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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배우들의 땀방울로 완성된 <로기수>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5-03-25 3,877
1952년 한국 전쟁 당시 종군기자 베르너 비쇼프가 촬영한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 뮤지컬 <로기수>가 지난 3월 19일 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프레스콜을 열었다. 프레스콜에서는 ‘끝없는 전쟁’. ‘미스터 슈샤인 보이’, ‘세상 끝까지’ 등 <로기수>의 주요 장면들을 김대현, 윤나무, 유일, 김종구, 홍우진, 이지숙, 임강희 등 전체 배우들의 시연으로 만났다. 

<로기수>의 배경은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를 22만명까지 집단 수용했던 곳이다. <로기수>는 한국 전쟁 당시 있었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탭댄스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안무와 음악으로 새로운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2층 구조의 무대와 8백여번의 조명 전환과 26곡의 뮤지컬 넘버로 초연이 완성되었다. 




<로기수>가 만들어지기까지
사진 한 장을 공연으로 발전시키기까지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김태형 연출은 “소재인 포로들, 탭댄스와 같은 많은 스펙터클한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선 여러 장치들이 필요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요청을 했을 때 제작사에서 아낌없이 지원해준 덕에 크지 않은 극장에서 대극장에서나 쓸 법한 플라잉 장치와 회전 무대, 자동화 장치, 라이브 밴드 등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극장 공연은 여건이 열악할 때가 많은데 로기수의 꿈을 표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 수 있도록 지원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음악을 쓴 신은경 작곡가는 평소 한곡씩 세세하게 고민하기 보다 전체 구성을 보는 것을 더 생각하는 작곡 스타일이라 혼자 장르를 정하지 않고 김태형 연출과 장우성 작가와 많은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1950년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미 8군부대에서 하는 쇼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을 때는 스윙이나 부기우기를 많이 썼고, 기수의 답답한 마음을 탭댄스와 접목해 표현할 때는 탭에서 많이 쓰는 스윙 뿐아니라 탭댄스가 돋보일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하면서 곡을 썼어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앞서 무리수를 둘까 싶어 각 캐릭터의 심리를 많이 고민하면서 접근했어요.”

변희석 음악감독은 “로기수, 로기진의 이야기 뿐아니라 아홉 명의 캐릭터가 충실하게 살아있다. 이것은 대본의 힘이라 생각한다.”며 음악과 반주 패턴, 악기 편성을 캐릭터에 맞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했다. 음악과 4백석 규모의 극장에 맞을 패턴을 고민한 결과 기타, 베이스, 신디사이저, 드럼 등 네 악기를 택해 아홉 명의 캐릭터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드라마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 편성이 완성되었다. 




탭댄스
<로기수>의 핵심은 탭댄스다. 춤을 추는 것만 명시되어 있던 원작자의 대본과 아이디어는 김태형 연출을 만나면서 탭댄스로 발전되었다. 모티프로 활용된 사진 속 춤은 스퀘어 댄스(혹은 포크 댄스)여서 탭댄스에 비하면 공을 덜 들일 수 있었지만, 탭댄스의 리듬과 소리가 한국인 고유의 음악 리듬과도 닮았다고 느껴 무대 위에 올리고 싶었던 김태형 연출의 선택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배우들의 땀이었다. 김태형 연출은 배우들을 고생을 지켜보는 것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꼽으면서도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략적으로 무대에서 배우들이 열심히 땀흘리고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관객들도 감동받고, 이 공연에서 말하는 꿈을 향해 끝까지 달려가보면서 얻게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실패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흔히 사용하지 않는 안무 장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무를 맡은 신선호 안무감독은 탭도 많은데 안무도 많다며 드라마를 만들어가기도 바쁜 상황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탭댄스에 안무까지 소화하느라 시간이 쫓겨야 했던 배우들의 고충을 들려줬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열심히 해줬어요. (탭댄스를) 안춰봤던 배우들이 (기술 없이) 의지와 열정 만으로 탭댄스를 추니까 힘으로 하게 되면서 얼마나 세게 바닥을 쳤는지 무릎 연골에 충격이 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더라고요. 발바닥까지 아파서 잘 걷지도 못하는데 또 리허설 들어가면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렇지만 모든 배우들이 해내야 하는 것들이었어요.”

