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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추억을 담은 보물 상자를 열다

편집팀 2009-09-25 6,524

 

누구에게나 ‘추억의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추억과 사연들 때문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는…. 세월이 흐를수록 ‘보물’이 되고 있는 물건들을 꺼내 잠시라도 옛 추억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내 새끼 같은 재즈 슈즈
내게는 오래된 재즈 슈즈가 한 켤레 있다. 너무 오래, 많이 신어서 더 이상 신을 수는 없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는, ‘내 새끼 같은’ 재즈 슈즈.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2000년이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바로 재즈 학원에 등록한 나는 제일 먼저 8만원을 주고 재즈 슈즈를 장만했다. 현대무용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난 그 녀석에게 미안할 정도로 부끄러운 춤을 추었다. 함께 춤을 배우던 사람들은 내 차례만 되면 숨죽이고 지켜보다가 약속이나 한 듯 음악에 맞춰 흥겨운 조소를 보내곤 했다. 한 1년 정도는 녀석이 내 몸처럼 느낄 정도로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3개월 만에 바닥에 가슴 닿기를 성공시켰으니까. 우연히 재즈 선생님이 자기 공연에 남자 출연자가 모자란다고 해서 얼떨결에 첫 무대에 섰는데, 그때 참 많이 배운 것 같다. 일주일에 보통 3일 정도 연습했는데 나 혼자 매일 나가서 나머지 연습을 했거든. 뮤지컬 데뷔작인 <풋루스> 때도 그랬고…. 이후로 작품 연습할 때면 이상할 정도로 그 재즈 슈즈만 신게 되었다. 2007년에 공연한 <컨츄리보이 스캣> 연습할 때까지 신었으니, 자그마치 8년을 나와 함께 보낸 셈이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내 첫 번째 재즈 슈즈. 아마 배우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그 녀석을 보면서 초심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뮤지컬 배우 김수용

 

계원예고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비디오 테이프
이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데, 고3 때 학교에서 본 실기 모의고사를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를 몰래 보관하고 있다. 짐 정리할 때마다 학교에 돌려줘야지 싶다가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보낼 수가 없었다. 계원예고 시절은 내 인생에서 정말정말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이다(친구들과 노래방 가서 녹음한 노래 테이프도 다 갖고 있다). 테이프에는 진짜 대학 입학 실기 시험을 보듯 번호표를 달고 차례로 들어가서 질문에 답하고 준비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친구들과, 대학 교수님처럼 무서운 질문을 던지는 김달중, 남경읍 선생님 등의 모습이 모두 담겨있다. 그때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과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마임을 했는데, 마임을 정말 못했다. 몸을 움직이고 있으면서도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무서운 이미지를 연기하던 달중 선생님이 ‘다시 들어와서 인사하라’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울어버린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지금도 가끔 그때 왜 울었냐고 놀리시지만. 남경읍 선생님이 부른 <사랑은 비를 타고>의 ‘요리송’과 <갈매기>의 한 장면을 준비한 승우, <돈키호테>를 준비한 재웅이…. 나만 빼고 모두들 너무 잘해서 더 소장하고 싶은 비디오 테이프. 이 글을 계기로 비밀이 밝혀지긴 했지만 누가 뭐라 해도 그건 내가 계속 갖고 있을 것이다.    뮤지컬 배우 조정은

 

어리숙해서 애틋한 생애 첫 극단 명패

대학을 졸업하고 95년도에 학교 선후배들과 하늘땅 소극장에 극단을 만들고 활동했었다. ‘무대에서 바라본 세상’이란 극단이었는데 그때는 신고제라서 안양 구청에 가서 신고를 했던 생각이 든다. 보통 나무에다 극단 명패를 새기는 데 그때는 돈이 없어서 공예과 친구가 알루미늄 쇠판에다가 써준 것이다. 철없던 때 만들어서 한 6년 했는데 같이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날 때 마음이 아팠다.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혈기만 있었던 것 같다. 상처도 많이 주고, 많이 받기도 하고. 극단을 그만둘 때 버릴 수 없어서 가져온 것인데 지금은 내 책상 옆에 놓고 가끔씩 보면서 반성하게 된다. 그때처럼 하면 안 된다고. 딴 생각이 든다거나 타협을 들 시점에 보게 되는 것 같다. 결코 좋은 추억이어서 간직한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절대 버릴 수는 없고, 소중하다면 소중한 그런 것이다.    연출가 김달중

 

내가 만든 컴필레이션 테이프


아마 중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녹음해서 나만의 편집 앨범 아니 편집 테이프를 소장하기 시작한 게 말이다. 정품 테이프를 사자니 돈은 없고, 그래도 노래는 들어야했다. 그래서 라디오 들으면서 공부하다가 최신 가요나 팝송,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어김없이 빨간 버튼을 눌렀다. 내 또래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를 주로 들었다. 밤 10시부터 날이 바뀔 때까지. 이문세, 변진섭, 여행스케치… 남자 가수들의 감성적인 발라드 곡들을 공 테이프 하나에 담아서 종일 ‘마이마이’를 끼고 살았던 것 같다. 자주 들어야 하거나 오래 듣고 싶은 노래들은 60분짜리 테이프에, 시험 삼아 일단 녹음하고 보는 최신 곡들이나 가사 외우기용 노래들은 쉽게 늘어나서 오래 듣지 못하는 90분짜리 테이프에 담았다. 그땐 ‘누가 누가 최신 곡 가사 빨리 외우나’를 경쟁하던 시절이라 새 노래가 나오면 듣고 또 들으면서 가사를 외웠다. 다행히 나는 가사를 빨리 외우는 편이어서 자랑스럽게 최신 곡을 들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사하면서 많이 정리해야 했는데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는 테이프는 한 50개 정도? 생각난 김에 한 번 감상해줘야겠다.     뮤지컬 배우 백민정

 

나를 노래하게 한 통기타
내가 노래라는 것을 처음 해보고, 악기라는 것을 처음 다뤄본 중학교 시절. 외삼촌께 선물 받은 통기타는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당시 직업 군인이었던 외삼촌은 통기타를 선물하면서도 후에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 못하셨을 것이다. 그때 음악 시간에 악기 연주로 시험본 적이 있었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기타로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 100점을 받았다. 100점을! 기타 교본 하나 사서 코드를 익히고 독학으로 연주를 배운 나로서는 그보다 더 기쁠 수가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본 음악 점수가 100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지막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고운 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내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기타라 버릴 수가 없다.   뮤지컬 배우 민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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