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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잊지 못할 첫 번째 사인 [No.78]

정리 | 편집팀 2010-03-29 5,142

잊지 못할 첫 번째 사인  

 

좋아하는 누군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먼발치에서 기다려도 보고,
행여 기회를 놓칠까봐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요?
여섯 명의 배우가 잊지 못할 첫 사인의 기억에 대해 말합니다.

 

최정원
배우에게 사인을 받은 적이 딱 두 번 있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사인을 부탁드렸던 분은 윤복희 선생님이세요. 그때가 아마 중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빠담 빠담 빠담>에 출연하셨을 땐데, 실제 권투선수였던 홍수환 아저씨가 피아프의 권투선수 연인인 마르셀 세르당 역으로 출연해서 화제가 됐었죠. 공연이 끝나고 기다렸다가 윤복희 선생님께 사인을 받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사인해주세요’ 이 한마디를 하려고 혼자서 수십 번을 되뇌었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떨면서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는데 선생님이 제 얼굴도 한번 안 보고 무뚝뚝하게 사인만 해주셔서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나 봐요. 그 이후로는 배우에게 사인을 받지 않았거든요.(웃음) 하지만 그 기억 덕분에 배우가 된 후로는  사인이나 사진 찍기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있을 때 늘 웃으면서 응해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은 제가 밥을 먹다가도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드리는 것을 보고 신기해들 하지만, 그분들이 얼마나 어렵게 말을 건네시는지 알고 있으니까 거절할 수 없더라고요. 오히려 감사하죠. 아! 제가 두 번째로 받은 사인은 배우 김동현 씨의 것이에요. 한 5년 전 즈음에 연극 <보고싶습니다>를 보면서 감동받아 떨면서 사인을 부탁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창용
중학교 3학년 때였을 거예요. 입시 준비를 위해 연기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방송인 박경림 씨가 특강을 오셨어요. 데뷔 과정, 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연기자를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재밌게 들었어요. 원래도 좋아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더욱 멋진 분이었죠. 특강이 끝나고 사인을 원하는 사람은 사인을 받으라고 해서 저도 얼른 사인을 받았어요. 박경림 씨가 이번에 뮤지컬을 하셨잖아요. 제가 그 공연을 했으면 어땠을까, 신기한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당시 십대들의 우상이었던  H.O.T 전 멤버의 사인도 받았었답니다! 하하하. 제가 직접 받은 건 아니고 방송 쪽에서 일하셨던 작은아버지께 부탁해서 받은 거였지만요. 학교에 가서 H.O.T 사인 받았다고 자랑했는데 아무도 안 믿어주더라고요? 네가 한 거 아니냐고 놀림만 받았어요. (웃음) 지금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잃어버려서 아쉽네요.

 

엄태리
춘천여고 3학년 시절, 입시 학원을 알아보러 서울에 올라왔다가 우연히 학원 앞에 붙은 유시어터의 <햄릿 1999> 포스터를 보게 됐다. 서울 지리도 모르는데 무엇엔가 홀린 듯 무작정 물어물어 청담동 유시어터를 찾아갔다. 공연이 끝나고 무한 감동 모드로 공연장 앞에서 배우들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한편에 장진 감독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고 2때 춘천교구 고등부 연합 연극제에 올렸던, 장진 감독의 <허탕>에서 유화이 역을 맡았던 나는 그때 <낯선 사람들>, <허탕> 등의 희곡과 영화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을 보면서 ‘와, 한국에 이런 획기적인 희곡 작가가 있다니!’라며 그를 우상처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가 내 눈앞에 있다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극반 활동을 하며 대본도 오려 붙이고 연기 노트도 차곡차곡 적어왔던 배우 노트를 꺼냈다. 내 인생 처음으로 받았던 사인은 바로 ‘장진’ 감독의 사인이다. 이후 연극영화과 학생이 되어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그 분은 모르는, 나만의 기억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곽선영
고3 때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보통 각 대학의 교내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는데, 중앙대 교내 공연 <굿닥터>를 보러 갔다가 주인공의 사인을 받은 기억이 있다. 주인공이 정말 연기를 잘해서 감명을 받았는데, 사인만 받은 게 아니라 나중에 공연 잘 봤다고 메일까지 보냈다. 10대 때의 추억으로 잊혀질 수도 있는 일인데 그분이 나중에 TV에 나온 걸 봐서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하게 된 것 같다. 그때 이름은 김성훈이었는데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서 하정우 씨가 되어버렸다. (웃음)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중앙대 오라고 답장도 보내주셨는데 지금은 기억 못하시겠지?

 

이주광
초등학교 때 제가 안양에 살았거든요. 하루는 친구들하고 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기다랗게 줄을 서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지 싶어서 가봤더니 이병헌 씨 사인회가 열린 거죠. 그때가 한창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을 때라 마트가 하나씩 생기고 있었는데, 전자제품 마트 오픈 이벤트로 사인회가 열린 거였어요. 이병헌 씨는 당시에도  인기가 많았고 동네에서 유명인을 보기 힘드니까 정말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왔던 것 같아요. 저도 한참 줄을 서서 사인을 받는데 좀 떨리더라고요. 하하. 손을 내밀어 주셔서 악수도 했어요! 사인 내용은 가장 흔한 “감사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있었으니까 바쁘셨겠죠. (웃음) 그리고 저희 어머니가 윤도현 씨 사인을 받아다 주신 적이 있어요. 그것도 어렸을 때 일인데 제가 정말 좋아했던 가수라 되게 신났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렇게 작품으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사람 인연이라는 게 정말 모를 일인가 봐요.

 

 

김진우
제가 어린 시절 높은 단수를 가지고 있던 태권도 꿈나무였어요. 초등학교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나? 어느 날 저희 체육관에 심형래 씨가 오신 거예요. 당시 심형래 씨는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 등으로 인기 초절정의 코미디언이자, 저의 우상이었거든요! 알고 보니 저희 관장님의 친구셨더라고요. 저의 우상 심형래 씨는 저희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주셨답니다. 그게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받았던 사인이에요. 기쁜 마음에 평소 저의 특기였던 심형래 씨의 영구 버전 ‘띠리리 리리리’ 춤을 보여드렸더니, ‘너는 배우될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한껏 꿈에 부풀게 해주셨답니다. 저의 재능을 제일 먼저 알아준 고마운 분이랄까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8호 2010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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