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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공연계 종사자 실태 조사 1 [NO.104]

글 |박병성 2012-06-01 4,464

공연계 종사자 성향과 근무 환경 해부

 

“무슨 일 하세요?”, “공연 일 합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 자신을 소개할 일이 있을 때 공연 분야에서 일한다고 하면 상대방의 눈빛이 달라진다. 공연 분야는 타 분야 사람들에게 막연한 호감과 선망을 불러일으키는 직업이다. 다소 월급이 적다고는 들었지만 배우와 아티스트들과 친근하게 지내고, 무엇보다도 좋아 하는 일이니 얼마나 신바람이 날까. 밖에서 보는 공연 종사자들은 늘 바쁘고, 현실적인 가치에서는 조금 벗어나서 문화를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실제 공연계 종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막연하게 동경하는 공연 종사자들의 세계를 설문을 통해 들어보았다. 이번 조사는 공연예술 기획자 및 배우 양성 아카데미인 한국공연예술학교(SPARK)가 공연 관련 40개 기관 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더뮤지컬>이 심층 탐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기간 2012년 2월 15일~3월 15일(한 달간)

조사방법 설문지를 통한 온/오프라인 작성

조사기간 한국공연예술학교(SPARK), THE MUSICAL(더뮤지컬)

참여단체 세종문화회관, 설앤컴퍼니, CJ E&M, 신시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 에이콤

              LG아트센터, 인터파크, 클립서비스 외 40개 기관 총 260여 명 참여

 

* 2012년 1월 문을 연 한국공연예술학교(SPARK)는 <대한민국 공연예술계를 혁신할 스타 기획자와 배우 양성>을 목표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의 공연현장 진출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연계 파워맨들이 뜻을 모아 운영위원으로 참여중인 실무 중심의 전문교육기관입니다.

 

 

 

 

 

 

 

공연계 종사자는 누구?
현실 감각 없고, 엥겔지수 높은 낙천주의자

 

공연계에는 어떤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을까? 왠지 현실 감각 없고 대책 없이 낙천적인 사람이 떠오른다면 빙고! 실제 설문에서도 그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직업의 특성이 종사자들에게 특정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인지, 특정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그 직업을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공통 직업군의 특정한 성향은 존재한다. 공연계 종사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본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6 대 4 정도로 여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공연 관람객 역시 여성이 80% 정도로 여성 관객이 많다. 굳이 설문을 하지 않아도 공연 분야의 여초 현상은 이미 예상했던 결과다. 오히려 결과 값이 체감하는 수치보다 여성 비율이 낮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것은 설문이 비교적 안정적인 공연 기획사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남성 비율이 체감보다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작은 공연 기획사들까지도 모두 포함한다면 여성의 비율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여직원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지만 10년 차까지는 비슷한 비율을 보이다가 10년 차가 넘어가면 남성의 비율이 역전하는 결과를 보였다. ‘10년~20년 차’에서는 남성의 비율이 61%로 여성 직원보다 월등히 높았고, ‘20년 차 이상’이 되면 남성 비율이 80%를 차지했다. 일반 사원에서 간부 직원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적어지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도 뚜렷이 보이는 결과이다. 연차가 증가하면 그만큼 직위도 높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종과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연계에서는 유독 10년을 기점으로 남녀 성비가 역전되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5년~10년 차’에서도 그보다 낮은 연차보다는 여성 비율이 감소하고 남성 비율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10년 차까지는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다가 10년 차 이후 남성의 비율이 뚜렷이 증가한다. 이 현상은 결혼과 육아와 깊은 관련이 있다. 10년 차쯤 되면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 육아기로 접어들게 되는데, 공연계가 육아를 하기에 적합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번 조사에서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고 있는 공연계 종사자가 24%로 조사되었다. 반대로 남성이 공연계에서 10년을 넘기면 안정기로 접어들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무에 마음이 흔들리는 공연계 남자 직원이 있다면, 일단 10년만 견뎌봐라.

 

 


결혼 후 일을 병행하며 발생한 문제는? (중복 응답)

경제적 문제                                                        46%
야근 등으로 인한 불화                                  44%
육아 문제                                       33%
체력 저하                   20%
기타          7%

 

실제 기혼자들에게 결혼과 일을 병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물어본 결과, 경제적인 문제가 46%로 가장 높았다. 이는 대부분의 직종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는 항목일 것이다. 특이한 것은 ‘야근 등으로 인한 불화’와 ‘육아 문제’가 각각 44%와 33%로 1위에 버금간다는 점이었다. 바쁜 일정으로 기본적인 가정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공연계에 유독 미혼자가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답변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젊은 집단


나이 분포

40세 이상      5%
36~40세             10%
31~36세                                       30%
26~30세                                                        44%
20~25세             10%

 

