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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브로드웨이에서 스타 되기 [No.70]

글 |지혜원(뉴욕통신원) 2009-07-20 5,991

뉴욕 맨해튼의 열 블록 남짓한 오래된 극장가 브로드웨이. 전세계 공연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이곳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2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일약 스타가 된 창작자와 배우들은 진정 흔치 않은 행운을 거머쥔 주인공임에 분명하다.

 

 

<인 더 하이츠>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행운아들


매 시즌 브로드웨이에 쏟아져 나오는 신작들은 열 편 내외. 그 중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까지 공연되는 작품은 많아야 두세 편 정도다.

 

매년 10월 이후부터 차례로 개막하는 신작들 중 상당수는 이듬해 6월에 개최되는 토니 어워즈 이후에 막을 내리거나, 수익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1~2년 사이에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토니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이후 티켓판매가 급증해 적지 않은 이득을 보는 경우도 많다. 시상식 전까지 주목 받지 못했던 작품이라 하더라도 토니상을 수상하고 나서 관객들의 주목을 끌며 인기몰이를 이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 = 토니상 수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토니 어워즈가 신작의 성공에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이 이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데뷔작 한 편으로 작품성과 상업성을 인정받고, 토니상까지 거머쥔 창작자들은 그들의 실력만큼이나 운도 따라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렌트>의 조나단 라슨, <퍼레이드>의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 <유린타운>의 마크 홀만, <애비뉴 Q>의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 <라이트 인 더 피아

자>의 아담 게틀, <드라우지 샤퍼론>의 리사 램버트와 그레그 모리슨, 그리고 지난해 토니상을 거머쥔 <인 더 하이츠>의 린-마누엘 미란다 등이 대표적이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

 


이 중에는 브로드웨이 데뷔작 이후로도 승승장구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창작자들도 있다. 성공적인 브로드웨이 진출이 반드시 성공적인 앞날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 창작자로서 내딛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쳐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렌트>를 끝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조나단 라슨은 이후의 활약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은 2002년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로 드라마 데스트 어워즈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13>을 브로드웨이에 올리기도 했다. 또한 <인 더 하이츠>로 브로드웨이 신데렐라가 된 린-마누엘 미란다는 작사, 작곡은 물론 직접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 재능을 인정받아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 콜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작곡가 스티븐 슈왈츠의 부탁으로 그의 1978년 뮤지컬 <워킹>을 플로리다 지역 프로덕션에서 새로 올릴 때 두 곡의 노래를 추가해주었고, 지난 3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는 원작의 작사를 맡았던 스티븐 손드하임과 함께 스페인어 가사를 번역하기도 했다. 브로드웨이 무대는 떠났지만 <인 더 하이츠>의 영화화 작업에 함께 하고 있으며, TV 시리즈물인 <일렉트릭 컴퍼니>의 2009년 리바이벌 버전에서 작곡을 담당하면서 이따금씩 연기자로도 참여하고 있다.
 

                      <인 더 하이츠>의 린-마누엘 미란다


 

무명 배우에서 주목 받는 스타로


데뷔작으로 토니상을 거머쥐는 행운만큼이나 데뷔작으로 주연상을 수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소 예견된 결과이기는 했지만, 2009 토니상 시상식에서는 3명의 빌리 엘리어트인 데이비드 알바레즈, 트렌트 코왈릭, 커릴 쿨리쉬가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발레를 전공하던 세 명의 10대 소년이 배우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데 큰 보폭을 내딛는 기회가 된 것이다. <저지 보이스>의 존 로이드 영 또한 한 편의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기회를 거머쥔 주인공이었다. 프랭키 밸리 역으로 열연했던 존 로이드 영은 브로드웨이 데뷔작으로 토니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비평가 협회상(Outer Critics Circle Awards), 시어터 월드 어워즈(Theatre World Awards) 등을 석권한 최초의 배우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빌리 엘리어트>

 


이전까지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편의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주역으로 우뚝 선 배우들도 있다. <모던 밀리>로 2002년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셔턴 포스터가 대표적인데, 이후 그녀는 <작은 아씨들>, <드라우지 샤퍼론>, <영 프랑켄슈타인>, <슈렉> 등에서 주역을 맡으며 평단과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앙상블과 조연으로 수년간 무대에 올랐던 셔턴 포스터는 자신에게 딱 맞는 작품을 만남으로써 그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명실상부 브로드웨이 여배우 중 캐스팅 1순위 그룹에 속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저지보이스>

 

