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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뮤지컬이 성경을 다루는 방식 [NO.114]

글 |송준호 2013-03-29 3,932

지난  2월부터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가 국내 최초로 공연되고 있다. 요셉 이야기와 ‘놀라운 색동옷’ 운운하는 제목은, 비기독교인들에게는 반감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콤비의 첫 작품이자 훗날 그들의 재능을 암시하는 떡잎의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처럼 1970년대 이후 출현한 뮤지컬과 성경의 조합은 대개 숱한 논란과 화제를 일으키며 뮤지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왔다. 비난과 외면의 위험을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하는 성경의 활용. 뮤지컬은 이 까다로운 텍스트를 어떻게 흥미로운 이야기로 발전시켰을까.

 

 

 

 

 

 

파격적인 해석과 음악적 실험
신약성경의 주인공,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다. 웨버와 라이스 콤비의 실질적인 데뷔작인 이 작품은 모든 것을 파격과 실험으로 채웠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록과 클래식, 가스펠까지 접목한 현대음악으로 ‘록 오페라’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캐릭터의 해석에선 예수를 자신의 운명 앞에서 갈등하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유다를 원치 않는 역할을 하도록 강요받는 인물로 그려 1972년 초연 당시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새로운 예수는 의연한 죽음과 부활의 승리 대신 자신에게 맡겨진 고된 역할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성경 속 예수의 신성은 사라지고 보통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다. 신성모독의 불에 기름을 끼얹듯, 당시 세상을 주름잡던 록 밴드 딥 퍼플의 리드 싱어 이안 길런과 스키드 로의 세바스찬 바흐는 ‘카리스마 넘치는’ 예수로 출연해 보수적인 관객들을 자극시켰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귀를 찢는 듯한 고성으로 마지막 고뇌를 표현하는 헤비메탈 예수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Gethsemane’). 파격적 설정과 완성도 높은 음악 사이의 공통점은 ‘새로움’이다. 기존에 알려진 예수에 대한 인식과 당시의 고뇌는 예수와 마리아의 관계나 유다의 배신 여부, 지금 이 시대의 슈퍼스타에 대한 의문과 연결되며 성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했다.


예수를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건 <갓스펠> 역시 마찬가지다. 신약성경의 마태복음에 기반을 둔 이 작품은 흔히 뮤지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으로 꼽히곤 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유다의 눈에 비친 예수를 그린다면 이 작품은 예수의 행보에 초점을 맞춘다. 성경 전반에서 총 43개의 구절을 인용한 이 뮤지컬은 예수의 복음 전파를 중심으로 십자가를 통한 인류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또 현대적인 감각의 록 음악과 춤을 활용해 극 전반의 분위기를 밝고 화려하게 이끌어간다. 크게 서막, 1막, 2막으로 구분된 구성에서 서막은 구약의 천지창조를 끌어와 창조적 의미를 표현하고, 예수 탄생 이후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철학자, 종교가, 예술가 등의 인물을 등장시켜 바벨탑의 혼란을 방불케 하는 무질서를 그려낸다. 어느 정도의 종교성을 띠면서도 단순한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의 노래는 종교에 대한 반감을 불식시키고 대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각각의 노래만 따로 떼어놔도 배우들의 움직임이 연상될 만큼 다양한 변화와 넓은 음역의 노래들은 이 작품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출발해 전 세계까지 장기 공연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극적 서사를 극대화한 연출
창작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2004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성경 소재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이 작품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그랬던 것처럼 이미 익숙한 이야기에 파격적인 재해석을 가하면서 성경이 지닌 본연의 무게를 과감히 내려놓았다. 성경 속 막달라 마리아의 일대기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예수와 바리새인의 대립, 창녀의 삶이 한 사람으로 인해 변화되는 과정 등을 극적이고 한국적 정서에 맞게 풀어냈다. 창녀의 사회적 위치는 당시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어서, 마리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관객은 자연스레 동시대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은유를 읽게 된다. 아울러 거리의 여자에서 새로운 삶을 깨닫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초국적 드라마로서의 가능성도 느끼게 한다.


구약성경의 모세 이야기도 예수 못지않게 문화 전 영역에서 자주 활용되는 텍스트다. 소설 <람세스>를 비롯해 영화 <십계>, <엑소더스>, <모세>,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 등이 그런 예다. 뮤지컬에서는 <레딕스-십계>가 있다. 모세의 출애굽기가 이처럼 다양한 장르에서 쓰이는 이유는 모세 이야기가 지닌 영웅 서사의 특성 때문이다. 출생부터 성장을 거쳐 히브리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는 모세의 이야기는 단순한 주인공을 넘어 영웅의 면모에 가깝다. 오늘날 미국의 슈퍼히어로물이 그렇듯 영웅담의 생명력은 시대를 대변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데서 나온다. <레딕스-십계> 역시 모세의 성장 과정과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 과정인 출애굽기를 통해 영웅 서사의 보편적 매력을 갖게 된다. 특히 그 매력은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인물이 어떤 경험으로 힘을 얻고 주변인들을 도와주며 승리하는 드라마에서 극대화된다.

 

이런 와신상담과 권토중래를 버무린 이야기의 진행 방식은 요셉의 고생담과 성공담을 담은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구약의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의 익숙한 이야기는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일로 등장하는 파라오와 록, 컨트리, 칼립소, 웨스턴 등 경쾌하고 다양한 음악 스타일로 현대화해 이 시대의 취향에도 부합하게 된다. 성경은 인류의 기원부터 예수 생애 이후 그리스도교를 포교하는 과정을 담은 서기 1~2세기경까지의 흐름을 담고 있다. 그 방대한 텍스트가 묘사하는 것은 결국 세계의 시작과 끝 사이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인간을 그린 하나의 문학작품이고 역사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성경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보편적 감동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 저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2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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