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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PS] 김수용의 회고록 [No.150]

글 | 안세영 기자 2016-03-17 3,189
매거진 PS는 지난 호에 지면의 한계 혹은 여러 여건 등으로 싣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혹은 더 담고 싶었던 뒷이야기를 담는 섹션입니다. 해당 기사 원문 및 주요 내용은 <더뮤지컬> 3월호([라이프그래프] 기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더뮤지컬>의 연재 코너 ‘라이프 그래프’는 배우들이 직접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각 해의 만족도를 그래프로 나타내는 코너입니다. 3월호 ‘라이프 그래프’의 주인공은 현재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출연 중인 배우 김수용인데요. 지면에는 겨우 여섯 작품의 이야기가 실렸을 뿐이지만, 사실 인터뷰 자리에 나온 김수용은 2시간 동안 그가 출연한 거의 모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답니다. 지면에 다 담지 못해 아쉬웠던 그만의 모노드라마!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2006년 <헤드윅>
“<헤드윅>에 처음 참여했을 때는 모노드라마라는 부담감에 잠을 설쳤다. 자다가 대사 까먹는 꿈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깬 적도 있다. 지방 공연 때는 숙소에서 배우 넷이 마치 기말고사 보기 전 학생들처럼 모여앉아 대사를 외웠다. 한 사람이 대사를 외우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대본을 보면서 틀린 부분을 짚어주는 거다. 정말 살 떨리는 시간이었다. 순발력 좋고 재기발랄한 배우들 사이에 끼어서 더 많이 떨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즌  헤드윅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기록하고, ‘다른 헤드윅 만큼 웃기진 않지만 제일 카메론 미첼스럽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처럼 생겨서 그런 것 같지만.)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은 진짜 미첼과 함께한 헤드윅 콘서트다. 콘서트 때 미첼이 내 볼에 뽀뽀를 해줬는데, 그날 밤 회식 때까지 분장을 안 지우고 자랑하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2009년 <노트르담 드 파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내 목표는 그랭그와르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었다. 프랑스 오리지널 그랭그와르인 브루노만 봐도 액션이 크고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국내에서는 시인이란 이유로 정적으로만 표현된 게 아쉬웠다. 내 그랭그와르는 달랐다. 무대에서 뛰어다니고 춤추고 별 쇼를 다 했다. 처음에는 관객이 당황하더라. 아직도 기억나는 관객 평이 ‘삼(三)그랭 중에 제일 나이가 많은데 제일 많이 뛰어 다닌다.’ (웃음) 국내 연출인 웨인 폭스는 내 동작이 과하다며 정적인 움직임을 요구했고, 나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디렉션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프랑스 오리지널 연출인 질 마흐가 공연을 보러 와서 이렇게 말했단다. 그랭그와르를 왜 저렇게 뻣뻣하게 연기하느냐고, 자신이 생각하는 그랭그와르는 좀 더 놀아야 한다고. 그러면서 직접 춤까지 추며 시범을 보여주셨단다. 덕분에 나는 다시 원래대로 연기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오리지널 연출자와 내 해석이 통했다는 사실에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배우는 그렇다. 연출자나 동료 배우, 관객들이 내 의도를 알아줬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애착이 큰 역할인데 제작사 부도로 일찍 폐막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2009년 <남한산성>
“<노트르담 드 파리> 첫 공연을 김해에서 올렸는데, 당시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공연을 보러 김해까지 내려오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신께서도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걸 알고 어떻게든 더 아들을 보러 오셨던 것 같다. 결국 다음 작품인 <남한산성> 연습을 코앞에 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남한산성>은 아버지가 너무나 보고 싶어 하셨던 작품이라서 연습 내내 아버지 생각에 힘들었다. 게다가 당시 팀 내에 유난히 상이 많았다. 배우가 부상으로 하차하는 일도 있었고.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두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흘린 땀에 비해 아쉬운 결과가 돌아오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자부심이 있는 작품이다. 사실 그때 마음속으로는 어떤 상이라도 받고 싶었다. 뭐라도 받아서 아버지 산소 앞에 가져가고 싶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 받더라. 하하. 역시 욕심이 과하면 안 된다.”




2013년 <뮤직박스>
“<뮤직박스>는 일본 밴드 ‘서던 올스타즈’의 음악으로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이 작품에 참여할 이유가 충분했다. 내가 이 밴드 보컬인 쿠와타 케이스케의 열성팬이거든. 그런데 이들의 음악에 히키코모리 장난감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결합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어떻게든 말이 되게 해보려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한여름에 창문 하나 없는 연습실 안에서 머리를 쥐어짰다. 그 결과, 처음에는 혹평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마니아층이 형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예상치 못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13년 <푸른 눈 박연>
“외국인 닮았다는 애가 진짜 외국인 역할을 한 작품. 이때 머리까지 탈색해서 외국인의 끝판 왕을 찍었다. 음악감독이 인터미션에 화장실을 갔는데, 관객들이 이런 얘길 하고 있었단다. 저 외국인 누구야? 한국말 너무 잘 한다!”




2014년 <아가사>
“<푸른 눈 박연>이 끝날 무렵 그 작품의 드라마트루기였던 김태형 연출이 <아가사>의 로이 역을 제안했다. 어떤 역할인지 물으니 이런 설명이 돌아왔다. ‘아가사의 자아인데 아가사랑 사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악랄하지만 섹시해야 된다!’ 그래서 내가 답했지. ‘내가 어딜 봐서 섹시해. 지금 나 외국인 같아서 캐스팅하려는 거 아냐?’ (웃음)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캐릭터 표현에 도움을 받았다. 결국 로이를 맡기로 결정하고 탈색했던 머리를 다시 염색했는데, 검은색도 갈색도 아닌 미묘한 색깔이 나와 버린 거다. 그 미묘한 머리색이 로이의 미스터리한 매력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섹시하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고. 역시 배우는 캐릭터를 잘 맡고 볼 일이다. 물론 그 일로 내 머리카락은 빗자루가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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