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가 11월 21일 개막을 앞두고 배우들과의 자리를 처음 마련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일원아트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이지훈, 유연석, 배다해, 문진아, 고창석, 조재윤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창석을 제외한 다섯 배우는 모두 <벽을 뚫는 남자>와 첫 만남이다. 배우들은 ‘사랑에 빠진 듀티율’, ‘변호사의 변론’, ‘벽 속의 세레나데’ 등의 주요 곡들을 선보이며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짐작케했다. 특히 출연 소식 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유연석은 처음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올라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넘버를 소화하기도 했다. 감기로 좋지 않은 몸상태였다고.
재공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난 공연과의 변화다. 임철형 연출은 “전에는 아름다운 것에 집중했었다면 이번엔 멋스러움을 찾아보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음악적인 변화와 듀티율 역을 새롭게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소심하고 여린 인물이 아니라 슈퍼맨, 배트맨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들처럼 정확히 어떻게 나아갈지 선택하고 움직이는 인물로 해석했다고 공개했다. 무대는 디테일을 보강하여 새롭게 제작하고 마술을 써서 세트 아래로 사라지는 등 아기자기한 부분이 보강될 것이라고 제작사인 쇼노트의 송한샘 이사가 설명했다.
변희석 음악감독은 “이사벨의 비중이 더 보여지고 음악이 추가되었다. 1막과 2막 마지막이 대중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세련되고 화려한 음악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벽을 뚫는 남자>는 대화체 프랑스 뮤지컬 요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화려함보다는 음악과 연기가 장면에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그동안 연기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 듀티율을 연기해왔는데 10년여가 흐르면서 대중이 작품을 바라보는 인식이나 기대감도 전과 다를 것 같아서 매력적인 듀티율을 캐스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듀티율 역에 이지훈과 유연석이 캐스팅된 이유인 셈이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면 새로운 얼굴들이다. 뮤지컬 첫 도전인 배우도 있다. 유연석은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주가를 높이고 있던 중이라 혹자들에겐 뮤지컬 출연은 다소 의아할 법한 일이었지만 유연석은 그동안 방송 등에서 뮤지컬을 향한 열망을 내비쳐왔다.
유연석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영화예술학과 재학 시절 공연을 했던 경험이 데뷔 이후에도 그리웠던 것. “활동하고 나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이 잘 없었어요. 최근 많은 작품에도 출연했고요. 그러다 회사에서 연말에 쉴 수 있다기에 그때 뮤지컬할 수 있게 꼭 도와달라고 얘길했어요. 2~3일 후에 우연찮게도 <벽을 뚫는 남자> 제안이 들어왔고요”
운명이라 생각한 유연석은 꼭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 <벽을 뚫는 남자>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어려운 점도 많지만 많은 사람들과 연습하면서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늘 바라왔던 때문인지 행복함과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유연석은 공연 자체에 오랜만에 도전해서 생소하고 새로운데다 소화해야할 넘버가 전체 48곡 중 29곡에 달해 압박이 상당했다고 고백했다. 넘버가 많은 만큼 대사 혹은 가사 숙지부터 어려웠는데 노래를 익히고 나면 동작을 익혀야 하는 숙제가 생기더라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주위에서 용기를 많이 줘서 힘내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하려 하지 말고 감정을 편하게 전달하라는 음악감독의 조언이 많이 와닿았다고 덧붙였다.
