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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지역 뮤지컬 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No.79]

글 | 정세원, 김유리 2010-05-03 6,236

지역  뮤지컬 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초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뮤지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장기공연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2000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뮤지컬 전용극장이 확보된다면 모든 작품이 장기 공연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공연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관객층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장기 공연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장에서 장기 공연이 가능한 이유는 뉴욕을 찾는 관광객의 상당수가 뮤지컬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기 때문이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주로 서울.경기 지역의 관객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한류의 열풍으로 일본 관광객들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그 정도는 미미한 수준. 라이선스 뮤지컬 중심으로 성장한 탓에 일정 수준 이상의 해외 관객을 기대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새로운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제작자들에게 지방 뮤지컬 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 관객을 찾아가는 작품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이제는 아예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방 공연을 염두에 둔 작품들도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뮤지컬 시장으로서 부각되고 있는 지역 뮤지컬 시장을 살펴보았다. 

 

 


지방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
인터넷 예매처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뮤지컬 시장의 매출은 약 250~300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타 사이트 판매액과 기획사 자체 판매액을 고려한다면 대략 400억 원 내외의 규모로 추정할 수 있다. 2009년 한 해 동안 판매된 5대 광역시의 뮤지컬 작품 수(어린이 뮤지컬 포함)는 360여 편에 이른다. 이 중 부산 34.5%, 대구 32.8%, 대전 12.8%, 인천 10.5%, 광주 9.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5대 광역시 뮤지컬 총 판매액 200억여 원 중에서 대구의 판매액이 약 130억 원(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사이트 판매액과 기획사 자체 판매액을 고려하면 대구 뮤지컬 시장은 약  260억 원 수준이다. 대구 뮤지컬 공연 시장에서 인터파크의 판매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구의 뮤지컬 시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대형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부산과 대전이 비슷한 판매액을 나타내고, 광주와 인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광주와 비슷한 시장 규모를 보이는 울산과 전주, 창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뮤지컬 제작사들이 지방 뮤지컬 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3년 <캣츠> 빅탑시어터 공연의 수원,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서울 등 전국 6개 도시 순회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해외 투어 팀 공연으로는 처음 지방 공연에 나선 <캣츠>는 각 지역에 대규모 극장이 없는 것을 감안해 ‘움직이는 오페라 하우스’라 불리는 1천7백 석 규모의 빅탑 시어터를 가지고 순회공연을 했다. 태풍 매미로 인해 예정보다 한 달 여간 공연이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캣츠>는 각 지역 공연 사상 최대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80퍼센트를 웃도는 유료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국 2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캣츠> 빅탑 시어터 공연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지방 뮤지컬 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초석을 마련해주었다. 특히 총 30회 공연에서 102퍼센트의 객석 점유율과 95퍼센트의 경이적인 사전 예매율을 기록하며 4만3천여 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은 <캣츠> 대구 공연은 ‘문화 불모지’, ‘소비 도시’로 불리던 대구를 다시 보게 했다. 2005년 <맘마미아>가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대구 공연을 가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 공연 사상 최장기(6주), 최다 횟수(57회)의 기록을 세운 <맘마미아>는 4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을 터트렸고, 그해 지방 공연으로는 유일하게 뮤지컬 시장 전체 흥행 성적 5위 안에 드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대구에는 본격적인 뮤지컬 붐이 일기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대구시는 ‘뮤지컬 특별시’라는 기치 하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개최해 뮤지컬 도시로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캣츠>와 <맘마미아>의 성공으로 지방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뮤지컬 제작사들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대형 뮤지컬의 초연 무대를 갖는 ‘트라이아웃’ 공연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방 공연장으로서는 화제작을 가장 먼저 선보임으로써 지역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고, 제작사로서는 서울 공연에 앞서 관객 반응을 미리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기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2006년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초연 무대를 가진 <미스 사이공>을 비롯해 2007년 <캣츠> 내한 공연(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라이선스 공연(경남 김해문화의전당), 2009 <지킬 앤 하이드> 내한 공연(마산 3.15 아트센터) 등이 지방 관객들에게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과 지역의 균등한 발전 노력이 필요할 때
