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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시 내리는 첫 사랑의 추억, 2009 뮤지컬 <소나기>

글 | 이민경(객원기자) | 사진 | 박인철 2009-04-16 6,308

 

뮤지컬 <소나기>가 5월 1일부터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며, 무대 위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무대 언어로 재현해낸 이 작품은 2004년 초연되었으며, 이후 4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다시 관객들 앞에 선보였다. 당시 뮤지컬 <소나기>는 서정적인 무대와 조명, 무대 위에 쏟아지는 소나기, 원작의 언어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 음악 등으로 한층 완성도를 높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가 소년 ‘동석’으로 무대 신고식을 치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그 뒤를 이어 아이돌밴드 FT아일랜드의 베이시스트 이재진이 소년 ‘동석’에 캐스팅되었다. 그는 극중 소년처럼 순박하고 해맑은 모습과 작품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받으며, 2차에 걸쳐 진행된 개별 오디션에서 최종적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KBS2 tv 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에 출연한 바 있지만, 뮤지컬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진 외에 지난해에 이어 다시 소년으로 무대에 서는 <오즈의 마법사>, <애니> 등의 고준식과 <지킬앤하이드>, <마이페어레이디> 등의 이승원이 같은 역을 연기한다. 여기에 2008년 소녀를 맡았던 <오즈의 마법사>, <애니> 등의 이연경과 유미, 처음으로 소녀에 도전하는 우현아가 상대역을 맡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첫 공연을 보름 남짓 앞두고 찾은 뮤지컬 <소나기> 팀의 연습실엔 군데군데 무리지어 연습하는 배우들로 북적였다. 서울시뮤지컬단장 유희성 연출이 런스루(실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연습해보는 것)를 위해 흩어져 있던 배우들을 한데 불러 모았고, 그때서야 연습실 한쪽 바닥에 앉아 연습하던 이재진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유희성 연출의 지휘 하에 호흡법과 간단한 몸 풀기로 워밍업을 다진 후 런스루가 진행되었다. 소년과 소녀로 분한 이재진과 이연경을 포함해 전 출연진이 본 공연 못지않은 무대를 펼쳐냈다.

 

     런스루가 시작되기 전 유희성 단장의 지휘 하에 호흡을 하고 있는 배우들

 

    좌-이재진이 연습실 한쪽 바닥에 자리잡고 앉아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우-소녀가 떠나고 난 뒤 그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이재진. 어느새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었다.

 

    `이건 내가 니 마음에, 그건 니가 내 마음에 쌓는거야` 서로의 소원이 담긴 조약돌을 주고받는 소녀와 소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형이 고향집을 찾았다. 형과 오랜만에 팔씨름 한판. 승자는 과연 누구?

 

     오늘은 즐거운 소풍날. 반 친구들 모두 모여 다함께 찰칵!

 

     소년의 어깨에 기대 살며시 잠이 든 소녀, 어깨를 빌려준 소년은 아무것도 모른채 이 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소년과 소녀를 포함한 전 출연진이 함께 엔딩장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재진으로 홀로서기, 그 첫 걸음

 

“처음 뮤지컬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생각 중의 하나는 부담이 된다는 거예요. 제가 어디에서 노래나 춤을 해본 적이 없이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크죠. 특히 지난해에 승리 형이 하는 공연실황 영상을 보고 나니, 더 걱정이 많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첫 뮤지컬 무대를 앞둔 심정이 어떠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첫 무대인 데다 팀 내 보컬도 아니고 댄스그룹도 아닌, 연기경력이라고 해봐야 시트콤 한 편이 전부인 그에게 이 같은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빅뱅의 승리가 같은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었기에 그 부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모든 일에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는 탓에 잘해보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연습에도 열심인 그는 그룹 스케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뮤지컬 연습에 할애하고 있다. “제 자신이 피곤하거나 하는 건 너무나 버틸만해요. 그런데 FT아일랜드 스케줄 때문에 뮤지컬 연습에 참여를 못하게 될 때에는 다른 분들께 너무 죄송하죠. 반대의 경우, 멤버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가수 활동과 뮤지컬 연습을 병행하며 힘들 법도 한데, 자신보다는 주위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만난 낯선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동석, 계속 소녀에게 눈길이 간다.

