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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스타캐스팅] 스타 캐스팅 얼마나 효과 있나? [No.74]

글 |정세원 2009-12-08 6,097


스타 캐스팅, 얼마나 효과 있나?

 

연예인들의 뮤지컬 출연은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그동안 방송과 영화를 통해 모습을 내비쳤던 수많은 가수와 연기자, 개그맨 등이 뮤지컬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올 한 해에만 50여 명에 달하는 연예인이 뮤지컬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공연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중에 연예인을 캐스팅하지 않은 작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뮤지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발이 너무해>의 이하늬·김지우·제시카·김동욱·김종진, <살인마 잭>의 안재욱·유준상·김원준, <헤드윅>의 윤도현, <웨딩싱어>의 황정민, <헤어스프레이>의 박경림, 문천식, <메노포즈>의 김숙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외에도 뮤지컬 출연을 앞두고 있거나 계획 중인 연예인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예인 캐스팅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것은 뮤지컬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급격히 늘어난 제작편수에 비해 주연급 배우의 수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스타급 배우에게만 작품 제의가 몰리다 보니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잦아지고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 젊은 배우들의 자질 부족과, 흥행에 급급해 신인 발굴에 인색한 프로듀서들의 게으름도 한몫했다. 이때 방송이나 영화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스타 캐스팅은 뮤지컬계의 부족한 주연급 배우를 대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지도를 흥행과 접목시키는 마케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작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유리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타 캐스팅이 실제로 뮤지컬의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나 될까. 한 번이라도 연예인들과 작업해 본 적 있는 제작사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언론의 주목을 끌기 쉬운 그들의 홍보·마케팅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언론의 주목을 끌기 쉬울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가장 쉽고 빠르게 노출시킬 수 있는 공중파 방송 출연이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버스나 옥외 광고에 들어갈 비용을 연예인에게 더 주고라도 그들을 방송에 노출시키는 것이 더 큰 홍보 효과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일 년에 한두 차례 특별한 날이 되어야 뮤지컬을 찾는 관객들에게 연예인들의 출연 여부는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누가 나오는 뮤지컬’로 쉽게 관객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티켓 구매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중적으로 아주 유명하지 않더라도 방송을 통해 모습을 내비친 적 있는 연예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타의 의존도는 국내 검증이 안 된 작품일수록, 작품성을 인정받고도 재공연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창작뮤지컬일수록, 지방으로 갈수록 점점 더 높아진다. <아이다>의 옥주현, <알타보이즈>의 김태우, <헤드윅>의 조승우, <진짜진짜 좋아해>의 박해미, <싱글즈>의 이현우, <소나기>의 승리, <제너두>의 강인, 김희철, <돈주앙>의 주지훈, <굿바이 걸>의 하희라, <헤어스프레이>의 정준하, 박경림, <미녀는 괴로워>의 바다, 송창의 등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선보인 신작들의 상당수가 스타 캐스팅으로 작품을 알렸다.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로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디즈니 뮤지컬 <아이다>가 8개월간 장기 공연을 이어가면서도 꾸준한 객석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옥주현의 힘이 컸다. 비록 연기력 부분에서 미흡함은 있었지만 <아이다>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이왕이면 옥주현의 무대를 찾았다. <알타보이즈> 초연 역시 god 출신의 김태우가 팀 해체 이후 첫 개인 활동으로 선택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제작발표회 당시 참석한 언론 매체 수만 70~80개. 당시 뮤지컬 배우들의 공연에 20~30개, 연예인 출연작에 40~50개 정도의 매체가 관심을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셈이다. 덕분에 김태우는 당시 800석 규모의 충무아트홀을 자신의 팬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헤어스프레이>는 <무한도전>으로 인기를 더한 정준하의 출연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특히 협력 프로듀서로 참여한 방송인 박경림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흥행에 많은 힘을 보탰다. <미녀는 괴로워>는 바다의 열연과 연말 시즌 특수에 힘입어 창작 초연작으로는 드물게 객석 점유율 97~98퍼센트에 달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일정 기간을 두고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작품의 경우에는 캐스팅의 변화를 통해 관객의 관심을 지속시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작품의 규모가 커졌을 때 누구나 알만한 연예인을 캐스팅함으로써 관객의 범위를 뮤지컬 마니아에서 일반인으로 확대시킨다. 박형준의 <달고나>, 임창정의 <빨래>, 인순이의 <시카고>, 정준하, 김동욱의 <형제는 용감했다>, 이지훈, 이성진, 김준의 <젊음의 행진>이 대표적인 경우다. 2006년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긴 <달고나>에 합류한 탤런트 박형준은 당시 ‘핫’한 스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로 중장년층 여성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내는 데 한몫했다.

