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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아픔, 뮤지컬 <광주> 리뷰

글 | 박병성 | 사진제공 | 쇼온컴퍼니 2020-11-05 6,173
무대에는 짙은 고딕체의 ‘광주’라는 글씨만이 극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뮤지컬 <광주>는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이 떡 버티고 있는 ‘광주’라는 단어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5.18 광주를 설명하는 데 저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 아니 무엇을 더해도 담아낼 수 없기에 비움으로써 담아내려 했던 제작진의 마음이 읽혔다. 광주는 불편하다. 수많은 민간인이 무참히 죽어간 역사가 실재했던 일이기에, 대한민국이 그 빚으로 지금의 민주주의를 쟁취했기에,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되지 못하고 법정 다툼을 하고 있기에 불편했다. 



뮤지컬 <광주>는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올해, 5.18의 상징적인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대중화,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광주의 역사를 뮤지컬이라는 형식으로 재생할까봐 달갑지 않았다. 지금까지 프로파간다적인 해석과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수많은 기념 뮤지컬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작품의 연출이 고선웅이라면 잠시 편견을 접어두게 된다. 이미 연극 <푸르른 날에>에서 5.18 소재를 멜로드라마 양식으로 풀어냈고, 지난해 광주에서 올린 이머시브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에서는 관객들을 그 당시 광주의 시민이 되어 현장을 목도하게 했다. 이번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려낼까. 

뮤지컬 <광주>는 폭력 시위를 부추겨 강경 진압의 빌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민군에 침투시킨 사복 특수부대인 편의대를 다룬다. 이전부터 편의대에 대한 폭로가 있어왔지만 이를 증명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미군의 정보가 공개되면서 편의대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증거들이 나왔다. 작품은 편의대원 박한수의 눈으로 1980년의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광주 시민들이 폭도들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던 박한수는 시민군에 침투하여 자신을 친형처럼 대하는 동생과, 진압군을 피해 대피하던 중 잠시 연인 감정이 생기는 여인과, 같이 싸워준 수많은 동지들을 만나면서 신념이 흔들린다. 5.18 광주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피해자 중심으로 탱크와 헬기 앞에 무참히 무너져야 했던 시민들의 아픔을 그리거나, 한때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계엄군과 맞섰던 광주 시민들의 영웅성을 강조했다. 뮤지컬 <광주>는 계엄군과 시민군 사이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단지 이 살육을 멈추고 싶어 했던 박한수를 통해 당시 광주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담아내려고 애쓴다. 우리에게는 아직 정리 되지 않은 역사인 광주를 이처럼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선은 아직까지 대부분의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편의대원 박한수를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마치 5.18광주민주화운동이 편의대의 도발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서사의 흐름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흠보다 미덕이 많은 작품이다. 




5.18 광주의 이야기를 낯선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해야 할 점이다. 편의대라는 실재했던 존재를 극을 통해 주목하게 하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것은 시도해볼 만한 도전이었다. 기존 뮤지컬의 전형성을 피하고 독립적인 느낌마저 준 음악은 낯설고 때로는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신선한 면이 더 강했다. 전체적으로 오페레타 식의 음악을 운용하면서도 트로트나 민중가요 스타일의 곡을 섞어가며 대중적인 노래가 이물감 없이 섞이도록한 음악 구성도 신선했다. 박한수의 전형적인 뮤지컬 아리아였던 ‘차마’는 진압군과 시민군 사이에서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멈춰버린 심정을 가슴 절절한 멜로디로 담아내 감동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뮤지컬 <광주>에서 돋보이는 것은 광주 시민들이다. 5.18 광주를 너무 뜨겁게 그리지 않으려고 거리두기를 한 작품임에도 광주 시민들의 열기는 거리두기가 되지 않았다.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당시의 광주 시민의 뜨거움으로 에너지를 쏟아냈다. 보는 내내 목젖이 뜨거웠다. 혼연일체 된 앙상블의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또한 시민군의 죽음 이후 다시 만나 해원의 굿판을 벌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거리의 여인이 “이제 그만 쉬소”라던 말에 묵직한 역사의 아픔이 실렸다. 거리여인의 위로처럼 쉴 수 없는 현실이기에 더욱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뮤지컬 <광주>는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전의 광주를 다루는 작품들과 접근 시도가 새롭고, 감정을 움직이는 빛나는 장면들이 많다. 창작뮤지컬 초연임을 감안하면 좀 더 응원하고 기대하고 싶은 작품이다. 뮤지컬 <광주>가 지금 여기서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작품이 지닌 가능성에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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