1994년 손드하임의 <패션>으로 주목 받았던 도나 머피 또한 토니상 수상 이후 연기인생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96년 <왕과 나>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다시 한번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브로드웨이는 물론 TV와 스크린에서도 많은 활약을 해왔다. 다수의 TV 시리즈물과 영화 <스타 트랙>, <열정의 무대> 등을 통해 해외 관객들에게도 얼굴을 알린바 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주연에 버금가는 조연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도 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모리츠 역은 신인에 가까웠던 존 갈리거 주니어의 품에 2007년 토니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안긴 것은 물론 이후 연기자로서의 그의 행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다수의 TV 시리즈에 얼굴을 내비쳐 온 그는 아틀란틱 시어터 컴퍼니의 연극 <포트 오쏘리티>와 <패거럿 노스> 등에 출연했고, 지금은 오는 9월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첫 선을 보일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어트>에 참여하고 있다. <스펠링 비>에서 윌리엄 바피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댄 포글러 역시 이 작품으로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공연계보다는 스크린에서의 활약이 보다 두드러지고 있는 그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던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서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2009년 토니 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캐런 올리보 또한 주목 받는 신인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인 더 하이츠>의 바네사 역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그녀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 아니타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냄으로써 그녀만의 당차고 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듯 하다.   

 

 

 

성공적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안착한 타장르 스타


브로드웨이는 다른 장르의 스타들에게도 한번쯤 도전하고 싶은 무대이다. 최근에도 줄리아 로버츠, 케이티 홈즈, 클레어 데인즈 등의 스타들이 브로드웨이 데뷔 무대를 치렀고, 수잔 서랜든, 제레미 아이언스 등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 스타들도 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장르에서는 인정받는 스타라고 할지라도 이들이 모두 브로드웨이에서까지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흥행을 위해서는 스타 캐스팅의 효과적인 측면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관객과 평단은 배우로서 그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보이 프롬 오즈>의 휴 잭맨

 


이러한 관점에서 휴 잭맨의 성공은 보다 흥미롭다. 고향 호주에서 <미녀와 야수>, <선셋 대로> 등에 출연했던 그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로열 내셔널 시어터의 <오클라호마!>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큰 시장에 알리게 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이 프롬 오즈>에서 주역을 맡았던 그는 2004년 토니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시어터 워드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2003~2005년까지 토니상 시상식의 진행을 맡기도 했던 그는 특유의 끼와 재치로 2005년 에미상에서 버라이어티, 뮤지컬, 코미디 프로그램 부문에서 개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휴 잭맨의 브로드웨이 컴백은 뮤지컬 클래식 <스타 탄생>의 제작 소식과 함께 조심스레 예견되고 있다.


또 한 명의 걸출한 브로드웨이 신인은 2008년 리바이벌 프로덕션 <남태평양>에서 열연한 파울로 스조트. 그는 뉴욕 시티 오페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던 오페라 가수이다. 브라질 출신의 이 오페라 가수는 생애 첫 번째 뮤지컬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그 해 토니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앞으로 그가 <남태평양> 이후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가 <남태평양>의 에밀 역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노래와 연기는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재능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공연 연출자로서는 그리 경력이 오래 되지 않았던 줄리 테이모어는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라이온 킹>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과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현재까지도 역대 디즈니 뮤지컬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라이온 킹>의 성공은 그녀를 명실상부 흥행 연출자로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했다. 이후 영화 <프리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을 연출한 줄리 테이모어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스파이더 맨>으로 2010년 브로드웨이로 컴백할 예정이다.


성공한 싱어 송 라이터 던컨 쉬크의 브로드웨이 진출도 우려와는 달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첫 브로드웨이 진출작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오프 브로드웨이에 이어 브로드웨이에서도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으며 작품상과 음악상을 비롯해 무려 8개의 토니상을 거머쥐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부터 적지 않은 파격을 이뤄낸 이 작품은 런던, 독일, 일본 등에서도 공연되었으며, 오는 7월 국내에서도 개막할 예정이다.

 

아담 게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 또한 재능과 운이 함께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다. 창작자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프로듀서를 만나고, 배우가 자신에게 딱 맞는 작품과 배역을 만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들의 성공은 단지 행운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을 가꾸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그들 자신의 공이 가장 컸기에 이들의 성공이 보다 값진 것이다. 프로듀서 혹은 관객들에게도 유명 창작자와 배우들의 참여는 투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안전성을 보장받는 기회이기는 하지만, 재능 있는 신예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도 공연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2009~2010 시즌에는 어떤 수퍼 루키가 브로드웨이를 긴장시킬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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