듀티율은 일상에 만족하고 살다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면서 이것이 벽을 뚫게 되는 능력으로 발현되는 인물이다. 임철형 연출은 유연석이 듀티율이란 인물에 가장 큰 동질감을 느낀 부분은 소통이었다고 말했다. 유연석은 연습 두세달 전부터 자진해서 음악감독과 연습하는 열정을 보여줘 분명 좋은 인물과 작품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같은 역을 연기하는 이지훈은 유연석이 잘나가는 배우라 폼잡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만나보니 소탈했다고 털어놓았다.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상시 인격을 느끼게 됐다고 칭찬했다. 노래를 말하듯 들리게 잘하는 모습에 뮤지컬 배우로서 큰 신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듀티율 역은 정말 말처럼 노래하는 것에 집중을 많이 하고 있는데 유연석은 그런 점을 잘하고 있어서 부러웠다며 제작발표회 직전 감기에 걸려서 노래 여부도 불투명했는데 잘해내는 모습을 보고 프로 다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지훈의 출연 이유는 다소 의외였다. 편하게 본 작품이라 <엘리자벳>을 마친 후 잠시 여유롭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택했는데 연습 시작 후 곧장 후회했다며 고백했다. “제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연습 시작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재미있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어떤 작품보다 디테일이 많습니다. 노래 안에서 이야기하고 드라마 안에서 캐릭터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농담삼아 잘못 선택했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더 표현할 수 있던 걸 왜 흘려보냈을까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작들과 다른 색깔의 작품이고 언젠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고 해보지 않았던 작품 스타일에 도전한 셈인데 생각과 다른 작품에 고생도 하고 있지만 그만큼 더 작품에 매진하고 공들이면서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유연석과 더불어 조재윤도 이번이 뮤지컬 데뷔다. 고창석과 더불어 듀블 역을 연기한다. 두 배우는 기자간담회 전 노래 시연 때 함께 경쟁하는 듯한 포즈로 역할과 어울리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영화, 드라마, 연극 경험은 많지만 뮤지컬이 두렵고 긴장되지만 한번은 해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공개했다. <벽을 뚫는 남자>는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작품이라 여러번 봤다며 제작사에 직접 먼저 출연 의지를 피력한 끝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뮤지컬에 대한 두려움도 <벽을 뚫는 남자>는 음악이 주된 작품이고 배우들이 거기에 연기를 입혀서 같이 흘러가는 작품이라서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창석은 유일하게 <벽을 뚫는 남자> 출연 경험이 있는 배우다. 듀블 역으로 그만의 강렬한 매력을 보여준 고창석은 다시 출연하게 된 것에 대해 다시 선택해줘서 엄청난 구조조정 속에서 살아남았다면서 웃었다. 새로운 배우들과 하게 된 것이 처음엔 겁도 났는데 배우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예전엔 모르고 했는데 이번엔 더 준비하고 다듬어서 더 좋은 인물로 만들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창석과 조재윤은 같은 대학교 극단 선후배로 20년에 가까운 우정을 지켜오고 있다. 조재윤은 고창석이 롤모델 같은 좋아하는 선배라며 운을 뗐다. <벽을 뚫는 남자> 출연 확정 이후 제작사에서 악보와 대본, 공연 실황을 전달받았는데 당시 받은 실황이 고창석이 연기했던 것이었다고. “백번 넘게 듣다보니 귀에서 창석이형 목소리만 맴돌고 있어요. 그정도로 듣고 따라했어요. 가장 큰 숙제는 뮤지컬이니까 배우로서 노래를 자신있게 해야하는 것과 저만의 색깔을 입히고 싶은 거예요”
듀티율과 러브라인을 이루는 역이 이사벨이다. 배다해는 오랜만에 이 역으로 뮤지컬에 복귀한다. “가수로서도 뮤지컬배우로서도 침체기가 있었다”는 그는 2013년 공연 당시에도 출연 욕심이 있었는데 그땐 이미 캐스팅이 끝난 상태라 출연하지 못했다며 좋은 분들 만나려고 지금에서야 인연이 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사벨 캐릭터는 처음부터 공감갔다며 우리도 항상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듯 이사벨도 세상에 갇혀있는 느낌이었다고. 그런 모습을 절제된 아름다운 음악으로 표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아온 문진아는 실제 성격은 외향적인데 이사벨은 차분하고 섬세해서 예쁜 새처럼 노래해야 하는 곡이 많았다고. 록뮤지컬을 하면서 발산했던 걸 가다듬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이사벨이 세상으로 탈출시켜줄 누군가를 꿈꾸며 살아가는 느낌을 잘 연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송한샘 이사는 이사벨이 부르는 곡은 지르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한채 불러야 해서 많은 여배우들이 힘들어했다며 두 배우도 잘 할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한편, 새로운 배우들과 새로운 해석으로 돌아올 <벽을 뚫는 남자>는 11월 21일부터 2016년 2월 4일까지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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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새로운 캐스트로 돌아오는 <벽을 뚫는 남자> 제작발표회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5-11-09 3,861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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