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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좋아서 하는 일, 극단 들어와 [No.133]

글 |배경희 사진 |양광수 사진제공 |극단 들어와 2014-11-14 4,588
지난 9월 12일, 공연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며  첫 번째 공연을 올린 극단 들어와. 
이제  막 시작을 알린 극단 들어와가 공연계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배우 문성일과 김윤경 제작피디, 단 두 사람의 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일을 벌인 걸까?

 

두 남녀의 의기투합으로 문을 연 극단 들어와

2014년 3월 대학로에서 올라간 <트레이스 유>로 만나 친목을 다지게 된 배우 문성일과 김윤경 제작피디. 지난여름 두 사람은 공교롭게 동시에 짧은 휴식기를 갖는다. “심심한데 우리 콘서트나 한번 할래?” 쉬는 동안 재미있는 일을 작당해보자고 먼저 말을 꺼낸 건 김윤경 피디였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시작된 대화는 극단 창립이라는 결실을 맺는다. 그것도 단 며칠만에. 어떻게 단기간에 극단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윤경 피디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둘 다 추진력이 좋거든요. 재미있는 일에 굉장히 몰입하는 스타일이고요. 극단 미팅 첫째 날  밤새 회의해서 첫 번째 공연 컨셉하고 이름까지 다 정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극단이 ‘극단 들어와’다. 극단의 창립 멤버이자 유일한 구성원인 문성일과 김윤경 피디는 공연 컨셉을 정한 다음날 바로 자신들의 아지트 카페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갔다.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극장 대관. 두 사람은 발품을 발아 대학로의 극장을 돌아다니며 공연에 맞는 장소를 물색했다. 운 좋게 조건이 맞는 극장을 찾아냈지만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연 시리즈 구성, 배우와 스태프 섭외, 연습 진행, 무대 소품과 의상 준비 등 공연을 기획해서 무대에 올리는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두 사람이 첫 번째 프로젝트를 발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 이처럼 빠르게 일이 진행된 것은 김윤경 피디의 말대로 그의 추진력도 한몫했겠지만, 오래 전부터 꿈꿔온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창작뮤지컬은 촉박하게 공연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빠른 시간 안에 작품이 만들어지니까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그래서 언젠가 우리끼리 준비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해보자는 얘기를 자주 했어요. 그러다 이번에 진지하게 극단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첫 번째 작업부터 힘을 빼면 안 되니까 비교적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콘서트를 해보기로 한 거죠.” 



흥미진진한 토크쇼 '일단 드루와'

극단 들어와가 선택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토크 콘서트 <일단 드루와>. 쇼의 호스트는 문성일이다. 배우가 호스트로 나서는 토크 콘서트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일단 드루와>가 흥미로운 것은 일반적인 토크 콘서트 형식에 한 발짝 벗어난 공연이라는 점이다. <일단 드루와>는 주인공의 삶이 전 세계에 방영되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든 페이크다큐 형식의 토크쇼.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문성일의 집에 모여서 벌이는 상황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이 공연의 컨셉이다. 예를 들어, 재공연 소식을 들은 지난 시즌 배우들이 새 시즌 공연에 투입되기 위해 전략을 짜거나(), 공연 전 날 밤 갑자기 병이 난 배우를 누가 대신할 것인가 실랑이를 벌이거나(<너보다 뛰어난 인간>), 지난 공연에 이어 또다시 학생 역으로 출연 제안을 받은 이십대 후반 배우들이 계속 학생 역을 맡아야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그리는 (<생각해 본 적 있니?>) 식이다. 이같은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시도한 극단 들어와는 자신들의 공연을 새로운 장르라고 규정하고 장르의 명칭을 새롭게 지었다. 이름하야 프랭크 쇼(Frank Show). 솔직하고 발칙한 쇼라는 의미다.
9월 12일부터 9월 28일까지 3주 동안 공연된 <일단 드루와>의 공연 시리즈는 총 아홉 편. 원작 공연에서 모티프를 얻어 해당 공연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상황극을 벌이는 컨셉은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일단 드루와>의 공연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애초의 컨셉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공연 전날 시놉시스와 출연자가 바뀌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단 드루와>는 분명히 완벽한 쇼는 아니다. 하지만 두 청춘이 공연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벌인 계획을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행동에 옮긴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극단 들어와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Mini Interview 



문성일 · 김윤경 피디                               

공연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했나? 
김윤경  처음엔 우리 둘이 사비로 반반씩  제작비를 부담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리즈 공연을 올리려면 그건 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 파트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초기 자본 없이 공연을 할 수 있게 머리를 많이 썼다. (웃음) 티켓 예매처에서 티켓을 판매하지 않고, 극단 들어와의 블로그를 통해 티켓을 판매하는 것도 제작비를 줄이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공연 한 회 제작비를 모두 티켓 판매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부터 시리즈 공연을 기획한 이유가 있나? 
김윤경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극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첫 스타트 공연을 1회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완벽한 형태의 공연을 올리긴 힘들어서 토크쇼를 하기로 결정한 건데, 똑같은 토크쇼를 몇 번 반복할 순 없지 않나. 그래서 아예 매회 다른 작품, 다른 주제로 공연을 기획하게 된 거다.
문성일  처음엔 매주 1회씩 공연해볼까 하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공연 기간이 길어지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우리가 항상 하는 얘기가 극단 들어와 프로젝트가 일이 되면 안 된다는 거다. 일이 되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까. 물론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긴 한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의 질감이 다르다. 

처음 공연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문성일  내 평생의 운을 여기다 쓰는 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정신적인 것보단 오히려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거의 한 달 동안 매일 밤샘 회의를 했으니까. 아침에는 공연 준비하러 발품 팔아 돌아다니고. 소품이나 의상 구입, 무엇 하나 우리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김윤경  공연을 올리기 위해선 일곱 개 제작사에 라이선스권 사용 허락을 구해야했는데, 성일이가 직접 사무실에 찾아가서 사용권을 받아왔다. 스물일곱 살짜리 애가 공연을 만들겠다고 하니까 다들 흔쾌히 허락해주셨던것  같다.(웃음) 성일이는 배우인데도 정말 과장이 아니라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심지어 배우들에게 공연 컨셉을 설명하는 PPT 자료도 성일이가 만들었다. 이번 공연은 성일이의 힘이 컸다.  

극단 들어와의 지향점은 뭔가? 
문성일  다양한 장르를 공연하는 창작 집단이 돼서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신인 창작자들이나 신인 배우들과 작업하는 게 꿈이다. 뮤지컬은 상업 공연이고 수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대에 설 기회를 갖지 못하는 배우들이 많다. 그래서 수익과는 상관없이 주위에 있는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즐겁게 공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일단 드루와>는 그 다음을 위한 디딤돌이 됐다고 생각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3호 2014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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