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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S] 매혹적인 코드, 천재성 [No.131]

글 |송준호 2014-10-07 4,630
‘타고난 천재성’의 대명사 모차르트와 ‘천재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의 상징인 살리에리가  뮤지컬에서 다시 맞붙었다.
천재는 자신의 걸출한 재능을  천형처럼 안고 살아가고, 범인은 천재의 존재만으로  열패감에 휩싸인다.
주변과 필연적으로 불균형을 일으키는  천재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예술 작품과 대중문화에서 담아내고 있는  각양각색 천재성의 매력에 대해. 



천재 신화의 탄생

‘천재’라는 개념은 신에서 인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르네상스 시대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는 신의 권능보다 인간의 능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등장했다. 그의 천재성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다재다능이다. 그는 모든 분야에 두루 정통한 르네상스적 인간의 상징이다. 걸작도 걸작이지만, 그가 작품에 남긴 기호들은 지금까지도 그 의미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치밀하고 신비롭다. 영화 <다빈치 코드>도 그가 남긴 유산인 <모나리자>에 음모론을 연결시켜 흥미롭게 재구성한 결과다.

모차르트는 타고난 재능, 끊임없이 샘솟는 영감,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 등의 천재의 이미지를 구축한 인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천재의 신화를 환기한 것은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살리에리였다. 그는 오페라, 실내악, 종교음악에서 높은 명성을 쌓았지만 결국 모차르트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 그가 겪었을 법한 좌절과 열등감은 훗날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에 의해 희곡 『아마데우스』로 각색되었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창작의 고통이나 별 노력 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곡을 쓰는 모차르트의 재능은 영화에서 잘 드러난다. 모차르트가 벌써 <마술피리>를 완성했다는 말에 살리에리가 의아해하자, 천진한 얼굴의 천재는 이렇게 대답한다. “음악은 절대 어려운 게 아닐세. 결혼 생활이 어렵지.” 이는 부단한 노력파였던 살리에리를 좌절시키고 분노케 할 만한 발언이었다. 



오늘날 서양사에서 가장 대중적인 천재 이미지는 베토벤의 차지다. 모차르트가 천부적 재능의 신동 이미지가 강한 천재라면, 베토벤은 광기와 괴짜 이미지가 강한 천재다. 잔뜩 찌푸린 채 우리를 노려보는 강한 인상, 귀머거리에다 무례한 성격, 항상 지저분하고 흐트러진 차림새. 하지만 이런 이미지야말로 그를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천재로 느끼게 한다. 특히 ‘귀머거리 작곡가’의 이미지는 그를 ‘초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영화 <에로이카>에서는 이런 신체적 결함이 맞닥뜨리는 공포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공연을 앞둔 베토벤이 리허설에서 자신의 곡을 직접 지휘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그의 눈이 되어 오케스트라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때 베토벤이 느끼는 정적을 표현하듯 화면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청각을 잃어버린 천재 작곡가의 심상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장면이다.  

한편 유례없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유명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는 지나치게 경이로운 연주 실력 때문에 당대에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라는 비난을 받았다. 천재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루머로만 남게 된 이유는 그가 즉흥 연주에만 매달린 나머지 악보 작업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자도 없어 테크닉 역시 후대에 전해지지 못했다. 하지만 위대한 천재로서의 재능을 입증하는 자료들이 나오면서 그는 다시 극한의 재능을 지닌 천재로 명예를 회복했다. 실제 바이올리니스트가 주연으로 캐스팅돼 파가니니의 명곡들을 들려준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철저하게 천재 파가니니를 조명한다.



상처 입은 현대의 천재들

현대의 천재들은 인간의 정을 그리워한다. 영화 <굿 윌 헌팅>은 ‘걸어다니는 도서관’ 수준의 박식함과, 한 번 들은 내용은 다 외워버리는 MIT 청소부 청년의 이야기다. 윌 헌팅은 저명한 수학자들도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순식간에 증명하는, 인문계와 이공계를 아우르는 천재다. 하지만 고아로 자라면서 입양과 파양을 반복한 그는 양부의 학대를 경험한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가까운 그가 사람과 사회에 다시 마음을 열게 된 계기는 그의 천재성이 아니라 진정한 친구와의 소통 덕분이었다. 영화는 인간성이 결여된 천재성에 휴머니즘을 결합해 감동적인 드라마를 완성한다.

또 다른 수학 천재인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시는 천재와 시대의 불화를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수학 공식으로만 세상을 보는 그는 최고 엘리트만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천재다. 연애에는 젬병이어서 “빨리 타액이나 교환하자”고 했다가 차이는 ‘진상’이다. 그런 일편단심 ‘수학 사랑’ 결과 그는 곧 MIT 수학과 교수에 취임하고, 냉전시대에는 국방성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정부 일이 끝나면 대개 버려지기 마련. 그는 정신병동에 갇히고, 30여 년 동안 정신분열증에 시달린다. 그를 구원해준 것은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마침내 노벨상을 타게 된 그는 “인생에는 논리와 이성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수상 소감으로 천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회고한다. 

현재 뮤지컬화가 진행 중인 영화 <어거스트 러시>는 음악 신동의 부모 찾기 여정을 담아낸다. 밴드 뮤지션 남자와 첼리스트 여자의 하룻밤 사랑의 결실은 여자의 부모의 계략으로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성장한 소년 어거스트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이 부모와의 재회를 가능하게 해줄 거라 생각하고 음악 여행을 떠난다. 다소 신파에 가까운 이야기를 불식시키는 것은 소년의 비현실적인 천재성이다. 따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그는 잠깐 설명을 듣거나 악기를 만져보면 곧바로 연주가 가능한 능력의 소유자다. 이런 동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에서 천재 소년이 바라는 해피엔딩이 도출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악한 천재들 



 <캐치 미 이프 유 캔> 프랭크                             
천재가 꼭 인류 발전이나 공공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그 좋은 머리를 왜 저런 데 쓴데’라며 한탄을 자아내는 인물들이 있듯, 프랭크도 어린 시절부터 사기에 비상한 재주를 보여준다. 전학 간 학교에서 교사 행세를 해서 전교생을 속이는가 하면, 기자와 여객기 기장을 사칭해 비행기를 공짜로 타고 미 전역을 누빈다. 특히 수표 위조는 그의 전공 분야. 신출귀몰하던 천재 사기꾼은 결국 집념의 수재 수사관에게 붙잡힌다.




 <데스 노트> 라이토                            
똑똑하고 영악한 모범생 라이토는 이름을 적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신의 명부를 줍는다. 라이토는 이 노트로 범죄자들을 처단해 깨끗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이 초법적인 행위에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가 들썩이고, 무소불위의 처단자를 막기 위해 또 다른 천재 류자키가 등장한다. 평소엔 얌전한 모범생으로 있다가 처단자 ‘키라’로 활동할 땐 교활한 악당으로 돌변하는 라이토의 사악함이 묘한 매력을 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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