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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연 티켓, 너는 누구냐 - 공연 티켓을 통해 살펴보는 공연 문화

글 | 현수정 2009-03-30 6,006

공연 티켓에는 단지 공연 관람을 허가한다는 것 이외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공연 티켓에 대한 다양한 분석은 공연 제작 프로세스, 홍보와 마케팅, 관객의 성향 등 인프라의 현황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번 기획에서는 뮤지컬 티켓을 포함한 공연 티켓에 숨겨져 있는 의미들을 ‘공연 티켓의 역사, 예매 시스템의 변화, 가격, 예매의 모든 것, 디자인의 변천사, 남아 있는 문제들’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공연 티켓의 역사

 

공연 티켓이라는 것은 언제부터 통용되기 시작했을까. 확실한 것은 동서양 할 것 없이 유료 관람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은 시민 계급의 성립 및 근대 프로시니엄 실내극장의 설립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근세 이전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연극이나 연희는 국가가 주도하는 행사로서, 귀족의 후원을 받아서, 혹은 서양의 경우 중세에는 교회의 자금으로 공연되었다. 그리고 주로 뜰이나 야외, 궁정의 연회석, 교회 앞, 혹은 마을의 광장 등의 야외에서 상연이 되었다.
일찍부터 상인 계급이 발달하기 시작했던 일본은 가부키가 완성되기 전인 약 16세기 무렵부터 독립된 공연 공간에 유료로 관객을 입장시켰으며, 중국은 다관(茶館)이라는 극장식당에서 돈을 내고 밥을 먹는 것으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일본 가부키에서는 티켓을 작은 나무 조각으로 입장 허가증을 만들고 작은 문을 통해 이 증표를 보여주는 관객들을 입장시켰다. 중국의 경우 차를 사 마시면서 공연을 보는 문화에서 티켓을 사용하여 입장 허가를 하는 문화로 바뀐 것은 서양식 극장이 들어오면서부터라 추정된다.

 

서양에서 신흥 부르주아 계급이 가장 빨리 발달했던 영국을 비롯한 몇 나라는 16세기 말 이전부터 대중극단이 활동했다. 이전까지는 귀족에 속한 ‘하인’의 신분이 아닌 유랑배우들은 부랑자 취급을 받았었다. 이 시기부터 공연장 입장이 신분제약 없이 입장료를 내는 사람들에게 허가되었다. 그리고 19세기에는 근대적인 모양의 공연 티켓이 판매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실내극장인 협률사, 최초로 신극(혹은 동시대의 사상을 담은 창극)을 상연했던 원각사 등 현대적인 실내극장이 세워지면서 유료 관람 문화가 정착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신극을 공연했던 토월회가 활발히 공연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종이 티켓이 상용화되었으리라 추정해 볼 수 있다.

 

티켓은 단지 공연장 입장을 허가한다는 것 이외에 가격에 따라 구역을 구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극장은 가격에 차등을 두지 않는 경우들도 있지만, 중극장, 대극장의 경우 구역을 나누어 가격을 달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관객들 입장에서 이전에는 높은 신분에게만 허용되던 좌석에 앉는다는 것은 일종의 ‘특권’을 누린다는 것이다. 현재 공연장을 나누는 등급은 나라마다 그 명칭이 다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대극장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VIP석, 로얄석이라는 표현은 단지 공연을 잘 보이는 자리에서 관람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대우 받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뮤지컬을 주로 상연하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좌석 구분을 어떻게 되어 있을까. 보통 구역의 명칭을 따서 표기를 하는데, 브로드웨이는 무대 바로 앞좌석인 오케스트라(Orchestra), 2층의 메자닌(Mezzanine), 맨 위층의 발코니(Balcony)석 등으로 구분된다. 웨스트엔드는 1층이나 2층 앞쪽인 스톨스(Stalls), 2층의 특석인 드레스 서클(Dress Circle) 혹은 로열 서클(Royal Circle), 2층이나 3층 뒤쪽의 어퍼 서클(Upper Circle) 혹은 그랜드 서클(Grand Circle), 그 위쪽의 발코니(Balcony) 등으로 구분되고, 무대 양편의 박스석(Box Seat)이 있는 극장들도 있다. 그 외에 세계적으로 많은 공연장들에서 Special을 뜻하는 S석, A석, B석, C석 등으로 좌석을 구분한다.