공연계는 30대 미만이 전체 54%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젊은 집단이란 결과가 나왔다.  30대 미만의 젊은 층이 두텁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이들의 유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 공연계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인력 수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성장이 젊은 층의 유입을 활발하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30세 미만이 전체 구성원의 반을 넘어선다는 것은 최근 시장의 성장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는 공연계 종사자들이 젊은 나이에 뛰어들었다가 30세가 되기 전에 공연계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 설문 문항은 공연계 종사자의 나이 분포도를 정확히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60여 명의 설문 응답자 중 설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해준 비중이 젊은 층이 높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큰 오차의 범위를 감안한다고 해도 공연계의 젊은 층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설문 응답자의 학부, 대학원 전공을 살펴본 결과 언어 관련 학과(12%)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경영학(10%), 연극영화(8%), 공연예술(7%), 문화예술경영(6%), 음악(5%), 신문방송(5%), 웹디자인(4%), 디자인(4%) 순이었다. 공연 관련 학과(연극영화, 공연예술, 문화예술경영, 음악)가 26%로 비교적 전공자들의 진출이 높았다. 사회복지학, 수학, 기계 등 전혀 관련 없는 학과들도 있었지만 디자인, 신문방송 같은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는 전공자들이 비교적 공연계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전공 학과에 상관없이 취업을 하는 상황에 비해, 공연계는 전공이나 정서적인 면에서 가까운 학과 전공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현실 감각은 떨어지지만 정이 가는 타입


휴일을 보내는 방법 (중복 응답)

잠자기                                      45%
기타 문화생활                        37%
집안일           25%
공연 관람                               25%
가족과 시간 보내기          25%
데이트      19%
여행                              13%
술 마시기               11%
밀린 업무      6%
휴일이 없다     5%
기타                 5%

 

 

공연계 종사자는 피곤하다. 중복 대답을 허락한 것이었지만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휴일에 잠을 자며 보낸다고 응답했다. 휴일이 없다는 응답도 무려 5%나 됐다. 기타 문화생활(37%), 공연 관람(25%), 데이트(19%), 여행(13%)도 적지 않게 응답해주었지만 ‘수면’에 응답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다가, 저무는 일요일을 아쉬워하며 떡진 머리로 TV를 보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청춘이 안타깝기보다는 정이 가는 이유는 다음 챕터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공연계 종사자들의 직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비록 바쁘고 일이 과도해서 휴일을 수면으로 보내지만, 공연 일을 긍정적으로 즐기기 때문에 측은하게 보이지 않는다.


‘기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중복 응답)을 물은 결과 식비가 35%로 굉장히 높은 답변이 나왔다. 다음으로 높은 것이 교통비(21%)와 자기 투자(21%)였다. 젊은 층이 많아서인지 ‘집세’라고 응답한 공연계 종사자도 19%로 적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교통비였다. 교통비에 가장 많은 비용을 쓰는 이유는 공연계 일이 늦게 끝날 때가 워낙 많고, 공연계 종사자들 중 은근히 택시 마니아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택시를 즐겨 이용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공연계 종사자들은 곱게 자란 막내딸 같다. 현실감은 없지만 낙천적인 면이 은근 정이 가는 스타일이다.

 

 

 

재테크 방법 (중복 응답)

저축                                                                      69%
보험                            24%
없다                  18%
편드 등의 투자        8%

 

공연계 종사자들의 떨어지는 현실감은 재테크 방법에서도 드러난다. 70%에 달하는 공연계 종사자들이 가장 전통적이고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저축을 재테크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주식이나 펀드 같은 적극적인 투자 참여는 8%에 불과했다. ‘없다’라는 답변도 18%나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테크를 할 정도로 금전적인 여유가 없고, 젊은 층이 대부분이라 적극적인 재테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설문 결과를 보니 ‘먹기 살기 바쁘다. 재테크는 사치!’라는 공연 종사자들의 항변이 들리는 듯하다.

 

 

 

자기 개발, 필요하다고만 느낀다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야 (중복 응답)

외국어 능력                                                   55%
창의력                 31%
기획력      24%
체력               15%
스피치               15%
컴퓨터 활용               15%
비즈니스           11%
인문        8%
프리젠테이션     7%

 

공연계 종사자 중 99%가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 적용하다 보면 한없이 부족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특히 아직 산업으로서 틀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나 선배들로부터의 노하우 전수 체계가 자리 잡히지 않은 공연 분야에서는 자기 개발의 갈증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응답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61%), ‘업무 분야를 넓히기 위해’(49%) 자기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99%가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과는 다르게 실제 자기 개발을 하고 있는 공연계 종사자는 38%에 불과했다. 6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만 실천으로 잇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룹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창작이나 연출 분야의 종사자들이 각각 83%와 62%로 자기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작의 샘을 자극해야 하는 일이다보니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개발을 게을리 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개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중복 응답) 공연계 종사자 중 51%가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의지가 약해서’(41%)라는 답변도 적지 않게 나왔다. ‘돈이 없어서’(18%), ‘배울 곳이 없어서’(14%)가 그 뒤를 이었다. 자기 개발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중복 응답 허용) 70%가 ‘본인 의지’를 꼽았다. 시간이 없어서 자기 개발을 못한다는 응답자가 51%나 됐다. 시간 부족이라 답한 이유는 현 상황이 변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 역시도 본인의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4호 2012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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