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2009 Musical] 2009 한국 [No.75]

글 |박병성 2010-01-07 6,536

[No.75]


2009 MUSICAL

 

연말이다. 12월에는 각 매체마다 2009년을 정리하는 기사들을 쏟아낸다. 뮤지컬계를 돌아보면 올해도 적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예년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다. 매달 이슈를 쏟아내던 2007년을 정점으로 뮤지컬계는 조금씩 안정기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2007년 당시만 해도, 주크박스 뮤지컬, 무비컬, 공개 오디션, 연예인들의 출연, 콘서트 뮤지컬, 뮤지컬 전용극장 등 매달 이슈를 생산해냈다. 올해도 이러한 이슈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지만 단지 이제는 새롭지 않다. 올해 뮤지컬계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발전해왔다.
2009년 뮤지컬을 결산하면서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현황을 짚어보려고 한다. 금융 위기로 경기 침체라는 공공의 적을 맞이한 각 나라들의 성적표를 공개한다.

 

 


침체된 시장 속에 내실을 추구한 창작뮤지컬

 

2009년 뮤지컬 시장은 제작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암울했다. 경기 한파에 신종 플루까지 겹치면서 관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그러나 전반적인 여건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작품 수가 증가했고, 새로운 공연장이 개관하면서 그에 따른 수요도 당연히 많아졌다. 제작사가 체감하는 시장은 매우 부정적이었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 창작뮤지컬은 조금씩 내실을 기해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2000년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 예상
올해 서울 지역에서 올라간 뮤지컬 수는 147편이다. 지난해 137편보다는 10편이 늘어난 수치이지만, 2007년 160편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이다. 고백하자면 2008년 12월호에 연말 결산 기사를 쓰면서 2008년 뮤지컬 시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에서 올라간 작품 수가 2007년에 비해 줄어들었고, 경기 한파의 여파도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인터파크에서 발표한 상반기 시장 결과가 지난해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1월 중순경에 인터파크에서 발표한 2008년 공연계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뮤지컬 시장은 대략 25퍼센트 성장한 것으로 발표되었다(2008년 한해 인터파크에서 판매한 뮤지컬 티켓 수는 1,985,237매(2007년 1,725,527매), 판매 총액은 약 천억 원대(100,539,000,000원)로 2007년 800억 원대(80,316,553,000원)보다 25% 정도 성장한 것으로 발표했다). 필자의 오판은 정확한 데이터를 얻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또 하나 필자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파악한 데 비해 인터파크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지난해 <더뮤지컬> 조사에 의하면 2008년도에 작품 수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인터파크는 2007년 1,454편에서 2008년 1,544편으로 오히려 100편 가량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다. <더뮤지컬>의 조사는 서울 지역에서 올라가는 뮤지컬을 기준으로 하지만 인터파크는 서울에서 공연을 하고 난 후 지방 순회 공연을 하는 작품들까지 모두 각각의 공연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결과가 달랐다. 이러한 차이는 2008년 지역 뮤지컬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2008년 인터파크에서 판매한 뮤지컬 티켓 수익 베스트 5위는 <맘마미아> 대구 공연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서울 공연의 작품 수는 10편 정도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흥행 정도가 예년만 못하였고, 올해 초에는 <드림걸즈> 이외에는 대작들이 없었다. 중반기에 <지킬 앤 하이드> 해외 투어팀, <시카고> 성남아트센터 공연, <맘마미아> 등이 선전했을 뿐 전체적인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신종 플루의 영향으로 지역 시장이 위축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오페라의 유령>, <영웅> 등이 선전하고 있고, 공연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11월부터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대작들이 공연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연예인들이 대거 뮤지컬로 몰리면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청신호도 보인다. 그리고 코엑스아티움, 더스테이지, 우리금융아트홀 등 뮤지컬 극장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뮤지컬 인프라가 늘어났다.  대형 작품의 증가나 공연장 신축 등 여러 가지 인프라가 좋아진 측면은 있지만, 경기 악화로 시장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특히 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문화비 지출을 줄이면서 기업 판매에 의존도가 높았던 단체 판매 부분이 크게 축소되었다. 이러한 영향을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예상하자면 올해 뮤지컬 시장은 10% 안팎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제작자들의 체감온도는 더 비관적이다. 필자의 예상이 구체적인 자료에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올래 올라간 공연 작품 수와 작품들의 흥행 정도, 현장 관계자의 인터뷰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좀더 자세한 예측은 내년 1월 인터파크에서 결과를 발표해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파크의 발표를 절대적인 수치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인터파크 판매율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뮤지컬 시장을 엄밀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인터파크, 티켓링크, 클립서비스, 무비맥스 등 모든 티켓 예매처의 판매분과 각 공연장의 자체적 판매 부분, 그리고 기업이나 회원 혹은 개인들을 상대로 하는 제작사의 판매를 종합해야만 전체 뮤지컬 시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각 단체가 내부 자료를 공유하지 않거나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국내 최대의 티켓 매니지먼트 회사인 인터파크의 발표 자료만을 토대로 국내 뮤지컬 시장을 가늠할 뿐이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08 뮤지컬 실태 조사』 역시 인터파크의 자료를 근거로 뮤지컬 시장을 파악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인터파크의 티켓 판매 점유율을 70%로 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추정치일 뿐 정확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인터파크 자료에만 의존했을 때 문제는 당해 연도 인터파크의 사업 실적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2007년도 인터파크의 티켓 판매 점유율이 전체 뮤지컬 시장의 65%였고 2008년도에는 70%로 성장했다고 가정하자. 2007년도 뮤지컬 시장이 1천억 원이었는데 2008년에도 역시 1천억 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이는 시장이 정체된 것이 아니라 인터파크의 점유율이 높아졌으므로 전체 시장은 감소했다는 의미이다. 2008년도 전체 뮤지컬 시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5% 성장 부분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매해 발표하는 인터파크 자료에는 인터파크에서 판매 수치만을 절대 비교하고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 뮤지컬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영웅>, <명성황후> 등은 인터파크에서 티켓을 판매하지 않는다. 올해 티켓 판매 베스트에 꼽힐 작품들이 통계에서 배제되는 셈이다.

