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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ZOOM IN] SMF 국제컨퍼런스 참관기 [No.132]

글 |박병성 사진제공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사무국 2014-10-18 4,085
해외 시장 진출은 필연!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다양한 뮤지컬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그중 컨퍼런스에서는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으로 뮤지컬계 현안을 논의해왔다.
매해 빠지지 않고 등장한  주제는 해외 시장 진출에 관한 것이었다. 
첫해에는 일본 시장을 중점적으로 다뤘고, 작년에는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을,
그리고 올해에는 일본, 중국 시장에 브로드웨이 시장을 주제에 추가했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해외 시장 진출을 얼마나  중요한 현안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필자는 컨퍼런스 첫날 일본 세션의 사회자로,  나머지 세션에서는 청취자로 객석에서 컨퍼런스를 지켜봤다.
각 세션의 중요 논의들을 지켜본 소감을 정리했다.

한국 뮤지컬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일본 시장                                                                  



2011년 가부키를 주로 공연해오던 일본 제작사 쇼치쿠에서는 한국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와 <궁>을 수입했다. 당시 이 사업을 주관했던 히시누마 프로듀서는 한국 뮤지컬을 수입하는 원칙으로 “일본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창작물이고, 출연진의 인지도가 높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은 ‘출연진의 인지도가 높아야 한다’는 점인데, 즉 한류 배우 캐스팅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 <미녀는 괴로워>와 <궁>의 일본 공연에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이 출연했다. 한국 뮤지컬의 일본 진출은 한국 드라마와 K-POP의 인기에 힘입어 이루어졌다. 우리보다도 라이선스 의존도가 높은 일본 뮤지컬계는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한국 뮤지컬이라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013년에는 도쿄에 한국 뮤지컬만을 공연하는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2014년 한국 뮤지컬의 진출은 하향세로 돌아섰다. 히시누마 프로듀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 뮤지컬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약 1억 엔(약 10억 원)의 제작비가 필요하다. 약 1만 명을 동원해야 하는 규모다. 그러나 아직 그 정도의 한국 뮤지컬 팬층이 형성되지 않았다.” 게다가 1,300~1,600엔 정도로 티켓 가격도 높아, 한류 팬 이외의 관객을 끌어들이기 힘들고, 작품의 퀄리티도 뛰어나지 못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최소 1년 전에 기획 홍보나 마케팅을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 뮤지컬은 출연진이나 극장 결정이 너무 늦어 마케팅을 하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했다. 양국 간의 공연 문화 차이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은 드라마나 K-POP 한류의 파생 상품으로서 한류 관객들에게 어필할 뿐, 일본 뮤지컬 관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 시장에서도 창작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문화 수준이 높은 일본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진출하는 작품 수는 줄었지만, 일본 배우들이 출연했던 <셜록홈즈>와 <블랙메리포핀스>의 성공이 반가운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사업을 주도한 쿠리마 사치노 토호예능 프로듀서는 한국 라이선스 뮤지컬을 올릴 때 성공 조건으로 “훌륭한 스태프의 참여, 인지도 높은 캐스팅, 그리고 일본 상황에 맞는 각색”을 꼽았다. 일본에서 탐정물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앞선 조건들을 이뤄내면서 일본판 <셜록홈즈>를 성공시켰다. 지금 일본 진출 뮤지컬 중에는 한류 스타를 총 동원한 <삼총사>,     <잭 더 리퍼> 등의 뮤지컬들과, 토호예능에서 시도하는 <셜록홈즈> 같은 일본화된 작품이 성공하고 있다. 아직 후자는 약간의 수익을 볼 정도의 미약한 성공이지만, 한류에 기대지 않고 한국 뮤지컬의 경쟁력으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이치무라 토모카즈 큐브 프로듀서는 <블랙메리포핀스> 한국 공연을 보면서 ‘약속’이나 ‘기억’ 같은 단어의 발음이 일본과 똑같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단순한 에피소드라 여길 수 있지만, 그만큼 한국과 일본 사이에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일화이다. 이치무라 프로듀서는 “한국의 뛰어난 창작진들과 일본의 뛰어난 연출력과 무대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 간의 새로운 형태의 협업을 제안했다. 그동안 한일 뮤지컬 교류가 한류 붐을 통해 얻은 다양한 기회를 실험한 시기였다면, 이제는 뮤지컬 자체로 승부를 걸 시기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한일 간의 발전된 교류를 시도하고, 일본 뮤지컬 팬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모색할 단계다. 

