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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제작발표회 “<위플래시>와 구도는 비슷하지만 전개는 다르다”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5-08-12 3,052
1995년 초연 이후 오랫 동안 공연되어온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이 한국 초연을 앞두고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올드위키드송>은 상반된 두 남자, 음악 교수 마슈칸과 피아니스트 스티븐이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통해 서로를 보게 되면서 멈춰있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내용을 다룬다. 



송영창, 김세동, 김재범, 조강현, 박정복, 이창용 등 배우들은 이날 ‘시인의 사랑’을 독일어로 선보였는데 배우들의 독일어 지도를 맡은 윤안나(한국 이름) 씨가 직접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지호 연출가는 2인극 <올드위키드송>에 대해 독일 가곡을 드물게 무대에서 들어볼 수 있는 공연이라며, 음악이란 공통 분모를 통해 소통해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구도와 소통 때문에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했던 영화 <위플래시>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김 연출가는 구도와 인물 사이에서 오는 감동과 희열은 비슷할 수 있지만 비현실적일 수도 있을 만큼 몰아가는 <위플래시>와 상반되는 지점이라 꼽았다. <올드위키드송>은 정적인 느낌이라는 것. 

김 연출가는 반어법을 많이 쓰고 극적인 긴장이 없을 것 같은 장면에서 긴장이 만들어지고 일이 생기는 점에서 분위기 만큼은 180도 다르다고 말했다. <위플래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스릴러 같았는데 <올드위키드송>은 삶을 보여줄 수 있는 휴먼 드라마인 동시에 코믹함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모든 작품에서 음악이 사용되고 있어 음악극이라 칭했는데 최근 공연된 작품 중 가장 암전이 길 수도 있다고 알렸다. 목적없는 암전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꼭 필요한 것이라며, 귀부터 눈, 어쩌면 향기까지 전할 수 있는 오감을 자극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드위키드송>이 음악극인 만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연주곡을 비롯해 15곡 정도 되는 분량 중 마슈칸 역은 네 곡, 스티븐은 여섯 곡 정도를 소화한다. 특히 클래식 음악들이 무대 위에서 많이 연주되는데 주된 곡은 ‘시인의 사랑’이다. 아인리히 하이네가 쓴 서정적인 간주곡에 16개의 시의 선율을 붙인 독일 예술 가곡이다. 

서은지 음악감독은 슈만이 하이네와 살아온 인생이 비슷하여 그 시에서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하며, 이 시에 자아를 투영한 곡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시인의 사랑’은 낭만성이 극대화된 작법으로 탄생되었다며 <올드위키드송>에서는 마슈칸 역에 슈만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었다고 말했다. 

독일어로 가곡을 부르는 점이 애로 사항인데 배우들이 노래를 잘하기에 드라마와 최대한 밀접하게 감정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극중 인물의 슬픔은 때론 가사로, 반어적 표현을 쓰는 매개체로 ‘시인의 사랑’이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한결같이 해야할 것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슈칸 역을 맡은 송영창은 노래도 많고, 피아노도 쳐야한다는 걸 뒤늦게 알고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조강현과 함께 성악 레슨을 받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독일어 전공까지 했었지만 지금에서야 발음을 제대로 잡아가고 있다는 그는 며칠 전 성악 교수로부터 독일어 발음 칭찬을 들었던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독일어 지도를 해주고 있는 윤안나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1997년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 당시 노래를 못해서 노래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그는 요즘엔 노래를 잘하는 젊은 배우들이 많아서 노래를 못하면 무대에 서기 부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레슨을 받고 있지만 사실 연극 배우들이 노래나 무용을 배우는 일은 흔치 않다며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타이거 우즈에게 스윙 코치가 있듯 나이든 배우도 꾸준히 노래 레슨을 받으면 어느 순간에 발전할 수 있고, 또래들도 뮤지컬에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순재와 최근 더블 캐스트로 무대에 서는 일이 종종 있었고, <레 미제라블>에서 과거 장발장을 연기했던 콤 윌킨슨이 나이 들고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신부로 등장한 모습을 본 그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 듯 보였다. 콤 윌킨슨을 포함해 tvN의 <꽃보다 할배>에 출연했던 선배들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장년 배우들의 활약이 문득 떠올랐는지 여든이 넘어서도 존경하는 많은 선배들이 무대에 서고 있는 것이 고무되고 행복하다며 이렇게 오래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주로 정극만 출연해왔던 김세동은 그동안 게을렀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다며, 음악이나 독일어에 대사까지 등 할 게 많은데 배우 인생에서 굉장한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해야 할 것이 많아 주위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그만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범은 처음엔 대본이 좋아서 선택했지만 연습할수록 처음 생각보다 더 깊이 있는 작품 같다며, 마슈칸과 소통해야 하고 연습할 것이 많아 조금은 힘들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란 것을 연습하면 할수록 확실히 알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역을 맡은 배우들이 많은데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스티븐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박정복 역시 대본을 보고 작품을 택한 경우다. 평소 해오지 않았던 것을 해야하는 것들이 많아서 공연 때까지 더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작인 <레드>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두 작품 모두 남자 두 명과 스승과 제자, 소통이라는 맥락은 비슷하지만 미술을 다루는 <레드>와 달리 <올드위키드송>은 음악이 소통에 크게 작용하는 점을 차이점으로 꼽았다. 

다른 배우들이 먼저 대본을 읽고 좋았다며 울기도 했다는 말을 들은 조강현은 대본이 독일어와 영어가 많아서 한 번에 다 못 읽었는데 다들 그럴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선뜻 출연하기로 했다며 해야할 것이 많지만 하면 할수록 사골 국물이 우러나오는 작품 같다고 강조했다.

이창용은 <트레이스 유>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이 작품으로 무대에 정식 복귀한다. 그간의 근황에 대해 대학원도 다녔고, 8월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오피스>에도 출연했다고 말했다. 무대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무대가 그리웠다는 그는 1년 만에 대본을 읽었을 때 눈물을 흘렸던 것은 자신도 모르게 혼자 대사를 읽고 있던 모습에서 본 간절함과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겼던 무대에 대한 반성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무대에 대한 절실함으로 대사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편, 두 남자의 음악과 소통을 그릴 <올드위키드송>은 오는 9월 8일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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