2009년 12월 31일 기준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공연장과 2010년 현재 미등록 상태이나 대관 및 정상 운영하고 있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 공연장은 총 440여 곳(대구 37개, 부산 35개, 인천 26개, 광주 23개, 울산 15개, 대전 14개 등)에 달한다. 그중 대형 뮤지컬을 올릴 수 있는 1,000석 이상의 대극장은 대구가 9개로 가장 많고, 부산과 대전이 각각 2개, 그 밖에 인천, 광주, 울산이 각각 1개뿐이다. 대구는 최근 들어 1,948석 규모의 계명아트센터와 1,889석 규모의 천마아트센터가 잇따라 개관함으로써 공연 활성화에 크게 일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또 2011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뮤지컬전용극장(가칭)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03년 이후 지방 무대에 오른 뮤지컬 중에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은 대부분 네임벨류가 있는 대형 뮤지컬이거나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경우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중소극장용 뮤지컬의 지방 진출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대구 공연을 가진 <김종욱 찾기>의 경우 각각 40회차, 55회차의 장기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한 달 동안 공연된 <싱글즈> 대구 공연 역시 마찬가지. 다년간 축적된 뮤지컬 관객들의 저변 확대와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3~5회차 공연이 대부분이었던 지방 공연 시장에 장기 공연이 늘어나면서 특정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중복 관람의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환율 상승과 로열티 경쟁 등으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제작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 캐스팅에 의존한 배우 개런티 상승과 전문 스태프들의 인건비 또한 마찬가지다. 지방 공연 제작비에는 서울 공연 제작비 외에 숙박비가 추가적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서울의 1.2~1.5배까지 오르는 배우.스태프의 인건비는 지방 기획사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200~300석 규모의 소극장 뮤지컬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1,000석 이상의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높은 제작비를 만회하기 위해 매출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지방 기획사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자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연 판권을 획득한 일부 기획사들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하고 잠적할 경우 그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지역의 투자자와 관객들이 안아야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책임 의식 없이 사라져버렸던 불량 기획자들이 또 다른 단체의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역의 뮤지컬 관계자들은 ‘원 제작사가 각 지역에 공연을 판매(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과 지역의 시장을 함께 키우고 관객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일치했다. 서울에 비해 든든한 자본을 가진 기업체들의 지원이 열악하다는 점도 지방 뮤지컬 관계자들의 아쉬움이다.


뮤지컬 흥행 도시, 대구
<캣츠>(2003)와 <맘마미아>(2005)의 흥행 성공 이후 대구 뮤지컬 시장은 급격하게 발달했다. 2003년 124편이었던 대구 전체 공연 편수는 2005년 314편으로 늘어났고, 티켓 판매 총액도 2003년 19억 7천만 원에서 2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나 2005년에는 66억 9천만 원을 기록했다.(2006년 3월 18일자 동아일보) 2009년 경기 침체로 시장 경기가 주춤거리기 전까지 매년 15~20%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인 대구는 이제 매출 200억 원이 넘는 공연 시장으로 팽창했다. 대구시가 주최가 되어 2007년부터 시작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뮤지컬의 도시=대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지역 관객들에게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국내외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선보이는 등 뮤지컬의 저변 확대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한 노력이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지방에서 보통 2일 4회 공연을 하는 작품들도 대구에서는 보통 10회 이상을 기획한다. 2005년에 이미 57회 공연을 성사시켰던 <맘마미아>는 2008년 대구계명아트센터 공연에서 총 56회 공연돼 2005년에 비해 4천여 명이 더 늘어난 유료 관객 6만5천126명을 동원했다. 그 뒤로 2007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미스 사이공>(43회)과 2009년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32회)가 지방에서 최장기 공연한 대극장 뮤지컬로 올랐다. 지난해 연말에 공연한 <시카고>도 유일하게 대구에서 10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모차르트!