 최종적으로 지적해주었는데 그게 오히려 편했다. 

팬들이 많은 작품이어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내 공연은 항상 논란거리가 되긴 했다. 너무 다른 거 아니냐고. 존 캐머런 미첼이 초연 대본을 전달할 때 대본 앞에다 ‘지금 이 대본은 정형화된 게 아니고, 우리도 자유롭게 공연한다. 한국 공연도 부디 상황에 맞게 너희 식대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린 그것을 기대한다’고 써놓았다고 한다. 

배우마다 자신의 색깔이 드러나는 공연이지만 조승우의 <헤드윅>은 그런 성격이 강하다. 대사를 그때그때 만들어내는 능력도 놀랍다. 
재능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거다. 어차피 헤드윅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저 노래하는 사람 대 사람으로 접근하는 거다. (손)승원이가 고민하고 있길래 얘기해 주었다. ‘정답은 없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게 답이야. 최선을 다해 헤드윅을 이해하려고 접근한다면 그게 너한테 최선인 거야.’ 미첼이 살아오면서 자신이 겪고 느꼈던 감각들,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털뭉치 같은 가발을 쓰고 나와서 여러분 어쩌구저쩌구 이야기하면서 시작한 공연이다. 실제로 <헤드윅>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술집에서 공연을 하는데 아무도 집중을 안 하더라. 그러다 관심을 받게 되고 극화시킨 것이 <헤드윅>이다. 

조승우의 <헤드윅>은 그 누구의 작품보다 개인이 많이 반영되고 배우를 느끼게 한다. 
처음부터 이건 뮤지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은 극장에서 뮤지션이 나와 콘서트를 하는 것이다. 김광석 콘서트 실황을 보는데 조곤조곤 말을 재밌게 하더라. <헤드윅> 공연도 저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태생이 그랬으니까 억지로 연극처럼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조명이나 무대 효과, 연기적인 상황 설정, 액션과 리액션의 동기와 계기도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작년에 그런 성격이 가장 강했지만 완전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올해도 토미의 이야기를 끝내고는 완전히 뮤지컬처럼 갔다. 기점을 나누자면 자신도 모르게 토미의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서 콘서트는 끝나고, 후반부는 뮤지컬처럼 진행했다. ‘Exquisite Corpse’를 부를 때는 노래를 끊고 엄마와 루터의 목소리를 넣었다. 무의식 중에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이다. 누구는 회상 장면으로 보기도 하는데 난 회상은 아니라고 본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이나 외로움이 ‘펑’ 하고 터져 나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토미의 진심 어린 한마디로 모든 것들이 정리되고 헤드윅은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세상 속으로 나간다.  



헤드윅,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번 공연은 ‘The Origin of Love’에 집중된 공연으로 보였다. 나의 반쪽을 찾고 그것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 선명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의 감상이긴 하지만 혹시 그것을 염두에 두었나.
이번 버전에서는 관계마다 추억들을 제대로 전해주고 싶었다. 예전에는 엄마가 굉장히 못됐었다. 우리나라 정서에 엄마는 측은하고 짠하고 모든 일에 희생하는 그런 존재 아닌가. 이번에는 엄마의 외로움을 더 부각시켰다. 늘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날은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식을 혹 떼어놓듯이 떼어놓는 그런 엄마도 해보고, 어떤 때는 외로움 때문에 관계가 어색해진 엄마로도 표현해 보았다. 엄마의 이름을 쓰면서 헤드윅의 삶이 시작된다. 그런 면에서 엄마를 한 축으로 의미 부여를 해본 것이다. 루터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육체적인 쾌락 때문에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예뻐했고, 헤드윅이 남자였지만 결혼해서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으니까 악인은 아니라고 본다. <헤드윅>에 악인은 없다. ‘The Origin of Love’는 작품의 가장 큰 축이다. 그래서 ‘You Light Up My Life’를 테마곡처럼 사용한다. 이 이야기가 와 닿든 아니든 간에 헤드윅처럼 다이내믹한 인생도 있다.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결국 누가 누구를 사랑할 것이냐의 문제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으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세상의 중심은 당신이고 당신이 주인공이다’라는 것이다.  

