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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cene Scope] 비주얼 강한 의상 <모차르트 오페라 락> [NO.104]

정리 | 배경희 2012-05-31 4,321

무대 의상에서 미적인 측면만큼이나 중요한 건 기능적인 면이다. 배우들은 무대를 종횡무진 해야 하는데, 옷이 이를 버티지 못하면 곤란하니까. 신축성이 있는가. 세탁이 용이한가. 관리하기에 편리한가. 무대 의상을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실용적인 문제는 수십 가지다. 하지만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비주얼적인 면에 더 신경을 쓴 작품이라는 게 디자이너의 설명.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캐릭터 의상들이 어떤 의미를 지녀있는지 알아보자.

 

 

 

 

 

모던하다.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의상 디자인에 대한 첫인상이다. 시대극 의상은 크게 봤을 때 당대 복식을 재현하거나, 아예 시대상을 지우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 두 가지 방식은 오히려 쉽다. 그보다는 시대의 이미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어려운 법. <모차르트 오페라 락>는 작품의 컨셉 자체가 오페라와 록을 접목시키는 신선한 시도인 것처럼, 무대 의상 역시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을 선보였고, 결과는 효과적이었다. 


라이선스 공연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디자인 컨셉을 그대로 따른다.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자’는 것이 국내 프로덕션의 라이선스 제작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디자인 컨셉을 존중하면서 국내 상황에(배우의 외적 조건이나 공연장 규모 등) 맞게 작은 변화를 주고자 했는데, 이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소재 선택과 색감이었다. 오리지널 공연을 봤을 때, 분위기가 밝은 장면임에도 의상 톤이 탁하거나, 어떤 신에서는 전 캐스트의 의상 색상이 조화롭지 않다는 인상을 받아 아쉬웠던 점이 있었던 까닭이다. 고로 국내 공연 디자인에서는 밝고 화사한 색(비비드와 파스텔 색상의 중간 톤)을 사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색감을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


내가 의상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두 가지다. 바로 캐릭터 표현과 전체적인 스타일의 조화. 따라서 어떤 작업이든 작가가, 또 연출가가 이 캐릭터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디자인 구상의 첫 단계이지만, 의상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확실히 드러낸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경우는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비교적 명확하다. 일단 작품에서 모차르트에게 초점을 맞춘 건 그의 천재성보다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모차르트의 의상이 그의 자유분방함을 드러낸다면, 레오폴드는 고지식함(모던한 작품임에도 레오폴드 의상은 클래식하다), 살리에리는 날카롭고 어두운 면, 알로이지아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캐릭터를 드러낸다.

 

 

 


극 중 모차르트는 총 8벌의 의상을 입는다. 그런데 이때 전체 의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재킷만 달라진다. 주인공 모차르트는 거의 대대분의 시간을 무대에 나와 있기 때문에 옷을 전부 갈아입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부분적인 변화를 줘야 하는데, 이때 관객들이 옷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데는 색깔의 변화만큼 확실한 도구가 없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모차르트의 의상은 그의 자유로운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다른 캐릭터보다 독특한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반짝거리는 원단이나 무늬가 많이 들어간 소재를 사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모차르트가 옷을 바꿔 입는 시점은 모차르트 내면을 반영하는 아니라, ‘티피오’(T.P.O: Time, Place, Occasion)에 따른다. 대주교를 만나는 자리와 여행을 떠날 때의 차림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예를 들어 파리 여행길에 오를 때 모차르트가 입는 건 공단 소재의 호피 무늬 재킷이다. 호피 무늬 재킷과 함께 관객에게 가장 큰 호응을 받는 의상은 벨벳 소재의 핑크 재킷이다. 이 재킷을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색깔이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벨벳이 털의 방향에 따라 색깔이 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털이 아래쪽으로 솔려 있으면 밝게 보이고, 위로 쏠려있으면 어둡게 보인다. 그 두 가지 재킷을 제외한 다른 재킷은 모두 과거에 고급 소재였던 자카드 원단을 사용했다.

 

 

 


자유분방한 모차르트의 옷이 화려한 색상을 자랑한다면, 그와 대조되는 살리에리는 주로 검정색 옷만 입고 나온다. 하지만 어두운 계열이라고 해서 검소한 옷은 아니다. 살리에리는 당대에 잘나가는 작곡가 아닌가. 따라서 살리에리의 옷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치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 시절에는 없었을 전체에 펄이 들어간 벨벳 소재를 사용한 점, 레이스 타이나 보석 단추 같은 디테일을 넣은 것은 그러한 이유다. 일반적으로 장식이 많이 들어간 의상이 제작비가 더 많이 들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디테일이 절제된 의상이 제작비가 높다는 사실을 아는가. 장식 없이 화려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고급 소재, 조금만 달아도 눈에 확 띠게 비싼 보석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 의상에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사용하는 이유다(비싼 보석일수록 조명에 반사되는 빛의 양이 다르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의상들은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은 강조할 부분만 강조하고 불필요한 디테일은 생략한 단순한 디자인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대로 관객이 놓칠 수도 있는 사소한 디테일에서 고급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개인적으로 무대 의상은 배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입는 옷인데 그 퀄리티가 좋지 않다면 좋은 기분으로 공연할 수 있을까. 옷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처럼 배우들도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으려면 완성도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4호 2012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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