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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10 Musical] 2010 창작뮤지컬[No.76]

글 |박병성 2010-02-02 6,302

Special
2010 MUSICAL

 

2009년 공연계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2010년에는 새로운 기지개를 펼 수 있을까? 각 제작사들에게 올해 준비 중인 작품들에 대해 물었다. 총 58편이 조사되었는데 몇 해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빌리 엘리어트>나 <미스 사이공>, <아이다>의 재공연 등을 제외하고는 뮤지컬계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작품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제작사들이 소극적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창작뮤지컬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뉴페이스가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각종 공모전이 조금씩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 그리고 새로운 뮤지컬이 기다리는 새 날이 밝았다. 2010년 준비 중인 뮤지컬들을 미리 만나본다.

 


신선한 자극, 2010 창작뮤지컬

 

창작뮤지컬 분야가 심상치 않다. 2009년 전체 뮤지컬 공연 수는 그 전 해에 비해 약간 줄어든 반면, 창작뮤지컬의 수는 증가했다. 단순히 작품 수 한두 개가 늘어났다기보다도 그 증가의 내용이 좀더 희망적이다. 보통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안정성이 높은 공연들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창작뮤지컬보다는 일단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받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증가한다. 창작뮤지컬 중에서도 초연 공연보다는 재공연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히려 2009년도에는 전년도에 비해 초연 창작 뮤지컬의 비중이 증가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201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감지된다. 각 제작사에 문의하여 계획 중인 작품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창작뮤지컬 27편, 번안뮤지컬 2편, 라이선스 뮤지컬 29편으로 모두 58편이었다. 창작뮤지컬의 수가 조금 적은 편이지만 보통 연말 결산을 하다보면 연초에는 확인되지 않는 창작뮤지컬 수가 적지 않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창작뮤지컬의 비중이 50퍼센트에 밑도는 것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올해 올라갈 27편과 학전의 번안뮤지컬 2편들 중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미리 만나본다.  

 

 

 

주문 제작형 뮤지컬
올해 창작 초연작들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지자체에서 지역적인 소재로 만드는 작품들이 다. 소위 주문 제작형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문 제작형’이라는 명칭 때문에 창의성보다는 주문된 기획성이 강조될 것 같아 작품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2009년 올라간 <영웅>은 안중근 기념사업회에서, <화성에서 꿈꾸다>는 경기도에서 주문 제작한 뮤지컬로서, 두 작품 다 작품성 면에서 인정을 받는 창작뮤지컬이다.
올해 올라가는 주문 제작형 작품 중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서울 대표 창작뮤지컬’ 개발의 일환으로 만들어지는 <뒷골목 중매쟁이>(가제)이다. 한국연극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각색한 <은세계>를 올려 호평을 받았던 배삼식 작가가 극작가로 참여한다. <뒷골목 중매쟁이>는 한국적인 전통이 물씬 풍기는 거리 피맛골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맛골은 ‘피마(避馬)’, 즉 말을 피한다는 의미로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말을 타고 지나가면 엎드려야 했던 평민들이 그들을 피해 종로통 뒷길에 만든 작은 골목이다. 서민들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보니 국밥집이나 색주가 등 서민들을 위한 먹거리 장터가 생겼다. 2008년까지만 해도 서울 시내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종로의 좁다란 뒷골목 사이로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는 술집들이 한국적인 정취를 불러일으켰는데, 작년 서울시에서 피맛골 골목길 개발을 허가하면서 그곳의 정겨운 술집과 골목들이 사라지고 있다. <뒷골목 중매쟁이>는 개발 논리로 사라져가는 정경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억하려 한다. 피맛골 골목길에 있던 행매나무가 내레이터가 되어 그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배삼식은 연극 <허삼관 매혈기>, <열하일기만보>, <하얀 앵두>를 통해 시적 이미지와 고아한 대사, 한국적인 생활 정서를 보여준 작가인 만큼 이번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된다.
한편 장성군과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가 민관 합작으로 <홍길동>을 제작한다. 민중영웅인 홍길동의 삶과 꿈을 오페레타 방식으로 풀어간다. 제작사 측에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감성과 놀이 문화를 담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민중영웅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글로벌화를 추구하기 위해 음악에서도 오케스트라와 국악을 혼용하고 미디어를 이용한 영상 등으로 스펙터클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홍길동 역으로는 슈퍼주니어 성민과 예성이 출연한다. 성민은 <아킬라>로, 예성은 <남한산성>으로 이미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2010년은 6.25 가 발발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국방부와 뮤지컬협회 그리고 국립극장이 공동으로 <생명의 향해>를 제작한다. 월남전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상처와 아픔을 그린 <블루사이공>의 김정숙과 권호성 콤비가 각각 작가와 연출로 참여한다. 작품의 내용은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해서 기네스북에도 오른 바 있는 ‘흥남철수 작전’을 소재로 한다. 6.25 당시 중공군이 남하하자 미군은 흥남에서 피난민을 남하시키는 계획을 세운다. 1천여 명이 탈 수 있는 배에 무려 1만4천 명을 태우고 3박4일 동안 항해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서서 대소변을 보아야 하는 참혹한 상황 속에서 한국적인 인간성과 품위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진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할 예정이다. 작가는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난타>로 한국 대표 넌버벌 퍼포먼스를 제작한 PMC 프로덕션이 안동시와 공동으로 새로운 넌버벌 퍼포먼스 <안동탈춤>을 제작한다. 세계적으로 예술성을 인정받는 안동탈을 이용한 이야기가 있는 퍼포먼스가 될 것이다. 고궁 뮤지컬 <대장금>에서 호흡을 맞춘 이지나 연출과 이지혜 작곡가가 함께 참여한다.