헤드윅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경계에 선 인물이다. 그런데 사회는 경계에 있는 인물을 인정하지 않고 어느 편에 속할 것을 강요한다. 그의 상처는 그것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사로 나왔던 게 ‘사람들은 나의 정체가 뭐냐고 묻는데. 왜 그렇게 나를 알려고 해, 나도 모르는데. 누가 알면 나한테 알려줄래’였다. 그런데 <헤드윅>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감성이나 이런 면에서 헤드윅의 정체성은 영락없는 여자이고 그런 고민의 과정은 끝난 상태다. 그런데 수술을 받는 도중 흔적이 남아서 그것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토미와 헤어질 때도 그것 때문에 헤어진다.  ‘나를 사랑한다면 이것까지 사랑해주어야지 비겁해’ 하며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다 빼버렸다.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고 자신도 이런 결말을 예상했을 것이다. 나 혼자 힘들면 되지, 하고 보내줄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헤드윅>을 보면서 연극 <바후차라마타>가 떠올랐다. 인도의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세상에는 남자, 여자 이외에도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 스스로를 남자로 생각하는 여자, 그 반대인 남자,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같은 남자,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같은 여자, 게다가 남자이자 여자이고, 남자도 여자도 아닌 간성도 존재한다.’ 그런데 어떻게 남자와 여자만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헤드윅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헤드윅일 뿐이다. 
그래서 한 명의 사람으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초연이나 2007년 공연까지만 해도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적다. 그때만 해도 작품이 어려우니까 시키는 대로 했는데 지금은 그저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접근하고 있다. 나 역시 동성애자의 사랑을 모르니까 큰 범주에서 사람 대 사람의 사랑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렇게 접근하다 보니까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헤드윅을 연기할 때 굳이 여성스럽게 연기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초연에는 굉장히 여성스럽게 하려고 했다. 모르니까 그래야 될 것 같았다. 

샛노란 가발과 화려한 화장은 헤드윅이 한쪽으로 속하기를 강요하는 것 같아 그 진한 화장과 가발은 어딘가 슬퍼 보인다. 
‘Wig in a Box’를 부를 때 한쪽에 쓸쓸히 비춰지는 가발을 봤는지 모르겠다. 헤드윅을 여기로 데려오게 해준 가발이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Midnight Radio’를 부르기 전에 가발하고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 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배구공을 윌리라고 부르며 말을 걸지 않나. 헤드윅에게 가발은 꼭 그런 존재인 것 같다. <헤드윅>의 코미디는 자학 코미디다. 자기를 학대하면서 웃음을 준다. 그런 면 때문에 슬픈 정서를 느끼지 않았을까. 

이번 공연에서는 헤드윅이 이츠학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가장 크다. 이츠학이 거울을 보거나 가발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장면이 사라졌다. 루터가 헤드윅에게 그랬던 것처럼 헤드윅 역시 이츠학의 정체성을 억누르는 폭력적인 장면이 약하다.
아예 없다. 이전 공연은 이츠학을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억압하다가 마지막에 가발을 주어서 감동을 준다. <헤드윅>을 26살에 시작해서 지금 35살이 됐다. 10년이 지나니까 그런 식으로 이츠학을 대하는 태도가 유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연기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음악을 하는 보컬 둘이 무대에 서는 것을 주된 컨셉으로 잡았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우정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헤드윅의 성적 정체성은 스스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 성적인 학대나 특별한 경험으로 그런 성향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났을 수 있다. 헤드윅의 그것이 환경에 따라 외부적으로 생겨났다면 이츠학은 원래부터 그런 정체성을 지닌 청년이다. 단순하게 헤드윅의 아픔과 고통을 공유하면서 위로해주는 인물로 생각했다. 헤드윅은 이츠학을 아끼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이츠학에게 루터나 엄마 이야기를 장난스럽게 했을 텐데 마지막 ‘Exquisite Corpse’에서 토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할 때 이츠학도 그 비하인드스토리를 처음 들었을 거다. 

