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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한국 뮤지컬, 위기? [No.132]

글 |박병성 2014-10-15 5,735
한국 뮤지컬은 침몰하고 있는가? 중견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고, <두 도시 이야기>가 출연료 미지급으로 공연 10여 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당일 공연을 취소하는 사건 이후, 언론들은 앞다투어 한국 뮤지컬의 위기를 다뤘다.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일본, 중국, 브로드웨이 시장을 점검한 후 이례적으로 ‘송승환의 100분 토론’을 통해 현재 한국 뮤지컬의 위기 상황을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뮤지컬협회장이자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시장의 성장 뒤에 왜곡된 제작 구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문광부에서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구축을 위한 시범 사업을 전개하면서 공연 시장 발전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의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공연 관람객이 현저히 줄어들고, 앞서 말한 상징적인 사건들이 일어나자 한국 뮤지컬의 위기가 집중 조명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 증후와 우려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있어왔다. <명성황후>의 제작자 윤호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을 “과도하게 커진 시장이 구조조정 되는 과정”으로 보고 제작사들의 우열이 나눠지면서 정리될 것이라고 보았다. 정말 이것이 빠르게 성장한 한국 뮤지컬이 겪어야 할 성장통일까, 아니면 그동안 병들어 있던 모순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신호탄일까? 이번 호에서는 그동안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 뮤지컬의 현재를 진단해본다. 



한국 뮤지컬 위기 성장통인가? 침몰의 신호탄인가?

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한국 뮤지컬의 문제를 진단하는 수많은 기사들이 등장했다. 그 기사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한국 뮤지컬의 문제를 짚고 있지만 문제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사들은 공통적으로 뮤지컬계의 위기 원인을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도하는 시장, 배우들의 개런티 상승으로 인한 제작비 상승, 20~30대 여성으로 한정된 좁은 관객층, 불투명한 회계 정산으로 인한 투자 유치의 어려움 등에서 찾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에 비해 공연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경쟁적으로 들여오다 보니, 로열티는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스타 캐스팅에서 작품의 경쟁력을 찾게 되고, 그것이 배우 개런티의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전체 시장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낮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대부분의 기사는 위의 진단과 대동소이하다. 문화웹진 아이즈에 몹C가 쓴 ‘뮤지컬? 우린 안될 거야? 아마’만이 조금 색다른 접근을 한다. 지금의 문제는 단지 “한국 시장 파이에 적당한, 뛰어나게 잘 만든 작품이 부족할 뿐”이고, 진정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애초부터 뮤지컬을 비즈니스로 이끌어갈 인프라가 갖춰진 나라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몹C의 진단은 날카로운 측면이 있지만 지금의 한국 뮤지컬의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뮤지컬해븐은 작품성 높은 뮤지컬을 소개해온 제작사였고, 우리 뮤지컬계는 작품성과 무관하게 캐스팅으로 흥행이 좌우되는 현상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대략 3,000억원 시장으로 파악하는 우리 뮤지컬 시장은 브로드웨이의 4분의 1, 일본의 2분의 1 규모로 아직 산업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려운 시장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뮤지컬 시장의 문제는 규모보다는, 수익성 악화에 있다. 규모는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을 내는 제작사가 적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한국 뮤지컬의 문제를 다룬 토론회와 기사들의 의견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재검토하여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 ‘제작 환경의 악화’, ‘비산업적인 구조’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 그게 문젠가?

