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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부츠신고 일어서다, <킹키부츠> 제작보고회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4-10-29 3,921
<킹키부츠>가 12월 개막을 앞두고 첫 선을 보일 제작보고회와 런칭파티를 10월 27일 열었다. 앞서 오후 1시 서울 상암 CJ E&M 센터에서 가진 제작보고회에는 처음 대중에 서는 자리인 만큼 브로드웨이 크리에이티브팀과 한국 협력 제작진인 김동연 연출가, 양주인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을 비롯해 오만석, 김무열, 정선아, 강홍석, 윤소호, 최유하, 고창석, 심재현 등 주요 배우들이 모두 참석했다.



<킹키부츠> 제작부터 오디션까지
<킹키부츠>는 기존 해외 작품을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한국에 소개하던 방식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브로드웨이 제작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22명의 제작자 중 6번째로 참여)한 작품이다. 김병석 CJ E&M 공연사업부문 대표는 <킹키부츠>가 한국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모델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었다. 국내 뮤지컬 산업이 성장통을 겪는 시점에서 아시아 뮤지컬 시장을 이끄는 위치로 대한민국이 올라서기 위해 더 진화한 모델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하며, <킹키부츠>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 지역에 공연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지난 3월 <킹키부츠> 오디션 당시 내한했던 브로드웨이 협력 크리에이티브팀도 참석했는데 연출가 디비 본즈는 현재 미국에선 내가 누구고, 사람들이 누구인지하는 질문을 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내용의 공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메시지는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한 전 한국 뮤지컬 시장에 대한 많은 얘길 듣고 왔다며 오디션에 참석 후 돌아가 현지 스태프들에게 한국에서 본 훌륭한 배우들 때문에 흥분했던 걸 얘기했다며 한국 배우들을 만난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하이힐을 신고 춤추면서 노래도 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야 했고, 브로드웨이에서도 말한 부분이지만 공장 직원들이 술집에서 10분간 술을 마셨을 때 이들이 배우인지 공장 직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되는 게 중요했다는 오디션 당시 포인트를 짚었다. 정형화되지 않은 캐스팅으로 개성을 강조하려 했고, 뉴욕과 비슷한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배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엇보다 어떤 배우들은 감정 이입이 잘 되어 있어서 굳이 통역을 거치지 않고도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던 점을 인상깊게 꼽았다. 

<킹키부츠>에 여장 남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김동연 협력 연출은 구두 공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롤라와 에인절들을 만나면서 서로 만나기 쉽지 않던 사람들이 만나 일어나는 화학작용으로 에너지가 나오는, 드라마가 강한 뮤지컬이라 말했다. 

<킹키부츠>의 음악은 유명 가수 신디로퍼가 작곡해 토니상과 그래미 시상식에서 수상했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양주인 협력 음악감독은 가사엔 모두 운율이 있는데 몇달 간 작가와 고민해서 우리 말로 재미있게 살리면서 리듬감을 놓치지 않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노래도 악보만 보면 여자라고 알 정도로 놀랍게 음악이 써있다며 <하이스쿨 뮤지컬>을 할 당시 음역대가 MBC에서 했던 경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의 클라이맥스보다 높다고 말했는데 <킹키부츠>는 더하다고 덧붙였다. 팝느낌의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데 작품에도 그런 느낌을 최대한 실으려 한다며 8월에 신디 로퍼를 만났을 때 중요한 점을 묻자 “리듬! 리듬! 리듬” 이라 화답했던 리듬감까지 키워서 신나게 함께 들썩일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부담감 크지만 연습으로 극복
작년과 올해 두 차례나 <킹키부츠>를 관람했다는 오만석은 재밌게 보고 매료된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야겠다는 부담감에 <내 마음의 풍금> 연출을 맡았던 때 이후 처음으로 흰머리가 부쩍 났다며 멋쩍게 웃었다. <킹키부츠>를 우연히 처음 본 2013년도 당시의 신디로퍼 음악과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잘 묶여서 상품화된 것이 부러웠고 한국에서도 그런 일들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꺼내놓았다. CJ E&M이 제작, 투자에 처음부터 참여한 것을 알고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어느새 발전해서 (브로드웨이) 제작 단계부터 작품 개발하는 것도 시작되었구나. 한국 뮤지컬이 성장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구나.’라며 당시 들었던 생각도 전했다. 

오만석은 <헤드윅>에서 이미 드래그퀸을 해본 적이 있어 여장을 하는 ‘롤라’와 비슷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다른 역이라고 설명했다. 롤라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깊게 풀어낸 헤드윅과 달리 가볍게 드러내고, 남자를 사랑하는 헤드윅과 달리 여장을 하지만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고 구분했다. 극 중 옹스카 와일드의 ‘Be Yourself(네 자신이 돼라)’란 말이 나오는데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남이 받아들일 수 있게 솔직해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헤드윅>을 할 당시 실제 트랜스젠더들과 만나보면서 거부감이 사라진 것이 이번 공연에도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은 힐이었다. “연습용 힐은 7~8㎝ 정도 되는데 세 시간 신고 있으면 발이 너무 아파요. 연습할 때 신었다가 잠깐 벗고 하는데 (빨리) 익숙해져야죠. <헤드윅>을 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축구에 맞춰진 발이라 (그런가봐요)”