<로기수>의 탭댄스 활용 방식은 흔히 탭댄스를 만날 수 있던 쇼뮤지컬과는 달랐다. 리듬 탭을 사용해서 무대에서 쇼적인 부분을 보여주기 보다는 탭에 감정을 실어서 왜 탭댄스를 추는지 호흡하려 했다. 또한 탭댄스 하나에만 치우치지 않고 스윙 등 다양한 춤 장르를 안무에 담았다고 신선호 안무감독은 설명했다. 




로기수가 되기 위해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주목받고 있지만 <로기수>를 이끄는 중심축은 타이틀 롤인 로기수 역일 수밖에 없다. 꿈과 사랑, 형제애까지 로기수를 중심으로 극이 펼쳐진다. 그렇기에 탭댄스로 꿈을 펼쳐내는 ‘로기수’ 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고충도 컸을 터. 모든 배우들이 탭댄스 실력을 갖춰야 했지만 김대현, 윤나무, 유일까지 로기수를 연기하는 세 배우는 특히 그랬다. 그런 덕분에 하루 종일 탭댄스에서 살다시피 연습하기도 했다고. 

윤나무는 본 공연 전 진행된 <로기수> 리딩 공연에 참여한 덕에 탭댄스의 필요성을 깨닫고 상대적으로 먼저 준비를 한 편이었음에도 발에 리듬감이 부족해서 그 감각을 익히기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탭 안무를 맡은 박용갑과 안무감독 신선호의 교육을 받아 무대에서 이렇게나마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부끄럽지만 공연 기간 중에도 계속 트레이닝을 받으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실력을 키워가겠다고 다짐했다. 

대학교 때 탭댄스를 잠깐 배워본 경험이 있다는 김대현은 “모든 배우들이 다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굉장히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두달 넘는 기간 동안 탭댄스를 혹독하게 연습하면서 탭댄스 선생님부터 탭댄스에 일가견이 있기로 유명한 배우 임춘길을 비롯해 양경원, 김성수 등 선배들로부터도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로기수 배역 중 막내 유일은 뭐든 열심히 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두 형(김대현, 윤나무)을 보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살면서 처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로기수 역을 맡은 배우가 소화해야하는 또다른 고충은 플라잉 장면이다. 김태형 연출은 연습 기간에 플라잉을 소화해야 한다고 영상을 배우들에게 보여줬다. 윤나무는 그걸 보면서 ‘와, 이런 걸 어떻게 이 극장에서 하지?’라 생각했다고. 경기도 여주 세트장에 방문해서 처음 타본 윤나무의 느낌은 무섭고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골반도 많이 아팠어요. 플라잉 장면에서 천이 내려와있다보니 보이지 않지만 뒤의 상황은 굉장히 급박합니다. 위험 요소가 많지만 무대감독 님과 기술감독 님이 안전하게 해주셔서 마음껏 날고 돌 수 있어요. 기수의 마음이 표현되는 만큼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로기수>의 캐릭터들
<로기수>에는 주인공 로기수가 아닌 캐릭터의 이야기들도 살아있다. 로기진은 냉철한 전사이지만 결국 동생을 향한 형제애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김종구는 “밝고 명랑한 역할을 하다가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행동하는 것들이 결국 동생 때문에 하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보일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홍우진은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 뿐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많이 와서 창작 뮤지컬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꺼내놓았다. 

오랜만에 창작 뮤지컬에 참여한 임춘길은 개막 후 모니터를 위해 공연을 보면서 그동안 관련 인프라나 좋은 창작 인력이 많아진 걸 느꼈다고 말했다. 창작진들이 젊고 아이디어도 풍성해서 잘 만들어진 창작뮤지컬이 나올 수밖에 없는 토대가 잡힌 것 같다는 생각을 <로기수>를 하면서 느꼈다고 덧붙였다. 