 

“처음에 뮤지컬을 해보자는 권유를 받았을 때엔 그저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라고 밖에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본 뮤지컬이 옥주현 선배님이 출연하셨던 <아이다>와 <시카고> 두 편뿐이고요” 하지만 그는 오디션을 준비하며, 그리고 연습을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뮤지컬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연기 또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무대 위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어린 시절 청주에 살며  친구들과 논밭을 뛰어놀며 자란 덕에 갖게 된 까무잡잡한 피부는 그를 더욱 소년에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지난해 승리가 장난기 많고 발랄한 소년의 모습을 보였다면 그가 그려낼 소년의 모습은 조금은 내성적이고 순박하다는 것이 주위의 한결같은 평이다. 본인이 그려내야 할 소년에 대해 주관도 뚜렷히 잡혀 있었다. “극중 소년은 성인이 된 ‘동석’의 기억 속 인물이기도 하지만 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상상의 인물이기도 해요. 극중 ‘동석’이는 굉장히 순박하고 자기 마음을 거짓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순수한 친구인데, 이게 바로 제가 꿈꾸고 있던 소년의 모습과 일치하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서슴없이 다가갈 수 있겠지만, 어렸을 땐 조금 달랐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어떤 여학생을 좋아했는데, 생일에 오라는 말 한 마디가 하기가 겁나서 편지를 써서 책상 위에 몰래 올려놓은 적고 있고, 하교길에 몰래 뒤를 따라 간적도 있었어요. 때문에 제가 그려낼 소년은 바로 저 자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재진은 ‘다른 두 명의 배우와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가 아닌 당시의 자신을 표현해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선배 배우들과 실력을 비교하기 보다는 본인만의 색깔과 에너지를 표출해낸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한없이 작아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일부러라도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긴 해요.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에서 런닝 하나만 입고해야 하는데, 제가 한 번도 몸을 만져본 적도 또 노력해본 적도 없거든요. 승리 형이 하는 걸 봤는데, 정말 런닝이 몸에 쫙 달라붙더라고요” 오히려 몸이 너무 좋으면 소년의 이미지와 안 어울리지 않겠냐고 반문했더니, 그래도 기본은 되어야하지 않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91년생인 이재진의 나이는 올해로 19살. 연습실 내에서는 그야말로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다들 너무 귀여워 해주세요. 한 장면이 끝나면 지나가시면서 머리도 한 번씩 쓰다듬어 주시고요(웃음)” 옆에서 듣고 있던 유희성 연출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탈’이라며 한 마디를 거들었다. “특히 연예인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장난도 치고, 허물없이 대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게다가 제가 지금 처음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분이 무슨 얘기를 해주시든 저한테는 모두 도움이 되요. 그분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가면서 배우는 것도 굉장히 많고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축하를 해준 멤버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멤버들과 식사를 하던 도중에 합격 소식을 들었거든요. 다 같이 박수를 쳐주며 축하를 해주더라고요” 사실 멤버 중 송승현도 같이 오디션에 지원했으나 이재진만 캐스팅되었다. 아쉬움이 큰 탓인지 아직도 자신에게 배역 하나만 달라며 조른다고. “제가 단장님도 아니고, 무슨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저한테 작은 배역 하나라도 달라고 해서 정말 난처해요” 표현은 그렇게 했지만 본인만 캐스팅 된 것이 못내 미안한 눈치였다. 

 

             소녀와 첫 만남 후 설레는 순수한 마음을 노래하고 있는 소년.

 

이번 공연은 사실 이재진에게 첫 무대 도전이라는 것 외에 더 큰 의미를 지닌다. FT아일랜드의 이재진이 아닌, 이재진이란 이름 석 자로 홀로서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FT아일랜드 내의 베이시스트 이재진이었다면, 뮤지컬에 도전하게 되면서 이재진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위험한 첫 걸음을 뗀 것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때문에 힘내라는 말 한 마디가 너무 소중하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다시 만난 소녀, 세 번째 <소나기>


