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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기획-2] 매력적이지만 어려운 뮤지컬 각색 [No.93]

정리 | 이민선 2011-06-27 5,540

어떤 일이든 일반적인 작업 과정과 선례가 있기 마련이다. 모든 상황에 적용하긴 어려운 조언일지라도 직접 부딪혀서 경험한 사람의 의견과 노하우가 모여서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 원작이 있는 뮤지컬 창작을 다수 경험한 창작자와 프로듀서가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해 내린 지론을 이야기했다. (응답자 가나다순, 각 답변은 같은 번호의 질문에 해당하는 것이다.)

 

(1) 원작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창작 과정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2) 좋은 원작이 좋은 뮤지컬을 담보하진 않는다. 뮤지컬화하기에 좋은 원작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3) 뮤지컬 각색에서 원작의 충실한 반영, 매체성을 반영한 변형, 기본 모티프만 활용한 완전한 변형,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할 때 선호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그 이유는?
(4) 연극, 영화, 문학, 만화, 드라마 등을 뮤지컬로 각색할 때 장르별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나?
(5) 뮤지컬 극본을 위해 원작자와 직접 작품에 대한 협의를 하곤 하나? 원작자의 의견이 각색 작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
(6) 원작을 본 후 이 장면만큼은 꼭 뮤지컬에서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7) 자신이 작업했던 공연에서 기억에 남는, 무대 위로 옮겨서 표현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8) 각색 작업에 애를 먹고 있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무엇인가?
(9) 각색이 가장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뮤지컬은 무엇인가?
(10) 아직 뮤지컬화 되지 않은 작품 중에서 꼭 뮤지컬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원작을 향한 애정이 좋은 뮤지컬을 만든다
김종헌
(쇼틱커뮤니케이션즈 책임 프로듀서, 대표작 <내 마음의 풍금>)
(1) 원작이 있든 없든 창작 과정은 거의 같다. 프로듀서의 입장에서는 특정한 원작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캐스팅이다. 원작이 없다면 컨셉과 작가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프로듀서로서는 작품을 캐스팅한다는 입장에서 같다. 물론 각색 뮤지컬은 이미 원작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으니, 매체 간의 이질감을 극복하면서도 무대에 효과적인 언어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원작에 기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선입견을 줄 수 있어 스트레스가 심하다.
(2) 소재의 한계는 없다. 다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뮤지컬은 극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니 무대에서 모든 장면을 구현해내야 한다. 많은 이야기와 인물이 등장하는 『레 미제라블』을 한정된 공간에 옮기는 것이 쉬이 상상되지 않는데, 결과적으로 뮤지컬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예를 보면 뮤지컬화하기 좋은 원작이란 것은 따로 없는 듯하다.
으레 뮤지컬로 만들기에 좋은 유전자라고 판단되는 것, 예를 들면 춤과 노래의 요소를 담고 있거나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게 오히려 단점이 된다. 뮤지컬에 담기 좋은 요소가 있다는 것과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심지어 뮤지컬 영화라 할지라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뮤지컬화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환상적인 카메라 앵글로 표현한 장면, 이미 눈으로 본 스펙터클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 연출로 바꿔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에게 검증받았고 창작자 스스로가 감동받은 이야기가 좋은 원작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창작자가 사랑에 빠진 작품이라야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다. 비록 초연의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애정과 책임감이 그 미숙아를 건강하게 키운다.

 


(5) 원작자의 철학이나 인생관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원작을 새로운 언어로 재창작하도록 인정해줘야 한다. 원작자의 뜻이 왜곡되지 않는 선에서, 에피소드를 추가하거나 이야기 얼개를 흩트리는 등의 작업은 뮤지컬 창작자들의 몫이다. 뮤지컬은 공동 작업이라서 대본이 음악이나 무대, 조명 등 기타 수많은 요소에 의해 잘리고 덧붙여지곤 한다. 단순히 극작가만의 일이 아니다.
(6) <내 마음의 풍금>의 원작인 『여제자』에 강동수 선생과 여제자가 여름밤에 우연히 학교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강동수가 문득 몸이 뜨거워지는 장면이 있다. 동수가 선생님이긴 하지만 갓 스물을 넘긴 총각이고, 홍연이를 보고 이성과 상관없이 미묘한 심리 변화를 느끼는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흔들리는 감정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내가 이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장면 때문이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도 클로즈업된 카메라가 배우 이병헌의 눈의 초점이 흔들리는 걸 잘 포착했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그 미묘한 떨림이 보이지 않는다. <내 마음의 풍금>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사랑의 표현에는 설레고 행복한 감정뿐만 아니라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드러나야 한다. 찌릿한 스파크 같은 것. 뮤지컬에서는 주인공 자신도 모르게 느낀 엉뚱한 감정을 엉뚱한 노래(‘웃는 이유’)에 담았다. 동수가 민망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모습은 볼 수 있었으나 여전히 그 미묘한 뜨거움은 전해지지 않아 아쉽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연출로 시도해보고 있다.
(8) 갑자기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평소에 공연을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면서 근력을 키워놓는 게 좋다. 또한, 누군가의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도미노처럼 다른 아이디어를 끌어내곤 하므로, 창작자들이 팀을 이루어 대화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공동의 최선을 지향하는 게 바람직하다.
(10)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정말 재밌게 봤다. 2007년에 영화 제작사에 연락해서 공연권을 사려고 했는데, 금액을 적게 불렀는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삼년 전쯤, 미국에서 뮤지컬로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이건 내가 만들었어야 하는데’ 아쉬워했다.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제 일이 반복된다는 설정의 코미디이다. 그 안에 로맨스와 감동이 있는 점, 매일 똑같은 사람이 등장한다는 점 등 무대에서 표현하기 알맞은 요소가 있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 <언더그라운드>도 초현실적인 설정과 브라스 중심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2차 세계 대전의 유고에서 빨치산 무리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지하에서 그들만의 체계를 구축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전쟁과 분단의 상황은 우리의 사정과도 맞고, 지하 세계에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죽는 삶이 판타지처럼 느껴져 매력적이다.