김무열은 군제대 후 2년여 만에 복귀작으로 <킹키부츠>를 택했다. 처음 연습실에 간 순간을 마치 연어처럼 “돌아와야 할 곳에 돌아왔구나”란 말로 표현했다. “첫 연습 전날의 설렘이 있어요. 연습실에 가면 설렘은 즐거움으로 바뀌어요. 무대 올라가기 전에 연습하는 게 재밌어요.”. 그가 밝힌 부담감 극복 방법은 오직 연습이다. 타고 난 그루브가 없어서 연습으로라도 흉내를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하고 안되면 진심을 담는다고. “부담감이 커서 어느 때보다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힐을 시는 부담감도 컸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남자 대다수가 힐(깔창)을 경험하고 계시잖아요. 저도 10㎝ 정도 깔아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기분이 좋아서 못 끊겠더라고요. 저희 뮤지컬이 그런 마력이 있지 않을까 해요. 깔창 같은.”

<킹키부츠>에서 가장 놀랄만한 캐스팅이라면 오만석과 롤라 역을 연기하게 된 강홍석이다. 그는 데뷔도 DJ DOC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스트릿 라이프> 주연으로 깜짝 데뷔를 했다. 이후 <전국노래자랑>, <하이스쿨 뮤지컬>에 출연했고, 네 번째 작품 만에 첫 라이선스 뮤지컬 주연이 된 셈이다. 스스로도 캐스팅 소식에 놀랐는지 마치 ‘슈퍼스타 K’에서 우승한 기분이었다고. “제가 워낙 소울틱한 음악을 좋아해서 평상시에도 즐겨부르고 들어요. 어릴 때부터 빌리 포터(<킹키부츠>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롤라 역을 맡았던 배우)란 배우 겸 가수를 좋아했어요. 이 작품 오디션이 떴을 때 보니까 이 역을 맡은 배우가 빌리 포터였어요. 이 분의 음성을 많이 듣고 자란 점이 (영향을 미쳐서) 뽑히게 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김무열과 함께 찰리를 연기할 윤소호는 그동안 소극장 뮤지컬 무대에서 주연으로 활동해왔지만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첫 주연 발탁이다. 김무열과 함께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부담감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작품이 좋은데 노래가 어려워서 부담감이 모두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연습해서 어려운 점들을 풀어가야 할 것 같아요.”



<드라큘라>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한 정선아는 <킹키부츠>로 돌아온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변화로 무대에서 처음 운동화를 신는 점을 꼽았다. “12년 정도 뮤지컬을 했는데 무대에서 구두를 벗은 적이 없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운동화를 신고 무대를 뛰어다니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상당히 신나요. 즐겁고 웃기는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 공연에서 내세우고 있는 캐치프라이즈 “킹키하라!”에 대해서는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작품이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솔로곡이 정말 재밌고 작품에서 좋은 감초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같은 역을 연기하는 최유하는 누구나 보여지는 모습이 있지만 자신에게는 그보다 더 많은 모습이 1백만 가지는 더 있다며 우리 모두가 그럴텐데 그 숨겨진 모습을 꺼내는 순간 ‘킨키’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말하는 킨키함은 감춰진 모습을 더 밝고 유쾌하게 만들어가는 거라 생각하고 남자 배우 사이에서 제 역할은 그들을 사랑하고 서포트해주는 역할이라 생각해요. 그 방법은 대본 속에서, 또 연출진과 함께 찾아가고 있습니다.”

<킹키부츠>에서 돈을 연기할 고창석은 <벽을 뚫는 남자>에 이어 두 번째 뮤지컬에 도전한다. 부담감과 최선에 대한 생각보다는 놀이공원에 처음 온 아이처럼 즐기고 있다는 그는 여성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는 말로 부츠의 고충을 그만의 유쾌함으로 털어놓았다. “제가 정말… 부츠 신고 나오는 그 한 장면으로 출연료를 받는 것이 미안하지 않은 것 같아요.(웃음) 계속 신고 있어야 하는 배우들한테 술이나 밥이라도 한 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위키드>의 네사 로즈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예은은 당시에도 누가봐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싶어 ‘왜 내가 됐을까’란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냈는데 “얼굴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동양의 느낌이 있어 신비롭게 봐줬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킹키부츠>의 니콜라도 로렌을 맡은 정선아나 최유하가 더 세련되었고 도시 여성의 느낌이 있는데 김연아나 가인 같은 분들의 덕을 본 게 아닌가 한다고. “<위키드>는 10년 이상된 작품인데 <킹키 부츠>는 핫한 신상이어서 더 세련되고 섹시한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니콜라가 똑똑한 현대 여성이잖아요. 얼굴은 고전적으로 생겼지만 저만의 세련된 모습을 표현해 공감가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킹키부츠>는 1979년 스티브 팻맨의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19세기 영국 공장을 배경으로 정반대 성격의 찰리와 롤라가 보여주는 삶의 이야기와 평범한 공장 직원들과 화려한 에인전들의 대비로 반전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실제 무대에서 배우들은 길이만 70㎝가 넘는 킹키 부츠를 신는다. 제작 기간만 최소 8주가 걸리며, 켤레 당 제작비는 2천 달러(한화 2백만원 상당)에 달한다. 브로드웨이 초연에서는 빌리 포터가 브로드웨이에서 롤라 역을 맡았다. 전세계 라이선스로 첫 공연을 앞둔 <킹키부츠>는 12월 2일부터 2015년 2월 22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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