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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2009 Musical] 2009 웨스트엔드 결산 [No.75]

글 |김진규 (공연 칼럼니스트) 2010-01-05 4,999

 

 

 

 

 

 

 

 

 

 

 

 

 

 

 

 

 

 

 

2009 웨스트엔드 결산

리바이벌 뮤지컬의 성행과 신작 뮤지컬의 부재

 

연말을 앞두고 런던의 공연계도 웨스트엔드를 중심으로 차분하면서도 바쁘게 한 해를 정리하는 모습이다. 주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들도 각각 후보작을 내며 준비하고 있고, 주요 언론사에서도 올 한 해 공연계의 실적들을 정리하는 기사를 속속들이 발표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슈들로 뜨거웠던 한 해였지만 올해의 웨스트엔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계속되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지켰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영국을 지탱하는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금융산업이 큰 위기를 겪으면서 경기침체로 인한 실물 경제에 대한 타격과 그에 따른 위기감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컸고, 이는 영국 문화 예술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웨스트엔드를 포함한 영국 공연계에서는 각종 지원 기금과 예산의 삭감, 인원 감축 등의 모습들이 나타났으며, 한편으로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들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영국 공연 산업의 저력을볼 수 있었던 한 해이기도 했다.아직 하반기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2009년 상반기 웨스트엔드 실적이 2008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티켓 판매율 3.5%, 객석 점유율 2.5%로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올해 1/4분기는 실제로티켓 판매율이 5% 하락하면서 어두운 미래를 예고하는 듯했으나 2/4분기에 들어 8%나 급성장하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특히 웨스트엔드의 연극들이 좋은 신작과 리바이벌을 골고루 내놓으며 실적의 성장을 견인한 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큰 뮤지컬들이 좋은 실적을 낸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롱런 & 리바이벌 뮤지컬 전성시대
꾸준히 인기를 끌며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들은 호의적이지 않은 경제 상황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위키드>의 경우 올해 상반기 박스 오피스 실적이 작년에 비해 7% 성장했고, 디즈니의 <라이온 킹>도 약 2.5%의 관객 증가를 기록하며 10년이 된 이 뮤지컬의 인기가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맘마미아>도 올해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한 지 10년이 이르렀으며, 지난 10월에는 가장 높은 티켓 판매량을 달성했다고 발표할 정도로 변함없이 흥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롱런 뮤지컬들도 웨스트엔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렇게 롱런 뮤지컬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띨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관객들이 뮤지컬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검증되고 안전한 작품들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웨스트엔드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기존 뮤지컬들의 리바이벌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한 해에만 해도 <올리버!>, <회전목마>, <어 리틀 나잇 뮤직>, <애니 겟 유어 건>, <포비든 브로드웨이>, <헬로 돌리!>, <왕과 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리바이벌 뮤지컬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 의해 제작된 ‘TV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웨스트엔드의 리바이벌 뮤지컬 붐을 조성한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 같다. 프로그램들을 통해 홍보와 잠재 관객 개발의 부수적 이익을 얻었던 이 리바이벌 뮤지컬들(<사운드 오브 뮤직>, <조셉과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올리버!>)은 실제로 커다란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로이드 웨버는 또 다시 내년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를 같은 방식으로 찾을 계획이다. 런던의 소극장 초콜릿 팩토리가 매년 내놓는 리바이벌 뮤지컬들의 지속적인 성공도 이러한 리바이벌 강세 현상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초콜릿 팩토리의 리바이벌 작품들은 <리틀 숍 오브 호러스>나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 <새장 속의 광인들> 그리고 최근의 <어 리틀 나잇 뮤직>에 이르기까지 모두 웨스트엔드로 진출하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특별한 이 극장만의 뮤지컬 제작 능력은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보일 1966년작 <스윗 채러티>의 성공 여부도 관심있게 지켜보게 한다.

 

 

상대적인 신작 뮤지컬의 부재
이렇게 위기감 속에서 확인된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저력에도 불구하고, 웨스트엔드 뮤지컬계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미래가 마냥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특히나 상대적으로 빈곤한 신작 뮤지컬의 부재 현상은 앞으로 웨스트엔드가 장기공연 뮤지컬과 리바이벌 뮤지컬들에 의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3년 이상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은 11개 작품이고, 이 작품들은 대부분 조만간 막을 내릴 계획이 없다. 장기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들은 분명 그 가치와 생명력에 있어서 존경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존 뮤지컬들이 먼저 자리잡고 있어서 신작 뮤지컬들이 본무대인 웨스트엔드에 입성하는 기회를 좀처럼 갖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정체 현상은 신작 뮤지컬의 수에 있어서 브로드웨이보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을 가져왔다. 게다가 몇몇 신작 뮤지컬들도 까다로운 입맛의 평론가들과 만만치 않은 수준의 관객들 앞에서 좌절하기 일쑤다.
상반기 기대되던 신작 뮤지컬들 중 하나였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브로드웨이의 성공을웨스트 엔드에서 이어가지 못한 비운의 뮤지컬이다. 평론가들의 호의적인 반응과 초연된 리릭 해머스미스 극장에서의 2주 연장 공연 소식 등으로 공연이 손쉽게 웨스트엔드에 안착할 것처럼 보였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티켓 가격과 소재의 진부함 등이 젊은 관객들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해 결국 10주 만에 막을 내리는 결과를 맞고 말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더불어 올해 상반기 신작 뮤지컬로 가장 주목 받았던 <시스터 액트>와 <프리실라 사막의 여왕>도 기대만큼의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특히나 <시스터 액트>는 원작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우피 골드버그가 직접 제작을 맡았고, 디즈니 뮤지컬의 주옥같은 곡들을 썼던 알란 맨켄이 작곡자로 나서면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두 작품 모두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평론가들의 냉랭한 평가와 런던 관객들의 무덤덤한 시선으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가을 시즌에 새롭게 시작하는 웨스트엔드 신작 뮤지컬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가 되는 작품은 12월부터 사보이 극장에서 시작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인데 이 작품의 운명도 낙관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에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웨스트엔드 신작 뮤지컬들마저도 대부분 다른 나라 프로듀서들에 의해 제작된 작품들이다. 조금 심하게 말해서 웨스트엔드 뮤지컬 프로듀서들에게는 더 이상 신작 뮤지컬에 대한 제작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해야 할까?

 

 

더 젊어지는 웨스트엔드를 기대하며
통계에 의하면 관광 산업이 런던 경제에 기여하는 가치가 약 160억 파운드(32조 원) 정도이고 관광객의 70% 정도가 런던에 방문하는 목적으로 문화예술과 관계된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대규모의 자본이 움직이는 시장경제 하에서 상업적인 면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웨스트엔드 뮤지컬계가 기존의 검증된 작품들로 위험에 대한 부담감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도 십분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웨스트엔드가 꾸준히 젊고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뮤지컬 제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문화 예술적 기반이 깊고 풍부한 런던이기에 지금의 현실이 더욱 아쉽고 앞으로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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