한국 뮤지컬의 위기를 진단하는 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이라는 점이다. ‘송승환의 100분 토론’에 참석한 원종원 평론가를 비롯, 거의 모든 분석 기사에서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시장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이다. 습관적으로 제시되는 대표적인 문제이지만 조금만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이 아닌 곳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그리고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몇 나라밖에는 없다. 우리보다 뮤지컬 시장이 큰 일본이나 독일도 라이선스 뮤지컬이 중심인 시장이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된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은 줄곧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의 시장의 형태로 그 어느 분야보다도 높은 성장을 이루어왔다. ‘송승환의 100분 토론’에 참석한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의 시장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라이선스 뮤지컬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더 나은 성장을 위해서는 창작뮤지컬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 성장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위기의 원인을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 구조에서 찾는 것은 어폐가 있다. 문제는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이 아니라,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작품이 올라가고 있다는 데 있다. 창작뮤지컬 위주의 시장이라고 해도 과열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악화된 측면이 있지만, 문제의 원인을 라이선스와 창작뮤지컬의 시장 비중에서 찾는 것은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 그렇다고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이 문제없다는 말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한국 뮤지컬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작뮤지컬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 역으로 창작뮤지컬 시장의 성장이 지금의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것이다.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창작뮤지컬 시장이 성장한다면, 훨씬 나은 제작 환경이 마련될 것이고, 원 제작사로서 콘텐츠를 통한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한다거나, 중국이나 일본 시장의 진출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발도 쉬워서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다.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의 시장이라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창작뮤지컬의 성장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작뮤지컬 시장을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160여 년 역사를 지닌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창작뮤지컬의 공공적 지원은 불가피하다. 현재도 창작산실, 창작뮤지컬재공연육성사업 등으로 창작뮤지컬을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들은 주로 작품 지원에 머물고 있고,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창작자를 양성할 인적 지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PMC프러덕션의 송승환 대표는 “대학에 뮤지컬 학과가 많이 신설됐지만 모두 배우를 양성하는 곳이다. 한국 영화를 지금의 지위에 올린 영화아카데미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에 관심 있는 젊은 창작자들이 마음껏 작품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애비뉴 Q>, <넥스트 투 노멀>와 같이 재기발랄한 작품을 만들어낸 BMI 워크숍 역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원종원 교수는 지난 8월 12일 열린 ‘공연예술정책토론회’에서 뮤지컬 제작에 근간이 되는 악보와 대본의 데이터베이스화를 비롯한 아카이브 마련도 창작뮤지컬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설도윤 대표는 “창작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해 스크린쿼터제와 유사한 스테이지 쿼터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스테이지쿼터제는 국공립 공연장의 일정 기간 동안은 반드시 창작뮤지컬을 공연하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한국 영화가 발전하는데 스크린쿼터제가 영향을 주었듯, 스테이지쿼터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창작뮤지컬 제작자들은 국내 유명 공연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창작뮤지컬의 대관을 기피하기 때문에 지명도가 높고 시설이 좋은 대극장 공연장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기 힘들다고 말한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대극장 경험이 부족을 창작뮤지컬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스테이지쿼터제가 마련되어도 국공립 대극장에서 한 달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창작뮤지컬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의심하기도 한다. 스테이지쿼터제를 적용할 수 있는 국공립 대형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등 2,000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이다. 올 초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대표적인 대극장 창작뮤지컬 <영웅>은 40일간의 공연 동안 객석을 채우는 데 애를 먹었다. 이에 원종원 교수는 “스테이지쿼테제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공연장을 선별해 창작뮤지컬 전용관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밝혔다. 