뜨거운 관심과 가능성, 침착한 접근 필요,  중국 시장                                                                          



중국 세션에는 CJ E&M과 아주연합문화발전유한공사를 합작한 상하이 미디어 그룹(SMG Live)의 마청천 부총경리, 동방극장원장이자 <디에>, <마마 러브 미 원스 어게인>의 제작자 리둔, 그리고 중국의 뮤지컬 교육자 여예생, 자정함이 방문해 중국의 뮤지컬 시장의 발전상, 창작 환경, 그리고 교육 환경에 대해 발제했다. 토론자로 연출가 유희성, CJ E&M의 중국 측 담당자 이성훈 부총경리, 한국프로듀서협회 손상원 대표가 참석했다. 앞선 일본 세션보다 발제자와 토론자도 많을 뿐만 아니라, 그 면면도 화려했다. 이것만으로도 한국 뮤지컬계에서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관심이 어떠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성훈 부총경리는 “중국은 이미 다른 분야는 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 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문화 역시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청천 부총경리는 상하이의 상황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지원 사례를 설명했다. 상하이자유무역지구에서는 시나 구 차원의 다양한 지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는 부가가치세 감면, 공연을 위한 설비 지원, 공연장 임대, 창작뮤지컬의 경우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소개했다. 중국의 창작뮤지컬을 이끌고 있는 리둔 감독은 그간의 작업들과 반응을 소개하며 중국의 창작 열의를 보여주었다.
거대한 시장, 국가의 아낌없는 지원, 그리고 상대적으로 문화적 수준이 낮은 환경을 지닌 중국 시장에 한국 뮤지컬계가 흥미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시장은 국가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시장이다. 손상원 대표는 “중국에서 말하는 합작과 한국이 생각하는 합작이 다른 것 같다”며 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토론 내용을 종합해 보면 “아직 관객들의 문화 경험이 성숙되지 않았고, 뮤지컬을 관람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관객층도 많지 않아 장기 공연이 어렵다. 티켓 가격 역시 대극장 500위안(약 8만 원), 중소극장은 300위안 이하로 형성돼 시장성도 약하다. 현재 상태에서 수익을 기대하고 진출하기에 쉽지 않은 시장이다.” 가능성이 있는 시장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가서 캐내기만 하면 되는 황금광은 아니라는 말이다. 
마청천 부총리 역시 “티켓 판매로만 제작비 보존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래서 시장을 키우기 위한 국가 보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요동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가능할 것이다. 유희성 연출은 그간 한국 스태프들이 중국에 가서 활동한 전력을 소개하며, 인적 교류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 자리에서 리둔 감독은 유희성 연출에게 언젠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뮤지컬 제작을 함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체계적이진 않지만 열정만큼은 뜨거운 중국의 뮤지컬 시장의 현실을 보는 듯했다. 

협업과 투자로 전환, 진입 장벽 높지만 도전 가치도 높아,   브로드웨이 시장                                                             



브로드웨이는 제작자라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시장이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가장 큰 공연 시장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는다. 브로드웨이에서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다리우스 대표는 브로드웨이 시장의 최근 상황을 소개했다. 2013년 브로드웨이 시장은 1조 3천억 원이며, 이로 인한 뉴욕시의 경제 효과는 그것에 10배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제작비 증가로 독창적인 작품이 감소하고 있으며, 영화 제작사의 참여로 원작이 영화인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젊은 층이 유입하고 있는데, <위키드> 같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작품의 증가가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리우스 대표는 브로드웨이와 사업을 하기 위해서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브로드웨이 역시 업계가 좁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J E&M의 미국 사무소를 좋은 예로 들었다. 
CJ E&M의 박민선 부장은 브로드웨이에서 <어거스트 러쉬>를 3년째 개발하고 있던 중에 <킨키부츠>의 투자 제의를 받아 투자했다며, 구체적인 <킨키부츠> 투자 사례를 밝혔다. CJ E&M은 100만 달러를 투자해 토니상 작품상을 받게 되면서 인기를 끌어 수익 배당을 받고 있다. CJ E&M의 경우 유리한 계약 조건을 맺어 한국과 중국 공연의 계약 독점권뿐만 아니라, ‘1 for 3 deal’ 룰을 적용해 수익 배당 이외에 프로듀서의 수익 배당 중 33%를 추가로 받는다. <킨키부츠>의 경우는 성공적인 투자 성공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최근 국내 뮤지컬계는 <난타>와 <점프>처럼 우리 작품으로 정면 승부를 거는 방식에서 점점 브로드웨이 현지 제작사와 공동 제작이나, 투자의 형태로 접근 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치는 브로드웨이의 작품들 역시 성공률은 20%에 불과하다. 설앤컴퍼니 이혁찬 이사는 ‘우리가 왜 브로드웨이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이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금은 치열한 브로드웨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보다 국내 시장에서 제작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 법. 브로드웨이 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어느 정도의 도전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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