>는 7개 지방 공연 중 대구에서만 13회 공연을 가졌다. 5월 공연을 앞두고 있는 <금발이 너무해> 역시 12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대구에서 공연되는 모든 뮤지컬이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공연하지 않는 작품들도 대구 시장만큼은 들렀다 간다. 대구 공연에만 출연한 시아준수의 <모차르트!>는 지방 공연 사상 최단 기간 유료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오는 10월 말 대구에서 처음으로 지방 공연을 앞두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지방 공연 사상 최장기인 3개월간 총 88회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구가 전국 광역시 중에서 대형 뮤지컬의 장기공연이 가능한 이유는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한 공연장 인프라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대구에 위치한 1,000석 이상의 공연장은 계명아트센터(1,954석), 천마아트센터(1,889석), 대구시민회관(1,618석), 대구오페라하우스(1,490석), 대구학생문화센터(1,441석), 대구보건대 인당아트홀(1,200석), 수성아트피아(1,167석), 동구문화체육회관(1,165석), 대구문화예술회관(1,008석) 등 모두 9곳이다. 448석 규모의 봉산문화회관에서 대구의 소극장 뮤지컬을 상당 부분 소화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대구 지역 뮤지컬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대구시민회관은 곧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며, 뮤지컬 전용극장이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대구 지역은 연말과 특정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대관 경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덜한 편이다. 혹여 대관 심사에서 탈락을 하더라도 대체할 만한 공연장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공연들이 상연될 수 있다. 오히려 공연장 측이 좋은 작품과 흥행작의 대관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대구 지역 대부분의 공연들은 예술기획 성우, 파워 포엠, 고도예술기획 등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3개의 공연기획사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수익에만 집착하는 공연 기획사들과는 달리 이들은 상대 회사가 진행 중이거나 접촉 중인 제작사와 거래하지 않는 페어플레이를 하고 있다. 
관객들의 높은 문화 수준과 그에 따른 문화 욕구, 그리고 구매력은 대구의 뮤지컬 시장을 키우는 또 다른 원동력이다. 대구 뮤지컬의 주요 관객층은 40~5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섬유산업으로 대구 지역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부를 쌓은 전통적인 부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고급문화에 대한 이들의 욕구가 뮤지컬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가장 비싼 티켓부터 판매되고 있다. 상류층의 빠른 입소문 덕에 한 번 잘 되기 시작한 공연은 대박으로 이어진다. 대구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의 10% 이상이 구미, 울산, 대전, 부산 등 KTX로 1시간 내에 있는 지역 관객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 대구권 27개 대학, 46개 관련 학과에서 훌륭한 자질을 가진 공연 인력들이 매년 배출되고 있다. 공연장과 관객, 공연 인력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대구 뮤지컬 시장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울에서 공수하고 있는 뮤지컬 콘텐츠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제작 능력이다.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공연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관계자들이 대구 지역의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에 목소리를 높이는것은 대구의 공연장이 모두 관 혹은 학교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뮤지컬 시장을 좀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자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뮤지컬 시장 활성화에 대한 노력은 지금부터, 부산
부산 공연 시장은 뮤지컬보다는 콘서트의 관객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뮤지컬과는 반대로, 대구에서 흥행에 실패하는 콘서트도 부산에서는 흥행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해 부산 지역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작품 수는 대구와 비슷하지만 판매액만을 놓고 비교를 하면 대구가 약 7~8배 높게 책정될 정도로 차이가 난다. 부산 지역의 관객 수는 대구의 4분의1 정도. 중대형 뮤지컬을 공연할 만한 1,000석 이상의 공연장이 부산시민회관과 부산문화예술회관 두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부산시민회관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공연한 작품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14회 공연이었다. 2009년에 공연한 <미녀는 괴로워>(12회)와 <노트르담 드 파리>(11회)가 그 뒤를 따른다. 2010년 5월 처음으로 부산을 찾는 <맘마미아>가 총 28회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대구에서 거둔 흥행 성적을 부산에서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부산문화회관의 경우 2008년에 <브로드웨이 42번가>의 11회 공연이 최장기 공연으로 기록되어 있다. 2012~2013년 즈음에 건립 예정인 영상센터 내에 1,000석 이상의 공연장 2곳이 건립될 예정이다.
공연장 대관 경쟁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기획사는 울산과 창원, 김해 등 부산과 가까운 인접 경남 지역의 공연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경남 지역 내에서 지역별로 뮤지컬 작품 수가 나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산 뮤지컬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장기 대관을 시도하지 않는 공연장 측의 책임도 없지 않다.