 

 

 

원작의 정서가 잘 반영되도록
오은희
(작가, 대표작 <겨울 연가>, <대장금>)
(1) 원작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무대화하는 게 곱절로 힘들다. 그래서 되도록 각색은 피하려고 하지만 원작의 매력에 이끌리다보면 그 늪에 다시 빠지곤 한다.
(2) 일단 원작의 내용이 심플하고 대중적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복잡한 내용을 각색하다보면 캐릭터의 성격이 바뀌어서 그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고, 거대한 스토리 라인이 무너져서 원작 특유의 재미가 사라질 수 있다. 생명력 있는 캐릭터,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 주제를 담은 작품이 각색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3) 각 매체별 특성이 상이하므로,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원작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불가능한 경우도 많이 있다. 기본 모티프만 가져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4) 연극은 대사가 많고 극적 집약도가 높아서, 뮤지컬로 옮겼을 때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모두 보여주기보다 그중 한 가지 심리에만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한다. 뮤지컬은 공간의 제약을 받으므로, 영화의 모티프만을 크게 부각시켜 무대에 옮겨놓으려 한다.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황당한 상황은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며, 캐릭터의 심리가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드라마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심플하게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5) 직접적인 협의는 없지만, 원작에 이미 원작자의 뜻이 드러나 있으므로 작품을 통해 그의 뜻을 많이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자가 불만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6) 드라마 <겨울 연가> 중 눈 내리는 산에서 준상과 유진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만 그 마음을 접고 돌아서야 했던 장면이 있다. 눈꽃 핀 산이 정말 예뻐서 뮤지컬에도 담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눈꽃 핀 산은 보여줄 수 없었고, 눈만 내리게 했다.
(7) <대장금>에서 장금이 중종을 치유하는데, 작은 침 하나가 자신과 타인의 운명을 쥐고 있는 중요한 장면이다. 드라마에서는 장금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 침이 너무 작을뿐더러 무대 위 동선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중종을 눕힌 침상을 공중에 띄우고 아래로 늘어뜨린 천으로 혈맥을 표현해, 장금이가 혈을 끊으면 천이 끊어지도록 표현했다. 고궁을 무대로 해서 꽤 극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8) 각색하던 작품을 잠시 덮고 다른 작품 생각을 하다보면 영감을 얻기도 한다. 줄곧 다른 책들을 읽으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과 의견을 나누는 게 큰 도움이 된다.
(9) <라디오 스타>는 원작 영화가 주는 정서가 잘 반영됐다. 특히 마지막에 한 우산을 받쳐 든 두 주인공의 모습이 무대에서 더욱 감성적으로 표현되었다.
(10) 한 남자가 죽은 연인의 심장을 이식 받은 이에게 운명적으로 끌리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여름 향기>와, 쌍둥이 동생의 복수에 관한 이야기인 드라마 <부활>은 기본적으로 서사적인 스토리 라인이 좋다. 특히 <부활>은 인물의 심리 묘사가 중요한데, 복수에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한 곡의 노래에 주인공의 처절한 감정을 응축시켜서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원작과는 다른 카드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
이지나
(연출, 대표작 <바람의 나라>, <대장금>, <서편제>)
(2) 간단한 스토리 라인과 대중적인 공감 요소가 있고, 시·공간적 제약이 있는 무대에서 구현 가능하다면 뮤지컬화하기 적합하다.
(3)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원작의 제목과 모티프만 가져온다. 공연 장르에 맞게 변형하기 위해 원작의 스토리텔링에 기대지 않고, 상징을 많이 활용한다. 시대적 배경을 섞거나 환상적인 설정을 통해 원작과는 다른 방법으로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려고 한다. 또한 뮤지컬은 다른 어떤 장르와 달리 음악이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구연이나 노래 부르는 연극에 그치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
(4) 기본적으로 공연이라는 형태에 적합해야 한다. 어떤 작품이든 해당 장르에서 최고로 잘 표현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설이나 영화로서 더 훌륭하다면 그 장르로 남겨두는 게 낫다. <오페라의 유령>이 영화로도 인기를 얻었지만 무대 예술을 따라가지 못했다. 콘텐츠가 무엇이든 뮤지컬로 존재할 때 가장 멋있게 보이도록 고민해야 한다.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 해서는 뮤지컬로 빛을 발할 수 없고, 원작과는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 공연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창작자들의 과제다.
(7) 고궁에서 선보였던 <대장금>은 원작 드라마가 매 회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형식으로 스토리의 구심점이 없어서 완전히 재창작해야 했다. 두 시간 동안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그 긴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중심 얼개가 필요하다. 그래서 장금이의 업에 대한 스토리를 비롯하여 판타지 같은 정서, 조광조라는 인물의 등장을 선택했던 것이다.