 

 

단계적 검증을 거친 신작
지난해 창작팩토리 쇼케이스 심사에서는 <달콤한 나의 도시>, <왕세자 실종사건>, <번지점프를 하다>가 수상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작년에 공연되었고, 나머지 두 작품은 올해 선보인다.
작년 심사에서 최우수작품상은 <번지점프를 하다>가 받았다.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무비컬이다. 영화는 갑자기 사라진 옛사랑의 흔적을 제자에게서 느끼는 선생님의 이야기로 미스터리와 멜로가 결합하여 독특한 질감의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뮤지컬의 스태프 구성이 흥미롭다. 뉴욕대 출신의 디나 그레고리(Dina Gregory)가 대본 각색을 맡았고, <마이 스케어리 걸>의 작가 강경애가 이를 한글 가사로 옮겼다. 음악은 <카페인>의 김혜영이 작곡했다. 그리고 <스위니 토드> 한국 공연에서 인상적인 연출을 했던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작업에 참여한다. 이미 쇼케이스를 통해 감성적인 음악과 드라마를 선보여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우수작으로 뽑힌 <왕세자 실종사건>은 동명의 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왕세자 실종사건을 조사하면서 밝혀지는 궁중 사람들의 비밀스럽게 얽힌 사랑과 갈등이 펼쳐진다. 연극은 취조 과정을 마치 활동사진을 되감는 듯한 다시보기 장면을 통해 왕세자가 실종된 당시의 개개인의 상황들을 재현하는 방식인데, 뮤지컬에서도 이런 독특한 연출방식은 적용될 듯하다. 원작자인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이 뮤지컬에서도 호흡을 맞춘다. 한아름 작가는 2009년 최고의 관심을 받은 창작뮤지컬 <영웅>을 만든 작가이다.
공모전을 통한 것은 아니지만 홍대에서 비정기적으로 공연됐던 <치어걸을 찾아서>가 쇼팩에 의해 좀더 다듬어진 작품으로 선보인다. 송용진이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를 고민하다 뮤지컬 방식으로 공연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으로, 관객들의 반응이 괜찮아 지속해오다 이번에 쇼팩을 만나 제대로 된 공연으로 완성한다. B급 스타일을 추구하는, 전혀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뉴 페이스
재즈 뮤지컬 <싱싱싱> 이후 1월에 공연하는 <올 댓 재즈>에서 음악을 담당한 재즈 피아니스트 지나가 작곡하는 또 다른 작품 <초콜릿>도 준비 중이다. 상처한 남자가 혼자 아들을 키우는데, 그 아들의 친구에게서 아내의 흔적을 발견한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인데, 장르는 멜로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라고 한다. 영화 <뚫어야 산다>의 권인찬 작가가 대본을 담당한다.
<연애시대>는 감우성, 손예진이 출연했던 SBS 드라마 <연애시대>의 원작인 노자와 하사시의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연말에 공연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순수 창작물은 아니지만 극단 학전의 작품들은 원작을 넘어서는 번안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2009년에는 성적이나 이성, 가족 문제 등 한국사회의 중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녹여낸 <굿모닝 학교>가 젊고 감각적인 연출과 마당극적 양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기대를 모았다면(<굿모닝 학교>는 올해 재공연한다), 2010년에는 프랑스 뮤지컬 <분홍병사>를 번안해서 선보인다.
남자 아이는 분홍색을 좋아하지 않고, 여자 아이는 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분홍병사’ 인형은 아무도 사지 않는 장난감 인형이다. 어느 날 부모님을 따라 백화점에 간 소년은 속물적인 가치에만 관심을 보이는 부모님을 떠나 백화점에 남는다.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 그 안에서는 인형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분홍병사와 소년의 우정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동심을 확인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뮤지컬이 될 것이다. 김민기 대표가 번안과 연출을 맡고, 고찬용이 편곡한다.
학전의 신작 <건방진 도도>는 동화 『건방진 도도군』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버려진 부자집 애완견 ‘도도’가 비로소 자신에 대해 제대로 깨닫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는 내용이다. 배삼식 작가가 개작에 참여한다. 원작 그대로를 무대로 옮기기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가의 특성상 이번 작품도 원작 동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사 측에서는 어른들이 와서 볼 수 있는 공연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에도 적지 않은 재공연작들이 올라간다. 우선 관심을 모으는 것은 2009년 대표 창작뮤지컬인 <영웅>이 2010년에도 관심을 이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명성황후>를 잇는 동시에 작품성 면에서 그것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명성황후> 때와는 또 다르게 국내 뮤지컬 시장이 발전해서 <영웅>이 성장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어느 정도나 자리매김을 할지가 주목된다. 매해 공연을 이어가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PMC 프로덕션의 창작뮤지컬 3인방 <형제는 용감했다>, <젊음의 행진>, <뮤직 인 마이 하트>도 대기하고 있다. 올해에는 확실한 PMC의 레퍼토리 브랜드로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외에도 수정 보완하면서 대중들의 평가가 좋아지고 있는 <라디오 스타>나 댄스 뮤지컬 <15분 23초>, 대체 역사 코믹극 <영웅을 기다리며> 등의 창작뮤지컬이 2010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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