<조지앰코핸투나잇> 이후로 8년만에 탭 전문 뮤지컬을 하게 돼서 <로기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그는 탭에서 1인자라 한다는 말에 잘 추는 형님들이 많아 뮤지컬 배우 중에는 5등 정도 된다고 답했다. 그와 같은 프랜 역을 맡은 장대웅은 먼저 출연 확정이 되어 마음을 놓고 있다가 임춘길의 더블 캐스팅 소식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했다고. 연습에 돌입하자 예상대로 임춘길 따라가기 바빠 너무 힘들었다면서 캐스팅되지 말았어야 할 배우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탭댄스 잘 추는 톱5라고 했지만 대부분 활동을 안 하고 있어서 현역 중에선 1등이고, 최고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들꽃같고 잡초같은 캐릭터라고 민복심을 표현한 임강희는 탭을 더 잘추고 싶다며 열심히 하는 배우들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많이 보러 와주길 부탁했다. 이지숙은 눈물이 많아 연습 때부터 계속 울었다며 ‘각오높이’처럼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슬퍼서 운다고. 특히 이 장면은 “다들 장난으로 싸이코패스가 와도 울겠다 싶을 정도”라 할 정도로 모두 우는 장면이라 설명했다. 



76막사의 재간꾼으로 18세 인민군 하전사 배철식을 연기하는 오의식은 처음 <로기수>를 만났을 때 소재가 참 좋다 생각했다며 초반 대본 치고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역이든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를 떠올렸다. 독특한 소재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까지 담겨있었다고.

리딩 공연 때 참여했던 정순원은 본 공연 연습에 들어오면서 탭댄스부터 안무, 드라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역을 맡은 배우 중 맏형인 오의식이 자신과 이우종을 잘 이끌어줬다며 매일 연습한 걸 다시 생각해보면서 공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변에 환경도 어렵고 여건이 되지 않아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로기수>를 하면서 꿈을 꾼다면 도전하라고 주저 없이 하라고 이야기한다며 행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우종은 형들이 많이 챙겨주고 있다며 늘 배우는 느낌이라 연습 때나 공연 때나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춤꾼 이화룡을 맡은 김민건은 막상 탭댄스를 출 때 힘드니까 그렇게까지 행복하지 않았는데 윤나무가 행복해보인다는 말을 해서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힘든 과정을 겪고 공연하니까 재미있고, 잠시 쉬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와서 재미있고 매일 뿌듯하고 보람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금은 춤을 추려 하면 끝나는 느낌이라 조금 더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같은 역을 맡은 양경원은 김태형 연출과의 첫 작업이라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공연에 참여하니 캐스팅 당시 했던 약속이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며 장난스럽게 토로하기도 했다. 분량이 적다는 말과 달리 이화룡, 황구판, 장개순, 돗드 모두 1막에서 안 나오는 장면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라이벌 구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대에서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며 마지막 무대를 로기수에게 양보하는 것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의 표현이라며 눈여겨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김태형 연출에게 진짜 좋고 감사하단 말을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32세 한국무용 애호가 황구판 역을 맡은 김성수는 거의 모든 장면에 나오는 것에 대해 연습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있었지만 모든 배우들이 같았을 거라며 서로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구판 역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기회를 준 게 아니겠나며, <로기수>팀 모두 함께 만들어서 힘들다는 생각은 공연하면서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장개순 역으로 거칠지만 깊은 임팩트를 주는 김지혜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2호 양주별산대놀이 전수자다. 경력이 특이하단 말에 “많이 특이한가요?”라고 되물은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뮤지컬을 접하곤 언젠가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고음이 잘 되지 않고 목소리도 곱지 않아 위축되어 있던 상황에서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도전한 <로기수>에 캐스팅이 되어 출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권동호가 연기하는 미군 준장 프란시스 돗드는 실존 인물이다. 그래서 <로기수>에 실제로 녹아있는 역사적 사건이 많아서 김성수, 양경원, 오의식 등과 함께 브리핑을 하면서 역사 공부도 했다고. 맡은 역인 돗드의 역사적 사실은 수용소에 부임했고, 폭동이 나서 피랍당했다는 내용밖에 없어서 연출과 함께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탭댄스는 18살 로기수를 처음으로 꿈꾸게 만든다. 전쟁 중에서 쉽지 않은 꿈이다. 김태형 연출은 “로기수란 소년이 성장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꿈을 이뤄간다.”며 어릴 적 성장기와 비슷하게 닮았다고 말했다. “꿈꾸지만 현실에 가로막힌 것 같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 같은 분들이 공연을 보고 한 번 더 응원 받았으면 좋겠다”며 꿈을 이룬 후에는 부모님이든 가족이든 주변 사람이든 누군가의 (묵묵한) 희생을 통해 이뤄졌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전쟁 속에서도 피어난 한 소년의 꿈과 함께 만들어가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기수>는 5월 31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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