 

 

안정적인 작품 수 유지
과거에는 여름 휴가철이 있는 7,8월이 공연 비수기로 여겨졌으나, 최근 결과에 의하면 7,8월에도 평균 정도의 공연이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공연 성수기가 끝나고 신학기, 설날 등이 있는 2,3월이 공연계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올라간 뮤지컬은 총 147편이었는데, 2월의 비수기 현상은 뚜렷하게 보이지만 여느 해보다 매달 새롭게 제작되는 뮤지컬 편수가 고른 수준을 유지했다. 그달에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수를 조사한 결과 보통 매달 30편 이상이 꾸준히 공연하고 있었다(<표2> 참조). 12월에 새롭게 올라가는 작품 수는 10편으로 비록 높지 않았지만, 12월에 공연하는 뮤지컬은 54개 로 가장 많았다. 10월이나 11월에 올라가는 작품 중 상당수가 연말을 염두에 두고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12월까지도 공연이 지속되는 것이다.
올해 올라간 147편의 뮤지컬 중 창작뮤지컬이 99편으로 67%를 차지하고 있어 전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여전히 창작뮤지컬의 비중이 높지만 대극장은 라이선스 작품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창작뮤지컬은 주로 소극장을 중심으로 공연되어 온 것 역시 크게 변하지 않았다.(<표4> 참조)

 

 

 

 