도시 규모에 비해 대극장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부산에는 200~300석 규모의 소극장 뮤지컬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용천지랄, 사랑과 혁명, 두드림, 에저또, 6번 출구, 미리내, 일터, 액터스, 초콜릿팩토리, 예노, 가마골, BS부산은행조은 등 30여 개의 소극장이 최근 5년 사이에 등장했다. 이들 중에는 뮤지컬을 장기 공연하는 극장들이 점차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20편에 이르는 부산 지역 자체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소극장이 크게 증가한 것은 관객층이 두터워지고 다양해지면서 지역의 연극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에는 뮤지컬 전용극장을 표방한 MBC롯데아트홀이 개관하면서 ‘작품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공연 계획을 우선시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혀 부산 지역의 뮤지컬 시장 활성화에 기대를 모았다. 지난 일 년간 <내마음의 풍금>을 시작으로 <형제는 용감했다>, <빨래>, <젊음의 행진>, <헤드윅> 등이 MBC롯데아트홀의 기획 공연으로 부산 지역에 소개됐고, <금발이 너무해>도 공연을 준비 중이다. 기획 공연으로 진행된 대부분의 뮤지컬은 10회 이상의 장기 공연을 했고, 평균 60%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수익을 냈다. 부산 지역의 연극 분야와의 협력 작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MBC롯데아트홀은 서울에서 흥행한 뮤지컬을 부산에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 공동 제작 관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흥행작을 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제작 시스템과 공연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부산 인근 지역의 뮤지컬 시장, 울산, 창원
부산 뮤지컬 시장의 약세와 부족한 극장 인프라는 기획자들의 발길을 울산, 창원, 김해 등의 인근 지역으로 돌리게 했다. 대기업 공단이 들어선 이후 지역민들만의 특별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이들 지역에는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마련된 공연장들이 잇따라 들어서 있다. 울산 현대예술관(962석), 창원 성산아트홀(1,046석), 김해문화의전당(1,464석), 광양 백운아트홀(1,088석), 마산 3.15문화센터(1,182)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이 1,000석 이상의 객석을 갖고 있어 뮤지컬을 올리기에 적당할 뿐만 아니라, KTX가 개통되어 서울 관객들에게도 그리 먼 곳만은 아니다.
부산만큼이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울산 지역에는 울산문화예술회관과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주로 뮤지컬을 공연한다. 1998년에 개관한 울산 현대예술관은 지방 공연장으로는 드물게 상업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명성황후>, <지킬 앤 하이드>, <아이 러브 유> 등의 뮤지컬들을 소개해왔다. 현대예술관의 특징은 초대권이 한 장도 없는 대신 서울 공연의 60% 수준으로 티켓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흥행에 연연하지 않은 저가 정책 덕분에 객석점유율 85%를 유지할 정도로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다른 대도시에 비해 관객층의 저변이 얕아 장기 공연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편이다. 2009년 32회 공연을 감행한 <빨래>가 이 지역의 최장기 뮤지컬이다. 대형 뮤지컬로는 16회 공연한 <갬블러>와 2009 울산문화예술관(1,484)에서 8회 공연한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있다.
창원 성산아트홀은 최근 통합시 명칭이창원시로 결정 나면서 도시 브랜드가 높아진 창원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창원은 물론 경남의 문화예술 공급 및 저변 확대의 전초 기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역 공연장으로는 드물게 1년 전부터 주요 뮤지컬 제작사 등과 접촉하고 조율한 결과 뮤지컬 <모차르트!>, <조수미 리사이틀>, <발레리나 강수진의 갈라 콘서트> 등의 대형 공연들을 선보이고 있다.   

 

중부권의 부상하는 시장, 대전
1990년대 중후반부터 대전 지역에 뮤지컬이 소개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2000년 이후 뮤지컬 시장이 어느 정도 구축되기 시작했다. 대전 지역 기획자들은 특히 2003년에 공연한 <캣츠> 빅탑시어터 공연이 시장의 규모를 한 단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 2~3일 만에 막을 내리던 기존 공연과 달리, 12회를 공연하는 동안 3만 명을 동원하면서 대전 지역에서의 장기 공연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캣츠> 빅탑시어터 공연은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하며 하나의 성공 모델이 되었다. 그 후 많은 뮤지컬들이 대전 시장에 유입되었다. 한동안 대전은 대구 다음으로 뮤지컬이 ‘되는’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관객들이 뮤지컬이란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구매하는 수준이 되었고, 2008년까지 시장이 꾸준히 성장했다.