 

<젊음의 행진>도 마찬가지. 2007년과 2008년 공연의 주 관객층이 뮤지컬을 즐겨보는 관객들이었다면, 현재는 이지훈과 이성진, 김준의 출연으로 10대부터 40~50대의 일반인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공연되던 <빨래>는 임창정의 노개런티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임창정의 방송 복귀 시점과 맞아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은 <빨래>는 유료 객석 점유율 72퍼센트의 흥행 성적을 거두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의 흥행불가 징크스를 3년여 만에 깼다. 대성과 옥주현을 캐스팅한 <캣츠>의 스타 캐스팅은 다소 의외인 듯하나, 이미 몇 차례의 한국 공연을 가진 작품을 이슈화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스타들의 티켓 파워


스타 캐스팅의 목적은 결국 티켓 매출을 올리는 데 있다. 뮤지컬 배우들보다 유리한 조건의 홍보 활동을 통해 평소 공연장을 찾지 않는 일반 대중들을 얼마나 많이 객석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지가 스타들에게 바라는 티켓 파워다. 스타의 인지도에 따라 티켓 파워에도 차이가 있겠지만 당분간 <지킬 앤 하이드> 이후 캐스팅 1순위로 손꼽히는 조승우만한 배우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극장 공연일수록, 공연 기간이 길수록 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20~30대 관객만으로 객석을 채우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10대 관객층을 겨냥한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진출이 활발해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이돌 스타의 티켓 파워는 그가 얼마나 적극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소나기>의 승리는 총 26회 중 15회 공연에 출연해 서울시뮤지컬단 사상 최고 기록인 86.2퍼센트의 유료 객석 점유율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작품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받아냈다. 승리에 이어 출연한 FT아일랜드의 재준 역시 83퍼센트에 가까운 유료 점유율을 보이며 선방했다.

 

2008년 <그리스> 세종M시어터 공연에 출연한 SS501의 박정민은 연말 시즌에 힘입어 90퍼센트에 가까운 유료 점유율로 객석을 달궜다. 본격적인 10대 관객 유입을 목적으로 제작된 뮤지컬 <샤우팅>은 빅뱅의 대성과 승리를 내세운 덕분에 공연 전 두 차례의 티켓 오픈만으로 유료 점유율 66퍼센트를 달성하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대성이 공연 전날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원조 아이돌 스타인 신화의 앤디의 경우 <뮤직 인 마이 아트> 출연 당시 충성도 높은 팬들 덕분에 티켓 오픈과 동시에 억대에 달하는 출연분이 거의 다 판매되었다. 앤디의 두 번째 출연작인 <폴라로이드> 역시 출연하는 공연 대부분의 티켓이 판매되었지만 무대 위에서 그는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다. <싱글즈>에 출연한 god의 손호영은 평균 70~80퍼센트의 유료 객석 점유율을 기록, 수익을 거둬들이며 무난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아이돌 스타가 출연한다고 해서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무대 진출로 주목 받은 <제너두>는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김희철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총 제작비의 3분의 2정도의 수익만을 거둬들였을 뿐이다. 스타 캐스팅보다 전문 뮤지컬 배우들에 포커스를 맞춘 홍보·마케팅과는 별개로, 공연의 타깃 관객층을 팬클럽에 의존하는 등의 미흡한 제작시스템과, 두 아이돌 스타의 연습 부족이 낳은 결과다. <제너두>는 비록 손해는 보았지만 두 스타에게 기대한 만큼의 매출 성과는 얻었다고 한다.