중극장 창작뮤지컬 증가
올해 올라간 창작뮤지컬 중 중극장 작품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07년 15.6%였던 것이 2008년 21%로 증가했다가 올해 25%로 증가했다. 중극장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은 증가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중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은 2007년 31%를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특히 올해 중극장에 해당하는 코엑스아티움(이번 조사에서는 900석 이상을 대극장으로 규정하고 조사했다)이 개관했음에도 2008년도와 2009년도 중극장 라이선스 뮤지컬 비율이 비슷했다는 것은 이러한 경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창작뮤지컬이나 라이선스 뮤지컬이 동일하게 대극장에서는 비교적 증가하는 추세로, 소극장에서는 감소하는 추세로 움직이는 것에 비해 중극장에서는 이러한 결과와 상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아직 대극장에 도전하기에는 자신이 없는 창작뮤지컬이 그 대안으로 중극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뮤지컬은 중극장 이상의 규모일 때만 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 100석 남짓 한 규모의 소극장에서는 배우와 연주자의 개런티 그리고 대관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아무리 장기공연을 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소극장 공연에서 라이브 연주 대신 녹음반주(MR)의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아직 경험이나 제작 노하우가 부족한 창작뮤지컬 초연인 경우 대극장에 도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산업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대극장에서 장기 흥행하는 창작뮤지컬, 소위 킬러 콘텐츠가 등장해야 국내 뮤지컬 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을 수 있다. 현재 중극장 규모의 창작뮤지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킬러 콘텐츠의 등장 이전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2007년에  68%를 기록했던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중극장 창작뮤지컬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렇게 창작뮤지컬의 소극장 비중이 줄어들고, 중극장이 늘어나면서 창작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올해 공연된 <영웅>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작품으로 주변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완성도 면에서 기존의 대형 창작뮤지컬들과 확실히 구별된 작품이었다. 소재와 기술적인 면에서 좀더 대중화된다면 머지않아 킬러 콘텐츠의 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뮤지컬 전용극장
올해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시장의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은 공연장 인프라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뮤지컬 전용극장을 표방하고 개관한 공연장은 대극장인 우리금융아트홀, 그리고 800여 석 규모의 코엑스아티움과 신촌 지역에 생긴 소극장 더스테이지와 신촌 아트레온, 네 곳이다. 샤롯데 씨어터, 백암아트홀, KT&G씨어터 등 기존 강남권 공연장들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코엑스아티움과 우리금융아트홀이 들어서면서 잠실, 삼성동을 중심으로 한 공연장 구역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여론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현 정권의 비호 아래 추진 중인 제 2 롯데월드가 들어설 경우, 추가로 2~3곳의 공연장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잠실, 삼성 일대가 새로운 공연장 클러스터로 가능할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젊은 관객층이 많은 신촌 주변에 뮤지컬 전용극장을 표방하는 더스테이지와 아트레온이 개관한 것도 주목해볼 만하다. 뮤지컬 전용극장은 아니지만 12월에 대학로 아트원 3개관이 개관하여 1관에서 <아이 러브 유>를 공연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로에 공사 중인 CJ아트홀이 내년 중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한남동의 쇼파크 역시 내년이나 후년 경에 완공되면 국내 뮤지컬계는 공연장이 아닌 콘텐츠 경쟁으로 돌입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대세는 창작뮤지컬이다
2007년은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였다. 뮤지컬 펀드 등을 통한 제작 자본이 충분했고, 뮤지컬에 대한 열망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었다. 대형 창작뮤지컬 3편이 과감하게 올랐던 해도 이때였다. 뮤지컬에 대한 기대심리가 팽배해져, 뮤지컬 제작이 앞다투어 이루어졌으며 너도 나도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해서 한해 올라간 뮤지컬 수가 160편, 그중 창작뮤지컬은 115편으로 71%나 됐다. 창작뮤지컬 중에서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초연작이 62%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해 뮤지컬 시장의 성장률은 자그만치 40%를 넘어섰다. 매해 20%에 달하는 성장세를 기록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굉장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2007년을 황금기로 볼 수는 없다. 연말에는 뮤지컬이라는 타이틀만 붙이면 다 성공한다고 할 정도로 뮤지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2008년 제작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창작뮤지컬 비율은 65%로 떨어졌고, 초연 창작뮤지컬 역시 40%로 전년에 비해 무려 22%나 급감했다.
