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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NEW YORK] <파인딩 네버랜드> FINDING NEVERLAND [No.140]

글 | 여지현 (뉴욕 통신원) 사진제공 | Carol Rosegg 2015-05-27 5,266

빛을 잃은 특별한 이야기

조니 뎁과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2004년 영화 <파인딩 네버랜드(네버랜드를 찾아서)>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파인딩 네버랜드>가 지난 4월 15일에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했다.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미국 작가 앨런 니가 쓴 연극 <피터 팬이었던 사나이(The Man Who was Peter Pan)>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신작에 대한 영감이 고갈된 극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미망인 실비아와 그녀의 네 아들, 그중에서도 특히 셋째 아들인 피터와의 교감을 통해서 세기의 걸작 『피터 팬』을 집필하게 된 이야기를 다룬다. 



브로드웨이에 오르기까지

브로드웨이에 올라가는 뮤지컬치고 뒷이야기가 없는 작품은 없지만 뮤지컬 <파인딩 네버랜드>에는 조금 더 복잡하고 많은 사연이 있었다. 앨런 니의 연극은 1979년 앤드루 버킨이 쓴 제임스 매튜 배리의 전기<제임스 매튜 배리와 잃어버린 소년들(J.M. Barrie and Lost Boys)>를 극화한 작품이다. 또 실제로는 다섯 명이었던 아들을 네 명으로 바꾸고, 미망인이 아니었던 실비아를 미망인으로 설정하는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를 통해 제임스 매튜 배리가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과정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당시 신예 작가였던 데이비드 매기가 대본을 맡아 제임스 매튜 배리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따뜻하게 그려 좋은 평을 받았다(데이비드 매기는 <파인딩 네버랜드> 이후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2008), <파이의 인생>(2012)으로 유명해진다).


2004년, 영화가 개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메인 프로듀서이자 영화계의 거물인 하비 와인스타인은 <파인딩 네버랜드>를 뮤지컬로 제작할 계획을 발표한다. 극본은 앨런 니, 작곡·작사는 뮤지컬 <그레이 가든스>를 쓴 마이클 코리와 스캇 프랑켈, 연출은 로버트 애슈포드에게 돌아간다. 계획대로라면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라호야 플레이하우스(La Jolla Playhouse)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렸어야 했지만, 개막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하비 와인스타인이 트라이아웃 공연을 취소했다. 그 일로 하비 와인스타인은 작가와 연출을 비롯해 극장 관계자들의 원성을 샀다. 2012년 9월 영국 레체스터에서 첫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인 후에는 작가와 연출을 모두 해고하고 새롭게 창작 팀을 구성해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오른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나중에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은 작품성은 좋았지만, 관객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창작 팀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다이앤 폴러스(연출), 개리 발로(작곡), 엘리엇 케네디(작사), 제임스 그래험(극본)으로 새롭게 구성된 팀은 2014년 7월 보스턴에 위치한 아메리칸 레퍼토리 극장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린다. 다이앤 폴러스의 손을 거친 <피핀>과 <포기와 베스>가 워낙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다수의 평론가들에게 ‘재밌지만 특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겨울에는 하비 와인스타인과 <파인딩 네버랜드>의 홍보 담당자 간의 다툼이 <뉴욕 타임스>를 통해 기사화되면서 홍보 대행 책임자가 해고되는 등 <파인딩 네버랜드>는 끊임없이 가십거리를 만들어왔다.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브로드웨이까지 오게 된 작품이기에, 그만큼 평단의 (다소 부정적인) 관심이 컸던 게 사실이다.



피터 팬이었던 사나이의 이야기

공연은 제임스 매튜 배리가 『피터 팬』을 집필하게 된 과거를 회상하며 막이 오른다. 영화에 비해 조금 더 이야기가 늘어난 뮤지컬은 1막에서 신작에 대한 소재가 완전히 고갈된 배리가 실비아와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피터 팬』을 쓰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배리와 프로듀서 찰스, 배리와 그의 부인 메리, 그리고 실비아와 실비아의 엄마인 듀 모리에 부인의 갈등을 통해 동심을 잃지 않은 어른들과 동심을 잃고 사회적인 기대에 매여 있는 어른들의 대립 구도가 생긴다. 


1막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주제는 ‘순수한 믿음’으로, 사람 간의 믿음, 상상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에 대한 믿음, 다시 말해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피터는 어린 나이에 불운한 사고로 아빠를 잃고 그 슬픔으로 인해 동심을 부정하며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를 믿지 않는 ‘애어른’이 되어버렸다. 피터에게 연민을 느낀 배리는 이야기를 써볼 것을 적극 권하며 피터의 이름을 신작의 주인공 이름으로 쓰겠다는 허락도 받아낸다. 1막은 배리가 메리, 듀 모리에 부인, 찰스의 불신을 이겨내고 『피터 팬』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확신을 갖는 것으로 끝나는데, 양옆으로 돛을 상징하는 천들이 펼쳐지며 무대가 해적선으로 변하는 화려한 피날레는 다이앤 폴러스의 연출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 중의 하나다. 


