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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ESTIVAL] FESTIVAL2- 통영국제음악제, 전주국제영화제,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No.70]

글 |김영주, 정세원 사진제공 |통영국제음악제, 전주국제영화제,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사무국 2009-07-06 5,649

 

오늘에 대한 봄과 바다의 협주곡, 통영국제음악제

 

인구 13만의 작은 해안도시 통영은 일단 지중해를 닮은 물빛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정작 그 고장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유례가 없을 만큼  많은 예술계의 거장들을 배출했다는 것이다. 통영의 오래된 학교들의 교가는 모두 윤이상이 작곡을 하고 유치환이 작사를 했다. 『토지』의 박경리는 또 다른 대표작 『김약국의 딸들』에서 거칠고 끈적한 자기 고향의 정서를 숨 막힐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놓은 바 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이 낳은 가장 국제적인 아티스트,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2년 출범한 국내 유일의 현대음악축제이다.
올해로 8회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이러한 형태의 현대음악축제가 국내에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 상주 오케스트라와 극장을 갖고 있는 많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부지런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기본 관객이 보장되는 클래식 위주로 진행된다. 현대음악은 그 난해함 때문에 대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작곡을 전공하는 음악학도들에게는 주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러니 서울에서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네 시간 반을 달려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지만, 그곳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찾아서 외지인들이 모여든다. 게다가 통영은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경관과 먹거리로 소문난 남해안의 보석이 아닌가. 공연을 보고 나오면 울창한 동백나무 사이로 올망졸망한 섬들이 흩어진 초록빛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2006년 이후로 객석 점유율이 90퍼센트를 꾸준히 넘는 데는, 여기는 전국의 음악대학에서 단체로 방문하는 학생들이 차지하는 바가 크다. 물론 통영까지 음악을 들으러 갈 만큼 열성적인 콘서트고어들의 눈에는 세련미가 부족하다고 흠 잡을만한 구석도 없지는 않다. 매해 지적되는 통영시민회관의 음향은 특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내에 알려지기 전인 2005년 진은숙을 상주 아티스트로 선정했고, 올해는 피아니스트 최희연을 후임자로 결정한 국제음악제 측의 눈썰미만큼은 인정할만 하다. 올해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뭔헨챔버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의 등장은 특히 반가운 부분이다.
통영시민회관에서 진행되는 메인 프로그램은 대부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유럽의 현대음악이지만, 바다와 시장을 사이에 둔 강구안에서 벌어지는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지극히 대중적이고 때로는 서민적인 공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메인 프로그램으로 조르디 사발이나 에우로파 갈란테와 같은 바로크 음악 중심의 특급 아티스트들이 초청되기도 한다.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도,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있는 현대음악과의 본격적인 만남을 위해 통영국제음악제를 선택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적절하다. 부담 없는 티켓 가격이나 주요 관광지와 연계한 여행 상품들도 매력적이다.

 

 

영화 세계를 담은 예쁜 한옥, 전주국제영화제

 