그러나 올해 통계를 보면 창작뮤지컬에 청신호를 알리는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경기 악화로 뮤지컬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었다. 이러한 경우 창작뮤지컬보다는 라이선스 뮤지컬을, 초연보다는 재연 공연을 올리는 것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그러나 올해 올라간 뮤지컬 통계를 보면 비록 낮은 비율이긴 하지만 2008년에 비해 창작뮤지컬의 비율이 2% 증가했고(<표3> 참조), 창작뮤지컬의 초연 공연도 전년에 비해 7%나 증가했다(<표6> 참조). 이는 올해 라이선스 뮤지컬과는 대조적인 결과를 보인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불안한 경기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서 2008년에 비해 안정적인 재공연 작품의 비율이 무려 14%나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초연 작품이 9%가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표>5 참조). 그러나 창작뮤지컬은 정반대의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원인을 새로운 라이선스 뮤지컬이 감소하고 있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올해 초연하는 라이선스 작품은 전년도에 비해 9%나 감소했다. 이는 경기가 나빠진 탓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새롭게 들여올 신작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한몫 한다. 여전히 한국 뮤지컬에서 라이선스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상당 부분이 재공연하고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들이다. 몇 달 전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라이선스 경쟁에서 빠지고 기존에 신시가 가지고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 공연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신 창작뮤지컬이나 연극 제작에 몰두하겠다고 밝히면서, <위키드>에만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는 앞서 말한 현재 국내 뮤지컬계가 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서 이해해야 한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이미 재공연하고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박명성 대표의 말대로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뮤지컬에 대한 국내 제작사간의 로열티 경쟁이 치열한 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쟁을 해서 가져올 만한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은 것이다.
신시컴퍼니에서 대형 창작뮤지컬인 <댄싱 섀도우> 이후 다시 소극장 창작뮤지컬 <퀴즈쇼>에 도전하듯, 기존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작품을 제작하던 제작사들이 서서히 창작뮤지컬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앞으로의 창작뮤지컬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신시뮤지컬뿐만 아니라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를 제작한 오디뮤지컬컴퍼니 역시 <달콤한 나의 도시>의 공동 제작사로 뛰어들면서 창작뮤지컬 제작에 합류했다.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뮤지컬 제작을 병행해오던 에이콤 역시 <명성황후>에 이어 <영웅>을 통해 대형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MC프로덕션은 <형제는 용감했다>, <젊음의 행진> 등 이미 오래 전부터 중극장급의 창작뮤지컬을 꾸준히 개발해 오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은 창작뮤지컬 제작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아직 창작뮤지컬보다는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 대형 제작사들이 조금씩 창작뮤지컬 제작을 병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자본력과 작품 제작 노하우를 가진 대형 제작사들이 창작뮤지컬 제작에 뛰어들면서 올해 창작뮤지컬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과, 창작팩토리의 공적 지원 역시 창작뮤지컬을 활성화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두 곳 모두 완성된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뮤지컬의 인큐베이터로서 기능하면서 단계적 지원에 나서고 있어 이를 통해 창작뮤지컬의 작품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1회 대구뮤지컬어워즈 대상을 받은 <마이 스케어리 걸>은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 진출해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과 최우수 연기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창작팩토리는 대본부터 쇼케이스, 공연, 재공연까지 단계적 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창작뮤지컬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공적 지원 제도의 지원을 통해 그동안 상업예술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았던 지원 환경에 숨통을 틔우고 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뮤지컬의 80% 정도가 원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원작이 무엇이냐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민망하기는 하지만, 올해에는 유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 창작뮤지컬의 왕성하게 만들어졌던 2007년도의 주요 트렌드는 무비컬이었다. <댄서의 순정>을 시작으로 <싱글즈> 등이 제작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2008년 지속되다가 올해 <주유소 습격사건>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핀란드 소설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기발한 자살여행>을 시작으로, 김훈의 『남한산성』,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 제작되었고, 김영하의 『퀴즈쇼』가 12월에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들의 경우는 문학적 상상력을 무대화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러티브 자체가 극적이기보다는 서사적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뮤지컬 <남한산성>의 경우, ‘당면한 것을 당면하라’나 ‘그것이 임금이 정할 일이냐’와 같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격조 있는 문장들을 그대로 대사로 가져와 품위를 살렸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에게 고르게 비중을 주었던 소설 속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여 영웅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역사뮤지컬 방식과는 차별화시킬 수 있었다. 현대 도시 남녀의 솔직한 욕망을 거칠 것 없이 드러내 인기를 끌었던 정이현의 소설 역시 뮤지컬로 변하면서 무대화에 걸맞는 변신을 한다. 바로 ‘위치’라는 해설자의 등장이 그것이다. ‘위치’는 상황을 해설해주기도 하고 주인공 은수의 심리를 대변하면서 숨기고 싶은 서른한 살 도시녀의 욕망을 보여주었다.

