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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을 말하다 - 소극장 공연의 하루 [No.133]

글 |배경희 사진 |김수홍 2014-11-19 6,143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하루는 어떨까?
2009년에 개막해 현재까지  장기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소극장 대표 공연 <화랑> 팀의  하루를 좇았다.



일요일 낮 12시, 공연 두 시간 전.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을 한 배우가 손에 쓰레기봉투를 쥔 채 인사를 건넨다. 여타의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낯선 모습에 어리둥절해하자, 무대와 분장실 청소는 배우들의 몫이라는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따라서 배우들이 극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대 청소와 소품 세팅. “저희가 먼지를 먹지 않기 위해 청소하는 건데, 당연히 저희가 해야죠.” 팀의 막내 유현석이 유쾌하게 말했다.  

오늘은 2회 공연이 진행되는 주말이라 공연 시작 두 시간 전에 극장에 모였지만, 저녁 8시에 공연이 시작되는 평일에는 세 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이 <화랑> 팀의 룰. 이는 무술 장면이 많은 작품인 만큼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기 위해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정한 것이다. “보통 오후 4시에 극장에 와서 6~7시간 동안 있으니까 하루의 3분의 1을 극장에서 보내는 셈이죠. 다들 생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일찍 극장에 오는 게 쉽진 않아요. 하지만 공연을 제대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팀 내에서 성실맨으로 통하는 이종찬의 말에 멤버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무대 정리가 끝나자, 배우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본격적인 몸풀기에 들어갔다. 이 스트레칭 시간에는 극장 곳곳의 시설물이 운동 기구로 활용된다. 누군가는 객석 입구의 천장 구조물을 기구 삼아 턱걸이를 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객석 의자를 이용해 팔굽혀펴기를 하는 식이다. “공연 전 준비 운동은 필수예요.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공연 중 다칠 위험이 있거든요. 만약 누군가가 운동을 열심히 안 하면 서로 자극해줘요. 너는 거기까지라고요. (웃음)” 공연 마이크를 챙기며 멤버들의 운동을 지켜보던 신윤철이 말한다. 

소극장 뮤지컬 리허설 과정의 특색은 대형 공연들과 달리 현장 스태프 없이 배우가 공연 준비 과정을 챙긴다는 점이다. <화랑>도 예외는 아니다. 헤어나 메이크업, 의상, 마이크를 직접 챙기다보니 각자 알아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배우들은 말한다. “옷을 먼저 입든, 머리를 먼저 하든, 공연 한 시간 전에 진행되는 마이크 테스트 전까지만 준비를 마치면 돼요. 혼자 준비하니까 오히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어요. 가령 몸이 좀 덜 풀렸다 싶은 날엔 계속 몸을 풀다 10분 만에 분장을 하기도 하죠.” 



마이크 테스트 20분 전, 몇몇 배우들이 여전히 무대 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 한편, 무대 뒤 분장실 배우들은 테이프로 마이크 선을 몸에 고정하랴, 메이크업을 하랴 분주하다. 외모를 뽐내야 하는 무관랑 역을 맡은 승빈의 화장 실력은 수준급. 그는 팀 내에서 가장 여유롭게 메이크업을 하는 멤버이지만, 아이라인을 잘 그리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아이라인 그리기’는 모든 배우들이 만장일치로 꼽은 공연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 “분장을 직접 하면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제 자신을 더욱 가꾸게 됐고요.” 이번 공연으로 메이크업을 처음 해봤다는 이재현은 긍정적인 말을 잊지 않았다.

“준비됐습니다.” 음향 오퍼레이터가 사인을 보내자 준비를 마친 순서대로 마이크 테스트가 진행된다. “리허설 순서는 따로 없지만, 암묵적으로 정해진 차례는 있죠.” 항상 1등으로 마이크 테스트를 마치는 멤버는 성실맨 이종찬. “음향 어때요? MR은 잘 들리나요?”, “네, 괜찮습니다.” 솔로곡을 한 곡씩 부르는 개별 마이크 테스트가 끝나고 단체곡 리허설이 이어졌다. 멤버 간에 불협화음이 나자 배우들은 ‘다시!’를 외치며 같은 부분을 반복한다. 공연 시작 30분 전, 객석 오픈 시간이 다가오자 오퍼레이터가 마이크 테스트를 마쳐야 한다는 사인을 보내고, 배우들은 백스테이지로 이동해 몇 번이고 다시 합을 맞춘다.