10년 전, 손바닥만한 나라에 무슨 국제영화제가 두개씩이나 필요하냐, 지방자치단체의 과욕으로 출발했다가 흐지부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속에서 출발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제 고유의 역할과 매력을 가진 특별한 영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9일간 펼쳐진 영화제의 유료 관객수는 전년 대비 5천여 명이 늘어나면서 7만762명을 기록했다. 지난 9회 때의 최종 유료관객수도 전 해보다 5000여 명이 증가했다는 사실에서 이 영화제의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 최대의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을 놓칠 리 없는 선발주자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10년간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믿음을 쌓아왔다. 봄날의 여행지로 적당한 유서 깊은 도시 전주의 매력도 크다. 서울에서 직행으로 가는 KTX 열차가 없어서 새마을호나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하고, 때문에 서너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일단 전주 안에 들어서면 이 영화제만의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해운대와 남포동으로 상영관이 나뉘어 있을 경우에 이동하는 데 1시간은 족히 소요되고, 해운대 내에서도 다른 상영관으로 이동할 때는 지하철로 두세 정거장을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비해 전주에서는 영화의 거리 안에 야외상영장을 포함한 5개의 상영관이 밀집되어 있고, 유일하게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 전북대 삼성문화관의 경우에도 셔틀버스로 15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거대한, 산업화된 영화 축제의 성공 사례라면 전주국제영화제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알찬 문화축제가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부터 인디밴드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도 전주국제영화제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매일 밤 야외 상영에 앞서 록콘서트가 펼쳐치는데 올해는 김창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등이 소박한 야외 상영장 무대에서 노래를 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독립영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공연은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미덕은 화려한 레드카펫 위에 선 아름다운 무비스타도,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전설적인 영화감독의 아우라도 아닌 오직 영화 그 자체가 영화제의 본질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주국제영화제는 덜 알려졌지만 건실하고 신선한 영화, 나만 아는 것 같아서 더 소중한, 숨은 보석 같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축제이다. 물론 한 집 건너 한 집이 소문난 맛집인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큰 매력임에 틀림없다. 모주와 콩나물국밥, 전주비빔밥 같은 전통 메뉴부터 꽈배기와 떡볶이, 상추튀김 류의 군것질거리까지 영화의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순례하려면 하루 다섯 끼를 먹어도 부족하다는 한탄이 식탐 많은 영화광들의 입에서 전해지고 있다.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재즈의 향연,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북한강 푸른 물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섬 경기도 가평 자라섬. 생긴 모양이 자라와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자라섬은 관광지로 자리 잡은 남이섬 바로 곁에 있지만 비만 오면 물에 잠겨 쓸모없는 땅으로 버려져 있었다. 이곳이 환상적인 재즈의 섬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04년 국제재즈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부터다. 푸른 강과 맑은 하늘, 들꽃과 신선한 바람, 그리고 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야외 축제장으로는 최적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마련된 웅장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수준 높은 공연은 한번 자라섬을 찾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준다.
장대비 속의 산통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강행된 제1회 페스티벌이 3만여 명의 발자국과 재즈라는 낯선 음악을 자라섬에 아로새기며 한국 재즈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매년 급성장하며 지난해까지 약 44만여 명의 관람객을 자라섬으로 불러들였다.
지난해 5회째를 맞는 동안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에는 하이럼 블록, 마이크 스턴, 조슈아 레드멘, 트리오토이킷, 빅터우든, 조지듀크, 존스코필드, 나윤선 등을 비롯해 제1회 27개 팀, 150여 명, 제2회 27개 팀, 170여 명, 제3회 36개 팀 200여 명, 제4회 50개 팀 300여 명, 제5회 81개 팀 38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저마다의 재즈 감성을 뿜어냈다. 제4회 때부터는 자라섬 국제재즈콩쿠르를 개최해 재즈를 즐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입상자들에게 다음 해 메인 스테이지 오프닝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특전을 주어 국내외 숨은 아티스트 발굴에 힘쓰고 있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재즈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까지 관객층이 다양하다. 축제를 즐기는 방법도 마찬가지. 스테이지 근처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자리 잡고 앉아 어울려 맥주나 와인을 마시고, 잔디 위에 몸을 뉘고 귀로는 음악을 눈으로는 하늘을 감상하고, 돗자리 위에 음식을 늘어놓고 둘러앉아서 소풍을 즐긴다. 재즈 연주에 흠뻑 젖어서 춤을 추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어느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재즈에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의 매력이다. 자라섬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각종 이벤트 프로그램 및 다양한 전시, 레포츠 프로그램 역시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에만 누릴 수 있는 관객들의 특권이다.
제6회 자라섬 국제재스페스티벌은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약 7개 무대에서 펼쳐진다. 리차드 갈리아노, 마리아 호아오, 엔리코 라바, 치코&집시스, 크리스 포터, 호아오 보스코, 야론 허만 등의 아티스트들과 지난해 국제재즈콩쿠르 1위를 차지한 드러머 이상민의 무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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