2막은 <피터 팬>의 리허설로 시작한다. 동심을 잃은 어른 배우들이 아이들 역을 소화하기 힘들어해서 공연은 답보 상태를 거듭하는데, 리허설이 끝나고 스트레스를 풀러 찾아간 술집에서 프로듀서인 찰스가 ‘Play’라는 단어는 원래 ‘놀이’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배우들에게 과정을 즐기라고 얘기하며 돌파구를 찾는다. 1막의 마지막에서 메리와 헤어진 배리는 몰래 리허설을 구경하는 아이들을 찾으러 온 실비아의 마음을 확인한다. 피터와 아이들은 피터가 쓴 연극을 배리와 실비아에게 보여주는데, 그때 실비아가 기침을 하다 쓰러지면서 건강이 좋지 않음이 드러난다. 결국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실비아는 오프닝 공연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모든 출연진이 실비아의 집에 모여 멋진 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한 그녀를 위한 공연을 한다. 공연이 끝나면 실비아가 홀린 듯 무대 중간으로 나가고, 무대 바닥에 원형으로 환기구들이 열려서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면 피터 팬이 금가루를 그녀에게 뿌린다. 바람의 원통 속에서 금가루와 함께 실비아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암전된다. 1막의 엔딩 장면과 더불어 연출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실비아의 장례식이 끝나고, 듀 모리에 부인은 실비아의 유언에 따라 네 아이들의 공동 보호자가 된 배리를 인정한다. 피터와 배리가 현실의 아픔을 함께 이겨내는 것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2막은 끝난다.



결코 쉽지 않은 영화의 뮤지컬화

영화를 좋아했던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스토리만 따져보면 죽음과 늙어가는 것에 대한 이해와 수용, 그리고 동심과 순수함에 대한 믿음에 대한 이 작품은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이야기가 지닌 묵직한 힘에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하지만 뮤지컬 자체에는 그런 힘이 없었다. 4월 15일에 올라간 오프닝 공연 이후 앞다투어 나온 리뷰의 전반적인 의견도 대체로 비슷했다. “피터 팬은 날았을지 몰라도 작품은 날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 영화나 연극은 제임스 매튜 배리와 네 아이들, 특히 피터와의 교감에 초점을 맞췄던 반면, 뮤지컬에서는 배리와 실비아의 사랑 얘기가 조금 더 두드러졌고, 프로듀서 찰스 프로햄의 존재감이 커졌는데 이는 캐스팅과도 무관하지 않다. 런던 트라이아웃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넘어오면서 TV 시트콤 <프레이지어>에서 괴팍한 라디오 심리상담가 역을 오랫동안 맡았던 켈시 그래머가 찰스 프로햄 역에 캐스팅됐기 때문. 켈시 그래머를 위한 뮤지컬 넘버가 추가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알려진 배우가 작품에 참여하면서 그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뮤지컬에서 켈시 그래머는 찰스와 후크 선장 역을 동시에 맡았다. 배리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찰스가 피터 팬의 숙적인 후크 선장이기도 하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좋은 장치일지 몰라도, 후크 선장의 비중이 높아지면 작품의 초점이 흐려진다는 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뉴욕으로 옮겨 오면서 TV 시리즈 <글리>로 이름을 알린 매튜 모리슨이 주인공인 배리를 맡게 됐는데, 매튜 모리슨의 배리는 상상력이 넘치는 작가가 아닌 다소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풍겨서 역할과 이질감이 들었다. 그나마 보스턴에서부터 계속 함께했던 로라 미쉘 켈리가 네 아들을 키워내는 긍정적이고 강인한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했지만, 뮤지컬로 옮겨 오면서 이 둘의 로맨스가 조금 더 부각된 것도 이야기의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대본과 음악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기보다는 기능성 위주로 만들어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이 부분에서 이런 음악을 썼으니 다음 곡은 이런 느낌으로 가야 하고, 노래 가사도 일차원적인 설명과 추상적이고 뻔한 내용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전반적인 문제 중의 하나였다. 뮤지컬적인 외양과 요소들은 그럴듯하게 갖추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갖춰진 요소들과 외양 들이 맞물리지 않은 채 놓여 있다. 가짓수는 많지만 영양가는 없는 보기 좋은 뷔페에 간 듯한 느낌이랄까.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뻔한 농담들과 유머들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더 가볍게 만들었다. 다이앤 폴러스를 제외한 창작진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무대 역시 특별함이 부족했다. 앞서 잠깐 언급한 1막과 2막의 엔딩 장면과, 2막에서 배리와 실비아가 듀엣을 부르는 장면에서 벽에 비치는 그림자를 활용해 안무를 짠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할 게 없었다. 동화책의 일러스트처럼 그린 배경은 귀여웠지만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상상의 세계와 현실 속의 세계를 무대 위에서 조화롭게 잘 엮어내는 것의 한계와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뮤지컬로서의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공연 자체가 지루하게 흐르지는 않았다. 중간중간에 배리가 그의 일상을 통해 팅커벨이나 후크 선장의 갈고리, 악어가 삼킨 시계 같은 디테일을 발견해 내는 것은 이 공연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2막 중간 실비아가 아픈 것에 대해 피터가 분노를 표하는 장면부터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털이 북슬북슬한 큰 개 포르토스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 또한 쏠쏠한 눈요깃거리다. 뷔페식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이 집중할 수 있는 선택권이 넓다는 데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대신 자신의 경험과 가장 가까운 극 중의 한 캐릭터에 집중해서 작품을 본다면, 그런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부정적인 리뷰가 많은 데는 하비 와인스타인이 뮤지컬의 메인 프로듀서로 나서는 행보에 이미 마음을 돌린 평론가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리뷰가 나쁜 작품들이 오래 살아남기 힘든 브로드웨이이긴 하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조금 더 생명이 연장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0호 2015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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