 

->국내의 뮤지컬 티켓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티켓들

 

 

2. 티켓의 구매 시스템

 

이처럼 공연 티켓이란 지불한 가격에 따라 좌석을 부여 받는 증표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제 공연 티켓이란 더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게 되었다. 특히 예매사이트가 발달하면서, ‘티켓의 구매’는 단지 개인이 공연을 보러가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통계를 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주게 되었다. 그날그날 예매 사이트별 티켓 판매순위가 집계되고, 가입 시 작성된 정보를 보면 작품 별 구매자의 성향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정보는 온라인 홍보,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예매사이트는 프로모션과 이벤트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장소로 활용되게 되었다.

 

그렇다면, 온라인 티켓 예매가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최초의 예매사이트는 ‘티켓링크’로, 1996년에 설립되었다. 티켓 링크는 예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당시, 한글 지원이 가능한 캐나다의 선진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온라인 티켓 예매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97년에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입장권 통합전산망 업체로 선정되면서 시장 점유율에서 80%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후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티켓파크(인터파크로 바뀜)를 비롯한 예매사이트들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연 티켓은 대부분 온라인상으로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의 예매사이트에 접속하여 결제한 후 공연 당일 극장에서 티켓을 수령하는 방식의 온라인 예매는 현재 인터파크, 티켓링크, 클립서비스, 옥션, CJmall, G마켓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 예매가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관객이 직접 오프라인 예매처를 찾아가서 가격을 지불하고 티켓을 수령하는 형식으로 티켓 구매가 이루어졌었다. 대형 서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예매처에서 공연 티켓이 판매되었는데, 그나마도 대부분 대형 공연만 가능했고, 대학로의 소규모 공연은 ‘사랑 티켓’ 매표소나 각 소극장의 매표소에 직접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에는 제작사의 티켓 업무도 매우 아날로그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직원이 매일 예매처를 직접 찾아가서 티켓과 현금을 교환하면서 정산을 하는 식이었다.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발생했는데, 예를 들면 좌석 번호가 중복되어 공연 시작을 지연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고, 예매 담당 직원이 티켓이나 대금을 분실해서 곤란을 겪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체감되는 간극으로는 이제는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타이틀로 소개되어야 할 상황들이지만, 사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국내의 대표적인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와 티켓링크

 

공연 티켓 중에서도 뮤지컬 티켓은 이와 같은 인터넷 예매사이트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뮤지컬 시장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공연을 기점으로 하여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이미 인터넷 예매사이트가 자리를 잡은 이후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이버쇼핑몰 통계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은 2000년을 기점으로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했고,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는데, 여기에는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티켓 서비스도 한몫을 행사해 왔다. 때문에 200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뮤지컬은 마케팅과 티켓 판매의 방향성 자체가 처음부터 온라인의 시스템에 맞추어져 있었다.
아울러, 2000년대 초반에 뮤지컬의 인터넷 티켓팅이 대중적인 명성을 얻은 대형 라이선스 공연과 투어 공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대학로의 소극장 창작뮤지컬부터 전국의 주요 국공립공연장의 대극장 공연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물론 연극이나 무용 등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다.

 

극장에서 외부 대행사에 티켓 판매를 맡기는 것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를 포함한 해외의 많은 나라에서 선호하고 있는 방법이다. 브로드웨이의 티켓마스터(Ticketmaster)와 텔레차지(Telecharge)가, 영국은 티켓마스터와 씨티켓(Seeticket)이 각 극장의 티켓 예매를 대행하고 있다. 그리고 티켓 가격에 최대 7%의 예매수수료, 프로세싱피를 포함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매사이트에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티켓 수익을 기획사에 전달하는데, 그 금액 만큼이 티켓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프로세싱피는 개인이 티켓 가격을 결제할 때 따로 부담한다. 기획사들은 티켓담당 직원의 인건비보다 예매수수료가 더 저렴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행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답게 인터넷 예매사이트가 티켓 판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이제 예매사이트는 관객들에게 공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시청각 자료까지 제공하고 있으며, 관객들이 직접 리뷰를 쓰며 참여할 수 있는 섹션도 마련해 놓으면서 하나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다. 가깝지만 먼 나라인 일본의 경우 아직 티켓에 좌석표를 직접 손으로 쓰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극장들이 많다. 예매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만, 각 극장에서 직접 판매하기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한편, 바야흐로 국내에서 이처럼 예매사이트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전산망이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통합 전산망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기획의 마지막 섹션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외에도 공연 티켓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티켓 가격이 상정되는 과정을 분석해 보면 제작시스템과 구조를 가늠할 수 있고, 현재 행해지고 있는 다양한 티켓 구매 방법들을 보면 공연 관람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티켓 디자인의 변천사에도 많은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데, 마치 화폐의 디자인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티켓 너는 누구냐’의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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