시장을 확장시킨 대극장 공연이 <캣츠>라면, 소극장 공연은 <루나틱>과 <김종욱 찾기>를 들 수 있다. 흥미롭게도 소극장 뮤지컬은 죽어가던 대전 지역 연극을 살리며 인접 장르의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한 달 이상 장기 공연을 하는 소극장 뮤지컬이 증가하자 그에 맞춰 소극장이 생기고 연극 공연의 장기화에도 영향을 주어 소극장 위주의 연극이 활성화된 것이다.
공연 관계자가 자체 분석한 대전은 인구 약 150만 명의 도시로 기업과 관공서가 많고 20~40대 비율이 높으며, 약간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 그래서 공연의 인지도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출연 배우의 인지도, 그것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은 다르다. 이러한 이유로 대전 시장에서 성공한 뮤지컬들은 <캣츠>,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등 국내에서 오랜 기간 재공연되었던 작품들이 주축을 이룬다.
주로 1,546석 규모의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대극장 공연이 이루어진다. 그 외 1,000석 이상의 CMB 엑스포 아트홀, 우송예술회관, 충남대 정심화홀 등이 대전을 대표하는 공연장이다. 조사 과정에서 지역 공연 관계자들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같은 전문 공연장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공연을 전문적으로 하는 공연장의 경우는 어느 정도 작품의 퀄리티를 보장한다는 시각이 형성되어 있어서, 여기서 공연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티켓 판매율이 약 30% 정도 차이가 난다’고 추정했다. 따라서 전문 공연장에 대한 대관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대관의 과제를 지닌 광주, 전주
광주의 공연 관계자들 역시 2003년 <캣츠> 빅탑시어터 투어로 광주 공연 시장의 저변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한다. 그 전에도 <아가씨와 건달들> 같은 뮤지컬이 올려졌고, 흥행도 괜찮았으나, <캣츠> 때부터는 기업들까지 뮤지컬에 시장성이 있다고 인식하여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흔히 전주라고 하면 ‘소리’와 ‘영화’를 먼저 떠올리듯, 뮤지컬은 후발주자다. 하지만 광주와 전주 두 지역을 모두 커버하는 지역 공연 관계자는 인프라 면에서 전주 시장에 손을 들어준다. 전주는 인구 67만 명으로 주위에 익산, 정읍, 군산 등 인근 도시의 관객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광주는 대형 공연을 제외하고는 타 지역의 관객 유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에는 여수와 목포의 관객들이 광주로 공연 원정을 떠나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체적인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어 어느 정도는 지역 내에서 해소되고 있다. 전주가 뮤지컬 공연의 기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단발성 공연이 종종 진행되다가, 2007년 국내 지방 공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전주도 변화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뮤지컬의 관심은 2008년 하반기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장년층 관객을 확장시키고, 다음해 2월 <캣츠>와 4월 <노트르담 드 파리>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전주에는 기업이 많지 않다보니 산업 인력인 20~40세 층이 많지 않다. 관객의 나이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 중, 장년층에게 사랑받을 만한 작품이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예술 분야에 재능과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전통 예술을 하는 분이 많지만, 보수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좋은 작품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열린 분위기라고 지역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제까지 성공한 작품으로는 장년층의 사랑을 받았던 <진짜진짜 좋아해>와 원작 자체의 탄탄함으로 인기를 얻었던 <노트르담 드 파리>를 꼽는다. 올 3월에 <시카고>, 4월에 <금발이 너무해>, 6월에 <맘마미아> 등 화제작들이 이미 공연되었거나 예정되어 있다.
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연 관계자 역시 대전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시장 발전을 위해서 1,000석 이상의 전문 공연장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특히 광주의 경우 1,700석 규모의 광주문화예술회관 이외에는 900석, 700석 규모의 중극장밖에 없다보니 대관 경쟁이 치열하고, 대관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방송국과의 공동 주최나 주관사 확보 경쟁이 심하다. 전주도 비슷한 상황인데, 1,000석 이상 규모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2,037석) 뿐이다. 공연장 관계자는 공연장의 예산 부족을 언급하며 공연장이라는 하드웨어와 방송국, 언론사의 홍보 소프트웨어가 결합하여 윈윈하는 공동 주최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9호 201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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