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정희>가 오는 3월 초연된다. <정희>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고 tvN에서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익숙한 정서 위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덧그리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원작이 남긴 정서적 결을 무대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확장하는 ‘독립 서사’로 관객을 만난다.
<정희>는 원작의 감정을 반복하기보다, 같은 세계관 안에 존재해왔지만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인물 ‘정희’를 중심에 놓고, 독립된 서사를 새롭게 제시한다. 원작이 품었던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이번 스핀오프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며, 정희라는 인물이 지나온 시간과 선택,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의 층위를 따라가며 관객이 새롭게 도달할 정서적 지점을 열어준다.
작품의 배경은 서울 후계동의 오래된 술집 ‘정희네’다. 정희는 혼자 가게를 꾸려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간다. 세면대의 누수, 벽의 미세한 균열처럼 작고 사소한 고장들이 어느 순간 일상 전반으로 번져가고, 그것은 단지 ‘공간’의 문제를 넘어 정희가 오래 미뤄두고 지나온 감정의 틈을 닮아 있다. 고장 난 곳을 “나중에”로 미루는 습관은 어느새 정희의 삶 전반으로 스며들고, 그 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진다. 친구 동훈의 소개로 젊은 수리공 가람이 ‘정희네’를 찾아오면서, 정희의 일상은 아주 느리지만 분명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게를 고치는 시간은 곧 정희가 자신의 삶을 다시 만지고 정리하는 시간과 겹쳐지며, 현재와 기억이 맞물린 채 서사는 밀도 있게 전개된다. 특히 <정희>는 ‘현재의 인물’과 ‘어린 시절의 인물’이 교차하는 구조로 설계돼, 같은 삶이 시간대에 따라 어떻게 다른 결로 비쳐지는지, 그리고 현재의 선택이 어떤 기억과 맞물리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고쳐야 할 것은 벽의 틈만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고 지나온 마음의 결이라는 점에서 <정희>는 ‘수리’라는 행위를 삶의 은유로 확장한다.
각자의 침묵과 균열을 품은 인물들이 ‘정희네’라는 한 공간에서 서로를 비추는 연극 <정희>의 초연 무대에는 이지현, 오연아, 정새별, 이강우, 김세환, 이태구, 박희정, 박세미, 권소현, 허영손, 강은빈이 출연한다.
동네 술집 ‘정희네’의 주인이자 동훈 삼형제와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온 친구 정희 역은 세 배우가 나눠 맡는다. 연극 <킬 미 나우>, <베르나르다 알바>, <보도지침> 등으로 무대에서 섬세한 표현력과 단단한 감정선을 보여주고 있는 이지현과, 연극 <나의 아저씨>를 비롯해 드라마 <시그널>, <악귀> 등에서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연아, 그리고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 <퉁소소리> 등 작품마다 결이 다른 얼굴을 보여준 정새별이 합류해, 유쾌함과 무기력 사이를 오가며 삶의 균열을 드러내는 ‘정희’를 각기 다른 결로 완성하며 ‘정희’라는 이름이 품은 다층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다 선명하게 펼쳐낼 예정이다.
동훈의 오랜 소꿉친구로 속세를 떠나 산사에 머물며, 길지 않은 말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겸덕(어린 상원) 역에는 <프라이드>, <알앤제이> 등 탄탄한 연극 무대에서 밀도 높은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강우, <보도지침>, <미러>, <빵야> 등 진중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에 출연하며 묵직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 김세환, <히스토리보이즈> 이후 오랜만의 무대 복귀로 그동안 기다려온 관객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이태구가 캐스팅돼 정희의 시간과 정서를 단단히 받쳐준다.
동훈의 직장 후배로 말수는 적지만 짧은 말과 표정에 삶의 피로와 결기가 함께 스며 있는 지안(어린 정희) 역은 <템플>, <갈매기>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관객들의 인정과 인지도를 쌓아온 박희정, <광화문연가>, <빨래>를 비롯한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팔색조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박세미,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권소현이 맡아 정희의 기억과 현재를 교차시키는 중심축을 이루며, 관객은 정희가 놓쳐왔던 감정의 단서를 따라가게 된다.
‘정희네’ 수리를 맡은 젊은 목수 가람(어린 동훈) 역에는 <빵야>, <킬 미 나우> 등 연극 무대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허영손을 비롯해 <고요한 미행>, <보이즈 인 더 밴드> 등에서 자신만이 색으로 인물을 빚어온 강은빈이 출연해, 벽의 균열과 새는 틈을 하나씩 드러내며 정희가 외면해온 삶의 고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연출은 대한민국 연극대상 젊은 연극인상, 한국연출가협회 젊은 연출가상 등을 수상하며 관객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이기쁨이 맡아, <정희>를 통해 무너진 삶의 틈을 섬세하고도 밀도 있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정희의 현재가 흔들리는 순간들과 기억의 파편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맞물려 하나의 감정으로 완성되는지, 연출 특유의 정교한 리듬감과 인물 중심의 시선으로 구현한다. 각색/작가는 홍단비, 작곡 및 음악감독은 이나경이 참여해, 장면의 정서와 인물의 내면을 확장할 예정이다.
연극 <정희>는 오는 3월 31일부터 6월 14일까지 예스24아트원 3관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