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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Diary] 웨버의 부활, <러브 네버 다이즈> 호주 프로덕션 [No.94]

사진제공 |설앤컴퍼니 구술 | 설도윤 | 정리 | 박병성 2011-07-20 5,130

<러브 네버 다이즈> 호주 오프닝 공연을 보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오페라의 유령>의 속편이라고도 불리는 <러브 네버 다이즈>는 지난해 3월 영국 아델피 극장에서 선보였다. <오페라의 유령>의 한국 프로듀서이자 팬의 한 사람으로서 <러브 네버 다이즈>는 내게 특별한 작품이다. 웨스트엔드에 있는 RUG 사무실을 오가던 지난 10년 전부터 <오페라의 유령>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고 그래서 누구보다도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난해 런던 오프닝에 초대 받아 떠났을 때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무척 긴장됐다. 작년 런던 행은 <러브 네버 다이즈> 한국 발매 음반에서 크리스틴의 테마곡을 부른 조수미 씨와 동행했다. 공연 전 웨버를 만날 시간이 있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위대한 작곡가에게 존경을 표하는 모습은 감동스러웠다. 웨버는 암 치료를 받고 있어서 건강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오프닝 공연을 앞두고 몹시 긴장한 상태였다. 기대하는 심정으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는 말을 건네고 객석에 앉았다. 팬텀의 팬으로서 공연을 재밌게 봤지만 언론의 반응은 좋지만은 않았다.

 


<러브 네버 다이즈>의 호주 프로덕션은 RUC의 팀 맥팔레인 대표가 직접 제작자로 참여하였고, 작곡자 웨버만을 제외하고 연출, 무대, 조명디자이너 등 모든 스태프들을 호주 창작진으로 구성했다. 설앤컴퍼니가 <러브 네버 다이즈> 호주 프로덕션의 투자사로 참여하고 있어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꾸준히 지켜봤다. 한 달 전에도 호주에 방문해 리허설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래서 호주 멜버른에서 하는 오프닝을 가는 길은 런던 초연 때처럼 떨리지는 않았다. 오프닝 장에서 만난 웨버는 한결 건강한 얼굴이었다. 호주 프로덕션을 위해 편곡을 다시 하고 2달 전부터는 호주에 머물면서 음악 마무리 작업을 했다. 공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았지만 실제 무대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 객석에 앉으니 살짝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같은 열 통로 좌석에 앉아 있는 웨버 역시 같은 기분이리라. 불이 커지고 곧 공연이 시작했다.

 

1막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코니 아일랜드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가 압도적이었다. 불과 1미터도 안 되는 난쟁이 배우와 두 명의 거인 배우들이 멋들어지게 노래를 하고 춤도 추고 공중고개를 펼치는 코니 아일랜드 쇼는 기기묘묘 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품은 런던 공연에 비해 드라마적으로 완결된 느낌이었다. 팬텀이 직접 크리스틴 부부를 초청하는 것이 아니라 해머스타인이 이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바꾸는 등 부분적으로 드라마 수정이 이루어졌는데 스토리의 변화가 크진 않았다. 대신 상황들이 충분히 공감될 수 있도록 디테일한 스토리와 연출이 보강되었다. 마지막 맥 지리가 구스타프를 인질로 크리스틴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맥 지리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러브 네버 다이즈>는 팬텀이 사라지고 10년 후, 마담 지리와 맥 지리가 팬텀과 함께 미국으로 와서 코니 아일랜드를 설립하고 살아간다는 가정 하에 드라마가 전개된다. 그 10년 동안 맥 지리는 팬텀을 위해 노력하고 충성을 다했을 텐데 갑자기 크리스틴이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니 분노와 질투를 하게 된 것이다. 순수했던 발레리나가 이렇게 무섭게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맥 지리가 팬텀을 무척 사랑했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호주 프로덕션은 맥 지리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형상화되어서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다가왔고 그만큼 공감할 수 있었다.

 


코니 아일랜드를 재현한 무대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팬텀이 ‘Till I Here You Sing’을 부르는 장면이다. 크리스틴이 해머스타인의 초대로 온 것을 지켜본 팬텀이 한결같은 사랑을 노래하는 곡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곡보다도 음역이 더 넓고 더 높아졌다. ‘여전히 너의 노래 소리를 듣고 있다’는 팬텀의 고백은 가슴을 파고들었다.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홀리는 노래를 들으며 웨버를 존경과 원망의 눈길로 흘끗 쳐다봤다. “저 노래를 누가 부르라고” 머릿속에는 한국 배우들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머릿속이 분주했지만 “그래도 참 좋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1막을 보고 난 다음에 웨버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런던 공연 때는 병중이었기도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너무나 건강하고 행복해 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웨버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런던 프로덕션에서는 <오페라의 유령>과 별개의 작품으로 만들려고 거리를 두었지만 호주 프로덕션은 <오페라의 유령>과 연장선에 두고 접근하려고 결정했는데 잘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의 주요 멜로디가 작품 사이사이에 나와서 전작을 상기시켰다. 또한 그는 “멜버른의 스태프들이 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해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주 언론도 굉장히 큰 관심을 가졌고 이번 공연에 호평 일색이었다. 내 뒷 좌석에 앉았던 호주의 대표 프로듀서인 존 프로스트는 “<닥터 지바고>가 잘 되어가는 중인데 이 작품 때문에 걱정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호주는 동서양의 정서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동양 시장의 테스트 마켓 구실을 한다. 호주에서의 흥행 여부가 한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결과로 나타났다. 호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해서 5천 회를 넘게 공연했던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에서도 성공했지만 많은 기대를 모았던 <빌리 엘리어트>는 호주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흥행에 실패한 것이 그 사례이다. <러브 네버 다이즈>가 올라간 이 극장에서 <위키드>가 공연해 연일 객석을 가득 메우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러브 네버 다이즈>의 성공적인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호텔에서 성대한 오프닝 파티가 이어졌다. 유명 인사들과 공연 관계자들이 와서 오프닝 공연의 성공을 축하해주었다. 웨버는 그날 일정이 많아 무척 피곤한 상태였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 듯 비서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파티에 참석한 공연 관계자들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마음껏 즐기는 문화가 부러웠다. 기쁨 반, 부러움 반, 그리고 <러브 네버 다이즈>의 서울 공연을 상상하며 들뜬 기분으로 늦게까지 파티에 남아서 술을 마셨다. 이렇게 좋은 날 어찌 취하지 않을 수 있겠나.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3호 2011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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