관객 입장이 시작되는 오후 1시 45분. 분장실 여기저기서 헤어스프레이를 뿌리는 소리가 들리고 배우들은 저마다 거울 앞에서 최종 복장 점검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은 공연 중 다 같이 마실 물을 2L짜리 페트병에 채워놓는 것. 공연 시작 10분 전, 한데 모여 파이팅을 외치는 배우들. 이들의 파이팅 구호는 언제나 같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자!



€Mini Interview 

어떻게 <화랑>에 출연하게 됐나?
이재현  일반 학과에서 진로를 변경해 뮤지컬을 시작한 지 이제 5년 됐다. 처음 몇 년은 오디션에서 계속 낙방했다. 2년 동안 열심히 오디션을 준비해서 대극장 공연 앙상블로 합격했는데 공연을 해보니 내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생각한 게 소극장 뮤지컬에 출연하는 거다. 물론 소극장 뮤지컬을 하는 것도 쉽진 않다. <화랑>도 굉장히 힘들게 붙었다.
승빈  난 무용을 전공했다. 연습 중 부상으로 무용을 그만두게 되면서 5년 동안 다른 일을 했다. 그러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을 때 만난 작품이 <화랑>이다. <화랑>이 첫 뮤지컬이다.
이종찬  고등학교 때 우연히 연극을 접하면서 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 연극영화과를 준비하다 뮤지컬학과에 진학하게 됐고, 자연스레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다. 나도 재현이 형처럼 대극장 공연에 앙상블로 출연하다 소극장 무대로 오게 됐다. 
유현석  뮤지컬학과 출신이고, 연극으로 데뷔했다. 연극을 하면서 내가 노래에 조금이나마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돼 뮤지컬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화랑>이 뮤지컬 데뷔작이다.
신윤철  일반 학교를 다니다 제대 후 무작정 오디션을 봐서 2011년 <스페셜 레터>로 데뷔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무대에 서는 게 쉽지 않았다. 공연 일을 잠시 쉬었다가 무대에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만나게 된 작품이 <화랑>이다.

1년 동안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이종찬  솔직히 처음엔 일 년이 길다는 생각을 못했다. 작품의 특성상 1년 동안 내가 잘하면 고정 팬도 생길 거고, 그게 다음 작품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똑같은 공연을 반복하다보니 중간엔 슬럼프를 겪기도 했는데, 그걸 극복하고 나니 스스로 더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승빈  나는 뮤지컬 경험자도 아니고, 이런 예능 쪽 일 자체를 오래 쉬어서 나를 받아줄 곳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계약 기간과 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뻤다.

<화랑>으로 얻게 된 점은?
신윤철  <화랑>은 다섯 명이 다 주인공이라서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함께하다보니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유현석  <화랑>은 배우 각자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배우에게 맡겨준다. 그리고 윤철이 형 말처럼 각자 성향이 다른 사람들끼리 한 팀을 이뤄 공연하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다.

소극장 뮤지컬을 하면서 힘든 점은?
신윤철  어느 순간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다. 또 소극장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선 아르바이트가 필수다. 개인적인 바람은 공연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거다. 
이종찬  개런티를 못 받는 건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하기로 예정돼 있던 공연이 갑자기 연기되거나 무산되면 갑자기 기약 없이 쉬게 돼서 힘들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오디션이 뜨는 게 아니니까. 생각보다 공연이 취소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게 가장 힘들다.
이재현  소극장 공연 주인공보다 대극장 공연 앙상블이 더 높은 페이를 받는다. 그런데 소극장 공연을 하는 이유는 이걸 하면 내공이 쌓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금의 힘든 과정을 잘 버티면 언젠가 배우가 돼있을 거라 믿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3호 2014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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