뮤지컬 <소나기>와 이연경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2004년 초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앙상블로 무대에 섰던 이연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소녀로 무대에 선다. “처음 이 공연에서 앙상블로 섰을 때, 그리고 소녀 역을 맡았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달라요. 같은 역을 하고 있는 지난해와 올해도 그렇고요. 그런데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같은 공연을 여러 번 하게 되면 (영화의 후속작도 그렇듯이) 더 기대를 많이 하게 되니까, 찾아야 할 것도 많고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더 큰 것 같아요” 같은 작품, 배역을 다시 맡게 되었을 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공연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 등에 대해 수정, 보완해나갈 수 있다는 점은 재공연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연경이 올해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표현해낼 부분은 ‘동석’의 입장에서 바라본 소녀의 모습이다. 더불어 작품 안에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해내고, 여러 방향으로 시도를 해보며 가장 소녀다운 모습을 찾고자 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알고 가긴 했지만, 극중 소녀는 어디까지나 ‘동석’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실제로는 아프지만, ‘동석’의 눈에 비춰진 모습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죠. 또 오늘 연습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는데, 너무 어른스럽게 보인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사실 극이 ‘동석’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떤 사건에 대한 동기부여나 앞장서서 하는 것은 소녀가 더 적극적인 면을 보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에서 접근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너무 어른스럽단 느낌이 강해서 방향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몇 번의 시행착오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듯하다.  

 

     등교길, 버스정류장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소년과 소녀.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이연경은 지난해 같이 공연을 했던 고준식 외에 이재진과 이승원, 세 명의 소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중 같은 서울시뮤지컬단원으로 오랫동안 같이 생활했던 고준식을 호흡이 잘 맞는 상대배우 일순위로 꼽았다. “오랫동안 같이 해서인지 이제는 ‘척하면 척’ 호흡이 너무 잘 맞아요” 반면 외부에서 활동을 해온 이승원은 순간적인 리액션의 센스가 좋고, 아이디어가 많은 배우라 평했다. “승원씨 하고는 탁 터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같이 연습을 하면 스피드가 생겨 일의 진행이 굉장히 빨라져요. 그런 면에서 같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막내 이재진에 대한 평도 빼놓지 않았다. “재진씨는 쑥스러움도 많이 타고 동생 같은 느낌이 강해서 제가 보호해줘야 할 것만 같아요(웃음). 그래서 극중에서도 이런 부분이 묻어나오게 될까 걱정되기도 하는데,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또 굉장히 어른스러운 면도 있어요. 무엇보다 연예인 활동으로도 바쁠 텐데 연습실을 나가더라도 문자나 통화로 연습 코멘트도 주고받을 정도로 편하고, 또 본인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너무 예쁘죠”

지난해 승리와는 9살, 올해는 1살이 더 늘어 이재진과는 무려 10살 차이다. 평소에는 귀여운 동생이자 후배이지만, 무대 위에선 10년이라는 물리적인 간극을 극복해내는 것이 커다란 과제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운 부분이 있죠. 그래서 외적인 부분보다는 소리나 어떤 이미지적인 면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가져가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소년의 귀에 들렸을 소녀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소리도 더 예쁘고 맑게 내려고 하고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소년에게는 그렇게 들렸을 테니까요” 사실 이연경은 평소 극중 캐릭터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캐릭터에 좀 더 몰입하기 위해 평소 옷차림에까지 신경을 쓰는 편이다. “제가 원래 치마를 거의 안 입어요. 그런데 소녀 역을 맡으면서 지난해에도 그렇고 올해도 원피스를 자주 입고 있어요. 아무래도 옷차림에 의해 몸가짐이나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마련이니까요. 또 교복 입은 여중고생들만 지나가면 유심히 살펴보게 돼요. 물론 지금 시대 그들의 정서를 가져가선 안 되지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 작품의 초연부터 함께 해온 이연경이 생각하는 <소나기>의 가장 큰 매력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연령층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데에 있다. 지금 시대의 청소년들에게는 호기심을 줄 수 있고, 부모님 세대에는 아련한 추억을 되새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9 <소나기>는 기존보다 더욱 다양한 색으로 표현될 것이라는 말로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기존에 함께 공연하던 서울시뮤지컬단원 외에 외부 배우들이 투입되면서 극의 흐름이나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소년, 소녀도 그렇고 형이나 엄마 역도 2~3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색의 공연이 될 거예요. 때문에 부담 없이 와서 시원하게 비 한 번 맞으시고, 비 냄새를 즐기면서 같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어요”

     소년이 안겨준 꽃과 서리 해온 참외를 들고 소년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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