제작 환경의 악화는 수익성 악화로

라이선스 위주의 시장이 문제가 아니라, 과다 경쟁이 문제였듯이 뮤지컬 제작 환경의 악화의 원인 역시 주요한 원인은 과다 경쟁에서 비롯됐다. 작품 수가 많아지다 보니, 개런티와 로열티가 오르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관객층을 좁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송승환의 100분 토론’에서 송승환 대표는 국내 뮤지컬 제작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낮은 수익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명했다. ‘10만 원 공연 티켓을 팔게 되면 20% 카드사 및 각종 할인율, 10% 부가세, 15% 로열티, 5% 판매 수수료’로 지불된다. 실제 제작사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5만 원에 불과하다며 제작자들에게 불리한 수익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과열 경쟁은 로열티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제작사들 사이에 로열티 경쟁으로 한때 로열티가 20%에 달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두고 국내 제작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서 로열티만 올려놓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최근 <원스> 역시 국내 여러 제작사가 접촉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대략적인 로열티 수준은 10~15%에 머물고 있지만,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과열 경쟁이 로열티 상승으로 이어지고 제작 환경을 악화시킨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협회 차원의 조절 기구 마련을 제시하지만, 이것은 가장 적당한 방법이면서 가장 현실성이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뮤지컬협회가 제작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협회원 사이의 결속력도 높지 않다. 과열 경쟁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도 제작사지만, 이런 경쟁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제작사이다. 제작사들이 이를 조정하거나 시정하려는 데 스스로 힘을 모으지 않고 국가의 지원만 바라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또 하나 배우들의 개런티 상승이 뮤지컬 제작 구조를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는다. 1회당 수천만 원에 개런티를 받지만 매진시키는 조승우, 김준수는 열외로 치더라도, 다른 배우들의 개런티가 동반 상승했다. 2008년 본지(5월호 기획 기사 ‘뮤지컬 배우 얼마나 버나’)에서 기획한 뮤지컬 배우들의 개런티 관련 기사에 의하면 당시 A급 배우의 개런티는 회당 100만 원 내외였다. 6년이 지난 2014년 A급 배우의 회당 개런티는 600~900만 원 내외의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6년간 1년마다 회당 개런티가 최소 100만 원 이상 오른 셈이다. 배우들의 급격한 개런티 상승은 제작비에서 개런티 비중의 증가로 이어졌다. 뮤지컬 제작비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개런티, 공연장 대관료, 로열티, 홍보마케팅비, 무대 및 의상 등 작품 제작비로 구성된다. 2010년 뮤지컬 실태조사에  따르면 뮤지컬 제작비에서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였다. 작품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적으로 개런티 비중은 일반적으로 20~30% 사이에서 책정됐다. 그러나 최근 개런티의 상승으로 그 비중이 전체 제작비의 40%를 넘어 50%까지 차지하는 작품이 나오고 있다. 개런티 비중의 상승은 의상, 무대 등의 작품 제작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공연장 대관료와 로열티는 거의 고정 비용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인다면 작품 제작비나 홍보마케팅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제작사들은 높아진 개런티를 만회하기 위해 작품 제작비나 홍보마케팅비를 줄이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티켓 가격을 높이거나 장기 공연 계획을 잡게 된다. 티켓 가격의 상승은 관객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일으켜 관객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섣불리 올릴 수 없다. 제작사가 사용하는 방식이 VIP석이나 R석의 비율을 올려 전체 평균 티켓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4년 전에 비해 실제 티켓 가격은 1~2만 원 정도 올랐지만, 전체 객석 평균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높였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VIP석은 점점 넓어지고, 전에는 S석이었던 자리가 점점 R석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도 이제 한계치에 다다랐다. 더 이상 승급할 수 있는 좌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 배우들의 개런티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가까운 일본은 우리 뮤지컬 시장의 2.5배 수준이지만 최고급 배우의 개런티가 회당 40만 엔(약 4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브로드웨이의 경우는 상한가가 아니라 하한가가 책정되어서 앙상블 배우도 주당 150만 원 이상을 받는다. 상한가는 계약에 따라 달라지지만 브로드웨이 배우 중에서 소수의 배우만이 회당 1천만 원을 넘긴다고 한다. 일례로 2013년 할리우드 스타 알파치노가 <글렌게리 글렌로스>에 출연했을 당시 주당 12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를 받았다. 1회로 계산하면 1,500만 원 정도를 받은 셈이다.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은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어떤 측면에서는 더 많은 개런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제작자들은 근래 들어 높아진 배우 개런티로 인해 제작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개런티를 올려놓은 것도 제작자들이다. 뮤지컬협회 배우분과장 이계창 배우는 “실제로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들은 소수이고 앙상블들은 여전히 적은 비용을 받고 있다. 개런티를 올린 것은 제작자들인데 지금의 책임을 배우들에게 지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이 있지만 배우들의 개런티가 높은 것이 사실이고, 그로 인해 제작 환경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배우 안성기가 시장이 성장하면서 배우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스스로 1억 원 이상의 개런티는 받지 않겠다며 자정 노력을 실천했다. 뮤지컬계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정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또는 제작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해서라도 배우 개런티의 상한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방안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둘 다 현실성이 크지는 않다. 