지난해 공연은 커튼콜까지 치면 3시간을 찍기도 했다. 공연 내내 주도해서 이끌어가는 공연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
이 작품은 체력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2007년까지만 해도 틀에 얽매여서 했기 때문에 내가 자유롭지 않으니까 굉장히 힘들었다. 지금 은 오늘 공연이 어떻게 나올지 나도 모른다. 메이크업을 한 시간씩 받았는데 예전에는 가사 까먹을까봐 노래 불러보고 대사 외우느라고 정신없었다. 요즘은 그런 거 안 한다. 러프하게 이런 내용을 전달해야지 하고 대본을 설정해 놓았는데 그 대본을 쓰지도 않는다. 일종의 큐시트처럼 스태프들을 위한 대본을 설정해 놓은 것이다. 작년 공연이 왜 길었냐면 영화의 내용을 섞어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을 이야기해주다 보니 길어졌다. 2014년 <헤드윅>은 분명 다르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한 달 뒤에는 또 바뀐다. 틀이 없으니까. 그걸 기대하는 거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보석 같은 감정들을 찾아내는 것이 내 몫인 것 같고 내 기쁨이다. 그것을 혼자 찾은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교감하면서 찾는다. 그래서 교감이 중요하다. 답이 있는 게임이 아니니까. 



배우들과 눈을 맞춘다

조승우 하면 연습에 엄격하고 철저하다는 이야기가 미담처럼 떠돈다. 지독한 연습벌레로도 유명한데, 최근에는 좀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마냥 여유롭지는 않다. 그런데 내가 연습벌레는 아닌 것 같다. 그저 남들보다 일찍 연습실에 가는 것뿐이다. 거기서 연습을 반복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생각을 많이 한다. 연습실에 가면 특유의 공기가 있지 않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작품에 나오는 행동을 하고 느낄 것이다. 거기서 소도구들도 보고 음악도 흥얼거리면서 잡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자유로운 연습 분위기를 좋아한다. 연출이 내 생각을 믿고 인정해주고, 그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때 연습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 같다. 다른 시도는 없을까 연습실에서 캐릭터에 대해 상상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 같이 참여한 배우들이 조승우란 배우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평가가 ‘상대를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라는 것이다.
연기라는 게 단순하게 보면 내가 에너지를 주면 액션과 리액션이 이어져서 한 신이 만들어지고 시퀀스가 되는 거잖나. 철저히 몰입하지 않으면 그런 흐름이 깨어지고 만다. 그것을 최대한 놓치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려고 한다. 때로는 일부러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장기 공연에서 원 캐스트로 출연하는 배우는 정말 고생스럽다. 갈수록 점점 긴장감이 떨어지고 기계적으로 변한다. 그럴 때 전혀 다른 느낌의 연기를 하면 상대도 ‘이게 뭐지’ 긴장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다른 공연의 재미를 찾게 된다. 

자신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하는 사람들까지도 잘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같이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팀이라는 느낌을 심어준다.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이게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팀워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공연도 있었다. 그러면 본인이 더 잘 안다. 오늘 공연이 어땠는지. 언제부턴가 버릇이 생겼다. 공연을 하는 동안 무대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배우들과 눈을 맞춘다. 그럼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맨 오브 라만차> 할 때도 모든 죄수들과 눈을 맞췄다. 그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꼈다. 참 감동스러운 일이다. 

오늘 인터뷰에서도 몇 차례 얘기했지만 이번이 마지막 <헤드윅>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다른 버전의 <헤드윅>이 공연되고 있다. 완전히 다른 게 아니라 스케일만 커졌고 스토리나 음악은 거의 그대로라고 한다. 완벽히 다른 시즌2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더라. 10년 동안 해왔던 이번 버전은 은퇴하려고 한다. 가끔씩 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이제는 더 젊고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 넘겨주고 객석에서 관객으로 보고 싶다. 여장을 하기에 너무 배도 나오고 육덕져서 안 예쁘다. 물론 헤드윅이 예쁠 필요는 없지만. 그래서 관리도 안 하고. 자학 개그로 나온 배를 잡고 ‘아유 짜증 나’ 이러는데, 이번 버전은 이젠 그만해야 할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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