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프로젝트가 헨리크 입센의 <유령>을 각색한 신작 <유령들>을 오는 10월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선보인다.
양손프로젝트는 연출 박지혜, 배우 손상규∙양조아∙양종욱으로 구성된 공동창작집단으로 네 명이 각색, 극작, 연출, 연기를 모두 소화하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연극 세계를 구축해 왔다. 원작에 새로운 층위를 더하는 탁월한 텍스트 해석과 미니멀한 무대를 배우의 힘으로 채워내는 특유의 공연 방식으로 두터운 관객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전락>, <데미안>, <단편선 레파토리展> 등 소설의 무대화 작업을 비롯해, 전통적인 공연장을 넘어 확장된 공간에서 진행한 낭독 공연 <희곡극장>, <어떤 목소리> 등 꾸준히 새로운 실험을 이어왔다. 또한 아비뇽 페스티벌(<낮과 밤의 콩트>), 헝가리 국립극장(<한 개의 사람>), 영국 런던을 비롯한 6개 도시의 극장(<여직공>) 등에서도 공연을 올리며 해외 무대에서도 ‘양손의 언어’가 가진 힘을 증명했다.
이번 신작 <유령들>은 양손프로젝트가 새롭게 선보이는 '입센 3부작'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2025년을 시작으로 3년간, 사실주의 거장 헨리크 입센의 희곡을 매년 한 편씩 무대에 올리며, 작품마다 반복되고 고조되는 주제 의식을 탐구하고 심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유령들>은 입센을 새롭게 파헤칠 그들의 여정의 놓쳐서는 안 될 첫 관문이 될 것이다.
국내 연극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온 양손프로젝트와 ‘믿고 보는’ 공연을 선보여 온 LG아트센터의 만남은 그 자체로 큰 기대를 모았다. 이를 방증하듯 <유령들>은 티켓 오픈 당일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양손프로젝트의 ‘입센 3부작’ 첫 작품이자, LG아트센터와 첫 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손프로젝트와 LG아트센터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손프로젝트 멤버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LG아트센터와 함께했다. 박지혜 연출은 이자람 판소리 <눈,눈,눈>(2025), <노인과 바다>(2022)를 연출했으며, 손상규 배우는 <벚꽃동산>(2024)에 출연하는 한편 연출가로서 <타인의 삶>(2024)을 이끌기도 했다. 각자의 활동이 활발한 만큼, 네 멤버 전원이 함께 창작하는 기회는 드물다. 이번 작품에서는 연출과 세 배우가 ‘완전체’ 양손프로젝트로 한자리에 모여 LG아트센터와 함께 신작을 선보인다.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의 노르웨이어 원제는 ‘Gengangere’로, 영어권에서는 ‘Ghosts’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는 보통 ‘유령’으로 번역된다. ‘Gengangere’는 ‘돌아오는 자’라는 뜻으로, 작중에서는 과거의 잔재이면서도 인물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당대의 관습, 관념, 종교 등을 의미한다. 헨리크 입센은 19세기 중반, 당대 개인들의 삶을 과도하게 규정짓던 종교와 관습, 도덕 등을 비판하려고 <유령>을 썼다. 양손프로젝트는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의 이념들이 시대를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을 여전히 지배하고 제한하는 데 주목했다.
양손프로젝트는 타인의 시선이나 잣대에 얽매이지 않은 온전히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는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안에도 우리를 지배하는 ‘유령들’이 있지 않은지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텍스트를 치밀하게 해체, 재구성하여 다층적인 해석을 제시하는데 탁월한 양손프로젝트가 불러올 우리 안의 <유령들>은 19세기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입센의 원작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과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양손프로젝트는 등장인물의 수, 장면의 순서, 서술자의 시점 등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양손프로젝트만의 스타일로 텍스트를 해석, 간결하고 명징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드라마를 보여주는 데 있어 필수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가능한 한 많이 덜어내고, 빈 공간을 가득 채우는 배우의 힘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갈등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5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입센의 <유령>을 양손프로젝트의 3인의 배우가 어떻게 연기할지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이 세 명의 배우는 모든 배역을 넘나들며, 인물들의 갈등과 감정을 더욱 선명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낼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변형 블랙박스인 U+ 스테이지의 공간 특성을 활용, 무대 4면을 둘러싼 아레나 형태의 객석에 관객들을 배치한다. 장면을 만들어 ‘보여주는’ 대신,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고 사건의 중심에서 ‘경험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다. 4면의 객석에서 관객들은 마치 <유령들>의 배경이 되는 주인공 알빙 부인의 집 거실에 둘러앉은 듯한 느낌을 받고, 양손프로젝트는 날카로운 전개를 통해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는 주특기를 살려 어떤 미장센보다도 더 큰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미니멀하고 선명한 해석으로 정평이 난 양손프로젝트 박지혜가 연출을 맡고, 양손프로젝트의 연극 언어를 최상의 수준으로 구현해 줄 창작진들이 합류한다. 섬세하지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김형연 디자이너가 조명을, 공간과 조응하는 음향 디자인으로 유명한 작곡가 겸 사운드 디자이너 카입이 사운드를, 국내외에서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최고야 디자이너가 무대를 맡는다.
연극 <유령들>은 오는 10월 16일부터 26일까지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