제작비가 늘어난다면 티켓 가격을 높여 전체 수익을 늘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뮤지컬 티켓 가격은 높은 편이다. 현재 대극장 공연의 티켓 가격은 VIP석 13만 원, R석 11만 원 수준이다. 높은 티켓 가격은 뮤지컬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2006년 일본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을 국내에 들어올 때 최고 티켓 가격을 9만 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아사리 게이타 대표는 “뮤지컬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보통사람 평균 월급의 20분의 1 정도가 적정 티켓 가격”이라고 말했다. 2012년 대졸자 초임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각 나라의 티켓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더뮤지컬 110호 ‘뮤지컬 티켓 가격 낮출 수 있을까?’ 참고) 영국은 1/23, 미국 1/22, 일본 1/16, 한국 1/15였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평균 사람이 한 달 월급으로 대극장 뮤지컬을 15번 볼 수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미국은 22번, 영국은 23번을 볼 수 있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본의 뮤지컬 관람객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년층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훨씬 젊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관객들이 훨씬 더 티켓 가격의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사리 게리타 대표의 기준대로 적정 가격이 20분의 1 정도라면 우리의 티켓 가격은 10만 원 선으로 후퇴해야 한다. 그러나 제작 환경은 오히려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산업적인 구조, 관건은 투명한 시장 확대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는 3,000억 원이라고 본다. 지난해 초코파이가 해외에서 판매된 매출액이 2,400억 원이었다. 국내 시장을 포함하면 3,000억 원은 가뿐히 넘긴다. 우리 뮤지컬 시장은 히트 과자 하나의 시장보다도 못하다. 지난해 브로드웨이 시장 규모는 약 1조 3천억 원이었다. 시장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그 분야가 문화산업적인 가치가 있냐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과자 하나 정도의 시장 규모인 장르에 국가적 지원과 육성을 요구하기는 민망하다. 문화관광부 내에서 문화콘텐츠산업실이 아닌, 예술국에서 뮤지컬 분야를 주로 주관하는 이유도 아직 문화산업으로 보기 힘든 규모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한정된 시장에 너무 많은 작품이 몰린 데서 원인을 단순화시킨다면, 그 해답은 두 가지가 될 것이다. 시장을 키우거나, 작품을 줄이는 것. 해답은 명확하고 간단하지만 실천적 해법은 녹록치 않다. 먼저 작품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제작을 제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과 같은 위기의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뮤지컬 시장의 위기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고질적인 병폐가 외부로 노출된 것일 뿐 이미 수 년 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럼에도 외형상의 성장을 강조하면서 마치 뮤지컬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양 무분별한 투자를 이끌어냈다. 어수룩하게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가 된서리를 맞고 떠나는 제작사들의 희생으로 뮤지컬 시장의 규모를 키워왔다. 지금의 위기 상황은 섣불리 뮤지컬 시장에 뛰어드는 시도를 막아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을 확장시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서울 공연 시장은 포화 상태지만 지역 시장은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았다. 제작자들은 전국에 대구 정도의 시장이 서너 곳만 더 있어도 서울 시장에서의 손해를 지역 시장에서 만회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서울 중심의 발전을 극복하려는 정책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문화 역시 그러한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다. 단시간에 이루기는 힘든 일이다 또 하나 기대를 걸고 있는 시장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시장이다. 일본 시장은 2011년 이후 한국 뮤지컬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 시장 역시 최근 빠르게 시장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두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창작뮤지컬 제작 수준이 앞선 한국이 이들 시장과 교류해서 이뤄낼 것들은 많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은 창작뮤지컬 시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해외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내 뮤지컬 데이터베이스를 다양한 언어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각 나라의 공연 시장에 대한 리서치나, 교류 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지원 등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두 도시 이야기>가 갑작스런 공연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그동안 관행처럼 벌어졌던 돌려막기식 제작이 한몫 한 것으로 보도된다. 많은 제작사들이 이전 작품에서 손해를 다음 작품의 투자를 받아 메우는 방식으로 제작을 해왔다. 그러다 흥행작이 나와 빚을 청산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실패작이 이어질 경우 돌려막기 식 제작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브로드웨이에서는 일반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 Special Purpose Company)를 설립하고 한 작품의 회계 정산을 단일화해서 투명하게 관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레미제라블>의 경우 KCMI가 제작사로 참여했지만, 투자나 회계는 특수목적법인 (주)레미제라블코리아를 설립해 진행했다. 특수목적법인에서 투자와 회계 정산이 이루어지면 투명한 회계 정산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 기사(7월 22일자 ‘빚 없는 제작사는 극소수’ 기사)에 따르면 투자자가 투자 조건으로 SPC 설립을 제시하면 거부하는 제작사가 상당수라고 밝혔다. 또한 한 제작사 관계자는 SPC를 설립한다고 해도 본사와의 자금 교류를 완전히 차단했다고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회계 정산의 투명성을 위해 공연계가 요구하는 것이 공연통합전산망이다. 이에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2011년부터 이를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7월 사이트를 구축(https://www.kopis.or.kr)하고 국립 공연 시설 7개 기관 16개 공연장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출발부터 잡음이 많이 들린다. 지난 8월 12일 열린 공연예술정책토론회의 주요 의제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중장기 성공 전략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통합전산망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미래를 낙관하지는 못했다. 우선 뮤지컬협회에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통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좌석 공유 방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터파크 측은 좌석 공유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식이라며 기술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제작사 측은 통합전산망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현재 제작 관행상 당장 모든 회계 내역을 공개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과연 제작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인지 의문을 표시했다. 문체부는 2016년 정착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업이라 복잡한 이해관계를 해결할 신의 한수를 찾아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처럼 한국 뮤지컬이 산업적인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험난한 과정과 희생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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