 

 

 

그 밖의 2009년 뮤지컬
문화산업으로서 뮤지컬을 염두에 둘 때 장기공연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장기공연을 위해서는 뮤지컬 전용극장이 필요하다. 올해 올라간 뮤지컬들 중 장기 대관이 어려워서 공연을 나누어서 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된다. 3월부터 5월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공연했던 <마이 스케어리 걸>은 보름 후 신촌 더스테이지로 옮겨 공연을 이어가야 했다. 이러한 경우 가로가 긴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의 무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로 무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공연장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 셋업 시간을 별도로 가져야 하며, 배우들의 무대 리허설도 다시 해야 한다. 이처럼 비용이 이중으로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장기공연이 필수적이다.
2009년 뮤지컬 평균 공연일은 77일이었다. 한 작품 당 두 달 정도를 공연한 것이다. 이를 좀더 구분해서 살펴보면 창작뮤지컬은 작품 당 82일을 공연했고, 라이선스의 경우 65일 정도를 공연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 세분해 보면 해외팀의 내한 공연은 작품 당 평균 17일을 공연해서 가장 적었으며, 재공연하는 창작뮤지컬이 평균 3달이 넘는 104일을 공연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365일 공연하는 오픈런 공연들이 대부분 재공연 창작뮤지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표7> 참조). 장기공연을 하더라도 해외에 비싼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기간과 시기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시장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창작뮤지컬은 수정 보완을 통해 작품성을 높여가면서 장기공연으로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두 달 이상 공연하는 장기공연의 풍토가 자리잡은 것 같지만 규모 면에서 따져 보면 여전히 대극장 공연은 장기 대관이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대극장 공연들은 작품 당 평균 30일 공연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뮤지컬이 문화산업으로 자리잡고 티켓 가격이 좀더 대중적으로 안정되기 위해서는 장기공연은 필수이다. 뮤지컬 공연장이 개관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대관할 수 있는 대극장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와 내년 사이에 CJ아트홀과 한남동에 쇼파크가 개관할 예정이니 뮤지컬 전용극장의 갈증을 다소 해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작년에 이어 연예인들이 뮤지컬계로 대거 몰렸다. 특히 연말 뮤지컬계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작품들은 적어도 한 명의 연예인을 캐스팅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지금같이 많은 수가 참여하지 않았는데, 바다, 옥주현 등이 뮤지컬계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후 연예인들의 참여가 가속화되었다. 그만큼 뮤지컬이 대중화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뮤지컬 시장에 연예인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는 지난호(74호)에서 기획기사로 구체적으로 다루었으므로 이 글에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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