한편 <진짜 진짜 좋아해>의 박해미, 박상면, 이필모와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박상원, 박해미, 옥주현, <시카고>의 인순이, 허준호 등은 젊은 관객은 물론 40~50대 중장년층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진짜 진짜 좋아해>는 초연 당시 박해미가 출연하는 날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면서 6월부터 9월까지 총 100회가 넘는 공연으로 5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당시 공연에 참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리틀엔젤스예술극장에서 코엑스 오디토리움으로 공연장을 옮기지 않았다면 1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났을 것이라고 한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평일 낮 공연까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약 35억 원의 매출을 올려 스타 캐스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신성우, 유준상, 엄기준, 박건형 등이 출연한 <삼총사> 역시 스타 배우들의 조합으로 관객 몰이에 성공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 작품 역시 평일 낮 공연을 포함해 80퍼센트 이상의 객석 점유율로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이러한 결과는 배우 개개인의 스타성보다는 두 명 이상의 스타가 모여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동시에  앞으로 점차 스타 한 명만으로 관객을 동원하는 일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게 한다. 언급된 배우들 중 상당수가 뮤지컬에 기반을 두고 영화나 방송에서 동시에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쌓은 배우들이라는 점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앞으로 연예인들의 뮤지컬 출연이 일반화되다보면 그들 중에서도 실력이 검증된 배우들을 찾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연예인 출신보다는 오히려 뮤지컬 배우 출신 연예인의 티켓 파워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스타 캐스팅의 티켓 파워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돈 주앙>의 주지훈, <삼총사>의 신성우, 박건형을 비롯해 <즐거운 인생>의 라이언, <햄릿>, <젊음의 행진>의 이지훈, <제너두>의 강인, 김희철, <그리스>의 SS501 박정민, <남한산성>의 예성 등의 아이돌 스타들이 아시아 각국의 팬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면서 공연계 한류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 비록 소수이긴 하나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충성도 높은 외국 팬들은 한국에 며칠씩 머물면서 평균 3~4회씩 공연을 관람한다.

 

SS501 박정민의 공연에는 일본 관객 약 200여 명이 다녀갔고, 신성우의 일본 팬들 중에는 <삼총사>의 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그가 출연하지 않는 공연을 포함한 전 공연을 예약한 사람도 있었다. 덕분에 엄기준, 민영기, 유준상 등 <삼총사>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을 응원하는 일본 팬들도 많이 늘었다. 또한 성남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유료 티켓 판매 90퍼센트를 기록하며 스타 캐스팅의 위력을 보여준 <돈 주앙>의 주지훈 공연을 보기 위해 상당수의 일본 팬들이 한국을 찾았다. <남한산성>에 출연 중인 예성의 공연에서도 일본과 중국에서 온 팬들을 만날 수 있다.

 

 

스타 캐스팅이 작품을 알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나, 이것만으로 공연 전체의 흥행을 좌우하기는 어렵다. 작품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홍보·마케팅의 필요에 의해 연예인을 캐스팅하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 작품성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스타 마케팅은 관객들의 일회성 호기심만 자극할 뿐이다. 그리고 실력을 갖추지 않고 무대에 오른 스타들은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 흥행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드림걸즈>의 김승우나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노주현, <마이 페어 레이디>의 이형철, <제너두>의 강인, 김희철 등은 스타성을 활용한 사전 홍보 효과는 컸지만 공연 초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무대로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케이스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되었다고는 하나 좋지 않은 첫 인상을 남긴 이들의 무대는 결국  작품의 흥행에도 결정적인 오점을 남겼다. 뮤지컬 관객층을 넓히기 위한 스타 캐스팅 열풍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진정한 찬란함을 발하는 스타들을 만날 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과 캐릭터에 적합한 캐스팅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제작자의 노력과, 무대 경험이 부족한 스타들의 진심어린 열정이 더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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