 


(9) 내가 참여한 작품 중에서는 <서편제>를 꼽겠다. 흔히 원작을 통해 예상했듯이 판소리에 주안점을 두면 그저 판소리 공연이 된다. 뮤지컬 <서편제>는 판소리를 하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록 음악을 하는 동생을 등장시켜 동서양 음악을 대비시켰다. 발레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빌리 엘리어트>에서 그가 발레하는 장면이 단연 압권인 것처럼 <서편제>도 판소리하는 장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뿐이다. 판소리를 소재로 삼았지만 우리 악극이 아니라 서양의 뮤지컬 문법에 맞게 접근했다. 한국적인 소재를 글로벌한 공연 형식으로 표현했고 동서양의 음악이 만나는 작품이 되었다. 판소리가 우리의 전통이고 누구보다 우리가 일등 할 수 있는 무기인 만큼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10) 『벙어리 삼룡이』. <오페라의 유령>이나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전 세계 어디서든 일그러진 외모를 가졌지만 천재적이거나 순수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사랑을 받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노래하는 홍광호를 보고 ‘벙어리 삼룡이’가 떠올랐다. 그의 목소리를 외국 정서가 아닌 한국 정서에 입히면 더욱 매력적으로 발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성도 높고 성공한 라이선스 뮤지컬을 보면서 배우는 게 있기 마련인데, 이런 유의 이야기가 전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대작의 소재가 될 수 있고, 문예사조적으로도 낭만적이라서 매력적이다.

 

 

 

뮤지컬만의 문법을 잘 이해해야
조광화
(작가 겸 연출, 대표작 <서편제>, <남한산성>,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 망망대해를 지나는 것 같은 창작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파도를 만날 수 있다. 이때 작품의 기반이 되는 원작이 있다면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있는 것과 같아서, 방향을 알고 나아갈 수 있다. 물론 파도가 감당 못할 정도로 크다면, 또는 파도를 타고 넘을 능력이 없다면 등대의 유무와 상관없이 좌초할 수밖에 없다.
(2) 개인적으로 판타스틱한 공간과 상황을 가진 원작을 꼽겠다. 오페라 극장이기에 가능한 쇼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로의 공간을 활용했던 <오페라의 유령>, 노트르담 성당이라는 로맨틱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노트르담 드 파리>, 고양이들의 모임이라는 환상적인 상황을 설정한 <캣츠>, 현재 시점에서 보았을 때 낭만적일 수 있는 1950년대 시골 학교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내 마음의 풍금>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인물이 있다면 뮤지컬로 만들기 좋은 원작이라고 생각한다.
(3) 기본 모티프만 활용한 변형을 우선한다. 소설이나 영화는 뮤지컬과 너무 다른 문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2번 질문의 모티프와 주요 스토리만 차용해서 출발하면 각색 과정이 좀 더 자유롭다. 그 후에 관객들이 원작의 어떤 면에 매혹 당했는지 살펴서 원작의 매력을 다시 입혀간다. 그 단계에서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각색의 첫 단계부터 원작 그대로의 모습에 매체성만 반영하면 덫에 걸린 듯 상상력이 제한된다.
(4) 원작이 연극일 때는 쇼가 가능한지, 영화는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 담을 수 있는지 살핀다. 문학은 묘사나 서술 없이 인물의 행동만으로 표현이 가능한지, 만화라면 등장인물이 현실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지 고려한다. 내용이 방대한 드라마는 사건을 축약시킬 수 있는지 생각한다. 우선적인 고려 사항은 장르마다 다르지만, 각색의 다음 단계는 모두 2, 3번 질문의 답변과 같다.
(6) <서편제>에서 송화와 동호가 해후하는 장면, <남한산성>에서 김상헌이 사공을 칼로 베는 장면, <내 마음의 풍금>에서 홍연과 동수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 꼭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이다. <록 햄릿>에서는 햄릿과 광대들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베르테르가 잡혀가는 카인즈를 변호하는 장면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7) <남한산성>에서 김상헌이 사공을 칼로 베는 장면이 있는데, 원작의 장엄한 감동이 무대에서 표현되지 못했다. 무대에서의 객관적 묘사가 소설의 치밀한 내면 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결과다. 공연히 배우만 괴롭히고, 나의 한계를 느낀 장면이다.
(8)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작품은 치밀한 구성의 <레 미제라블>이라고 생각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열정적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에너지 그 자체를 무대에 옮겼다. 최근의 작품으로는 <금발이 너무해>를 꼽겠다. 영화보다 훨씬 재밌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3호 2011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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